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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막;정상회담_13화
작성일 : 18-12-28 05:35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7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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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슬이 잘 내려서 요정들의 개체수가 조금 늘었습니다. 요정들의 단체 이동이나 분열하는 일은 없었고, 슈퍼들도 순수한 상태 그대로입니다. '물'의 슈퍼가 하나 탄생할 것 같은데, 아직 '순수'가 모이고 있을 뿐입니다. 탄생이 가까워지면 바로 기별 드리도록 하지요."

 

  '슈퍼의 탄생'은 [제피리아] 왕국에서 최고로 치는 경사와 다름없었지만 로렌스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차례인 데스큐의 헤디가 눈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작은 뱀파이어 마을에서 폭동이 일어난 것 이외엔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 일은 보고 드렸고, 모두 진압했습니다."

 

  로렌스는 헤디의 보고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당장 그 자리에서 지적하지는 않았다. 황제의 불만족스러운 눈빛을 빠르게 알아본 헤디가 덧붙였다.

 

  "국경 단속은 이후에 추가 보고를 올려드리겠습니다."

 

  못마땅한 로렌스의 시선이 뉴에게로 옮겨갔다. 곧, 뉴가 반쯤 감은 눈으로 몽롱한 미소를 흘렸다.

 

  "얼마 전 보고 드렸듯이, 좀비들이 깨어났습니다. 그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왕국에 활기를 주고 있습니다. 몽마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천사들 사이에도 싸움은 없었습니다. 큰 문제없이 아주 평온합니다."

 

  로렌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세리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세리피는 대답하지 않고 노운을 돌아보았다.

 

  "먼저 하시겠어요?"

 

  그녀의 이례적인 물음에 노운은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허락을 구하기 위해 동시에 로렌스를 돌아보았다. 로렌스는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궁극 컴퓨터 작동엔 문제없습니다. 휴머노이드들은 평화를 유지하고, 유전자 랜덤조합 안드로이드들도 적당한 개체 수 조절 아래 생성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겨울 불꽃축제에 처분될 안드로이드의 목록이 나와서 현재는 그 목록을 공지하고 추가신청과 연기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작년 회담에 들었던 정황 보고와 별다를 바가 없었다. 로렌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세리피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잠시 자신을 바라보는 황제의 화난 눈을 응시하다가 준비해 온 서류의 내용들을 전부 집어치우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전혀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

 

  세리피의 말에 로렌스의 눈썹이 조금 꿈틀했다. 뭐지? 왜 저런 식으로 대답하지?

 

  그녀는 별로 특별할 일 없는 정황보고라도 항상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사람이었다. 평소와 판이하게 다른 그녀의 대답에 로렌스의 얼굴이 슬슬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있나?"

 

  로렌스가 언짢은 티를 내며 물었지만 세리피는 표정변화 없이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방금 보고 드렸습니다만."

 

  세리피의 일갈에 로렌스의 눈썹이 확실하게 구겨졌다. 그가 화를 내기 전에, 세리피가 선수쳐서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신 건지는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그녀의 일침에 로렌스는 말을 하려고 열었던 입을 도로 닫았다. 입이 닫혔어도, 그의 표정은 아직 구겨진 그대로였다. 세리피는 그가 대답할 때 까지 느긋이 기다렸다.

 

  아무리 형식적인 정상회담이라고는 하나, 현재 다섯 개 종속국들은 절대자 '카이샤하스'에게 완벽히 복종하고 있는 상황. 종속국 모두를 다 합쳐야 카이샤하스 대제국 군사력에 겨우 맞먹을 수나 있을까 한다. 그런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제는 그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자리였다. 그런 그와, 주변 종속국 왕들의 정상회담?

 

  평소와 같았으면 서로의 축제 얘기나 떠들면서 차나 한 잔 하는 모임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여기 모인 최정상들의 1인자란 사람이 저렇게 무시무시한 얼굴로 들어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뭐가 문제입니까?"

 

  세리피의 스스럼없는 물음에 로렌스는 잠시간 그녀를 노려보다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적인 얘기가 될 걸세."

