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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막;정상회담_15화
작성일 : 18-12-28 05:37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8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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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이라니!"

 

  아모이가 탄식했다. 이전까지 '황비폐하와 함께 루픽 광장에 간다면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열심히 피력하던 그녀는 대체 어딜 갔나 싶었다.

 

  "같이 간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차도 마시고, 구경도 하고 말이에요!"

 

  이젠 거의 울상이었다. 니타스 또한 못지않게 침울해 보이는 것이, 그 아름다운 황비를 두고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애석한 모양이었다.

 

  "우리 나가서 꼭 황비 폐하의 선물을 사 와요! 선물을 빌미로 다시 한 번 뵙게요!"

 

  아모이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소리쳤다. 니타스도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격하게 동의했다.

 

  "아니면 이번 해엔 축제도 없으니까 휴가를 내고 또 오죠."

  "와, 언니 정말 최고예요."

 

  아모이가 니타스를 추켜세웠다. 니타스는 이미 두 달 치의 일을 한 달 안에 끝내버릴 커다란 각오를 다진 눈빛이었다.

 

  "일단 오늘 루픽 광장에 구경 갈 때 있는 돈 없는 돈 다 챙겨 가자고요.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은행부터 들러야겠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환전 많이 해 놓는 건데."

 

  그들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황비와 만날 수 있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별궁의 방에 도착했다. 방 앞에서 대기하던 시녀에게 루픽 광장에 갈 마차를 미리 대기시켜 달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간단하게 돈만 들고 나옵시다."

 

  니타스의 단호한 목소리에 세리피가 웃으며 말렸다.

 

  "혹시 모르니 겉옷을 좀 입으렴."

  "제국은 [지아나]보다 더운걸요. 겉옷은 안 입어도 돼요."

 

  니타스는 따로 환전해 두었던 돈을 찾아야 한다며 급히 자신의 방으로 갔다. 아모이도 얼른 걸음을 옮기기는 마찬가지였다.

 

  "금방 올게요! 전하의 방 앞으로요!"

  "저도요!"

 

  이미 저 멀리서 방문을 열던 니타스가 외쳤다. 세리피는 웃으며 시녀가 열어주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회담에 참석하기 직전까지 잔뜩 차려져 있던 티 테이블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편지.

 

  세리피는 잊고 있던 것을 발견하곤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폐비, 켈리에게서 온 편지였다. 잠시 읽을까 말까 고민한 세리피는 옛정을 생각해, 한 번쯤 읽어 보기로 결정하곤 편지를 펼쳤다.

 

  [친애하는 [지아나]의 여왕, 세리피 풀크리투도에게.]

 

  ……'에게'?

 

  세리피가 눈살을 찌푸렸다. 편지는 분명 제국의 백작가로부터 왔다.

 

  아무리 종속국이라 하여도 [지아나]는 자주권을 인정받은 왕국.

 

  아무런 작위도 없는 '백작가 영애'가 이웃나라의 왕족, 그것도 현재 집권중인 '여왕'에게 존칭도 붙이지 않다니?

 

  세리피는 더 이상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아서 대충 눈대중으로만 훑어보았다. 제국의 편지 형식이 그렇듯, 날씨 이야기와 안부 묻기를 선두로, 만난 지 오래 되었는데 주말까지 제국에 머무른다면 한 번 만나는 것이 어떻겠냐는 용건이 줄줄이 이어졌다.

 

  굳이? 폐비까지 된 상황에서 외국 여왕과?

 

  세리피는 자신에게 존칭을 붙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작인 '아모이'와 '니타스'도 존칭 없이 이름만 부른 편지를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직 본인이 황비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제 더 볼 필요도 없겠네. 세리피가 편지에서 눈을 떼고 '벽난로에 던져버릴까'하고 생각한 그 순간, 조용한 방 안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정말 지갑만 가지고 나온 거야? 세리피가 놀라서 방문을 돌아보았는데, 밖에서 대기하던 시녀는 의외의 말을 전해 올렸다.

 

  ~"전하, [스웰]의 국왕 전하이십니다."~

 

  뉴?

