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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6화
작성일 : 18-12-28 20:16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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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인적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길을 따라 달렸으면 10분은 족히 걸렸을 거리를 두 명의 학살자는 5분도 안되어 빠르게 주파하고 있었다.

 거칠어지는 숨을 쫓아 하얀 입김이 도드라지게 새하얗게 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잠시 후 뒤덮은 높은 풀들 위로 불꽃을 하늘 높이 토해내는 또 다른 거인의 손가락이 보였다.

 손가락의 분출구 근처에 적힌 번호는 14번, 악귀의 기괴한 울음과 그를 상대하고 있는 학살자들의 정신없는 외침들이 들리는 것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았다.

 파사르는 마침내 얼기설기 포박하려 드는 풀의 미로의 끝을 알리는 머리 높이에 수풀의 허리를 양 쪽으로 꺾어 출구를 만들었다.

 14번 손가락이 밝히는 주변 지형은 곧게 뻗은 나무들이 아닌 뱀처럼 유연하게 비틀어져 있거나, 부자연스럽게 뒤틀려 대각선이나 호를 이루는 기둥 위로 소름끼칠 정도로 공허한 잔가지들을 가진, 잎사귀 없는 앙상한 흑단나무들이 즐비한 작은 숲이었다.

 

 “이거, 이거. 제대로 일 났군. 영장목과의 대형 짐승귀인데다 지형까지도 자기랑 안성맞춤인 곳을 골랐어.”

 

 가까스로 정강이에 덕지덕지 엉켜든 줄기를 뜯어낸 사마귀는 빽빽한 나무들의 각기 다른 형태들로 인해 손가락의 불꽃이 제대로 비춰들지 않아, 시계(視界)에 명확치 않은 가지들을 재빠르게 옮겨 다니는 악귀의 재주에 미간을 찌푸린 채로 명치를 압박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가까운 종을 뽑으라면 고릴라와 얼추 비슷했다.

 두 다리는 늠름한 상체에 비해 유난히 짧아 다소 빈약해 보였고, 허리를 세워도 발목부근까지 내려오는 길쭉한 팔은 얼핏 보면 나무의 일종이라 오해 할 정도로 굵었다.

 억세 보이는 거무죽죽한 털들은 안면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한가득 뒤덮고 있었으니, 아마 악귀가 지금처럼 퍼져있는 시대가 아니었다면 빅풋이라는 전설 속 괴생물체로 불렸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미지의 짐승은 나무의 가지와 줄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 잠시 모습을 드러냈을 뿐 또다시 나무가 만들어 낸 기이한 동굴로 사라져버렸다.

 

 “돌격하겠습니다.”

 “어이! 젠장, 나는 다른 놈들을 찾아 얼른 합류해야 겠구만.”

 

 파사르는 짤막하게 의사를 밝히고 나무가 만들어낸 그림자 소굴로 뛰어 들어갔다.

 마치 뿌리가 나무의 꼭대기에서부터 뻗쳐 내려가는 느낌이 드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나무의 줄기가 촉수처럼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괴한 형태의 흑단 나무숲의 중심부로 파고들은 파사르는 눈을 감고 숨을 멈췄다.

 나뭇잎이 없어도 잔가지들이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내어 하늘을 가리는 지라, 거인의 손가락의 불꽃이 제대로 스며들지 않아 눈으로는 주변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청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파사르는 박쥐의 초음파 따위는 흉내 낼 수 없지만, 인간이면 낼 수 없는 특정 소음─간혹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 짧게 연속적으로 내뱉는 거친 숨소리, 나무를 옮겨 다닐 때 나는 낮은 울림 등─을 찾아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들려오는 소리는 다양했다.

 상처를 입은 자들이 몇 있는지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흙바닥을 튀기며 내는 군집을 이룬 구두 소리가 내는 정렬되지 않은 소란스러움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악귀를 찾았다는 둥, 헛것을 본거라는 둥 하는 사방팔방에서 퍼지는 고함소리가 뒤섞여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긴 했으나, 파사르는 위아래를 부지런히 오가며 정신없이 파도치는 소리의 파동 안에서 그가 원하는 한 가닥을 정확히 추려냈다.