  "상관없습니다."

 

  세리피가 어깨를 으쓱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 국왕들도 딱히 불만이 없는 눈치였다. 하지만 세리피는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때에 누군가 불만스런 눈빛을 내비쳤어야만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오전 회담시간이 거의 다 할 때 까지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로렌스의 대단히 사적인 가족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야 했다.

 

 

 

 *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폐하께서 화가 나신 이유가 황비 폐하께서 그 난동피운 말을 죽이면 안 된다고 하셨기 때문이라고요?"

 

  장장 두 시간 반이나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 세리피가 완벽하게 요점을 정리했다. 로렌스는 아직도 자신의 고민을 다 털어놓지 못하여 불만족스러운 모양이었으나 그녀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왜 그런지 이유를 들어보셨나요?"

  "그 말이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던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어느 새에 의자까지 얻어 앉아서 세리피의 옆에 꼭 붙어있던 아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 것이 민망하여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는데, 다행히 어느 누구도 그녀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건 모르겠지만 같은 말만 반복하더군."

 

  로렌스는 얼굴이 더럽게 험악한 사람치고 무척이나 상냥한 어투로 대답해주었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그럼 어쩌려고 그런 건데?

 

  세리피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 아닌가요?"

  "그 이유를 자기도 모른다더라고."

 

  황제는 깊은 근심이 담긴 한숨을 쉬었다. 그 옆에서 삐딱하게 앉아 형을 흘끗거리던 테앙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세상에 왕 여섯 명을 모아놓고 집안일 고민 상담을 세 시간이나 하는 사람은 형뿐일거야."

 

  로렌스가 동생을 노려보았고, 테앙은 억지로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못 본 척을 했다. 형제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세리피가 코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황비 폐하를 한 번 뵙고 싶은데 말이에요."

  "맞습니다. 같이 식사라도 하시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어제 오찬 때도 뵙질 못하였으니까요."

 

  미르크가 거들었다. 다른 왕들도 그리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급하게 치룬 결혼식, 오찬에 참석하지 않은 황비. 종속국의 왕들 중엔 현재 카이샤하스에 단 한 명뿐인 황비의 실물을 본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번도 못 봤나?"

 

  테앙이 고개를 갸웃했다. 뉴가 잠에 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상 회담이 아니고서야 제국에 들를 일은 크게 없으니까요."

  "흐응~"

 

  테앙의 눈이 반짝였다. 왕들이 아이린의 실물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지금껏 딱히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귀중한 것을 혼자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어린 애들이 새로운 장난감 자랑할 때, 딱 그런 눈빛이었다.

 

  "그럼, 우리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테앙이 넌지시 물었다. 로렌스는 잠시 왕들을 흘끗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왕들의 머릿속엔 하나같이 물음표가 떠올랐다.

 

  뭐지? 세리피는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며 곧바로 로렌스의 눈빛을 살펴보았다.

 

  미르크가 한 제안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주변 국왕들의 방문', 그리고 '그들을 맞는 황궁의 안주인'이라는 조합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옛날부터 정치와 외교를 몸소 담당하는 테앙이 국왕들을 맞아 주었다지만, 그들이 황비와 점심 한 끼 하자는 말은 무례하거나 실례될 것이 아니었다.

 

  "황비 폐하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뉴가 멍하니 물었다. 분명 승마 사건이 있었던 것은 어제고, 오늘 아침엔 그 문제의 말을 죽이느냐 마느냐로 싸운 일 밖에 없지 않은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던데, 겨우 말 모가지 하나 못 자른 것 때문에 같이 겸상도 하기 싫은 것인가? 그까짓 말 모가지, 부인이 자르지 말라고 하면 안 자르면 될 것을.

 

  뉴의 물음에 순간 로렌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세리피는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열심히 그의 의중을 알아맞히고자 노력하던 노운과 눈이 마주친 세리피는 그에게 눈빛으로나마 '황제 폐하 왜 저래'를 물어보았지만 노운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형, 그거 중증이야."