 

  뉴가 직접 세리피를 찾아올 만한 일은 없었다. 어차피 오늘 저녁도 왕들과의 친목 만찬과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눈썹을 찌푸린 세리피가 문을 향해 답했다.

 

  "들어오라 하세요."

  "안녕, 세리피."

 

  문을 열고 들어온 뉴의 금빛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분명 다갈색인데, 어쩜 저렇게 빛만 받으면 찬란한 금빛이 도는지. 정말이지 그가 늘 짓는 표정만큼이나 몽환적인 머리카락이었다.

 

  "웬일로?"

  "내가 솔깃한 말을 들었는데 말이야."

 

  뉴가 방으로 들어서며 뒤로 문을 닫았다. 솔깃한 말이라니. 왕들과 다 같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나? 세리피는 뜬금없이 찾아온 그가 대뜸 꺼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눈썹을 찌푸린 그대로 다시 물었다.

 

  "무슨 말?"

  "황비 폐하를 또 뵈러 간다면서. 이따 늦은 오후에."

 

  뉴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세리피의 얼굴에 경악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방금 황비와 식사를 했고, 곧바로 방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그 사이에 별궁에서 무언가 말을 전하러 왔던 사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황제까지 참석한 식사자리에서 오갔던 가십거리들을 전하기 위해 그 먼 별궁까지 발에 땀나도록 뛰어 다닐 궁인들도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나, 꿈이라도 꾼 건가? 아니면 이 녀석, 사실은 꿈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사람 무의식도 들여다보는 거 아니야?

 

  "요정들이 알려줬지."

 

  뉴가 세리피를 정면으로 가리켰다. 세리피는 뒤를 돌아보려다가 그녀 앞에 휙 하고 지나가는 푸른 불빛을 발견했다.

 

  "요정들의 소문이 빠르긴 빠른가 보더라고."

 

  뉴가 순해빠진 미소를 지었다. 결국 요정들이 전해준 남의 말이나 엿듣고 온 주제에 저런 해맑은 미소라니. 세리피는 창문 밖에도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불빛들을 알아차렸다.

 

  "[제피리아]만 오면 이렇다니까."

  "아무튼, 우린 밥 먹는 내내 황비 폐하 얘기만 했어. 카이샤하스의 국왕 전하께 흥미로운 얘기도 듣고 말이야."

 

  뉴가 방글방글 웃으며 세리피를 흘겨보았다.

 

  "궁금하지 않아?"

 

  세리피는 별로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서신을 빈 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뉴는 세리피가 권하지 않아도 알아서 티 테이블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그녀가 내려놓은 서신을 흘깃거렸다.

 

  "이건 뭐야? 나 봐도 돼?"

  "맘대로."

 

  세리피는 관심 없다는 투로 대충 대답하곤 소지품을 늘어놓은 탁상으로 다가갔다. 지갑이 여기 어디 있을 텐데. 세리피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모른 체 했다. 뉴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정말 그가 읽어도 상관없는 서신이기도 했고.

 

  세리피는 탁상 위의 물건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황제 폐하와 황비 폐하의 결혼식 일화라면 우리도 들었어."

  "결혼식 일화? 이런, 우리 거래할 게 있겠네. 우리가 들은 건 결혼식 일화가 아니거든."

 

  그는 분주한 세리피를 흘끗 거리며 서신을 읽었다. 아마 그녀가 루픽 광장에 갈 것이라는 것도 다 듣고 온 모양이었다.

 

  "음, '켈리'라면 폐비된 전 황비 아니었나?"

 

  뉴의 눈썹이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마음 같아선 그대들이 당도할 황궁에서 맞아주고 싶었지만~]? 황궁 출입을 금지 당했다고 들었는데?"

  "바쁘니까 나중에 오는 거 어때. 이제 나가봐야 하거든."

  "매정하긴."

 

  분명 그가 하는 말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인데, 그의 목소리 톤이나 억양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술이라도 잔뜩 취해 너무나 기분이 좋은 사람처럼, 그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그는 흥미가 떨어진 서신을 다시 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사실, 황비 폐하가 궁금해 죽겠어. 이따 황비 폐하를 만나러 갈 때 나도 끼워주면 안 될까? 아까 점심 식사 때 요정들이 한데 모여 황비 폐하의 모습을 재현해 줬는데, 굉장히 미인이었거든."

