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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막;정상회담_14화
작성일 : 18-12-28 05:36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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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한참을 걸어 본궁에, 그것도 중심부에 있는 방에 다다른 로렌스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지아나]의 어린 공작 아모이는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냐고 세 번째 물어보려던 것을 급히 삼켜냈다.

 

  "여기야."

 

  로렌스가 찌푸린 얼굴로 방문을 가리켰다. 뭔가 굉장히 불만스러워 보이는 그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심통이 난 것 같아 보이는' 그는 선뜻 문을 두드리질 않았다.

 

  "오셨다고 아뢸까요?"

 

  지금껏 조용히 따라온 레이가 가만히 물었다. 로렌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어보이곤 손수 문을 두드렸다.

 

  ~"로렌스?"~

 

  문 안에서 들려온 작은 목소리에 아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리피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그래, 굉장히 예쁜 목소리야. 진정해, 아모이.

 

  흥분한 아모이에게 눈빛으로 말한 세리피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세리피는 이전 황비들과 공적으로 꽤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었고, 그들이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제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기억했다.

 

  '로렌스'라니. 말도 안 되는.

 

  게다가 더 충격적인 건, 황제는 아이린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게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로렌스는 아이린의 부름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불만스런 콧김을 두어 번 뿜다가 세리피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대답 안 하고 뭐합니까? 세리피가 눈으로 물었다. 그녀의 문책하는 눈빛에 로렌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응, 나야."

 

  세리피가 무언의 압박을 끝내고 다시 문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문이 열리며 자그마한 얼굴이 빠끔 내밀어졌다.

 

  "당신 오늘 바쁘다고-. 어머."

 

  아이린이 로렌스를 따라온 여인들을 발견하곤 똑바로 섰다.

 

  "안녕하세요."

 

  와. 세상에. 카이샤하스여.

 

  세리피와 아모이, 그리고 니타스는 멍하니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아이린이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화사하게 웃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 '아이린 카이샤하스'입니다. 로렌스, 이 아름다우신 분들은 누구시죠?"

 

  아이린이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물으며 남편을 돌아보았다. 세리피는 자신이 무례하게 황비 폐하의 앞에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로렌스는 꿍한 얼굴로 웅얼거리듯 설명했다.

 

  "[지아나]의 국왕인 세리피와 그 나라 공작들이야."

 

  로렌스의 불친절한 설명에도 아이린은 너무나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그들을 환대했다.

 

  "높으신 분들이 방문해 주셨군요!"

 

  감히 우리에게 '높으신 분'이라니. 황제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면서, 우리에겐 높으신 분이라고? 아모이와 니타스는 몸 둘 바를 몰라 머리를 조아렸다.

 

  "카이샤하스의 황제, 그 분의 고결한 사랑을 받으시는……."

 

  세리피는 아이린의 진푸른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치자 숨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존경의 뜻으로 깊이 상체를 숙여 보였다.

 

  "……아름다우신 황비 폐하께 [지아나]의 국왕, '세리피 풀크리투도'가 인사 올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

 

  아이린이 마주 인사하려 하자 레이가 곧바로 손을 뻗어 그녀의 시선을 앗아갔다. 레이는 고개를 까딱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작게 손사래를 쳤다.

 

  "아."

 

  아이린이 민망한 얼굴로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가 상체를 곧게 세운 채로 말했다. 세리피는 레이를 흘끗 돌아보았지만 그는 아이린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문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던 아이린이 문을 조금 더 열어보였다.

 

  "일단 들어오시겠어요?"

  "점심 먹으러 가자."

 

  로렌스가 짤막하게 말했다. 아이린은 밝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좋아요. 어디에서 먹을까요?"

  "가까운 곳에서 먹지."

 

  로렌스는 아이린과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고, 레이가 시종에게 무어라 말하며 식사를 준비시켰다. 그들은 시종의 안내에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또 기나긴 여정이 시작 된 건 아닌지, 아모이는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춥지 않아?"

 

  아직 아침에 싸운 일로 부루퉁하니 화가 나 있는 황제가 한 말이었다. 세리피와 아모이, 니타스는 이번에도 입을 떡하니 벌리고 황제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궁 안이잖아요?"

  "왜 그런 옷만 입어. 다른 따뜻한 옷들이 많은데."

  "하나도 안 추워요."

 

  아이린이 웃으며 로렌스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그를 진정시키고자 한 제스처였으나 단 한 번도 전 황비들과 로렌스 사이에 그런 장면을 본 적 없었던 여인들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리 와."

