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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1막;궁전_11화
작성일 : 18-12-28 05:32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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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샤하스 대제국 수도에 위치한 베닉스 리카론 후작가의 저택. 화사하게 꾸며진 응접실엔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두 여인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쪽은 레베카, 청록색 드레스를 입은 쪽은 켈리였다.

 

  차를 음미한 레베카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내일이 회담이라 세리피가 와 있을 텐데, 폐하께서 왜 궁에 안 들여보내 주시는 건지."

  "그러니까요. 어차피 '린'은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도 않을 텐데."

 

  여인들은 자신들만 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 '린'이라는 명칭에 레베카가 잠시 콧잔등에 미미한 주름을 만들었다가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입술을 삐죽인 켈리가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세리피에게 전해지도록 궁에 서신을 보냈는데 제대로 전달될지 모르겠어요."

  "그년만 아니었으면."

  "언니."

 

  켈리가 나지막이 말했다. 켈리는 한껏 경계하는 표정으로 응접실 문 앞에 서 있는 사용인을 흘끗거렸다. 그에 비해 레베카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괜찮아."

 

  레베카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곤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티 테이블엔 차에 곁들이기 위한 다과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지만 레베카와 켈리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다이어트는 카이샤하스 제국 귀부인 된 입장에서 필수적인 덕목이었고, 푸짐한 다과는 부의상징일 뿐이었다. 켈리가 조심스럽게 레베카의 눈치를 살피다 물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요."

 

  켈리의 말에 레베카가 애써 아무렇지 않게 유지하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시온이 편지를 안 해."

  "어머, 황자님께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물었다. 켈리의 아들인 페오와 딘슨은 꽤 정기적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했다. 주로 대수롭지 않은 내용들이었기에 대부분 펴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황자들이 편지를 정기적으로 보낸다는 점 자체가 켈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이었다. 내용이 무엇이 되었든 중요하지 않았다. 황궁에서 전달된 편지 봉투에 그려진 황실 문양이면 되었다.

 

  "무슨 일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중얼거리는 레베카의 목소리에 켈리가 한껏 걱정스러움을 담아 물었다.

 

  "2황자님과 5황자님은요?"

  "제론은 가끔, 테디는 자주."

 

  잠시 찌푸린 얼굴 그대로 생각을 곱씹던 레베카의 눈이 번득였다. 켈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레베카의 입이 열렸다.

 

  "테디가 편지 한 지도 오래되었는데,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넌 받았니?"

 

  레베카의 걱정스런 낯빛에, 켈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3황자와 4황자는 이틀 전에 보냈어요."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레베카의 물음에 켈리가 고개를 저었다.

 

  "안 읽어봐서 몰라요."

  "좀 읽어."

  "별 이야기 없는걸요."

 

  켈리는 다분히도 귀찮은 티를 내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매일 보드게임했다, 숙제했다, 수업 들었다, 그런 이야기뿐이에요."

 

  정말이지 모성애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대답이었다. 레베카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하나하나 읽고 답장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유모가 대신 답장하고 있어요."

 

  켈리가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귀찮게 왜 그런 걸 시키는 거야. 속으로 불만스러운 말을 토로한 켈리는 찻잔을 들어 향을 맡은 다음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들썩였던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잃었던 안정을 되찾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손에 잉크 묻는 게 싫어요."

 

  레베카는 이마가 지끈거렸다. 켈리는 하늘거리는 드레스에 매끈한 비단 장갑을 끼고 그저 차나 마시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인 여인이었다. 저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멍청한 여자 같으니. 레베카는 다 저를 위해 해주는 충고도 그저 귀찮아하는 켈리가 답답해서 숨이 막혔다.

 

  "넌 다시 궁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거야?"

  "……."

 

  켈리가 입을 다물고 입술을 삐죽였다. 다시 궁에 들어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은 켈리에게 통하는 유일한 협박이었다. 천상 귀부인인 그녀가 황비였을 적 누렸던 그 모든 것은 이 카이샤하스 대제국의 귀족 여인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삶이었다. 켈리는, 그런 삶이야말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 년 전,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혼인하겠다고 통보했을 때까지만 이었다.

 

  켈리는 현 황제의 옆자리가 자신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본인도 선황비였던 클라우디아와 레베카의 자리를 꿰찬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적어도, 그 이후로 다른 누군가가 와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불로약을 복용하는 자신의 남편은 백 살에 가까운 나이를 먹었고, 벌써 성인이 된 황태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고 싶죠."