 

  새파랗긴 했지만 말이야. 뉴의 말에 세리피는 그를 돌아보며 코웃음 쳤다. 뉴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몰라서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왜 그래?"

  "'굉장히 미인'이라고?"

 

  세리피가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뉴는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피는 자긍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뉴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다시 한 번 물어보려는 찰나,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전하, 시간이 없어요! 빨리 나오세요!"~

  ~"머리 만지는 건 마차에서 해요! 제가 해 드릴게요!"~

 

  세리피의 방 문 밖에서 [지아나]의 여공작들이 간절하게 그녀의 방문을 긁어댔다.

 

  그들의 열렬한 목소리를 들은 뉴가 눈썹을 조금 더 올렸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반쯤 감긴 눈이 제대로 떠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슨 일이야, 저게?"

  "들어와."

 

  세리피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니타스와 아모이가 양쪽의 문에 각각 매달려 쳐들어왔다.

 

  "전하, 당장 출발해야 돼요! 시녀가 그러는데, 은행에 사람이 그렇게 많대요."

  "왕복 한 시간에, 구경하고 선물 살 시간을 따지면-! 라롸님?!"

 

  그제야 티 테이블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앉아있는 뉴를 발견한 아모이와 니타스가 급히 몸가짐을 바로 했다.

 

  "안녕-."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오후에 다시 알현할 황비 폐하를 같이 뵈러 가자고 조르는 중이었지."

  "황제 폐하께 허락 받고 오세요."

 

  니타스가 딱 잘라 말하곤 곧바로 세리피에게 다가갔다.

 

  "전하 지갑 이쪽에 있어요. 제가 아까 정리했거든요."

  "겉옷은 제가 봤어요."

 

  아모이가 갈색 가죽 끈이 달린 하얀 짐 가방에 다가갔다. 여인들은 발등에 불똥이라도 떨어진 양 분주하기 그지없었다.

 

  "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황비 폐하의 선물을 사러 갈 거예요. 그리고 티타임에 라롸님을 몰래 데려갔다간 다시는 황비 폐하를 못 보게 될 수도 있으니 정중히 사양하겠어요."

 

  아모이가 짐 가방에서 꺼낸 두 개의 겉옷을 세리피에게 대 보고 그 중 하나를 골라들었다.

 

  "가시죠, 전하!"

  "지갑하고 [지아나] 돈, 이것만 챙기면 돼요?"

 

  니타스가 급한 마음에 세리피에게 따지듯 물었고, 세리피도 진중한 눈빛으로 여공작이 든 것들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됐어."

  "아니, 이봐, 잠깐만."

 

  정신없이 굴러가는 상황에 뉴가 급히 손을 들며 말을 꺼냈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 잠깐의 시간이 없어요."

 

  니타스가 자신이 챙겨온 가방에 세리피의 지갑과 돈주머니를 넣고 잰 걸음으로 방을 가로질렀다. 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리피를 불렀다.

 

  "이것 하나만 알려줘. 황비 폐하가 정말 그렇게 미인이야?"

  "'미인'이냐고요?!"

 

  세리피의 팔짱을 낀 채 그녀를 질질 끌다시피 하던 아모이가 되려 언성을 높이며 되물었다. 뉴가 놀라 눈을 크게 떴고, 아모이는 앙칼지게 대답했다.

 

  "황비 폐하는 아름다움, 그 자체예요!"

  "안녕, 뉴. 저녁식사 때 보자고."

 

  세리피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섰다. 주인 없는 방에 홀로 남겨진 뉴가 울상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제 폐하께 정말 허락받아야 하는 건가. 뉴가 아무리 세상 걱정 없이 잠에 취해 살아도 확률이 있고 없고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그런 뉴가 생각하기에도, 황제가 종속국 국왕들에게 황비의 알현을 허락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

 

 

 

 

  "금목걸이요?"

