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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막;정상회담_12화
작성일 : 18-12-28 05:33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7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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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샤하스 제국 별성에는 각 왕국의 사신들을 위한 방들이 마련되어있었다. 그중에서도 2층에 자리한 [지아나] 왕국 여왕의 방은 무척이나 우아하고 고급스러웠다. 모든 가구들의 끝은 곡선으로 마감되어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고 햇볕이 잘 드는 큰 창문에는 [지아나] 왕국의 상징 색상을 고려하여 연하늘빛 커튼으로 꾸며져 있었다.

 

  [지아나]의 국왕 세리피는 곧 있을 정상회담을 위해, 자국에서 준비해온 서류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녀 뒤에는 [지아나] 왕국의 공작, '아모이'가 여왕의 금색 머리칼을 빗어주고 있었다.

 

  "충분히 준비 하셨잖아요."

  "맞아요.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요."

 

  세리피의 옆에 앉아 벽난로의 따스함을 즐기던 다른 공작, '니타스'가 아모이를 거들었다. 니타스는 예쁜 색을 발라 잘 손질한 손톱을 살피며 그 끝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니타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1년동안 별다른 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바다축제도 개최하지 않는 올해에는 세리피가 들고 있는 서류에 '평온하기 그지없는 [지아나]입니다.'라는 문장 한 줄만 써 있어도 문제될 것이 없을 정도였다.

 

  세리피가 니타스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서류로 고개를 돌렸다.

 

  "니타스가 임신할 때가 되었다는 말을 추가할 걸 그랬나."

  "전하!"

 

  니타스가 경악했다. 그녀는 스무살이 겨우 되어 보이지만 사실 서른 중반을 넘은 여인이었다. 여자들의 왕국인 [지아나]의 순수혈통들은 외모가 가장 돋보이는 나이가 되면 더 이상 늙지 않았다. 그러니 저 천하일색의 외모를 겸비한 여왕, '세리피'의 나이가 40대 초반인 것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후계자를 낳아야지. 우리는 불로일 뿐, 불사가 아니잖니."

 

  니타스가 입을 삐죽였다. 남자를 배척하는 나라에서 여자들이 멸종하지 않은 방법은 단 하나였다. 아몽트리. 그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여자 혼자서 임신할 수 있었다.

 

  "제가 저희 사촌언니 아이 낳는 걸 봤는데요, 그건 정말 못할 짓이에요."

 

  니타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고개를 저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홀로 만드는 아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몽트리의 힘으로 가진 아이들은 전부 여자아이들이었다. 간혹 하층민 여성이 관광을 온 외국 남성과 혼인하여 아이를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여성은 국가 차원에서 국적을 박탈하기 때문에 외국인으로 취급되었다.

 

  어찌되었건, 서른 중반이면 아이를 둘이나 낳기에도 충분했을 나이. 니타스는 '공작'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굳이 아이 낳기를 거부했다.

 

  "정 안되면 제 사촌언니 아이에게 작위를 넘길게요."

  "아직 시간이 많으니 걱정 말고 찬찬히 생각 해 봐."

 

  여왕이 인자하게 웃었지만 니타스는 여전히 창백한 낯빛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걸요."

  "전하, 이번 주말에 루픽 광장을 둘러보실 거지요?"

 

  세리피의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겨 잘 정리해준 아모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세리피는 아모이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일찍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아, 전하!"

 

  아모이가 매달렸다. 세리피가 청아한 목소리로 웃었고, 니타스가 고개를 저었다.

 

  "루픽 광장은 매년 오는 곳이잖아?"

  "신기하잖아요! [지아나]에선 나지 않는 과일들도 있고, 제국어로 된 간판에, 책들에, 음식점까지! 게다가 제일 신기한 건-!"

 

  아모이가 눈을 반짝였다.

 

  "남자들이요! 어딜 가나 있어요! 너무너무 신기해요!"

  "남자들이라면 회담에 떼거지로 오는데?"

 

  니타스의 놀림에도 아모이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 분들은 인간이 아니잖아요."

  "인간도 오긴 와. 황제 폐하와 국왕전하."

 

  니타스가 지적했다. 따지자면 그렇지. 잠시 고민한 아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들은 불로불사약을 드시는 분들이잖아요."

  "아무튼, 남자들이 신기하다 그거구나."

