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1막;궁전_8화
작성일 : 18-12-28 05:26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809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켜."

 

  카우라가 낮게 읊조리자 아이린이 급히 옆으로 비켜섰다. 니게르에게 다가간 카우라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 위에 올라탔다. 이것저것 점검하며 확실하게 자리 잡고 앉은 카우라는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아이린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형의 행동을 지켜보던 시온이 왠지 불안해져서 얼른 아이린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네? 전,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아이린의 괜찮다는 말에도 시온은 혹시 몰라 그녀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녀의 새하얀 드레스엔 단 한 점의 얼룩도 없었지만, 시온은 방금 아이린이 니게르의 코앞에 서 있었던 장면만 생각하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교감하지 않은 말과 그렇게 가까이 계시면 위험하십니다."

  "네에? 정말요?"

 

  아이린이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되물었다. 천성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지금껏 자신에게 위협적이었던 동물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옛날 어린 시절 집 근처를 배회하던 들개와 길고양이, 그리고 친오빠 친구들의 말들을 모두 포함해서였다.

  아이린이 생각보다 크게 놀라자 오히려 놀란 시온이 되물었다.

 

  "말 앞에 선 것이 처음 아니십니까?"

  "아니요, 전에 저희 친오라버니 친구 분들의 말들도 만져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들이 뭐라 그랬었더라. '아이린, 안 돼-! 아……? 괜찮네?'였나.

 

  "말들은 변덕스러운 동물이라,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어서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됩니다. 잘못 채였다가 크게 다칠 수도 있으세요."

  "위험한 일이었군요. 죄송해요, 앞으로 주의할게요."

 

  아이린이 민망함을 달래려 애써 웃어보이자 카우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시온이 아이린을 가리고 서서 되물었다.

 

  "오늘은 아이들의 승마수업이 있는 날이라고."

 

  시온이 으르렁거리자 카우라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척 말을 끊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생각하고 내뱉은 대답이라기엔 굉장히 뻔뻔한 말이었다. 시온은 인상을 구긴 채로 덧붙였다.

 

  "형의 위협적인 승마는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가 된단 말이야. 말들이 겁을 먹잖아."

  "그건 그 말들이 문제고."

 

  내 알 바 아니잖아? 시온은 염치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자신의 형이 굉장히 불만스러웠지만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지 마. 특히 제론."

  "네가 끼어들어서 까먹을 뻔 했는데, 내가 물어본 건 '저 여자가 왜 여기 와 있느냐'야."

  "뭐라고?"

 

  시온이 팍 소리 나게 얼굴을 구겼다. 아이린이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지만 시온은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봐."

  "아, 정정하지. 너의 그 젊으신 어머니께선 여기에 왜 행차하셨느냐고."

 

  카우라의 안하무인한 태도에 시온의 속에선 천불이 났다. 아이린도 말 위에 앉은 그를 올려다보았다가 곧바로 시선을 내리곤 대답이 없었다. 대신, 시온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승마 하러 오셨어."

  "뭐? 승마?"

 

  카우라는 시온의 말을 한껏 비웃었다.

 

  "아하~ 네 친모의 승마복이 아직 궁에 남아있나? 그걸 입혀서 태우게?"

 

  카우라가 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비아냥거렸다.

 

  "그런 중년 취향의 옷을 입히기엔 너무 어리지 않나."

 

  굉장히 비열한 발언이었다. 지금은 그 승마복을 입지 못하는 너희 어머니, 폐비를 기억해라. 새파랗게 어린 새어머니를 받아들이고 네가 버린 폐비를 기억해라.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아이린이 떨리는 눈동자로 시온의 안색을 살피고자 하였지만,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로서는 시온의 표정을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형이 워낙 폐비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몰랐나본데, 그냥 평범한 아이보리색이야."

 

  시온은 개의치 않아 하며 쏘아붙였다. 그가 아무렇지 않았느냐, 하면 당연히 그건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더라도 카우라에게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남남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는, 카우라에게 '형의 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셔서 승마복을 맞춘 적도 없지 않냐'라는 말을 뱉음으로써 형과 동급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완성된 시온의 약한 대응 덕분에 카우라는 데미지가 전혀 없었다. 대신,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미소로 아이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승마를 해 본 적은 있어?"

 

  카우라의 업신여기는 물음에 아이린이 입술을 꼭 물었다. 겁먹은 그녀 대신 카우라에게 맞서는 것은 시온이다.

 

  "형, 존댓말 해."

 

  시온이 굳은 얼굴로 경고했지만 카우라는 코웃음 쳤다.