  "안 돼요. 높은 분들 보는 앞에서."

 

  아이린이 조용히 타박했다. 로렌스는 [지아나] 일행을 흘끗 돌아보더니 무슨 상관이냐고 징징댔고, 아이린은 끝까지 안 된다고 버티다가 결국 거대한 그에게 작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아이린의 손을 맞잡은 로렌스는 잠시간 그녀를 못마땅한 듯 바라보더니 곧 체념하고 안내하는 시종의 뒤를 따랐다.

 

  "카샤스여."

 

  니타스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중얼거리고 싶은 건 세리피와 아모이도 마찬가지였다.

 

  오, 카샤스여. 정녕 제가 보는 것이 현실입니까?

 

  "놀라기엔 이릅니다."

 

  레이가 웃으며 돌아보았다. 그의 말에 여인들은 더욱 크게 입을 벌렸다. 아모이는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 세 두루마리는 되어 보였다.

 

  아모이가 잡고 있던 세리피의 손목에 힘을 주었다.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세리피가 팔을 조금 흔들자, 아모이가 더 세게 흔들었다.

 

  "저것 보세요, 전하."

 

  아모이가 잇새로 중얼거렸다. 아까 니타스가 중얼거리던 말을 로렌스가 알아들어서 더욱 소리를 낮춘 것이었는데, 사실 그리 큰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레이가 용케 알아듣고 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세리피는 아모이가 턱짓한 곳을 바라보았다. 저 앞엔 황제와 황비가 나란히 손을 잡은 채로 걷고 있었는데, 첫째로 나란히 걷는 것도 충격이요, 둘째로 손을 잡고 가는 것도 충격인데 로렌스가 앞은 하나도 보지 않고 오직 아이린만을 바라보고 걷는 것은 가히 전 황비들이 거품 물고 뒷목 잡을 일이었다. 저렇게 끊임없이 쳐다보다간 눈에서 아이린을 향한 마음이 응축된 꿀이라도 떨어질 지경이었다.

 

  "제가 저 옆에서 걸어도 저렇게 했을 거 같긴 하지만 적어도 폐하께선 안 그러실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포기한 니타스가 그냥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레이는 들을 것이요, 이러나저러나 황제는 황비에게 정신이 팔려 못들을 것이니 레이가 듣기에 무례한 말만 아니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저 진짜, 완전 깜짝 놀랐잖아요. 제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살다 살다 저렇게 예쁜 사람 처음 봤어요."

 

  아모이가 멍하니 말했다.

 

  "제 머릿속에 최고 예쁜 사람은 황비 폐하를 뵙기 전까지만 해도 '세리피' 국왕 전하였는데."

  "저도요."

 

  니타스가 짤막하게 덧붙였다. 물론 세리피 또한 그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내가 제일 예뻐'라는 말 말고, '황비는 누가 뭐래도 나보다 예뻐' 말이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예쁠 수가 있죠?"

  "동물들을 그렇게 좋아하신다면서요. 역시 마음을 곱게 써야하는 걸까요."

 

  "폐하께서도 결혼하시는 데에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아모이와 니타스의 감탄에 레이가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레이는 어느 새 [지아나]의 여인들과 열을 맞추어 걷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직설적으로 말하는 [지아나]의 화법이 꽤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카이샤하스 제국의 귀부인들은 누구를 칭찬할 때도, 누구를 헐뜯을 때도 돌려 말했다. 그게 귀족의 언사라나 뭐라나. 게다가 여인들이 한데 모여 누구를 헐뜯는 와중에 옆에서 듣는 남성들이 못 알아들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국가, [지아나]에서는 하도 여인들이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뭘 돌려 말해도 금방 알아채고 싸움이 났다. [지아나]에선 차라리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그들의 사는 방식에 맞았다.

 

  "무슨 일이요? 어떤 일이 있었는데요?"

 

  아모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당연히 저런 범접할 수 없는 미모의 여인을 남자들이 가만 두었으면 그 주변 남자들이 죄다 장님이거나 정신이 나갔어야 정상이었다.

 

  "유명한 일화인데, 모르셨습니까."

 

  레이의 물음에 세리피와 다른 여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작년은 안 그래도 바다축제로 한창 바쁠 때였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거대한 축제를 치르고 나니 황제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는 잠잠해져 있었고, 안 그래도 충분히 바쁜 그들이 작년 중순에 돌았던 제국의 소문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레이가 싱긋 웃었다. 그가 본래 남의 집 사정을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것을 즐기진 않았지만 '황제의 네 번째 결혼 에피소드'는 너무나 유명하다 못해 카이샤하스 대제국의 귀족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건이었다.

