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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21세기 무인 더보기

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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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12화
작성일 : 16-07-10 16:59     조회 : 632     추천 : 0     분량 : 8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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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인종을 누른 후 10여 초가 지나자 인터폰으로 아까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동부서 강력반 임 형사입니다. 잠깐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한은 신분증을 여자가 볼 수 있도록 인터폰에 설치된 렌즈 앞에 펼쳐 보였다.

 “이 시간에 형사 분이 무슨 일이시죠? 급하신 일이 아니라면 날이 밝은 다음에 오세요.”

 의아함과 불쾌함, 경계심 등이 복잡하게 얽힌 여자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타고 흘렀다.

 한은 다시 섭혼대법을 운공했다. 이번에는 목소리에 삼성 정도의 기운만을 실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실례인 줄 알지만 급한 일입니다.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지금 옷을 갈아입던 중이라서요.”

 10여 초 뒤, 인터폰을 통해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사라져 있었다.

 곧 현관문이 열렸다.

 여자는 흰색 잠옷 위에 옅은 갈색의 긴 가운을 입은 모습이었고, 얼굴에 핏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대단한 미녀였다. 웬만한 모델 저리가라 할 정도의 미모였는데, 이마에 아직 가시지 않은 붓기가 흠이었다.

 “이런 새벽에 만나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분 정도면 되는데 안에 들어가도 될까요?”

 한은 여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수사는 일종의 기세(氣勢)다. 수사상 필요한 것을 탐문할 때 상대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굳이 기세를 선점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일단 상대의 기세를 제압해서 자신이 하는 말에 부담을 느끼게 해야 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상대에게는 무언가를 말해 주어야 한다는 심리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한이 여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한 것은 그 때문이다. 여자는 살짝 시선을 비꼈다.

 “들어오세요.”

 아파트의 내부는 50평이 넘어 보였다.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인테리어였는데 일반 가정집 분위기는 아니었다. 거실에는 붉은 색 통가죽 소파와 일본산 대형 텔레비전이 있었다. 안방의 살짝 열려진 문틈으로 보이는 거대한 침대는 최고급 유럽식 침대였다. 거실의 한쪽 면을 담당하는 유리창 너머 베란다에는 10여 개의 난 화분들이 놓여 있었는데, 난들의 잎사귀가 싱싱한 것이 집주인의 정성을 알 수 있었다.

 김상욱이 여자에게 대하는 태도로 보아 이 여자는 김주혁의 애인이 아닌 일종의 현지처 정도인 것 같은데도, 집안의 인테리어는 꽤나 값나가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김주혁이란 자의 재력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였다.

 한을 거실의 소파로 안내하고 건너편에 앉은 박윤주는 한쪽 팔을 소파의 팔걸이에 기대었다. 피곤함이 얼굴에 깊이 드리워져 있었다.

 “남의 집을 방문할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형사 분이 웬일이신 가요?”

 “김주혁이라는 사람을 아시지요?”

 한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그녀의 안색이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피곤으로 늘어졌던 몸이 꼿꼿해졌다. 왜 그의 이름이 처음 보는 형사의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새벽에 갑자기 찾아오셔서 난데없이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대며, 저에게 알고 있느냐고 물으시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그녀의 목소리에 피곤한 기색이 사라졌다. 오직 경계심만이 가득했다.

 “인계동에 있는 공원 옆에서 김상욱과 아가씨의 대화를 모두 들었습니다. 아가씨 말처럼 제가 경우가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새벽에 쓸데없이 아가씨와 머리싸움하고 싶지는 않군요.”

 한은 놀라 크게 떠진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섭혼대법을 운용했다. 그녀의 눈에서 검은 수정체가 사라졌다.

 

 

 아직 새벽이 오지 않은 밤하늘은 어두웠다. 별빛도 보이자 않는 밤이었다. 이제 사람들이 일어나 일터로 나갈 준비를 하는지 아파트의 곳곳에서 불이 켜지고 있었다.