 

  테앙의 말에 로렌스가 곧바로 그의 팔을 주먹으로 쳤다. 악 소리를 지르며 팔을 문지른 테앙이 울상으로 입을 다물었다.

 

  "식사가 부담되신다면 저희 나라 공작들과 함께 인사나 드리지요. 갑자기 남성분들이 많은 곳에 오시면 당황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하지."

 

  로렌스가 구겨진 얼굴 그대로 세리피를 향해 손짓했다.

 

  "세리피, 그리고 [지아나]의 공작들. 내 부인과 함께 식사하겠어?"

  "저희는요?"

 

  뉴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물었다. 회담이 시작한 이래로 들었던 그의 목소리 중 가장 또렷한 목소리였다. 뉴가 곧바로 자신들은 왜 안 되냐 묻자 로렌스가 난감한 듯 입을 다물었다.

 

  다른 나라 국왕들에겐 충분히 불만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여자들만의 시간을 즐기며 차를 마시는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식사를 하는 자린데 왜 우리는 안 돼? [지아나]만 편애하는 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폐하, 섭섭합니다."

 

  헤디가 빙글빙글 웃으며 능청스레 말했다. 그의 눈가에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로렌스는 헤디를 흘끗 돌아보고도 말이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자리하자, 좀이 쑤셔 죽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테앙이 버럭 소리쳤다.

 

  "아, 그냥 왕들이 잘생겨서 아이린한테 보여주기 싫다고 말 해!"

 

  그의 외침에 로렌스가 곧바로 테앙의 상체에 어퍼컷을 날렸다. 억 소리를 내며 엄살을 피운 테앙이 여전히 지지 않고 소리쳤다.

 

  "아주 그냥 아이린이랑 결혼하고 밴댕이소갈딱지가 됐어! 집에도 못 가게 하면서 다른 나라 왕들이랑 밥도 못 먹게 할 건 뭐야?!"

  "조용히 안 하냐."

 

  로렌스가 잇새로 중얼거리자 테앙이 가까스로 조용해졌다. 잠시 그들의 모습을 유흥거리 즐기듯 멍하니 보고 있던 뉴가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무척이나 유쾌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이유라면 이해해 드리겠습니다."

 

  뉴가 세리피를 돌아보았다.

 

  "부럽군요. 황제 폐하께서 금이야 옥이야 하시는 황비 폐하를 알현할 기회라니, 얼마 주고 파시겠습니까?"

  "안 팔아요."

 

  세리피가 씩 웃었다. 뉴는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생각해주면 안되겠냐면서, 값을 후하게 쳐주겠다고 그녀를 유혹하려했다.

 

  "일 년 간 행복한 꿈을 꾸는 조건이면 거래해 주시겠습니까?"

  "십 년도 모자랍니다."

 

  세리피가 웃으며 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말 그대로, 황제가 '금이야 옥이야' 하는 황비 폐하를 알현할 기회였다. 그녀를 따라 아모이와 니타스가 일어났고, 세리피가 로렌스를 향해 말했다.

 

  "가시죠, 폐하. 가만히 앉아 있다간 이 소중한 기회를 누군가가 눈에 불을 켜고 사려 할 것 같습니다."

 

  로렌스가 회담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씩 웃어보였다.

 

  "늘 즐겁구만, 뉴."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지요."

 

  꿈꾸는 듯 황홀한 미소를 지어보인 뉴가 일어서는 황제를 따라 기립했다.

 

  "즐거운 시간되시길."

 

  다른 왕들도 일제히 일어나 인사했다. 로렌스의 뒤를 레이가 따랐고, 로안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테앙은 회담실 문이 닫히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와중에 여전히 즐거워 보이는 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허락이라니. 저희 왕국은 여성들끼리 사랑하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저희 왕국도요."

 

  헤디가 짤막하게 동의의 뜻을 표하며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그들의 말에 테앙이 하얗게 질려서 급히 손을 내저었다.

 

  "혹시라도 황제 폐하 앞에서 그런 소리 마십시오. 그랬다간 진짜 황비는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독수공방에 갇힐 겁니다."