 

  여왕이 정확히 짚자 아모이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공작이 된 지 몇 년 안 된 젊은 나이의 그녀는 몇 번 보지 않았던 외국 남성들이 그렇게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작년엔 황비들이 데리고 다니셔서 구경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엔 안 그래도 되잖아요."

 

  아모이는 켈리 황비와 레베카 황빈이 루픽 광장을 구경시켜준다는 말에 기대감에 부풀었다가 오직 여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카페 안 구석진 방에서 휴일 하루 온종일을 수다 떠는 데에만 허비한 것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러고 나서 두어 달 뒤에 황비와 황빈이 폐비되었으니, 이번엔 충분히 구경할 수 있을 거야!

 

  아모이의 말에 세리피의 눈이 커졌다. 잊고 있던 무엇인가를 떠올린 기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새 황비 폐하를 뵈어야겠는데 말이야."

  "네에?"

 

  아모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황제가 급하게 결혼식을 서두르는 바람에 [지아나]의 여왕과 귀족들은 참석하지 못했었다. 아모이는 새로운 황비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국의 귀족 여성들이 다들 그렇듯,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새로운 황비 폐하께서도 카페 같은 델 가서 눌러앉아 있으신다면 정말이지, 정말, 저엉말 실망할 거예요."

 

  아모이가 그 사슴 같은 눈망울을 뾰족하게 세우며 입술을 삐죽였다. 그 모습을 세리피는 퍽 귀여워했다.

 

  "전하, 전하께서 자꾸 귀여워하시니까 아모이가 계속 어리광을 피우잖아요."

 

  니타스의 핀잔에 세리피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언니, 놀리지 마세요!"

 

  아모이가 니타스를 돌아보며 쏘아붙였다.

 

  ~"전하, 전해드릴 서신이 있습니다."~

 

  문 밖에서 시종이 아뢰었다. 한참 까르르 웃다가 소리를 못 들을 뻔한 아모이가 대답을 하며 문을 열었다.

 

  "필리아 페트리엇 백작가에서 온 서신입니다."

  "필리아 페트리엇?"

 

  시종이 서신이 올려진 은쟁반을 내밀었다. 아모이는 그가 내미는 쟁반을 받지 않고 그 위에 얹어진 서신만을 집어 들었다.

 

  "전달해 줘서 고마워요."

 

  아모이가 상냥하게 인사하자 시종은 고개를 조아리며 뒷걸음질 쳤다. 아모이는 서신의 앞뒤를 살피며 문을 닫았다.

 

  "전하, 제국의 필리아 페트리엇 백작이라는 사람과 아는 사이세요?"

  "아니. 처음 들어보는걸."

 

  세리피가 손을 뻗자 아모이는 금방 그녀의 손에 서신을 전달해 주었다. 아모이가 했던 것처럼, 서신을 앞뒤로 살펴본 그녀는 서신을 뜯었다.

 

  "왜 노크를 안 하고 말로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모이가 불만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니타스는 여전히 손톱을 살피며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전통이잖아. 시종이 문밖에서 목이 터져라 아뢰는 것."

  "방음도 잘 되어 있어서 두드리지 않는 이상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데."

 

  같은 공작인 니타스보다 훨씬 어린 아모이는 자신이 시종들의 아룀을 일일이 알아듣고 움직여야했기에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여인들이 여럿 모이면 높은 톤으로 웃는 것은 예삿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니타스가 삐딱하게 앉았던 상체를 들고 그들 앞에 차려져 있던 찻잔을 들었다. 아침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주고 소화를 시키라는 의미에서 따뜻한 차까지 준 건 좋았는데, 이렇게나 많은 다과라니. 배 터져 죽게 만들 심산인가.

 

  "그래서 높은 사람들이 들어갈 땐 그냥 노크하고 들어간다던데. 뭐 어찌됐든 내가 제일 궁금한 건, 이 많은 핑거 푸드를 도대체 어떻게 다 먹으라고 차려 놓냐는 거야."

  "작년에 있던 황비와 황빈은 모든 핑거 푸드에 거의 손대지 않던데요. 그냥 장식용 아니에요?"

 

  아모이의 물음에 니타스가 작은 쿠키 하나를 입에 넣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장식용 핑거 푸드가 이렇게 맛있으면 그냥 제국인으로 귀화할까."

 

  무의식적으로 뱉은 니타스가 슬쩍 세리피의 눈치를 보았고, 그 모습을 본 아모이가 까르르 웃었다.

 

  "못하는 말이 없어요, 언니."

