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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과거 살인
작가 : 커트코베인0903
작품등록일 : 2018.12.28

내가 살아남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
그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2) 운수 좋은 날
작성일 : 18-12-28 13:53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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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태는 그 날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내 서주는 그가 교수가 되기를 바랐었다.

 

  “교수 사모님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교수가 되고 싶은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미국 유학 생활은 고단하고 힘들었다.

 

 교수가 될 거라는 희망만이 그를 잡아주었다.

 

 막상 한국에 오자 현실은 어두웠다.

 

 학력, 집안 모든 것이 되는 그였지만 교수 자리는 하늘에 별따기였다.

 

 기껏 돈 들여 해외유학까지 갔다 왔지만 석 ‧ 박사를 받은 교수 지망자들은 차고 넘쳤다.

 

 그나마 그가 나은 것이 있다면 인맥과 재력이었다.

 

 그는 그 둘을 이용해 마침내 교수 자리를 얻었다.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집 현관문을 열 때까지.

 

  “여보, 나왔어.”

 

  초인종을 눌러도 인터폰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초인종을 눌렀다.

 

 “서주야.”

 

 대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한 울타리 안에 옆집 사는 꼬마 지성이었다.

 

 지성이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가 고맙다고 한 뒤에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 가셨니?”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셨댔어요.”

 

  “그러니?”

 

  그는 자신의 밑에 서 있는 꼬마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이제 다섯 살이라는 지성이는 자신의 딸 예진과 동갑이었다.

 

 부유한 자신의 딸과는 달리 꾀죄죄한 옷을 입고 있는 까무잡잡한 남자 아이는 겉보기에도 가난해 보였다.

 

 그는 오전에 보았던 아이의 아버지, 병수를 떠올렸다.

 

  ‘뭐하는 남자일까?’

 

  그는 병수가 기껏해야 노가다판을 전전하는 막노동자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지성이에게 물었다.

 

  “네 아버지는 무슨 일 하시니?”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예술가세요.”

 

  그의 입에서 아, 하는 짤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도 이 꼬마아이가 예술가가 무얼 뜻하는지 알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예술가가 뭐하는 사람인 줄 알아?”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일 하는 사람이란다. 섬세한 사람이지. 네 아버지 섬세한 사람이니?”

 

  지성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가 지성이의 머리를 쓸어 만져주며 말했다.

 

  “넌 모르겠구나. 그만 들어가 봐라.”

 

  지성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허름한 단칸방 집으로 향했다.

 

  그는 마당을 걸어 자신의 집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는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웬일로 어두웠다.

 

 불이 꺼진 탓이었다.

 

 아내가 딸을 데리고 어디 간 건가 하며 그는 현관 불을 켰다.

 

 불을 켜자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참혹한 것이었다.

 

 거실 바닥이 온통 핏빛이었다.

 

 핏자국은 소파에도 묻어 있었다.

 

 아내가 거실 한 가운데에 칼에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

 

  “여보!”

 

  그는 안으로 뛰어들었다.

 

 쓰러진 아내의 윗옷이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아내는 한 쪽 귀가 잘린 채로 이미 죽어 있었다.

 

 죽은 아내를 황망하게 내려다보던 그가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예진이…예진이…예진아!”

 

  그는 집 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딸 아이 예진이의 이름을 외쳤다.

 

 2층으로도 올라가 보고 방마다 문을 열어 확인했다.

 

 그러나 예진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1층으로 다시 내려왔을 때, 바닥에 있는 핏자국이 욕실로 향해 있는 게 보였다.

 

 그는 불현 듯 떠오른 섬뜩한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중얼거리며 욕실로 갔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문을 열어 본 욕실 광경은 처참했다.

 

 샤워기의 물은 계속 틀어져 있었고 예진이는 목이 꺾인 채 죽어 있었다.

 

 그는 뒷걸음을 치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눈을 뜬 현실은 처절했다.

 

 그는 아내와 딸을 살해한 용의자가 되어 있었다.

 

 문을 열어두고 쓰러진 채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새벽녘에야 발견되어 경찰이 신고 접수를 받고 집에 왔다.

 

 신고를 한 사람은 옆집 남자 김 병수였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있어서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 마시고 오는 길에 주인집 문이 열려 있어서 안에 들어가 보니…….”

 

  근태는 거실에 기절해 있었고 그 옆에 아내 서주의 시체가, 욕실에서 예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처음에 현장에 있었던 근태를 용의자로 보았다.

 

 아내와 딸을 죽이고서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혼절해 있던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내와 딸의 살해 추정 시간에 그는 교수, 강사들과 주점에 있었다는 게 확인되었고 그의 혐의는 벗겨졌다.

 

  주변인들에 대한 모든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범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옆집 남자의 발은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은 족적, 280mm에 훨씬 못 미치는 260mm였다.

 

 게다가 옆집 남자 김 병수는 저녁부터 새벽 2시까지 동창회 모임에 가 있었다.

 

 살해 추정시간인 밤 열 시,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었다.

 

 병수를 위해 수많은 목격자가 증언을 해주었다.

 

 2006년 일어난 근태의 아내와 어린 딸 살해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궁 속에 빠졌다.

 

 그렇게 범인을 잡지 못한 채로 12년이 지나갔다.

 

 그에게는 엄연히 비극이 일어났지만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갔다.

 

 그는 폐인이 되었다. 다 된 정교수 자리를 그는 거절했다.

 

 정 교수 기회를 준 최 재성 교수가 안타깝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네만 그래도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는데…….”

 

  “죄송합니다.”

 

  그는 그 말만을 남긴 채 학교를 그만두었다.