  "내 말을 잘 들어. 내가 됐든 네가 됐든 한 명이라도 다시 후궁이나 황후가 되면 궁중 시녀를 빌미로 둘 다 입궁할 수 있잖니."

 

  레베카의 말에 틀린 구석은 없었지만 켈리는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켈리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황비 자리에 앉을 가망성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무려 아이린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고 해도 말이다.

 

  그 뿐 아니라 자신의 첫째 아들 위로 사지 멀쩡한 레베카의 아들이 둘이나 있어, 황후가 되기도 일찍이 글러먹었다.

 

  켈리가 다시 입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말 레베카가 황후가 되어서 자신이 레베카의 궁중 시녀로 들어가는 방법뿐이었다.

 

  사실 황태자인 카우라는 슬슬 정치를 배울 나이가 되었으나 그는 황제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그 때문에 레베카는 시온을 황태자로 만들기 위해 더욱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레베카와 켈리는 클라우디아 황후와 황제 사이에 오갔던 알 수 없는 약속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 약속이 도대체 어떤 거래인지는 전혀 알 방도가 없었다.

 

  황태자의 외척인 레이안 공작이 실존하긴 하나, 로렌스가 레이의 입김 따위로 크게 동요될 일도 없었다. 로렌스는 굉장히 독불장군인 남성이었다. 다른 말로, 그가 이미 황태자로 정해놓은 카우라를 궁 밖으로 내칠 가능성은 무척이나 희박하다는 뜻이었다. 로렌스는 카우라가 그 어떤 화나는 일을 해도 그를 폐위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온이 황태자가 될 가능성은 낮고, 레베카도 황후가 될 가능성 또한 낮았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 더러운 잉크 얼룩을 옷자락에 묻혀가며 귀찮은 애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장해주어야 하는가.

 

  "잘 생각해. 내 말이 너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지."

 

  레베카가 다시 한 번 충고했다. 켈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잠시 접고 입술을 깨물었다.

 

  "죄송해요. 잘할게요."

  "그래야지."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입을 댔다. 그녀는 꽤 불만스러운 눈빛의 켈리를 모른 척하며 생각에 잠겼다.

 

  테디의 편지는 페오, 딘슨이 켈리에게 보낸다는 편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오늘은 뭘 배웠어요, 오늘은 뭘 했어요. 오늘은 뭘 잘해서 교수님께 칭찬받았어요. 그럴 때마다 레베카는 이렇게 답장했다. 한 번 배울 때 제대로 배우렴. 노는 시간에 조금 더 공부하렴. 교수님보다 황제 폐하께 칭찬받을 수 있게 노력하렴.

 

  그녀는 켈리의 두 아들들 보다 막내인 테디가 로렌스의 시선을 더 많이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릴 때뿐. 그 조차도 총명해야 했다. 로렌스가 워낙에 자식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테디는 시온처럼 총명하지 않았다. 그저 마냥 어린아이 같기만 했다. 그래서는 안됐다.

 

  테디는 뭘 배워도 느렸다. 그 중에도 특히 승마가 그랬다. 레베카는 그녀가 아직 궁에서 황빈으로 있을 때, 테디가 두 번째 승마 수업에서 낙마할 뻔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당장 테디를 불러와 호되게 혼냈다. 안 그래도 카우라의 거친 승마에 시온과 제론이 휘둘리는 것을 수도 없이 봐왔던 그녀로서는 테디가 다른 것도 아니고 승마에 취약하다는 점이 그렇게 기분 나쁠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혼을 내고 나서 테디는 다시는 고삐를 잡지 않았다. 그저 시온이 끌어주는 말에 앉아서 흔들거림을 즐길 뿐이었다. 어린 아들은 어머니에게 혼났던 것을 금방 잊고는 편안한 승마놀이에 만족했다.

 

  레베카는 그 모습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더 이상 테디의 어리광을 맞춰주지 말고 승마를 제대로 가르치라고 시온을 들볶았으나 그는 의외로 그 점에선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편지도 마찬가지였다. 레베카가 폐비된 직후, 시온에게 편지를 좀 자주 보내달라고 하자 시온은 의외의 답장을 보내왔다.

 

  '테디에게 그런 식으로 편지하지 마세요.'

  '그럼 어떤 식으로 편지하라는 건지 모르겠구나.'

 

  레베카의 답장에 시온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몇 주에 한 번, 겨우 억지로 서너 줄 써낸 것 같은 편지를 보냈다. 근데 그 조차도 없었던 지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갔다.

 

  "다음에 궁에 들어가게 되면 시온을 좀 만나봐야겠어."

  "언제 들어갈 수 있겠어요? 다음 황궁 파티 일정이 언제죠?"

