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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20
작성일 : 18-12-28 23:55     조회 : 248     추천 : 1     분량 : 5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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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 고아 씨, 강승아 (25)

 

  고아 씨는 천천히 손을 내린다. 눈물을 훔치곤 목을 가다듬었다. 그렇게나 다양한 표정을 가진 아이가 아주 미세한 변화도 없었다. 놀라거나 눈살을 찌푸리지도 않았다. 시종일관 진지한 눈이다. 고아 씨는 불안감에 짐짓 틱틱거린다.

 

  "느끼하니까 그만 좀 쳐다볼래요?"

 

  여태 고아 씨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던 승아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기절이라도 한 걸까. 헛웃음도 안 나오는 농담이다. 면전에서 손을 휘휘 젓거나 이름을 불러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고아 씨에겐 멈춘 눈물이 승아에게 옮았다. 홍수처럼 눈물이 터져 몇 방울이나 떨어진다. 숨을 헐떡거리던 승아는 결국 양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린다. 아무도 없는 듯이 서럽게 울고 있다. 거친 숨소리에 되려 당황한 건 고아 씨다.

 

  "아니, 왜.. 승아 님. 왜 울어요. 느끼하단 말이 그렇게 싫었어요?"

 

  일종의 농담이었지만 받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예 테이블에 엎드려 꺼이꺼이 우는 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본디 비상한 머리가 이럴 때는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몇 번을 더 달래 봐도 소용이 없으니, 아예 그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한참 동안 저 애처로운 꼴을 바라본다. 어느샌가 눈만 삐죽 드러나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불고 벌게진 눈. 어떤 의도인지 당장 이해할 순 없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 불안과 기대가 섞여 몸이 들뜬다.

 

  "미안해요 작가님.. 많이 놀랐죠."

 

  그러게 왜 울고 지x이세요 라는 말은 그저 담아두었다. 고아 씨는 이제 볼에 남은 자국 외엔 멀쩡해졌다. 우는 아이의 해명 정도는 들어 줄 용의가 있다.

 

  "괜찮아요. 제가 울었다고 따라 우신 거에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훌쩍이며 눈물을 닦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다. 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조금 편안해졌다.

 

  "모르겠어요. 왜 울었지.. 그냥 눈물이 나서.."

 

  "치부를 공개한 건 저인데, 우는 건 승아 님이네요. 설마 동정심이 드셨나요."

 

  동정심이라. 그것도 나쁘진 않다. 자존심을 짓뭉개는 말이지만 혐오나 기피 따위보단 훨씬 더 온화한 반응이다. 그 정도면 만족할 만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아 씨 역시, 아직 승아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닌데.."

 

  승아의 두 손이 천천히 움직여 고아 씨의 양손을 움켜잡는다. 가까워진 얼굴과 손에 들어간 힘이 당황스러움을 가중시킨다. 흔들리는 눈빛이 마주쳤다. 누가 봐도 나 울었다는 듯한 저 얼굴. 자신의 얼굴도 저렇게 못나졌을까.

 

 "많이 힘들었죠. 이제 괜찮아요 작가님. 이젠 정말 괜찮아요.."

 

  예상이 빗나간 게 오늘로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 꼬맹이가 몇 겹을 뚫고 자신을 들여다본 걸까. 동정심이 아니다. 고아 씨에게.. 공감하고 있었다. 송곳니 하나 없으면서. 저 뾰족한 흉물 하나 없이 반듯한 입가를 가진 놈이.

 

  어처구니가 없어 저도 모르게 입이 헤 하고 벌어진다. 방금 전 고심 끝에 겨우 드러냈던 송곳니 두 개가 쉽게도 보였다. 고아 씨를 잡은 손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진다. 멍한 시선이 남의 손을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그칠 기세 없이 올라가던 손이 정수리에 닿는다. 그리곤 딱 한 번,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괜찮아요."

 

  발끝부터 시작된 열기가 무릎, 어깨를 걸쳐 이마까지 닿았다.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진다. 저 딱한 얼굴이 우수에 차 보일 거라 과거의 자신한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 못 할 것이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린다. 심장이 가슴 전체를 부여잡곤 아주 크게 흔들고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터질 것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 알았으니까 앉으세요."

