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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지는 오늘 오는 오늘
작성일 : 18-12-29 00:09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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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뒷짐을 진 칠칠의 양옆엔 천오와 천사가 나란히 섰다.

  천오의 못마땅한 표정을 보던 천사가 그의 허리를 툭툭 쳤다.

 

  “과거는 그만 청산하고 도와주는 걸 봐서라도 표정은 풀자. 응? 용서하라는 소리는 안 하잖아?”

 

  “용서고 뭐고 똑같이 불지옥에 떨어뜨리고 나서야 후련할 거 같으니까 조용히 하세요.”

 

  천사가 비죽거리며 천오의 귀 옆에 붙은 자신의 입술을 치웠다.

  가운데 선 칠칠이 그들을 돌아봤다.

 

  “여기가 그자가 죽은 곳이 확실해?”

 

  “예.”

 

  천오는 대충 대답하고선 칠칠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칠칠은 까맣게 탄 절벽 아래를 바라봤다.

  버스는 사라졌지만 그을린 모습만 봐도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칠칠은 절벽을 향해 손바닥을 대고 두어 번 흔들더니 휘파람을 불었다.

 

  잠시 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뒤집힌 버스가 절벽 아래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사가 귀를 부여잡고 절벽을 타고 오르는 연기를 바라봤다.

 

  “이, 이게 뭡니까?”

 

  천사는 매캐한 연기를 내쫓았다.

 

  “망자의 길을 여는 거야.”

 

  “과거로 돌린 겁니까?”

 

  “아니, 안내자들은 과거를 열람할 권리는 있어도 과거를 소환하진 못해.”

 

  칠칠은 굽힌 몸을 펴 뒤를 돌아봤다.

  천오와 늘이 처음 만났을 때 풍경이 그대로 재현됐다.

 

  세 갈래의 길.

 

  천오는 세 갈래의 길을 보며 온몸이 까맣게 탄 늘을 떠올렸다.

  칠칠은 천사의 뒷덜미를 붙잡고 세 갈래의 길 앞으로 순간이동 했다.

  천오는 그런 칠칠의 커다란 엉덩이를 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보통 문이 아니군.”

 

  칠칠은 천사를 내려놓고 검은 아우라를 내뿜는 왼쪽 문을 노려봤다.

 

  “홀렸다면 저 왼쪽 놈에게 홀린 거야.”

 

  “홀리다니요?”

 

  “생에 대한 집착이 강한 문이라 망자의 기운을 인식해서 저절로 열린 거지.”

 

  “문이 절로 열릴 수가 있군요···.”

 

  “드물 뿐이야, 천오가 계속 같이 있었다면 홀릴 일은 아니었겠지만.”

 

  뒤늦게 칠칠의 옆에 선 천오가 귀를 후볐다.

  천사는 천오의 눈치를 보며 괴상한 웃음과 함께 박수를 쳤다.

  모두 천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말을 아끼며 분위기를 돌릴 뿐이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보고 있던 일이 재판장으로 끌고 갈 것 같았다.

 

  “결국은 나 때문인데 잘도 변호를 해주셨군.”

 

  천오가 빈정댔다.

 

  “그게 싫으면 지금 당장 먼지가 되어도 좋고.”

 

  칠칠은 천오를 놀리듯이 엄지와 중지를 말아 천오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천오가 칠칠의 손을 내쳤다.

  천사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펄쩍 뛰었다.

 

  “저, 저놈이···.”

 

  “이래야 천오지.”

 

  칠칠이 씩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천오가 그 반동으로 십 리를 튕겨 나갔다.

  천오가 재빨리 손을 뻗어 투명 쿠션을 만들어냈지만 몸이 튕겨나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몸을 굴려 두 번째 쿠션에 가볍게 안착한 천오가 앞으로 뛰어나갔다.

  순식간에 칠칠의 옆으로 이동한 천오를 칠칠이 가볍게 손바닥으로 저지했다.

 

  “이게 무슨 난리야···.”

 

  천사는 한 발짝 뒤로 빠져 천오와 거리를 벌렸다.

  불똥이 튈까 싶어 낮은 담을 만든 후 그들의 전투를 엿봤다.

 

  그냥 보기에는 가만히 서 있는 칠칠 주변으로 천오 혼자 날뛰는 모양새였다.

  탱탱공처럼 이리저리 튕기던 천오가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천사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잉?”

 

  칠칠이 허공에 쥐었던 손을 가볍게 폈다.

  칠칠의 손가락 사이로 모래 같은 것이 흩어졌다.