 

  펼쳐 든 서신을 읽으려던 여왕은 철없는 두 여공작들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왕국의 공작이나 되는 여인이 겨우 간식거리에 혹해서 제국으로 귀화하겠다는 소리나 하고 앉았는데, 여왕은 그저 그녀가 귀여울 따름이었다. 어휴, 저 아이들은 도대체 언제 철이 들라나.

 

  "아, 맞아. 전하, 회담실로 가셔야죠. 지금쯤 가셔야 할 걸요?"

  "그런가."

 

  세리피는 방금 폈던 서신을 도로 접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쓰인 문장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켈리 필리아 페트리엇 올림.>

 

  흠. 읽을 필요 없으려나.

 

  자리에서 일어난 세리피는 애써 달갑잖은 눈빛을 지우고 방문을 열어준 아모이에게 감사의 표시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

 

 

 

 

  카이샤하스 대제국의 별성은 국제회담을 위해 지어진 성으로 본성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아무리 종속국이라 해도 엄연한 국가의 국왕들이 방문하고 머무는 성이었기에 그 설계와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기 그지없었다.

 

  카이샤하스 제국 주변에 있는 다섯 개의 종속국, 그의 국왕들은 이미 회의실 자리에 착석해 있었다. 그들은 황제가 회의에 늦을 것 같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 듣고 조용히 황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회색빛과 검정, 흰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원형 대리석 테이블의 가장 상석과, 그 오른편에 마련된 카이샤하스 국왕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카이샤하스 국왕 자리의 오른편엔 평온한 얼굴의 금발 남자가 앉아있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잔잔한 강물 흐르듯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양 팔걸이에 팔꿈치를 걸치고 손을 중앙에 모아 깍지를 끼고 있었다. [제피리아] 왕국의 국왕, '미르크 라티미스'였다. 그 뒤엔 그 나라의 공작인 '호너'와 '미즈라'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공작들은 서 있기가 힘들면 조금씩 자세를 바꿔 가며, 편안한 모습으로 황제를 기다렸다.

 

  미르크의 오른편엔 그보다 젊어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밝은 주황색 머리카락을 올려 세운 그는 검정색의 제복 따위를 입고 있었는데, 남자의 눈 주변은 어두운 기운이라도 덮인 듯 시커멨고 인상 또한 험악하게 구겨져 있었다. 팔걸이를 꽉 움켜잡고 있는 [데스큐] 왕국의 국왕, '헤디'는 가끔 눈동자가 돌아가 흰자가 적나라하게 보일 때도 있었지만 함께 자리한 국왕들은 워낙 익숙한 일이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헤디의 뒤엔 역시나 공작 두 명, 회색 머리를 가진 '오너트'와 적갈색 머리를 가진 '케논'이 서 있었다. 국왕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거무스름한 기운이 퍼져있어 눈 주위가 시커먼 [데스큐]의 공작들은 가끔 고개를 꺾어 우드득 소리를 내며 황제의 빈자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헤디의 오른편엔 금빛 도는 다갈색 머리카락을 멋들어지게 넘긴 젊은 남자가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앉아있었다. [스웰]의 국왕, '뉴 라롸'였다. 그가 입고 있는 새하얀 제복은 옆에 앉은 헤디의 옷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늘 반쯤 잠에 취해 있는 그를 볼 때면 그의 금빛 머리칼과 함께 새하얀 제복에서 빛이 나는 느낌마저 들었다.

 

  뉴는 의자에 허리를 살짝 기댄 채로 삐딱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부드러움인지 몽환적인 것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의 뒤에도 젊어 보이는 두 명의 공작들, '타민'과 '메니오'가 반쯤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 그들의 멍한 표정은 마치 그들이 허공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뉴의 옆엔 회담에 참석한 국왕들 중 유일한 여왕인 [지아나]의 1인자, '세리피'가 앉아있었다. 화사한 금색 웨이브머리를 한쪽으로 넘긴 그녀의 뒤엔 흑색 생머리를 가진 '아모이'와 웨이브진 금발머리를 가진 '니타스'가 서 있었다.

 

  세리피의 옆엔 [오푸스] 왕국의 국왕인 '노운'이 앉아있었다. 팔걸이에 팔을 90도로 걸친 그는 기계처럼 앉아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 그의 뒤엔 역시나 [오푸스]의 공작인 '스툼'이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정적만 흐르던 회의실, 순간 헤디의 눈동자가 뒤로 돌아가더니 그의 잇새에서 낮은 목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황제는 언제 오시는 건가."