 502동의 넓은 옥상에 앉아 한은 섭혼대법으로 박윤주에게서 알아낸 김주혁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가 김주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녀는 대명회나 진성파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김상욱을 먼저 만났기에 그나마 대명회란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 그녀를 먼저 만났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박윤주는 충청도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그 지역의 작은 건설회사에서 몇 달을 근무하다가 청주를 떠났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역에서 유명했다.

 자신의 미모에 빠져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남자들로 주변은 늘 만원사태를 이루었다. 그런 그녀가 월 70만원을 받으며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일종의 공주병에 걸려 있던 그녀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상경했다.

 하지만 단순히 외모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그녀가 구할 수 있는 직업은 거의 없었고, 주변에 꼬이는 남자 중 제대로 된 사람이 많을 리도 없었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남자들에게서 배웠다.

 그녀에게 접근한 남자들은 처음에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대해 주었지만 머리에 든 것도, 돈도 없는데다가 허영에 가득 찬 그녀에게 지친 남자들은 머지않아 미련 없이 그녀에게서 돌아섰다.

 그렇게 여러 남자들을 전전하던 그녀가 별다른 부담 없이 화류계로 들어선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서울의 룸살롱에서 그녀의 주가는 대단했다.

 예전의 기녀들은 시서금화에 능해야 인기가 있었다지만 현대의 룸살롱에 그런 기풍이 있을 리 없고, 룸살롱을 찾는 남자들이 그런 재능을 찾을 리도 없다.

 그녀의 미모와 잘 빠진 몸매만으로도 세상 남자들의 마음을 휘두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3년 정도를 보낼 때 김주혁을 만났다. 그녀는 봉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김주혁은 그녀가 일하는 룸살롱 킬리만자로에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왔다.

 그는 다른 손님들과 함께 오곤 했는데, 꼭 최고급 벤츠를 타고 왔고, 발렌타인 30년산을 세 병 이상 마시고 갔다. 아가씨들에게 주는 팁도 후했다. 행동에는 절도가 있었고, 다른 남자들처럼 아가씨들에게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

 2차를 함께 나갔던 아가씨는 밤일도 기가 막히게 잘 한다고 했다.

 박윤주는 4번째로 킬리만자로를 찾은 김주혁의 파트너가 되었고, 그 후 김주혁은 킬리만자로를 찾아올 때마다 꼭 그녀를 자신의 파트너로 불렀다.

 6번째로 김주혁이 찾아왔을 때 함께 2차를 나갔다. 호텔에서 한 차례 정사를 마친 뒤, 김주혁은 수원에 아파트를 사줄 테니 이 생활을 청산하라고 제의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제의를 승낙했다. 김주혁은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정이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까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사실 그런 것은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김주혁이 마련해 준 아파트와 BMW가 중요했다. 김주혁은 매달 생활비로 400만 원씩을 주었고, 심부름을 시키라며 자신의 부하인 김상욱을 보내주었다. 그녀가 꿈꾸던 생활이 열린 것이라고 그녀는 믿었다.

 김주혁이 섹스를 할 때 쾌감을 높여주는 보약이라며 권하는 약을 먹을 때도 그녀는 의심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 약을 먹지 않으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손발이 떨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김주혁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수원에 내려와 그녀를 찾았지만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부터 수원에 내려오는 시간이 뜸해지더니 1개월에 한 번도 잘 내려오지 않았다.

 약은 김주혁의 부하 김상욱을 통해 주기적으로 그녀에게 전해졌지만 그녀는 김주혁이 그리웠다. 아니 그의 육체가 그리웠다.

 그래서 그녀는 답답함을 풀러 갔던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정혁이라는 남자와 바람을 피우게 되었다.

 그녀는 약을 먹었지만 정혁에게 약을 줄 수는 없었다. 1년이 넘는 김주혁과의 생활에서 그녀는 김주혁과 김상욱의 정체를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절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마도 조직폭력배나 그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일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생각이 없더라도 1년이 넘게 자신이 투약하는 약이 마약이라는 것을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그처럼 마약을 자유롭게 취급할 수 있는 사람은 평범하지는 않다. 그런 약이 정혁에게 전해졌을 때 만약 발각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몸에 오한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정혁과의 관계는 김상욱에게 들통 났고, 그녀의 생활은 앞으로 더욱 끔찍해질 것이었다.