 

  간신히 이성을 부여잡고 딱딱한 표정을 가장한다. 퍼뜩 정신을 차린 승아는 꿈에서 깬 듯 얼떨떨한 모습이다. 어정쩡한 자세로 고아 씨의 머리칼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뒤로 젖힌다. 겹친 모습이 떨어지자, 1미터도 안 되는 테이블이 그렇게나 길어 보일 수 없었다. 이어지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따금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달아오른 얼굴에 쉼 없이 손부채 질을 한다. 그걸로도 모자라 식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하여튼 오버스러운 놈이다.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지 왜 울고 있는지. 저렇게 쉽게 우는 남자는 처음 본다. 그야말로 찌질이가 따로 없다. 본인도 바로 직전에 울었으면서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유 없는 매도가 필요한 시기다.

 

  그 와중에 진정된 승아는 자신이 왜 울었는지 아리송해하고 있었다. 정말로 아무런 기미 없이, 그냥 눈물이 터졌다. 울보 이미지는 정말 싫은데. 무슨 말을 해서든 분위기를 돌려놓고 싶다.

 

  ".. 그래도 잘 어울려요. 이미지하고 딱 맞는다고 해야 하나."

 

  "닥쳐요."

 

  이건 아닌 모양이다. 조금 더 세련된 말이 필요하다.

 

  ".. 섹시해요?"

 

  "닥치라고 했죠."

 

  승아는 다리 사이에 손을 모으고 얌전히 기다린다. 표독스런 눈을 세 번이나 견딜 각오는 없다. 원래의 하얀 빛으로 돌아온 고아 씨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이내 감정을 추스른다. 승아는 고아 씨의 머릿속에서 이미 반쯤 죽었다는 걸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고아 씨를 받아들인 승아에게, 꼭 알려줘야 할 것들이다.

 

  ".. 해드릴 얘기가 있어요. 마지막 확인이에요."

 

  느껴지는 말의 무게에 승아는 자연스럽게 몸을 곧추세운다. 의식적인 태도에 고아 씨는 어색하게 웃는다. 아직 의도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는 게 익숙하지 않다.

 

  "참, 이번엔 울지 마세요. 우시라고 하는 얘기 아니니까."

 

  사실 아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만큼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제 가장 오래된 기억은, 보육원 화분을 쓰러뜨려서 회초리를 맞던 때에요. 처음부터 거기 있었는지 아니면 버려졌는지 전 몰라요. 궁금하지도 않았고요. 나한텐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언니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 유달리 뾰족한.. 송곳니가 유전인지 아닌지도 알 방법이 없었죠. 그래도 괜찮았어요. 그것도 궁금하지 않았으니까."

 

  묻어뒀던 기억을 끄집어낸다. 언젠가는 다시 꺼내게 될 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내심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저한테 송곳니가 있다는 걸 알고 난 이후론 누구 앞에서도 크게 웃지 않았어요. 꼭 웃어야 했으면 입을 꾹 다물고 입꼬리를 올렸죠. 부끄러웠어요. 제 모습이 TV에 나오는 흡혈귀랑 똑같았거든요. 친구에게도 원장님한테도 잘 숨기고 다녔어요. 무슨 말을 해도 통 웃질 않으니 아이들도 원장님도 어느샌가 멀어졌는데, 딱 한 명은 계속 저한테 달라붙었죠. 아까 전화 온 제 친구요. 네, 저한테 친구는 그 애 딱 하나에요.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왕따를 당했거든요."

 

  승아는 이전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꼈다. 술에 취해 하던 대답이 진심일거라곤 생각 안 했었다. 고아 씨는 당시의 기억이 없는 것 같지만,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순 없었다.

 

  "입학 첫날 반을 배정받고,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죠. 곧 제 순서가 되었고, 앞으로 나갔어요. 집이 어딘지 묻는 선생님의 말에 저도 모르게 보육원 이름을 댔죠. 사실 딱히 숨길 생각도 드러날 생각도 아니었어요. 첫날 부터 고아 고아라고 불릴 걸 알았다면 어떻게든 숨겼겠지만요. 참 웃기죠. 고아 이름을 고아라고 짓다니. 부모가 지었는지 원장님이 지었는진 몰라도.. 언젠가는 개명하겠다고 결심했었어요. 원장님한테 부탁하면 회초리부터 드셨으니까. 언젠가 어른이 되면 그러려고 했죠."

