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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BL] 경계에 서다
작가 : 퍼플캣
작품등록일 : 2018.11.1

친구와 연인 사이, 경계에 서 있었던 두 소년이 10년 후 다시 만났다.
우린 과연 우정일까? 사랑일까?

 
30. 깨뜨리고 싶지 않은 관계
작성일 : 18-12-28 09:57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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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항복. 주현아. 진짜 너 왜 이렇게 잘해.”

 

 연이은 패배에 시무룩해진 선준이 조이스틱을 던지고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바닥에 앉아있던 주현이 키득키득 웃었다. 선준은 침대에 누워 주현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계속 이발을 하지 않았는지 머리카락이 목을 다 덮었다.

 

 “머리카락 많이 자랐네.”

 “응? 응. 뒷머리는 묶을 수도 있어.”

 

 게임으로 기분이 풀렸는지 목소리가 밝아진 주현이 손을 올려 뒤의 머리카락을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묶은 모습도 잘 어울렸다.

 

 “내가 묶어 줄까?”

 “어? 응. 여기 끈.”

 

 갑작스러운 선준의 제안에 주현이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선준에게 머리끈을 건네주었다. 상체를 일으켜 세워 앉은 선준이 조금 더 주현에게 다가갔다.

 

 선준이 손을 뻗어 주현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오랜만에 만지는 주현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보드랍고 폭신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자신의 머리를 묶으려 우왕좌왕하는 선준의 어설픈 손놀림에 주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다 됐다.”

 

 목을 덮고 있던 머리카락을 묶자 가는 주현의 목덜미가 더욱 잘 보였다. 술 때문인지 분홍빛으로 물든 주현의 목덜미를 만지고 입을 맞추고 싶어진 선준이었다. 수영하면서 많은 사람의 뒷덜미를 보아왔지만 만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선준은 홀린 듯 바로 눈앞에 있는 잘 익은 복숭아 같은 붉은 색 목덜미에 손을 가져갔다.

 

 “으... 간지러워.”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선준의 손길이 간지러웠는지 주현이 웃으며 살짝 몸을 틀었다. 주현의 반응에 선준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귓가에는 자신의 심장 고동 소리만 크게 울리는 것 같은 선준이었고, 이제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다. 선준은 본능적으로 주현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앗... 선준아...”

 

 작게 떨리는 주현의 목소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선준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다. 선준이 침대에서 내려와 주현을 마주 보고 앉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준의 행동에 주현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갈 곳을 잃은 듯했다.

 

 “키스하고 싶은데 괜찮아?”

 

 선준은 자신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현에게 의사를 묻고 싶었다.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냥 할 걸 그랬나? 아니야. 그건 성추행이야. 내가 왜 그랬을까?’

 

 선준은 주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긴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망설이던 주현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선준의 입술이 주현의 입술에 닿았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혀가 얽혔고, 서로를 탐했다. 입안은 말랑하고 뜨겁고 달았다. 심장은 두근거리다 못해 뻐근하게 아파 왔다. 이대로 펑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뛰었다.

 

 선준이 손을 들어 한 손으로는 주현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다른 손으로 주현의 티셔츠 안으로 넣어 배에서부터 쓸어올렸다.

 

 “으...읏...”

 

 자신의 가슴에 선준의 손바닥 감촉이 닿자 주현의 허리가 절로 뒤로 젖혀졌다. 선준은 봉긋 솟아오른 주현의 작은 돌기를 손가락을 어루만졌다. 꽤 강한 자극이었는지 주현이 선준의 목을 감싸 안아왔다. 선준은 잘게 떠는 주현의 몸이 귀여웠다. 수줍어했지만 자신을 원하는 주현의 반응에 더욱 흥분한 선준이었다.

 

 ‘키스에도 이렇게 귀여운 반응인데 이대로 주현이를 안으면 어떨까?’

 

 선준은 주현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반대로 두려운 마음도 생겨났다.

 

 ‘주현이와 한번 자고 나면 우리는 연인이 되는 거야? 아니면 그냥 불장난? 이대로 선을 넘어버린다면 우리가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들 너머로 주현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선준의 머릿속을 쫙 스쳐 지나갔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주현을 잃고 싶지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준이 급히 주현에게서 몸을 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하. 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바람 좀 쐬고 올게.”

 “응? 응.”

 

 선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주현이 놀란 표정으로 선준을 보고 대답했다. 선준이 도망치듯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다. 쾅-하고 닫힌 현관문에 기대서서 뒤로 머리를 박았다. 뒤통수가 얼얼해져 왔다. 하지만 통증보다 안에서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미쳤구나. 양선준.”

 

 차가운 밤공기가 피부에 닿았고, 제정신을 들게 했다.

 

 ‘그런데 주현이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정말 날 받아드리려고 했던 걸까? 도대체 내가 뭘 하려고 했던 거야?’

 

 조금 진정되자 주현이 자신만큼이나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던 게 생각난 선준이었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지? 으으으으으...”

 

 선준이 괴성을 내며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그렇다고 마냥 밖에서 이러고 있을 수는 노릇이었다. 어색하겠지만 술을 핑계 삼기로 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문이 열렸다.

 

 “어? 주현아. 가방은 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준의 앞에 가방을 메고, 신발까지 신은 주현이 서 있었다. 주현은 알 수 없는 미소로 선준을 보았다. 따끔. 주현의 미소에 왠지 모를 통증이 왼쪽 가슴에서 느껴졌다.

 

 “선준아. 아직 집으로 가는 막차 있으니까 오늘은 돌아갈게.”

 “응? 지금 가겠다고?”

 “응.”

 

 주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와 선준의 옆을 지나쳤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된 선준은 그런 주현을 잡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선준아. 이렇게 얼굴 봐서 좋았어. 잘 지내.”

 “응? 응. 주현이 너도 잘 지내.”

 

 인사를 건넨 주현이 선준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잡아야 하는 걸까? 잡아서 어떻게 할 건데? 없었던 일로 하고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있잖아. 뭘 고민하는 거야? 하지만 아까 주현이 얼굴이 상처받은 표정이었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

 

 선준의 머릿속에는 온갖 고민이 뒤섞였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고, 주현이 자신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저 바라만 보았다.

 

 겨우 마지막 기차를 탄 주현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깜깜한 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약간 후회를 했지만 그렇다고 선준을 좋아하는 마음을 품은 채로 선준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주현은 선준을 포기하려고 했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선준과의 키스는 상상했던 것보다 달고 뜨거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선준의 겁먹은 얼굴을 본 주현은 비로소 선준과 자신은 친구 이상으로는 안 된다는 것과 더 이상 선준과의 그런 관계를 버틸 자신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작하지 않았으니 상처받을 것도 없어. 요주현.”

 

 덜컹거리는 기차의 진동에 머리가 창문에 부딪혔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 정도의 아픔은 심장을 찌르는 통증보다 못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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