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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8
작성일 : 18-12-28 21:02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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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사장님? 여기 있어요? 이봐요, 레오?”

 

 이 사람이 오늘따라 오랫동안 조깅을 하나.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로비와 다이닝룸, 키친, 세탁실을 두리번거려도 그 어디에서도 레오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침이면 새벽같이 조깅을 다녀와서 조식을 준비해놓던데. 무슨 일이야, 대체. 곧 있으면 손님들도 내려올 텐데.......’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름 일주일 넘게 꼬박꼬박 먹은 아침이니 대충 모양이라도 흉내 낼 수 있겠지. 안절부절 키친 안을 왔다 갔다 하던 민희는 결국 냉장고를 뒤적거려 먹을 만한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치아바타를 반으로 갈라 접시에 놓고, 호밀빵과 캄파뉴를 적당히 썰어 바구니에 담아두었다. 나무로 만든 플레이트 위에는 빵과 곁들여 먹으면 좋을 치즈와 살라미들을 곁들여 내놓았다. 레오처럼 따로 샐러드드레싱을 만들 재주가 없어, 토마토와 치즈, 루꼴라를 찢어 넣은 샐러드 위에는 발사믹과 오일을 찍찍 뿌렸다.

 

 “됐어. 조식은 달걀 요리만 있으면 만고 땡이야.”

 

 프라이팬 위, 산처럼 수북이 쌓인 스크램블 에그를 내려다보며 민희는 두 손을 탁탁 털었다. 다이닝룸으로 옮겨 음식 세팅이 끝날 무렵, 6일째 장기 투숙 주인 멕시코 신혼부부와 호주의 중년 부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Ciao!”

 “Ciao!”

 

 어느새 익숙해진 듯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조심스레 양해의 말을 전했다.

 

 “저, 죄송해요. 오늘 레오 대신 제가 조식을 준비했는데, 요리 솜씨는 영 꽝이라.......”

 “빵과 샐러드, 치즈에 이렇게 많은 양의 스크램블까지.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지요.”

 

 중저음의 기분 좋은 목소리, 중년 부부의 남편이었다. 10인분이 넘는 스크램블 에그산을 내려다보며 민희는 무안한 듯 목덜미를 긁적였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나저나 레오가 몸이 많이 아픈가 봐요.”

 “네? 레오요? 레오가 아프다니요?”

 

 이어진 중년 부인의 말에 화들짝 놀란 민희가 목소리를 키우며 되물었다.

 

 “어제 저녁부터 흩날리는 비 때문에 야경 투어가 일찌감치 끝났거든요. 이이랑 근처에서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레오와 마주쳤는데,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외출했다 들어온 모양인지 흠뻑 젖었더라고요. 이 추운 겨울날에. 그치요, 여보?”

 

 지난밤의 기억을 떠올리며 여자는 제 남편을 바라보았다.

 

 “얼굴빛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 어쩐지 몸살이 걸릴 것 같더라니....... 아예 내려오지 못할 정도인가 보네요.”

 

 파비와 나간 후 외출한 모양이었다. 웬만하면 게스트하우스를 비우지 않았을 텐데, 무슨 일이지. 왜 비는 맞고 돌아다녀서 이 난리야. 잔뜩 미간을 좁힌 채 민희는 불안한 듯 테이블 주변을 서성였다.

 

 “한 번 올라가보는 게 어떻겠어요?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면 많이 아픈가본데.......”

 “흠. 그러기엔....... 주의 받은 게 있는데.”

 

 「그리고 4층은 파비오가 청소할 거고, 5층은 내 개인 공간이니 올라오는 일 없도록 조심하세요.」

 

 계약 첫 날 들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아픈 데 곁에 아무도 없으면 더 서럽고 아픈 법이에요. 우리가 갈 수는 없으니 민희라도 올라가보는 게 어떻겠어요?”

 

 그래, 아픈 데 장사 있나. 사람이 아프다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면 올라갈 수도 있는 거지. 조식 시간에 절대 자리를 비운 적도 없는 사람이 코빼기도 안 비출 정도면 심각한 거잖아? 민희는 속으로 합리화를 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시고, 식기는 세척기 안에 부탁드릴게요.”

 “걱정 말고 올라가 봐요.”

 

 쏜살같이 다이닝룸을 나가는 그녀를 바라보던 두 부부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후. 어느 방이야. 둘 중에.”

 

 엘리베이터를 탈까 싶다가, 혹시나 깰까 싶어 발끝을 세워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온 민희는 가빠진 숨을 몰아 내쉬었다.

 

 여느 다른 층처럼 두 개의 하얀 문이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었다. 따로 객실을 내어주지 않는 것을 보니 두 개의 룸 모두 혼자 사용하는 것 같은데, 둘 중에 어디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복도 끝에 위치한 방일까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옆방에서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어라, 물감 냄새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확 느껴지는 유화물감 냄새에 민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어가볼까 잠시 망설이던 순간, 연이어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정신을 퍼뜩 차린 그녀는 서둘러 문을 닫고 옆방으로 향했다.

 

 ‘허락 없이 올라왔다고 나중에 잔소리 한참 하겠지.’

 

 하, 짧게 한숨을 쉰 그녀는 결심한 듯 문을 두드렸다.

 

 “나 민희예요. 잠깐 들어갑니다. 들어간다고 했으니까 나중에 너무 혼내지는 마요.”

 

 조용히 손잡이를 돌려 문을 밀고 들어가 보니 침대 가운데 누워 끙끙 앓고 있는 레오의 모습이 보였다.

 

 ‘어휴. 미련하기는.’