 

  켈리의 물음에 레베카가 코로 작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없어. 로안 오라버니께서 파티 일정이 잡히면 알려주신다고 했지만 이번 달엔 없어."

  "이번 달에 2황자님의 생신이 있으시잖아요?"

 

  켈리의 물음에 레베카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일이 있지만, 파티는 없다. 어지간히도 황제의 사랑을 못 받는 황자인 티를 내는 일이었다.

 

  "어쩜 그렇게도 무심하신지."

  "그러게 말이에요."

 

  켈리가 울상을 지었다. 아들들을 귀찮아하는 켈리가 그들의 생일을 챙기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제국에서 가장 화려한 황궁의 홀에서 파티를 열어 '내가 황자들의 엄마다'라는 것을 뽐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켈리 또한 황비였을 적에 아들들의 생일파티를 열기 위해 로렌스와 나눴던 대화를 기억했다.

 

  '딘슨이 이번 달에 생일이에요.'

  '로안한테 얘기해.'

 

  그의 차가운 눈빛과 짧은 대답은 여러 가지 말을 내포했다. 그런 건 일일이 나에게 얘기하지 마. 귀찮아. 알아서 해. 내 알 바 아니야.

 

  켈리는 아들의 생일파티에 그를 참석시키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알았다. '황자의 어머니'라는 것을 뽐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아버지, '황제'의 참석이 필수였고, 그녀는 그 필수사항을 얻어내기 위해 로렌스가, 그리고 그녀 자신이 지칠 만큼 황제를 귀찮게 굴어야 한다는 것도 금방 터득했다. 황제는 황비들이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귀찮게 굴면 아주 잠깐, 정말 얼굴도장만을 찍으러 파티장에 왔다. 그걸 처음 터득한 날은 다른 날도 아니고 바로 페오의 돌잔치였다.

 

  "혹시 '린'의 생일이 언제인지 아세요?"

 

  켈리의 물음에 레베카의 눈썹이 절로 찌푸려졌다. 내가 왜 그년의 생일을 알아야 해? 레베카가 눈빛으로 말하자 켈리가 급히 얼버무렸다.

 

  "황제 폐하께서 그렇게 좋아라 하시는 여자라면 생일 파티도 거하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혼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생일 이야기가 없었으니까요."

  "그년 생일파티를 거하게 해주는 걸 굳이 보고 싶어?"

 

  레베카가 비아냥거리자 켈리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아니죠!"

  "다음 달 초에 국왕 폐하의 생신이 있으시니까 그때쯤을 기다려 보자고."

 

  레베카가 이를 갈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두어 달만 있으면 로렌스와 아이린의 혼인기념일이었다. 그 말은, 적어도 두어 달 안에 그녀의 생일이 끼어 있다는 뜻이었다. 까드득. 레베카의 표정이 심상찮은 것을 본 켈리가 조용히 찻잔을 들고 차를 마셨다.

 

  '그년 생일에 카우라가 또 깽판이라도 치면 좋으련만.'

 

  가만히 이를 갈던 레베카도 찻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때였다.

 

  ~"마님, 황궁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문 밖에서 들려온 시종의 말에 레베카와 켈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레베카가 문 앞에서 대기하던 시녀에게 지시했다.

 

  "나가서 받아와라."

  "예, 마님."

 

  시녀는 곧바로 문밖에서 대기하던 시종에게서 편지가 놓인 쟁반을 전달받아 레베카 앞에 대령했다. 작은 편지봉투엔 테디의 유모 이름이 쓰여 있었다. 레베카가 폐비될 때에 황궁의 특별한 일들을 보고하도록 시켰던 심복이었다.

 

  "뭐라고 쓰여 있나요?"

 

  켈리가 궁금증을 애써 참으며 넌지시 물었다. 레베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편지를 뜯고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 만족스럽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더니 결국 더운 숨을 뱉어냈다.

 

  "아니, 어쩜!"

 

  레베카가 씩씩대며 편지를 티 테이블에 패대기쳤다. 귀부인으로서 이렇게나 격한 몸짓이라니. 켈리가 놀라 사색이 되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언니?!"

  "당장 로안 오라버니를 불러!"

 

  레베카가 그 사나운 하늘색 눈을 번득이며 시녀에게 호통쳤다.

 

  "말을 탈 수 있는 시종을 보내란 말이야! 알아들어?!"

 

  켈리는 찻잔을 든 채로 얼어붙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베카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시녀가 머리를 조아리며 방을 나서려는 것을 막은 이는 때마침 응접실에 들어선 로안이었다.