 

  켈리의 미간에 연한 주름이 생겼다.

 

  "이렇게나 좋은 걸요?"

  "은은 색이 변질되기 쉽잖아."

 

  레베카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꾸했다. 그녀는 여전히 진열된 금목걸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중이었고, 켈리는 이렇게나 비싼 것을 선물해야한다는 점이 못내 불만스러웠다.

 

  "전에 벤치스 대공작전하께서 '린'은 금 장신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랬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좋은 선물을 했다간 의심받을 거예요. 켈리가 투덜거렸다. 물론 그녀가 한 말의 목적은 '그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큰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레베카는 켈리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더니 그녀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 그럼 은으로 하자."

 

  은으로 하는 대신, 팬던트가 크고 화려한 것을 고른 레베카가 후작가의 이름으로 값을 치르고 포장은 푸른색 벨벳 상자로 할 것을 주문했다. 장신구를 직접 댁까지 배달해 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주소를 불러준 레베카는 영 석연찮은 표정의 켈리와 함께 귀금속 가게를 나섰다. 레베카는 켈리의 불만스런 눈빛을 무시했다. 여전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여자라니까.

 

  "그나저나, 세리피에게 편지 제대로 한 것 맞아? 답장 올 때 안 되었어?"

  "회담이 끝나고 답장하면 오늘 오후잖아요. 내일까지 기다려 봐요."

 

  레베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광장을 둘러보았다.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쇼핑을 나온 귀족부터 물건을 배달하는 평민까지, 루픽 광장의 오후는 늘 북적거리고 활기찼다.

 

  "차나 마시러 갈까."

  "어머, 저 사람, 세리피 아니에요?"

 

  켈리가 급히 레베카의 팔을 톡톡 쳤다. 레베카는 켈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늘씬한 몸에서 흘러나오는 여전사의 풍채. 풍성한 금발을 한쪽으로 늘어뜨린 그녀는 레베카가 기억하는 [지아나]의 여왕, '세리피'였다.

 

  "나와 있는 걸 봐선 이미 답장했다는 뜻이겠죠? 집에 가면 편지가 와 있겠어요."

 

  켈리가 좋아라, 했다. 레베카는 길 건너 장식품 가게 앞에서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는 세리피와 아모이, 니타스를 잠시 바라보다가 켈리를 돌아보고 고갯짓했다.

 

  "가보자."

  "그래요."

 

  레베카와 켈리가 같이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아주 가까이 다가올 때 까지, [지아나]의 여인들은 물건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어머, 전하. 이 상아 조각 굉장히 멋있네요."

  "이 보석함은 [스웰]에서 수입한 것 같은데. 혹시 [지아나]에서 수입한 물건은 없나요?"

 

  니타스가 가게 직원을 붙잡고 묻자, 그는 곧 그녀들을 [지아나]에서 수입한 물건들이 즐비한 가판대로 안내했다. 자국에서 보던 것들과 비슷한 장식품들을 발견한 니타스가 중얼거렸다.

 

  "살다 살다 제국에서 [지아나] 수입품을 구입하게 될 줄이야."

  "그러니까요. 하지만 [지아나] 국민들이 [스웰]의 물건을 선물하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그건 그렇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던 아모이는 선반 위에 놓인 장식품을 발견했다. 예쁜 핑크색이 반짝이는 그것은 누가 봐도 귀한 물건이라는 듯, 따로 잠긴 유리함 안에 들어있었다.

 

  "전하, 저 위에 있는 보석 산호 어때요? 저거, [지아나]에서도 귀한 거잖아요. 저기요! 저 보석 산호 얼마에요?"

 

  아모이가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직원은 제국민 남성이었는데, 그렇게 남성들이 신기하여 말 붙이기도 민망하다던 아모이는 이제 빨리 가격이나 알려달라는 눈빛으로 직원을 재촉하기에 이르렀다.

 

  "저 보석 산호는 특별히 수입해온 물건이라, 가격이 좀 나갑니다. 2유니예요."

  "유니?! 유니라고 하셨어요, 지금?!"