 굵직굵직한 나무를 쥐락펴락할 만큼 큼지막한 손으로 검은색과 갈색이 오묘하게 빌붙은 나뭇가지의 두터운 팔목을 척척 조였다가 풀어주는 소리.

 하지만 어째선지 일정해야 하게 들려야 할 그 소리는 하나가 아닌, 각기 다른 장소에서 불협하게 연주되고 있었다.

 

 “이봐, 검은 장미. 여기에서도 멍하니 서있다니 간덩이가 잔뜩 부푼 거 아니야? 그만 정신 차리고 내 장단에 알아서들 잘 맞추라고. 알아들어? 거기 어린놈도 말이야.”

 

 중년의 남성임을 가늠케 하는 쇳소리 섞인 목청이 스친데 이어, 어깨받이와 등받이에 검은 액체와 미세하고 징그러운 고체들로 장식한 가시를 잔뜩 치켜세운 잡식성의 겁 많은 짐승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파사르는 한가지의 전투방식을 고수하는 무식하고 늙은 학살자가 선보이는 완벽한 방어 자태에 새삼스레 감탄을 지었다.

 고슴도치는 두 다리를 앞뒤로 널찍이 벌려 서고, 몸을 잔뜩 웅크려 상체를 모두 가리는 원형 방패에 나있는 원추형 가시를 단단히 앞으로 세웠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든 스파이드 클럽을 마음만 먹으면 내려칠 수 있도록 어깨 위와 등 뒤로 기대었다.

 누군가가 온 힘을 다해 밀어도 흔들리지 않을 완벽한 균형으로 버티고 서있는 그는 고대 부족들이 세웠다던, 그들이 속한 부족의 번영과 영원한 안녕을 목적으로 한 토템들을 생각게 했다.

 

 “하하, 맨날 강아지새끼들만 상대하느라 지긋지긋했다고. 간만에 심장이 좀 오싹오싹해지는 기분이야. 좋아, 좋아. 어디 한 번 마음껏 덤벼보라고 멍청한 원숭이 자식아.”

 

 이글거리는 두 개의 도깨비불의 붉은 색채가 긴 꼬리와 잔상을 남겨 검은 바탕의 도화지에 섬뜩한 W자를 남겼고,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어 다가왔다.

 고슴도치는 어금니를 딱딱 부딪치는, 오금을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긴장감에 감각이 취했을 때 하는 행동을 취했다.

 느닷없이 찾아올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른 법이고, 고슴도치는 언제라도 즐겁게 죽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것이 갑옷과 방패로는 막을 수 없는 것들에 육체가 탐식당한 병사(病死)이거나 세월을 못 이겨 허무하게 눈을 감는 노사(老死)가 아니라면 말이다.

 

 시커멓게 보호색을 띄고 있던 놈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고슴도치는 놈에게 기억에 남을 환영식을 펼쳐주기로 했다. 그 안에서 고통은 부가적인 행복일 테고, 단말마의 비명이 식순의 화려한 마무리일 터였다.

 얼굴 가리개의 코 부분이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고, 스컬(투구의 기본 형태)상단부에는 닭벼슬이 얕게 솟아있는 투구의 일자형 시야구멍 안에서 학살자의 두 눈은 깜빡이지 않았다.

 옴짝달싹하지 않는 그의 몸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여러 끈끈이귀개목과(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등)의 식물 같이 함정 자체가 되어있었다.

 포식과 피식 관계에서 자신이 후자가 되어버린 줄은 꿈에도 모르는 불쌍한 희생양이 덫을 향해 짤막한 두 다리를 덮쳐왔다.

 

 “옳다구나.”

 

 불쌍하게도 녀석은 고슴도치가 자기방어를 위해 무수히 발전시켜온 가시에 닿는 순간까지도 억센 털과 질긴 가죽을 뚫어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미리 이빨을 꽉 깨물어 저리 듣기 흉한 외마디 소리 따위는 질러내지 않았을 테지.

 오만으로 인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악귀의 가랑이 사이를 뚫고 들어간 방패의 뿔─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뿌리까지 들어간 것을 보니 항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을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 곤봉을 든 학살자는 막대 대가리에 무수히 돋아난 가시들로 도망가려는 녀석의 꼬리뼈를 가차 없이 찍어 내렸다.

 
작가의 말
 

 올해의 마지막 주말이네요. 묘하게 서운한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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