 

  그에게 평화로이 웃으며 대답한 것은 미르크였다.

 

  "별성에 도착하셨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미르크의 옆엔 푸르스름한 빛을 뿜는 작은 무엇인가가 날아다녔다. 헤디의 눈동자가 돌아오더니 눈 주변에 검은 기운이 더욱 서리며 미르크를 노려보았다.

 

  "그걸 어떻게 알지?"

  "요정들이 알려주었습니다.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쫓아온 귀여운 아이들이죠."

 

  미르크가 자신의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파란 불빛에 손을 가까이 하자 그의 손에 푸른빛들이 살짝 앉았다가 다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별성 주변에 날아다니는 중입니다. 요정들끼리 대화전달은 무척 빠르니, 곧 도착하실 겁니다."

 

  미르크의 평온한 표정에 헤디가 이빨을 갈며 다시 시선을 빈 상석에 고정했다.

  잠시 후, 거대한 회의실의 커다란 문이 열리며 로안이 들어섰다. 로안은 모든 국왕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카이샤하스 제국 황제폐하와 국왕폐하를 모시겠습니다."

 

  로안의 말에 국왕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안이 들어와 옆으로 비켜섰고, 카이샤하스의 국왕인 테앙이 걸어 들어와 종속국의 국왕들에게 인사한 후 자리에 가서 섰다. 그리고 그 뒤로, 무시무시한 얼굴의 황제가 들어왔다. 로렌스가 당장이라도 누구 하나 때려잡을 것 같은 얼굴로 들어오는 걸 본 국왕들은 다들 굳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로렌스가 회담실에 들어서서 멈춰섰을 때, 가장 먼저 평정심을 찾고 인사를 한 사람은 [지아나]의 세리피 여왕이었다.

 

  "카샤스의 축복을 황제에게. 안녕하십니까, 카이샤하스의 황제여."

 

  로렌스가 굳은 얼굴로 세리피의 인사에 답하고, 곧 미르크와 뉴가 인사했다.

 

  "카샤스의 축복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황제 폐하."

  "카샤스의 축복을. 안녕하십니까, 황제여."

 

  곧 노운도 상체를 정확히 30도 숙여 인사했다.

 

  "카샤스의 성총을. 안녕하십니까, 황제여."

 

  노운의 인사에 로렌스가 답할 때 즈음, 헤디의 얼굴에 서려있던 검은 기운은 전부 사라지고 사람 좋은 웃음만이 남아있었다.

 

  "카샤스의 은총을 그대에게. 안녕하십니까, 황제폐하."

 

  자리한 국왕 전원에게 인사를 받은 로렌스가 굳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다들 오랜만이군."

  "황제 폐하."

 

  뉴의 부름에 로렌스가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자, 뉴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

 

  몇몇 국왕들이 뉴를 고마운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그들의 턱 끝까지 올라온 질문을 정확하게 대변해 준 것임에 틀림없었으니까.

  로렌스가 답이 없자 뉴가 부드럽게 웃었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별일 아닐세."

 

  로렌스가 딱 잘라 대답했다. 뉴가 입을 다물고, 로렌스가 자리에 앉자 그를 맞이하기 위해 일어났던 국왕들도 모두 착석했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왕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지아나]의 여왕, 세리피는 굳은 얼굴로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제 황제가 오찬에 참석하지 않았던 일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할 따름이었다.

 

  세리피와 아모이, 니타스는 어제 오찬을 즐기러 가는 길목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시종 몇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다. 후에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족 일을 아무에게나 누설할 만큼 교육받지 못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로렌스가 굳은 얼굴 그대로 국왕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가 헤디에 시선이 멈추었다.

 

  "[데스큐] 왕국에서 국민들이 우리 제국으로 서쪽 국경을 넘나든다는 이야기가 있소."

 

  로렌스가 차가운 눈빛으로 헤디를 노려보았지만 헤디는 그를 향해 너무나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저흰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이지만 황제 폐하의 제국 국경 주변의 단속을 더욱 늘리겠습니다."

  "주의해 주게."

  "예, 물론이죠."

 

  헤디가 부드럽게 고개를 숙여보이자 로렌스가 다시 다른 국왕들을 돌아보았다.

 

  "아직 보고하지 않은 별다른 사고는 없었겠지."

  "예, 물론입니다."

 

  미르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로렌스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정황보고 하게나."

 

  황제의 명령에 미르크가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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