 

  “천오!”

 

  천사가 황급히 떨어진 모래 앞으로 달려갔다.

  이미 이곳저곳 흩어져 손으로 다 쓸어담기에는 무리였다.

  천사가 절규하며 모래 위에 얼굴을 박았다.

  먼지가 되는 일의 재판을 피하고자 칠칠의 손에 모래가 되었다.

  천사는 칠칠을 불러들인 자신을 탓하고 탓하며 탓했다.

 

  “천오! 으악!”

 

  “천오를 많이 아꼈나 보네.”

 

  “칠칠님!”

 

  천사가 모래를 쥐고 원망의 눈으로 칠칠을 올려다봤다.

 

  “걱정하지 마. 불로 태우면 원래대로 돌아와. 시끄러우니 잠재운 것뿐이야.”

 

  칠칠은 뒷짐을 지며 왼쪽 길을 걸었다.

  천사가 반색하며 가슴을 뚜껑처럼 열었다.

  곧 가슴에서 나온 청소기는 주위에 있던 모래를 모두 빨아들였다.

 

  칠칠이 문 앞에 멈춰 서자 문과 칠칠 사이에는 검은 연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굳게 닫힌 문이 덜컹거리며 진동했다.

  칠칠이 옅게 눈을 좁힐 정도로 문은 칠칠의 힘에 크게 저항했다.

  순간순간 살짝 벌어지는 문 사이에는 침 같은 무언가가 끈적이며 늘어났다.

  칠칠이 손을 들자 거대한 회오리가 쳤다.

  거센 바람 탓에 천사가 청소기를 가슴에 집어넣는 모양새로 뒤로 굴렀다.

 

  “이승의 문은 안내자 칠칠에 답하라.”

 

  칠칠이 바람을 확 잡아채자 문이 크게 부풀었다.

  문 사이로 여러 사람의 비명이 새어 나왔다.

  바람은 더욱 거칠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칠칠의 살갗이 벗겨졌지만,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금방 새살이 돋아났다.

 

  “이승의 문은 안내자 칠칠에 답하라.”

 

  벌의 날갯짓처럼 파닥거리던 문이 확 젖히며 칠칠의 귓속으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칠칠은 잠시 귀를 막으며 몸을 뒤틀었다.

  금세 멀쩡해지긴 했지만, 메아리 같은 소리가 여운처럼 남다가 사라졌다.

  바람이 멎고 검은 안개가 낮게 가라앉았다.

  새로이 나타난 섬뜩한 기운만이 칠칠의 몸을 감쌌다.

  저승 안내자마저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문 속은 암흑뿐이었다.

 

  칠칠은 천천히 문 너머를 살폈다.

  비명이 모두 잠든 밤처럼 고요했지만,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태풍의 눈에 들어와 있었다.

 

  “문을 열었으니 망자를 찾아야지.”

 

  칠칠이 손을 뻗자 여의봉이 나타났다.

  칠칠은 그것을 가볍게 쥐고 문 속을 가리켰다.

 

  “감히 망자가 안내자와 힘겨루기를 하겠다니.”

 

  칠칠의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칠칠이 여의봉을 흔들자 암흑이 블랙홀처럼 일그러졌다.

  그 속에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칠칠은 여의봉을 늘려 블랙홀을 헤집어 놓았다.

  점점 벌어진 블랙홀에선 공간이 하나 생기며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로 커졌다.

 

  “전생 문이군.”

 

  칠칠은 찢어진 공간을 벌렸다.

  그곳에선 불타는 오름각과 내부에 쓰러진 늘의 모습이 보였다.

  곧 쓰러진 늘을 구하기 위해 내일이 뛰어들었다.

  늘이 처음 전생 문으로 떨어졌을 때 보인 풍경이었다.

  그 모습에 칠칠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재밌군.”

 

  “저, 전생이라니요?”

 

  뒤로 밀렸던 천사가 칠칠의 옆으로 황급히 돌아왔다.

 

  “본인의 전생으로 돌아갔어. 불타 죽을 운명이었는데, 사체에 자신의 혼이 들어가니 생이 반복되는 거야. 엉뚱한 데서 재생을 한 거지.”

 

  천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늘은 보라 본인의 몸이었다.

  보라가 과거로 돌아가 눈을 뜬 시점이 ‘늘’이 죽었던 시점이다.

 

  본래는 오름각에서 죽었어야 하는, 아니 죽은 몸이었다.

  망자가 되어서도 늘의 삶을 놓지 못하고 집착하던 혼이 악귀가 되었다.