 

 식은땀을 잔뜩 흘렸는지 머리칼은 축축이 젖어있고, 이마 위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마를 손으로 짚으니 꽤나 열이 높은지 뜨끈한 기운이 손바닥 전체로 전해졌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좀 하든가. 게스트하우스에 사람이 몇인데 이렇게 참고만 있어.’

 

 도대체 아침마다 조깅은 뭣하러 하는 거야. 이렇게 앓아누울 지경이면 아무 소용없는 거 아닌가. 한심한 건지, 미련한 건지 아파서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민희는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며 혀를 찼다.

 

 ‘근처에 약국은 있나 모르겠네. 여기도 약국에 종합 감기약 같은 걸 팔려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건지 알 수도 없고.’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1년 365일 감기 따위 걸리지 않는 체질인 터라, 그녀의 캐리어에도 상처 연고와 혹시나 물이 안 맞을까 챙겨온 설사약, 생리통약이 전부였다.

 

 “어쩐다.......”

 

 그냥 한국식으로 하자. 거기서도 통하면 여기서도 통하겠지. 결심한 듯 침대에서 일어선 민희는 서둘러 욕실로 달려갔다.

 

 미지근한 물에 적신 타월 한 장을 들고 나온 민희는 얼굴에 흥건한 땀부터 닦아냈다. 잔소리도 없고,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있는 레오를 보니 그제야 그의 얼굴이 찬찬히 눈에 들어왔다.

 

 ‘애들도 잠 잘 때가 최고 예쁘다더니. 그 말이 딱 이네.’

 

 피식 싱거운 웃음을 흘린 민희가 이마에서 아래로 조심조심 닦아 내려갔다. 타월 아래로 깎아 세운 듯 높은 콧대가 느껴졌다. 거슬거슬 타월에 긁히는 수염도.

 

 늘 깔끔하게 면도한 한국 남자들만 보고 자라온 터라 수염 있는 남자들은 지저분해 보인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것도 사람 나름인지 레오에게는 거뭇거뭇한 수염도 꽤나 잘 어울렸다.

 

 ‘밤새 앓았나. 하룻밤 사이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네.’

 

 진하게 드러난 턱선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남성다움이 물씬 풍겼다.

 

 “역시, 잘생기긴 참 잘생겼단 말이지.”

 

 아무래도 정신 줄을 놓았나보다. 본인이 내뱉은 말에 스스로 화들짝 놀란 듯 민희는 행여 누가 들었을세라 급히 입을 틀어막고 다시 욕실로 향했다.

 

 ‘미쳤어. 완전 정신이 나갔지.’

 

 찬 물에 적신 수건을 비틀어 짜며 민희는 거울 속에 비친 여자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어제 파비가 헛소리를 해서 그런 거지. 암. 그렇고말고. 구시렁대면서도 그녀는 잊지 않고 마른 수건 한 장을 더 챙겨 들었다.

 

 이마 위에 착착 접은 물수건을 올려두자 차가운 촉감이 느껴진 모양인지 레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엄살은. 참아요.”

 

 힐끔 레오의 얼굴을 흘겨보며 민희는 챙겨온 마른 수건으로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살살 닦아냈다.

 

 ‘따끈한 국물이든 죽이든 뭘 좀 먹여야겠는데. 아픈 사람에게 컵라면을 먹일 수도 없고.’

 

 주방에 쌓아둔 컵라면을 떠올린 민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어느 정도 머리칼을 닦아낸 수건을 치우고, 금세 뜨끈해진 물수건을 한 번 더 빨아 레오의 이마에 올려둔 민희는 서둘러 다시 키친으로 내려갔다.

 

 “안심은 또 언제 사놨대. 장보러 갔을 때 사는 거 못 봤는데.”

 

 스테이크용으로 사온 모양인지 두툼하고 빛깔 좋은 안심 두 덩이가 떡하니 냉장고에 들어있었다.

 

 “이거라도 써야겠다. 나중에 완전 잔소리 퍼붓는 거 아닌지, 원.”

 

 후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지면서도 민희는 식자재 펜트리를 뒤적거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오. 이건가. ‘risotto’라고 쓰인 걸 보니 맞겠지?”

 

 엄마가 죽을 끓여주던 기억을 머릿속에서 찾고, 또 찾은 민희는 냄비에 한 덩이의 안심을 다져 집어넣었다. 칙칙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의 자태에 아침도 거른 그녀의 뱃속에서 연신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엇, 탄다. 탄다! 읏, 뜨거!”

 

 지방기가 거의 없는 안심이라 그런지 냄비 바닥에 달라붙는 고기에 당황한 민희가 물을 붓자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어휴. 내가 진짜.”

 

 뜨거운 물이 튄 손등을 찬물에 식히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냄비에 쌀을 한 움큼 집어넣었다. 채소라고는 푸릇한 풀과 토마토 내지는 알 수 없는 것들밖에 보이지 않아 결국 고기만 잔뜩 때려 넣었지만 비주얼만 보면 한국 죽 집에서 엄청난 고가에 팔릴 듯한 모양새였다.

 

 “소금은 어디에 있나....... 이게 맞나.”

 

 수십 가지가 놓여있는 향신료와 조미료, 소금으로 추측되는 흰색 가루를 살짝 뿌리고 휘휘 저어 그릇에 담아냈다.

 

 “됐어. 됐어. 처음 만든 죽치고 훌륭하다, 훌륭해.”

 

 트레이 위에 그릇과 숟가락, 물 잔을 챙겨든 민희는 부리나케 다시 5층으로 향했다. 방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소리를 냈다.

 

 “나 들어갑니다. 손이 부족해서 노크는 못해요.”

 

 나오면서 살짝 열어둔 문을 몸으로 밀고 들어가자 아까보다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잠든 레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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