 그녀는 빠져나갈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이제 김상욱이 주는 약이 없다면 그녀는 정상적인 생활 자체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인 것이다.

 철대인(鐵大人)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감정의 흔들림이 거의 없는 한의 마음에 분노가 일고 있었다.

 사람을 성의 도구로 만들다니. 그것도 마약을 이용해서!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자였다.

 박윤주는 김주혁이 수원에 오는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다. 내려오기 하루 전 김상욱에게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으면 아름답게 치장하고 김주혁이 올 때까지 집 안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김주혁은 보통 그녀가 김상욱의 전화를 받은 다음 날 왔지만 이틀이나 사흘 뒤에 온 적도 있다고 했다.

 한은 박윤주의 잠재의식 속에 김상욱의 연락을 받으면 자신에게 지체 없이 연락하도록 섭혼대법으로 금제를 걸었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그녀의 주변에서 잠복하며 김주혁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력반 형사는 일에 치이는 직업인 것이다. 그는 건물과 건물의 옥상을 밟으며 바람처럼 아파트단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임한은 주택의 어두운 곳에 웅크린 채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순간적으로 20여 미터의 거리를 물러나 김주혁이 살고 있는 주택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에 접어들자 몸을 폈다.

 그가 마음먹고 움직인다면 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현대인은 아무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한과 같은 종류의 수련을 한 사람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움직임인 것이다.

 코란도로 돌아온 그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김주혁이 나간다고 했으니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차량 내부는 아직 초봄인지라 한기가 있었지만 이미 한서에 구애받지 않는 경지에 올라 있는 그에게 장애가 될 수는 없었다.

 11시가 조금 지났을 때 주택의 철문이 열리고 검은색 벤츠 두 대가 나왔다.

 두 대 모두 선팅이 짙게 되어 있어서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았지만 한은 두 번째 벤츠의 뒷좌석에 타고 있는 김주혁을 볼 수 있었다. 김주혁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

 한의 가시청거리는 400여 미터 정도였는데, 그와 벤츠와의 거리는 500미터가 넘기 때문이다.

 한은 코란도의 시동을 걸었다. 400미터의 거리가 떨어진 상태였지만 추적은 어렵지 않았다. 김주혁이 탄 벤츠가 철문을 벗어나 움직이는 동안 한은 벤츠의 엔진음과 바퀴가 움직이는 소리를 외웠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각자의 소리와 냄새가 있는 것이다.

 소나병들이 잠수함의 독특한 음문으로 다른 잠수함을 구별하듯 한은 모든 차량의 특징적인 소리로 차량을 구분할 수 있었다.

 코란도의 3센티미터쯤 내려진 창문 사이로 들리는 벤츠의 소리는 시동이 꺼지는 그 순간까지 그의 청각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천리지청술의 힘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김주혁이 내려올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박윤주가 연락한 것은 그녀에게 금제를 한 후 보름쯤이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8시쯤, 한은 벤츠를 타고 박윤주의 아파트로 찾아온 김주혁을 아파트 옥상에서 볼 수 있었다.

 한은 김주혁이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김주혁은 180센티미터가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군살이 없는 40대 중반의 사내로 발걸음이 가볍고 균형이 잡혀 있었다. 표정은 부드럽지만 눈매가 날카로웠다.

 겉모습만으로는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범죄단체의 일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한 인상이었다.

 한은 그 날 김주혁의 벤츠를 운전하는 자에게 섭혼대법의 정신금제를 베풀었다.

 처음에 한은 김주혁에게 섭혼대법을 걸려고 했으나 김주혁에게서는 무언가 꺼려지는 것이 있었다. 그를 보는 한의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그 날 이후 김주혁의 움직임은 그의 시야를 벗어날 수 없었다. 섭혼대법의 금제를 당한 김주혁의 운전기사 유병국은 자신이 한에게 연락을 하면서도 그 사실을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상태였다.