  억울한 게 많은 망자였다.

  보라처럼 몸이 다 까맣게 다 타들어 갈 때까지 눈을 감지 못한 시체였다.

  그 삶에 대한 집착이 보라를 만나 전생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덕분에 후생 길을 걸어야 했던 혼이 전생의 삶을 ‘재시작’했고 모든 역사를 뒤집어 이승을 혼란케 했다.

  악귀 하나로 모든 이승의 역사가 뒤바뀌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게다가 이 망자, 현생도 불타 죽었습니다.”

 

  천사는 내일의 전생을 살피며 기겁했다.

 

  “이승에서 이 자를 가만두는 것도 이상하지. 바깥이고 안쪽이고 온몸에서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데 살려둘 리가 없다.”

 

  “소환할 방법이 없습니까? 이승의 힘으로 죽게 된다면 소멸하지 않습니까?”

 

  칠칠이 여의봉으로 관자놀이를 긁었다.

  머릿속에서 사라져 가던 지식이 하나 떠올랐다.

 

  “자결이다.”

 

  “예?”

 

  “본인의 의지를 스스로 끊을 수 있는 자결만이 소멸되지 않는 방법이야.”

 

  천사는 늘을 떠올렸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망자입니다. 어떻게 자결을···?”

 

  “이승의 괴롭힘을 견디고도 버티나 보는 거지.”

 

  칠칠이 전생 문을 닫았다.

  그들을 감싸던 검은 연기가 사라졌다.

 

  “어떡합니까? 다른 망자들이 혼란을 겪는다면···.”

 

  “그래서 안내자가 있는 게 아니냐. 이곳이 재생 공장임을 망각하지 마라. 안내자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재생만 시키면 그만이야.”

 

  바뀐 역사는 또 자연스럽게 흐른다.

  저승이 그에 발을 맞추면 될 뿐이었다.

  이승은 산 자의 삶이고 저승은 죽은 자의 삶이니 서로 관여할 수는 없었다.

  혼란만 주지 않으면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이승에서 온 망자를 안내하게 될 것이다.

 

  “천오가 알게 된다면···, 가만있지 않을 텐데···.”

 

  멍하니 중얼거리던 천사의 가슴을 칠칠이 툭 쳤다.

  천사는 가슴 속에서 청소기가 느끼는 위협을 그대로 전달받았다.

 

  “고작 ‘1005’다. 가만있지 않는다 해서 바꿀 수 있는 건 없어.”

 

  “천오는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그래서 망자를 소환하지 못했나?”

 

  칠칠이 가소로운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칠칠의 검지에 붉은 빛이 들어왔다.

  그의 앞으로 새로운 망자가 들어온 것이다.

  그는 망자를 수거하기 위해 금세 공중으로 사라졌다.

 

  천사는 칠칠이 사라진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청소기를 꺼내든 건 칠칠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였다.

  천사는 통에 든 모래를 확인하고선 내심 안심했다.

  칠칠이 또 손을 쓴 줄 알았다.

  그는 손에 불을 붙여 청소기 전체를 태우기 시작했다.

  천천히 녹던 청소기 안에서 탄 조각과 함께 모래가 흘러나왔다.

 

  “제발, 제발···.”

 

  천사는 타지 않는 모래를 간절히 태웠다.

 

  “하, 하···.”

 

  문득 든 기척에 천사는 옆을 힐끗 보며 불을 태웠다.

  그리곤 다시 놀란 얼굴로 옆을 바라봤다.

 

  “악귀?”

 

  늘이 입을 가린 채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자, 잠깐. 멈춰봐.”

 

  천사가 일어서 진정하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늘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물러서기만 했다.

  그리고 이내 절벽 끝에 닿았다.

  발에 닿은 크고 작은 돌들이 통통 튀며 떨어졌다.

 

  “멈춰!”

 

  절벽을 유지하던 땅이 갈라지며 그대로 무너졌다.

  앞으로 뛰어가던 천사를 제치고 빠르게 바람이 불었다.

  천오였다.

  채 꺼지지 않은 불이 천오의 몸에 달라붙어 불꽃을 만들어냈다.

 

  “천오!”

 

  천오는 순식간에 절벽 아래로 낙하하는 늘을 따라잡았다.

  몸을 붙잡았지만, 속절없이 천오의 손을 빠져나가는 늘이었다.

  늘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천사가 뒤늦게 절벽을 붙잡고 엎드렸다.

 

  “악귀, 천오! 괜찮나?”

 

  천오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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