 

  "그럴 줄 알았지."

  "오라버니!"

 

  레베카가 씩씩거렸다. 켈리가 급히 일어나 인사하자 로안은 앉으라는 식으로 손짓했다.

 

  "테디가 날뛰는 말에서 떨어질 뻔 했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

 

  켈리가 경악하였다. 로안은 오전 일찍 있었던 일을 이 느긋한 오후 티타임 시간에 알고 얼굴색이 시시각각 변하는 여인들을 느긋이 구경하다 시종이 급히 가져다 준 의자에 앉았다.

 

  "결론적으로 안 떨어졌다."

  "그게 지금-!"

 

  레베카가 더 큰 소리로 뭐라고 하려다 사용인들을 의식하곤 급히 입을 다물었다. 시녀가 가져다준 부채로 얼굴을 부치던 그녀는 모든 이들에게 나가있으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지금 카우라 황태자는 외출 금지라고요?! 그게 전부에요?!"

  "그 이유도 황비에게 대들어서지."

 

  로안의 확인사살에 레베카는 울화통이 터져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아니, 우리 애가 죽을 뻔 했다는데! 내가 전부터 그 흑마를 죽여야 한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도대체 그 말이 왜 그년을 향해 달려 나간 건데요?!"

  "입 조심해."

 

  로안의 지적에도 레베카는 막무가내였다.

 

  "지금 내 아들이 죽을 뻔 했다는데 그게 대수예요?!"

  "말이 왜 황비를 향해 날뛰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지금 따로 가둬 놓은 상태다."

  "당장 죽이질 않고 뭣들 하는 거예요!"

  "황비가 죽이지 말라고 했거든."

  "그 미친년이-!"

  "말 가려 하지 못하겠니?"

 

  로안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레베카는 심호흡하려 했지만 진정이 되질 않아서 꼭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어쩜 그렇게-!"

  "테디 핑계로 들어올 구실을 만들어 볼 테니까 테디에게 편지나 제대로 해."

 

  로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레베카는 낙담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목이 타서 반쯤 식은 차를 들이킨 그녀는 찻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찻잔을 잡은 그녀의 손도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가만두지 않겠어요."

  "……어쩌시게요."

 

  가운데에서 눈치만 보던 켈리가 조용히 물었다. 으득, 다시 한 번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눈앞에서 치워버려야지."

 

  레베카의 불타는 눈동자를 바라본 로안은 무슨 예술 작품 감상하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역시나.

 

  "오라버니,"

 

  레베카가 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켈리의 눈이 커졌다. 로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요즘 구하기 힘든데."

  "꼭, 꼭 그것이어야 해요."

 

  레베카가 손을 뻗어 로안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녀의 불타는 눈동자에 간절함이 서렸다. 로안은 자신과 꼭 같은 색의 눈동자를 즐기듯 바라보았다.

 

  "제철도 아닌 데다 소지 자체가 불법인 것을."

  "그년의 생일 전까지 꼭 구해주세요."

 

  레베카의 하늘색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것을 그년의 생일 전에, 그 성대할 것이 분명한 생일을 망치기 위해서.

 

  "황비의 생일이라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로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무엇보다, 너희가 황비에게 뭔가를 전해주는 걸 누군가에게 들키면 정말 곤란해."

  "그년은 아직 궁에서 혼자 다니니까요."

 

  어쩜 이렇게 궁에 대해서 훤한지. 로안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들어올 땐 어떡하려고?"

  "안 들키게 몰래 들어갈게요."

  "그런 식으로 몰래 들락거렸다간 가만히 있던 인간들 모가지가 날아가."

  "만에 하나 들킨다고 해도 오라버니는 피해 없게 할게요. 그렇지, 켈리?"

 

  레베카가 홱 하고 돌아보았다. 켈리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쯧-."

 

  로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리곤 잠시 턱을 문지르다 여전히 언짢은 표정으로 경고했다.

 

  "만에 하나 들킨다고 해도 난 같이 책임져 줄 생각도, 너희를 감싸줄 능력도 없어."

  "상관없어요."

 

  레베카는 큰 결심을 한 눈빛으로 말했다. 로안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해지면 연락 주지. 운이 좋다면 빠른 시일 내에."

  "벌써 가시게요?"

  "일이 밀려서."

 

  로안은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두 여인을 뒤로하고 미련 없이 응접실을 나섰다. 그리곤 레베카의 입에서 나왔던 충격적인 말을 떠올렸다. 레베카는 그녀의 모든 것을 걸 생각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생물은 '여자'였다. 로안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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