 

  결코 웃기진 않다. 승아의 표정이 되려 심각해짐을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고아 고아는 처음엔 별명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샌가 절 괴롭히면서 부르고 있더라고요. 어느 날은 남자애 몇 명이서 제가 웃는 걸 보겠다며, 억지로 입속에 손가락을 넣곤 쭉 잡아당겼어요. 그날 이후론 별명이 늘었죠. 고아 고아, 흡혈귀. 상상력이 얼마나 좋은지, 귀를 막고 살아도 저에게까지 소문이 들렸어요. 밤이 되면 동물 피를 빨아 먹는다더라, 옆 반 누구를 물어서 입원시켰다더라. 전 애완동물도 안 키웠고, 1학년 중 누구도 입원하진 않았어요. 그건 대부분 다 알고 있었죠. 그렇다고 해서 그 소문을 믿지 않는 아이는 없었고요. 괜찮았어요. 정말로요. 나를 싫어하는 게 무섭다면, 그냥 싫어한다는 사실 조차 외면하면 됐었거든요.

 

  중학교에선 사정이 좀 달랐어요. 대놓고 고아라고 부르는 아이는 없었지만, 주먹을 휘두르는 아이는 많았죠. 네. 몇 번이나 맞았어요. 정말로.. 많이 참았어요.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을 게 뻔하니까. 그래서 3년, 부족하면 6년이라도 참으려고 했죠. 하지만 결국 2년도 못 참았어요. 계속 참다간 이빨이 뽑혀버릴 위기였거든요. 그런 애들이 송곳니만 뽑을 리가 없잖아요? 꽤 크게 복수했죠. 특히 그렇게나 싫어하던 송곳니로요. 서로 한방씩 먹였으니 공평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걔들은 지켜 줄 사람이 있었어요."

 

  코앞까지 다가와 흔들리던 금속 빛이 아직도 선하다. 고아 씨는 무의식중에 몸을 살짝 떨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됐죠. 소년원에선 절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몰랐는데 소문이 꽤 잔인하게 돌았더라고요? 덕분에 마음 편하게 혼자 지내다 출소했어요. 출소하고 나니 이미 보육원은 떠났고, 의지할 곳은 없으니 닥치는 대로 일 하며 살았어요. 그땐 정말.. 안 해본 게 없었어요. 오해하진 마세요 성적인 건 아니니까. 새벽에 일어나 밤에 들어와선 공부까지 해야 했어요. 검정고시를 간신히 통과하니 수능이 기다리고.. 뭐, 피 몇 번 토하고 기절도 하면서 버티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지원이 없으니 장학금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하고 싶은 공부 하면서 이젠 괜찮을 줄 알았는데.."

 

  본인 얘기를 하면서도 참으로 기구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이야기는 마칠 때까진 후회할 겨를도 없다.

 

  "그 고생을 하고 들어간 대학교인데, 자퇴했어요. 실연 때문에. 과 대표를 하던 남자에게 차였으니, 이젠 모두에게 '이걸' 들킬 거라 생각했죠. 나쁘게 헤어지다 보니 전부 소문낼 거라 생각했었고, 그 일상을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요. 마침 그즈음에 연재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었고요. 학교도 관두고 다시 혼자로 돌아왔으니, 이젠 정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연재처가 3개월 만에 망한 거 있죠. 하하.. 정말로..

 

  그래도 어떻게든 살았어요. 솔직히 인기는 없어도, 그림이나 창작은 여전히 재밌었고.. 먹고 살만한 돈도 벌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제가 그리 살갑게 대해 주진 못 하지만.. 무조건적인 제 편이, 팬이 있다는 게 기뻤어요. 지금.. 승아 님 처럼."

 

  숨을 크게 들이킨다. 옷을 전부 벗어 던진 듯한 기분이다. 가슴에 뚫린 구멍에 바람이 든다. 시릴 정도로 춥다. 마음은 가벼워졌지만, 그보다 더 단단하게 얼어붙었다.

 

  "축약은 많이 됐지만, 거짓말은 아니에요. 승아 님. 이게 저에요. 송곳니 뾰족한, 빨간 줄 그인 고아. 생각 했던 모습은 아니죠?"

 

  송곳니가 드러난 저 웃음에 기쁨은 없다. 얼음송곳으로 가슴을 찌르는 안타까움이다. 고아 씨는 모든 것을 드러냈다. 이젠 떨어지는 칼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체념의 미소를 짓는다.

 

  "여전히 제가 좋으신가요. 승아 님?"

 

 .

 
작가의 말
 

 반오십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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