 

  "황비 폐하께서 이미 다른 분과 약혼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혼인을 감행하신 바람에 결혼식 당일, 여러 남성들의 눈물을 구경할 수 있었죠."

  "흐에엑."

 

  아모이가 기함하며 입을 벌렸다가 급히 다물었다. 물론 정신 차리고 입을 다물었다고 해서 그 일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실례를 무릅쓰고 레이를 다그쳐 물었다.

 

  "진짜요? 결혼하기로 한 남자만이 아니라 '여러 남성'이라고요?"

  "결혼하고자 하였던 남성들이 줄을 서 있었던 모양입니다."

  "와……."

 

  넋을 놓고 감탄하던 아모이가 세리피를 돌아보았다.

 

  "전하, 정말 놀랍고 정말 신기한데, 아까 뵈었던 황비 폐하의 미모를 생각하면 완벽하게 납득이 돼서 뭐라 더 할 말이 없어요."

 

  그녀의 말은 완벽한 사실이었다. 세리피는 체통을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지, 니타스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였어도 뺏어 왔다."

  "그니까요. 저였어도 말이에요. 여자지만 결혼하고 싶네요. 매일매일 얼굴만 봐도 새 삶을 사는 기분이겠어요."

  "황제 폐하께선 저런 분이랑 살면서 아까 그렇게 심통을 부리셨단 말이에요?"

 

  갑자기 회담 때의 생각이 난 니타스가 눈썹을 있는 힘껏 찡그렸다.

 

  "황비 폐하께서 말을 죽이지 말라고 하시면 그 말을 데려다 모시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니타스가 씩씩거리자 세리피가 나지막이 말했다.

 

  "니타스, 흥분했어."

  "흥분 안하게 생겼-! ……공작전하, 죄송해요."

  "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늘 차분한 레이가 유쾌하게 웃었다. 니타스가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할 때, 앞서가던 시종과 황제, 황비가 멈춰 섰다.

 

  "다들 들어가지."

 

  황제는 잠시라도 아이린과 떨어질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어휴. 이젠 뭐 그러려니 해야지, 원. [지아나]의 여인들은 혀를 내두르며 시종들이 분주히 식기를 차려놓은 홀로 들어섰다.

 

 

 

 

 *

 

 

 

 

  황비와 [지아나] 여인들이 함께하는 식사는 무척 화기애애했다. 아이린은 이전에 황비였던 레베카, 켈리와는 달리 종속국의 국왕을 쉽게 생각하거나 아래로 보지 않았으며, [지아나]의 바다 축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세리피는 '행복한 꿈 1년 치'라는 헐값에 '황비 알현권'을 팔아넘기지 않았던 자기 자신을 몇 번이고 칭찬했다.

 

  "내년에 구경 오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세리피가 물었다. 그녀는 아이린이 [지아나]의 국경까지 행차해 주기만 한다면, 자신이 손수 온 전력을 다하여 극진히 모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국왕 폐하와 함께 오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세리피가 제안하며 로렌스를 돌아보았다. 로렌스는 '황제'로서 함부로 외국을 나갈 수 없었지만 '황비'에게까지 그 제약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국왕인 테앙도 오는 거, 오는 김에 같이 와서 구경하고 가면 되지 않나?

 

  "안 돼."

 

  로렌스가 딱 잘라 대답했다. 순간 아모이가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렸지만 로렌스는 어린 여공작의 표정을 일일이 지적하는 쪼잔한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가볍게 못 본 척 했다.

 

  "어째서요? 국왕 폐하께서 움직이실 때 같이 움직여서 안전 문제나 보필에 불편함이 없을 텐데요."

  "안 된다면 안 돼."

 

  세리피가 논리적으로 말해도 로렌스는 고집불통이었다.

 

  저 할아범이 진짜-!

 

  세리피의 표정이 굳자 아이린이 가운데에서 당황했다.

 

  "저, 로렌스. 어차피 국왕님이 함께 가시면 같이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안 돼."

 

  로렌스가 딱 잘라 말하곤 애먼 샐러드를 포크로 찔러댔다.

 

  저런 벽창호 같은 인간. 예전부터 옹고집인건 알아 봤지만, 그는 답답할 정도로 아이린에 대해선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1등급 생선을 그리 좋아한다했던가. 수출하지 말까.