 

  아모이가 놀라 소리쳤다. 아무리 보석 산호가 귀해도 그렇지, 부르는 게 값인 거야? 그런 거야? 아모이는 순식간에 계산된 자국 돈의 액수에 아연실색하여 낯빛이 하얗게 질렸지만 니타스는 좀처럼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서 눈썹을 찌푸리고 아모이를 돌아보았다.

 

  "2유니가 얼만데?"

  "4백만 '이로'요!"

 

  아모이의 말에 니타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뭐?! 저 정도 크기면 많이 받아봐야 70만 이로 아니야?!"

  "전하, 저거 말고 다른 걸로 사요!"

 

  아모이가 불만스럽다 못해 화난 얼굴로 세리피를 돌아보았다. 세리피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다른 걸로 하자."

  "세리피."

 

  세리피?

 

  세리피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황비가 궁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이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나 편하게 부를 '여인'은 카이샤하스 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세리피는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오랜만이네요."

 

  세리피는 달갑잖은 얼굴들을 발견하곤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졌다. 폐비된 전 황비, 레베카와 켈리였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너무나 당당한 눈빛의 폐비들은 별다른 인사도 없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었다.

 

  "반가워요."

  "아모이, 니타스. 얼굴색이 좋아 보이는군요. 잘 지냈나요?"

 

  존칭 없던 편지는 실수가 아니었구나. 세리피가 눈살을 찌푸렸다.

 

  "안녕하신가."

 

  세리피의 말에 순간 레베카와 켈리의 낯빛이 싸해졌다. 아모이와 니타스는 세리피의 양 옆에 서서 대답 없이 가만히 그들을 마주보았다. 뭐지? 이 여자가 왜 이러는 거야. 잠시 눈치를 살피던 켈리가 적막을 깨고 조심스레 물었다.

 

  "세리피, 서신은 받아 보셨나요?"

  "확인 했네."

 

  세리피의 말에 아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리피를 바라보았다가 아, 하고 다시 켈리를 돌아보았다. 오늘 아침에 온 서신이 그거였구나. 사실 뭐가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말이다.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켈리가 우아하게 웃어보였지만 세리피는 마주 웃어주지 않고 딱 잘라 말했다.

 

  "기다릴 필요 없네. 하지 않을 것이니."

  "……네?"

 

  켈리가 당황하여 멍하니 되물었다. 이렇게 직설적인 언사는 카이샤하스 제국의 귀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나마 그들이 황비였을 적에나 세리피가 신경 써서 말해주었지,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랐다.

 

  가운데서 빠르게 눈치를 살피던 레베카가 사교용 미소를 띠우며 끼어들었다.

 

  "그럼, 만난 김에 차나 한잔 같이 하지 않겠어요?"

  "아니, 우린 따로 갈 곳이 있어서 이만."

 

  세리피는 차갑게 내뱉으며 그들을 지나쳤다. 아모이와 니타스 또한 자신들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은 폐비들을 노려보며 한 치의 실수도 없는 요염한 걸음걸이로 자신들의 주군을 따랐다. 가게를 나오자마자 니타스가 찌푸린 얼굴로 토로했다.

 

  "라롸님이 꿈이라도 선물하신 거 아니에요?"

  "맞아요. 완전히 꿈속에서 사는 것 같은데요."

  "꿈속에서는 아직 황비인가 봐요."

 

  평소 같았으면 아무리 저들이 폐비라도 말조심하라며 한 마디 했을 세리피였지만, 그녀도 오늘은 가만히 표정만 굳힐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들이 방금 걸어 나온 가게에선 나이든 공녀들이 이를 갈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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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막;궁전_7화 2018 / 12 / 19 241 0 8131   
6 1막;궁전_6화 2018 / 12 / 19 259 0 9008   
5 1막;궁전_5화 2018 / 12 / 16 232 0 6929   
4 1막;궁전_4화 2018 / 12 / 14 256 0 9642   
3 1막;궁전_3화 2018 / 12 / 12 239 0 8478   
2 1막;궁전_2화 2018 / 12 / 11 251 0 11021   
1 1막;궁전_1화(프롤로그) 2018 / 12 / 10 420 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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