 김주혁의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한의 마음속에 분노는 점점 커져 갔다. 김주혁은 두 달 동안 여섯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도시마다 여자가 있었고 6명의 여자가 모두 박윤주와 비슷한 상태였던 것이다. 여자들은 마약에 중독되어 김주혁의 성노예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주혁은 자신이 직접 마약을 거래한다거나 범죄의 현장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두 달 동안 김주혁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만 운전기사 신분인 유병국이 김주혁의 사업에 대해 아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한은 김주혁의 범죄사실에 대해 증거를 잡을 만한 현장은 발견하지 못했다. 김주혁은 생각보다 용의주도한 자였다. 그가 목표로 했던 김주혁의 윗선, 대명회 간부와의 접촉은 더더욱 발견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런 상태로 두 달이 흘렀다.

 

 

 한은 김주혁의 경호를 담당하는 듯한 자가 집 안에서 했던 말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자의 말에서는 ‘회장’이라는 윗선과 김주혁이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은 김주혁이 만난다는 회장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단서가 잡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두 달 동안 김주혁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쫓아다녔지만 대명회와 관련된 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김주혁이 만나는 자들의 면면이 한국사회에서 거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그자들은 정치, 경제, 문화 각 방면에서 대단한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 때문에 한의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김주혁이 만나는 자들이라 인상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김주혁과 같은 범죄자는 아니다. 겉으로 볼 때 김주혁 역시 범죄자가 아니다. 그는 멀쩡한 회사의 사장이고 재력이 있는 멋진 남자였다.

 김주혁이 만나는 거물들 모두가 거대한 범죄단체의 일원이라는 식의 접근을 하려고 한다면 수사를 개시하기도 전에 한은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파출소로 발령이 날 것이고, 그곳에서 꽤 오랫동안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 거의 확실했다.

 한국사회에서 돈과 권력은 무서운 것이다. 김주혁이 만나는 자들에겐 그럴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한은 잘 알고 있었다.

 한은 조장에게도 반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이야기해서 김주혁과 김상욱을 잡아넣는다 해도 그자들에게는 마약에 관한 법률 외에는 처벌할 방법이 없었고, 김주혁의 재력이라면 거물 변호사를 고용해서 금방 나올 것이었다. 결과가 뻔한 일이었다.

 한이 김주혁에게 섭혼대법 최후 단계의 금제를 가할까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했다. 섭혼대법은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인공지능이 약했다. 일정한 조건하에서만 발동하기 때문이다. 가령 운전기사인 유병국은 김주혁이 집을 벗어나 다른 사람을 만날 때만 전화를 하는데 전화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만 하도록 금제되어 있다. 유병국이 그렇게 행동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다. 유병국의 신분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주혁은 전국구 조폭집단인 진성파에 지시를 해서 행동대장을 비서로 빼올 수 있는 힘이 있는 조직의 경인지역 지부장인 자였다. 그 정도의 능력이 있는 자가 만나는 자들이 평범할 리가 없고 김주혁의 행동에 의심을 품는 자가 생긴다면 오래지 않아 파탄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섭혼대법으로 피시술자의 행동을 장악하고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움직이게 하려면 김주혁의 영혼을 완벽하게 금제해야 하는데 한은 그 방법을 취할 수 없었다.

 섭혼대법 최후의 단계인 탈혼(奪魂)의 수법은 상대를 죽이는 것보다 더욱 잔혹한 것이고, 시술자조차도 해지가 불가능한 수법이다.

 한의 목적은 범죄자들을 잡아들여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데 있지, 범죄자의 영혼을 파괴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의 능력은 초인적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가 손을 쓸 때는 인정사정이 없고, 스스로도 자신이 법을 위반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타인의 생사여탈을 좌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것은 능력과는 다른 문제였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수월하게 뺏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혼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목숨보다도 중요한 것이 영혼이다.

 탈혼된 자는 혼주(魂主)를 찾아서 죽어서도 이승을 부유(浮遊)하게 된다. 그 끔찍한 위력 때문에 섭혼대법(攝魂大法)은 마교(魔敎) 본전(本殿)의 절기(絶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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