 

  테앙이 혀를 내두르자 미르크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였다.

 

  "정말 그 정도십니까?"

  "말도 마세요."

  "황제 폐하께서 황비 폐하를 굉장히 사랑하시나보군요."

 

  미르크가 환하게 웃었다. 저런 순수한 웃음이라니. 테앙은 가끔, '슈퍼'인 미르크의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미소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자기한테 칼부림한 황비의 오라비에게 손 하나 까딱 못하였으니 말 다했죠."

  "예?"

 

  자리에 남은 왕들과 공작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뭐야, 이것도 몰랐나? 도대체 아는 게 뭐지? 테앙은 잠시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나, 못할 말 한 건 아니겠지?

 

  "칼부림이라뇨."

 

  노운이 놀라 물었다. 그는 여간해서 놀라지 않는 '휴머노이드'였으나 테앙의 입에서 속속들이 나오는 것들은 완벽한 시스템으로 체계화된 그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 못할 말 한 건가?"

 

  테앙이 로안을 돌아보았다. 로안은 정말이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이미 자기 입으로 다 떠들어 놓고 이제와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로안 속의 로안이 절망 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

 

 

 

 

  로렌스와 레이가 앞장서고, 그 뒤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세 여인이 뒤따랐다.

 

  "어떤 분일까요, 너무 기대돼요."

  "전 황비들처럼 그 비싼 다과 세트를 장식용으로만 쓰는 분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먹기 눈치 보여요."

 

  기대감에 부푼 아모이와 벌써부터 걱정이 한아름인 니타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세리피가 니타스를 돌아보며 주의를 주었다.

 

  "쉿.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지."

 

  니타스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불로불사약으로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제국의 황족들은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들었을 수도 있었다.

 

  "장식용으로 쓰진 않네. 단 걸 좋아하거든."

 

  역시나였다. 로렌스가 중간에 끼어들자 니타스는 스스로 입을 조심해야겠다고 느끼고 반성했다.

 

  "단 걸 좋아하신다니, 이후에 선물이라도 보낼 일이 있으면 참고해야겠네요."

 

  세리피가 니타스가 저지른 실례를 무마하려 덧붙였다. 로렌스는 그녀를 흘끗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그들이 폐비들을 어떤 식으로 말하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곧 아이린의 생일이야."

 

  로렌스의 말에 세리피의 눈이 커졌다. 단 한 번도, 그녀가 집권하고 회담을 다녀간 그 수많은 햇수 중에 단 한 번도 그의 입에서 '황비의 생일이 언제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곧 생일이라는 사실을 굳이 말했다는 것은, 그 '생일'을 신경 쓰라는 의미였다.

 

  평소 굉장히 직설적인 로렌스를 생각하면 꽤 신선한 화법이었으나, 성격상 그러기 귀찮아서 그렇지, 그도 빙빙 돌려서 이리 꼬고 저리 꼬는 '귀족들의 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혹시 어떤 선물을 좋아하실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세리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로렌스가 봇물 터진 듯 입을 열었다.

 

  "화려한 드레스는 좋아하지 않아. 큰 보석으로 장식된 장신구들도 그리 좋아하지 않고. 그림을 좋아하긴 하는데 모든 그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본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어서 이렇다, 말을 못 하겠어. 단 것을 좋아하고, 느끼한 것을 빼면 그리 음식을 가리지 않아. 아, 참."

 

  로렌스가 갑자기 자리에 우뚝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대리석 장식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조각상 같은 걸 보내려면 대리석은 피해 줘."

 

  로렌스가 다시 돌아서 가던 길을 따라 걸었다. 거구의 로렌스가 멈춰 섬에 따라 다 같이 놀라 멈춰 섰던 여인 세 명이 서로 시선을 나누더니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들은 금방 멀어진 로렌스의 뒤를 따라 급히 걸음을 옮겼다. 로렌스는 끊임없이 아이린이 좋아하는 장식품과 황실 늑대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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