 

  세리피는 턱 끝까지 올라온 말을 애써 삼켜냈다. 이런, 흥분하게 되네. 좀 전에 니타스가 상기된 목소리로 '황제가 대체 왜 황비의 말을 듣지 않느냐'고 투덜거렸던 것을 이해하게 된 세리피였다.

 

  로렌스는 한없이 아이린을 싸고돌았고, 아이린은 그가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면 남들 억장을 무너뜨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차마 그에게 떼를 쓰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린의 당황함과 속상함이 어린 표정을 보면, 애먼 주변 사람만 사고 회로가 정지되었다.

 

  "이해해 주십시오. 바다 축제에 다녀오려면 삼주 가량이 걸리니까요."

 

  레이의 말에 여인들이 경악했다. 그러니까, [지아나]에 가는데 1주일, 축제 구경 1주일, 오는데 1주일이라 '황비 없는 3주'를 못 참아서 못 보내준다, 이 말이야?!

 

  "미안해요."

 

  아이린이 겸연쩍은 얼굴로 웃어보이자 세리피는 자기 나라에 와 달라고 한 스스로가 굉장한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다. 저런 표정 짓게 만든 건 황제인데, 왜 자신이 미안해야 하는지 괜히 억울한 세리피였다.

 

  "저렇게나 단호하시니, 축제는 차후에 기회가 되면 오시고 오늘 오후에 함께 루픽 광장을 구경하시는 게 어떠시겠어요?"

  "루픽 광장이요?"

 

  아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는 눈빛이었다.

 

  "……?!"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로렌스를 홱 하고 돌아본 세리피는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로렌스는 당황하여 눈길을 피했다.

 

  "그, 건……."

  "이거, 감금입니다. 학대라고요."

 

  "네? 그게 무슨……."

 

  아이린이 놀라 물었다. 아모이와 니타스도 화난 눈빛으로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로렌스는 억울한 표정으로 토로했다.

 

  "학대라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지금껏 굳이 갈 필요 없었으니까!"

  "그럼 허락해 주시는 거죠?"

 

  세리피가 이를 갈며 물었다. 네놈이 저 불쌍한 여인을 감금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와 함께 산책시키게 내버려 둬. 잠시간 세리피의 눈빛을 감내하던 로렌스가 결국 머뭇거리던 말을 뱉었다.

 

  "안 돼."

  "어째서요!"

  "아이린 낮잠 시간이야."

 

  순간 어이가 없어진 세리피는 확 올라왔던 열이 팍 식어버리는 기분이었다. 로렌스는 모두의 시선을 피했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세리피가 한 마디 했다.

 

  "제가 무슨 말 할 지 알고 있죠?"

  "……."

 

  로렌스는 말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애먼 샐러드를 괴롭히고 있었다.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잠시 마주친 세리피의 눈빛이 그에게 말했다.

 

  '적당히 좀 해.'

 

  "사실이야."

 

  로렌스가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세리피는 맥이 탁 풀렸다. 새로운 황비는 남들 다 움직이는 시간에 낮잠을 자고, 황제는 그녀의 낮잠 시간을 챙긴다. 말 다 했네. 세리피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차분해진 목소리로 짚었다.

 

  "그러면, 좋아요. 루픽 광장은 저희끼리 다녀오죠. 황비 폐하께서 낮잠을 주무시고 난 후에 알려주시면 저희가 방으로 찾아갈게요. 차 한 잔 정도는 괜찮죠?"

 

  그러고 나서는 나랑 놀아야 하는데. 로렌스는 그런 말을 지껄였다간 세리피의 드센 눈빛에 한 방 얻어맞을 것 같아서 가만히 그녀를 마주보았다. 평소엔 절대 내비친 적 없는 강력한 여전사의 눈빛을 내뿜는 그녀가 당장 허락하라고 무언의 핍박을 가했다.

 

  "……아이린이 좋다면야……."

  "정말요? 어떤 차를 좋아하시나요?"

 

  아이린이 순식간에 밝아진 얼굴로 물었다. 미리 준비해 놓을게요. 그녀의 상냥한 말에 세리피도 환하게 웃어보였다.

 

  "신경 써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로렌스는 완벽하게 졌다. 게다가 그는 오후에 아이린과 놀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서 아침에 싸웠던 '날뛴 말의 모가지' 이야기는 완벽히 잊어버린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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