 

 빈자리가 된 정교수 자리는 그의 라이벌 승현에게 갔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커다란 2층 집에 동그라니 혼자 남겨진 걸 참을 수 없었다.

 

 부동산에 말해 집을 내놓았다.

 

 옆집 남자에게는 보증금과 남은 월세를 주고 내보내기로 했다.

 

  “이만한 집이 없는데 아쉽게 됐네요.”

 

  돈이 없는 가난한 예술가인 옆집 남자로서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살림집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근태는 생각했다.

 

 그러자 미안한 마음이 다소 들었다.

 

  “미안합니다.”

 

  핼쑥해진 근태의 얼굴을 보며 옆집 남자 김 병수가 말했다.

 

  “아닙니다. 보통 일을 겪으신 게 아닌데…….”

 

  ‘보통 일을 겪은 게 아니다…….’

 

  그는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맞다, 자신은 보통 일을 겪은 게 아니다. 보통은 일어나지 않는 일을 겪었다.

 

 그걸 사람들은 비극이라고 한다.

 

  옆집 남자가 짐을 싸서 나가던 날 남자의 아들 지성이가 그의 집 현관문을 두드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안녕히 계세요.”

 

  마침 현관 앞 거실에 힘없이 앉아있던 그가 인사를 받아주었다.

 

 지성이가 돌아서서 가려는 찰나, 그가 지성이의 뒤에다 대고 물었다.

 

 “얘야, 네 아버지가 예술을 하신다고 했지?”

 

  그의 물음에 지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다시 물었다.

 

  “무슨…일을 하시는 거니?”

 

  그러자 지성이가 우물쭈물하더니 대답했다.

 

  “조각가요.”

 

  “그러시니?”

 

  지성이는 고개를 꾸벅하더니 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그는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냈다.

 

 그렇게 꼬박 3년을 지냈다.

 

 바깥 생활도 하지 않고 집에서 칩거하면서. 처음에 집을 팔았던 돈도 없어지자 본가에 손을 벌렸다.

 

 그의 부모님은 집에서만 생활하는 그를 답답하게 여겼다.

 

 보다 못한 그의 어머니가 나섰다.

 

  “그러지 말고 선이라도 볼 테냐?”

 

  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그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말했다.

 

  “네 심정은 이해를 한다만…죽은 애미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좋은 사람 만나야 하지 않겠니?”

 

  ‘내 심정을 이해한다고?’

 

  그는 반감을 느꼈다.

 

  ‘내 심정을 어떻게 이해해? 내 딸과 내 아내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는데…그것도 내가 그 날 일찍 집에 돌아갔더라면…아니 그 날 나가지 않았더라면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었을 거야. 그깟 교수 자리에 눈이 멀지만 않았어도…….’

 

  그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돈을 주는 조건으로 선을 보라고 했다.

 

 그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나왔다.

 

 돈이 없었지만 죽은 아내를 두고 새 여자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결국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전의 훤칠한 외모의 30대 시간 강사 명 근태는 없었다.

 

 축 처진 피부와 힘이 없는 굳은 얼굴의 어두운 인상의 40대 남자 명 근태만 있었다.

 

 그는 중 ‧ 고등 보습학원의 선생으로 일했다.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었고 의미 없는 나날들이 연속되었다.

 

 그는 자신이 들어갈 자리였던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정교수 자리를 승현이 꿰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심정은 의외로 덤덤했다.

 

 그에겐 더 이상 교수 자리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악몽과 함께 살았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쭉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는 경찰이 범인을 잡길 바라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바라지 않았다.

 

 그저 범인이 누구고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되었다.

 

 그의 손으로 끝내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의 손으로 범인의 숨통을 끊어놓고 싶었다.

 

 범인의 소식을 들을까 싶어 사건 담당형사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했다.

 

 그때쯤 담당형사 이 종우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연쇄살인이라고요?”

 

  그의 물음에 이종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아직 확실한 건 아닌데…살인귀 사건이라고 있어요. 범인이 항상 피해자를 죽이고 한 쪽 귀를 잘라내는 사건인데…….”

 

  그는 죽은 아내를 발견했을 때 한 쪽 귀가 잘려져 있었던 걸 떠올렸다.

 

  “내…내 아내도…그럼 연쇄살인이 확실한 게 아닙니까? 범인은? 범인은요!”

 

  그러자 이 종우가 신중한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그런데 연쇄살인마 살인귀는, 아…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아 살인귀라고 부르고 있어요. 특정할 수 없어 붙인 별명이니까…살인귀는 항상 피해자를 납치해서 살해하고 한 쪽 귀를 자른 다음 제 3의 장소에 갖다 버리거든요. 산속이랄지, 도로변이랄지…그런데 이처럼 피해자의 집에서 살인을 한 것은 처음이에요. 거기다 같이 죽은 따님의 귀는 잘리지 않았고요. 뭔가 일치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동일범의 소행인지 100% 확신하는 건 아닙니다, 아직.”

 

  중요한 건 범인이 잡혔느냐는 것이었다.

 

  “범인은요…범인은 잡지 못한 겁니까?”

 

  이 종우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워낙, 놈이 치밀한 녀석이라서요. 여태껏 살인에서 시체에 지문 하나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죠. 선생님 아내 분과 따님 사건도 역시 집 안 어디에서나 시체 어디에서도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괄목할 만한 것은 족적이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그것도 이렇다할 만한 수사의 단서가 되질 못해서…….”

 

  오랜만에 담당형사를 만나러 온 것인데 그로서는 답답함만 더 치밀어 올랐다.

 
작가의 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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