 

  "해 본 적이 있을 리가."

 

  카우라가 빈정거리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곤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평민 출신이."

  "카우라! 말 가려서 하지 못해?!"

 

  시온이 목소리를 높였고, 아이린이 놀라서 그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카우라는 시온의 얼음같이 차가운 하늘색 눈동자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질감이 꽤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과 별개로, 동시에 기분이 굉장히 더러웠다.

 

  저 새끼는 왜 아이린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저렇지? 정말이지, 짜증나게 말이야.

 

  시온이 그렇게 공격적으로 주의를 주어도 카우라는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뭐, 정 하고 싶다면 해 보라 그래. 황실 말도 타 보고, 황실 승마도 배워 보고. 그 정도면 평민이 할 수 있는 체험활동 치곤 끝내주는 거 아닌가?"

  "카우라-!"

 

  황태자와 거의 맞서 싸우려는 시온의 팔을 아이린이 잡아당겼다. 시온이 그녀를 돌아보았고, 아이린이 눈물 어린 눈동자로 카우라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저는 평민 출신이 맞습니다. 하지만 평민 출신이라고 해서 제 몸속에 흐르는 피가 더러운 것은 아닙니다. 황태자님께서는 궁전 정원에 둥지를 튼 새는 고귀하고, 평민의 집 처마에 둥지를 튼 새는 미천하다고 하시지만 전 그 말씀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궁전 밖에서 났든, 궁전 안에서 났든 모두 귀한 사람입니다."

 

  카우라의 머릿속에서 커다란 돌이 떨어졌다. 단단한 무엇인가로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듯 얼떨떨한 기분의 카우라에게 아이린의 진푸른 눈동자가 박혔다. 눈물을 머금어 촉촉하고 밝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은 카우라의 어머니, 클라우디아와 빛깔만 달랐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카우라는 답지 않게 그를 직시하는 아이린에게서 늘 올곧았던 자신의 어머니가 겹쳐 보이는 것을 인지하고는 잠시 흠칫했다. 클라우디아는 -정말이지 충격적일 정도로- 방금 아이린이 한 말과 꼭 같은 말을 강조하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카우라의 황태자 제복을 맞추러 왔던 재단사의 견습생이 실수로 황태자를 옷핀으로 찔렀을 때, 심히 분노하여 곧바로 견습생의 뺨을 내려친 아들에게 처음으로 꾸중다운 꾸중을 했다. 사람은 그 누가 됐든 귀하단다. 실수는 다시 번복되지 않을 정도로만 주의를 주면 되지 않겠니?

 

  클라우디아는 그 때에, 함부로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카우라를 옆방으로 데려가는, 태의가 전해 듣고 허파가 터져라 뛰어왔던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아들을 조용히 나무란 후 다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재단사와 견습생에게 기품 있는 사과의 말을 건넸다.

 

  '우리 아들의 실수를 용서해주겠어요?'

 

  재단사와 견습생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죽을죄를 지었다며 살려만 달라고 빌었다. 클라우디아는 그들에게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었다.

 

  '그건 제 아들의 옷을 아주 멋있게 만들어주시는 걸로 값을 치르도록 하죠.'

 

  카우라는 그런 식으로 행동했던 자신의 어머니가, 뻑하면 준귀족 자제 출신 심부름 하인을 궁에서 내쫓으라 언성을 높이는 레베카와 켈리보다 굉장히 고결하고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라우디아는 카우라의 어머니였고, 그는 어머니가 아닌 아이린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아이린은 마치 클라우디아처럼 말했다. 클라우디아가 살아있었다면, 아이린처럼 말했을 것이다.

 

  카우라는 병약했던 클라우디아가 자리를 박차게 만드는 수고를 두 번 이상 끼치고 싶지 않았다.

 

  "날 가르치려 들어?"

 

  카우라의 위협적인 목소리에 아이린이 시선을 내렸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래, 너는 시선을 내리지. 넌 내 어머니가 아니야. 부드럽게 늘어뜨려진 아이린의 고동색 머리칼에 클라우디아의 잔상이 사라졌다. 으득, 카우라의 이가는 소리가 울렸다.

 

  "열심히 해 봐. 알맹이가 바뀌나."

 

  카우라가 말을 돌려 목장을 나섰다. 시온이 아이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어머니."

  "제가……."

 

  아이린이 시온을 올려다보았다.

 

  "제가 황실 승마를 배울 수 있을까요?"

 

  목소리가 떨리는 아이린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시온이 착잡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자 결국 아슬아슬하던 그녀의 눈물이 흘러넘쳤다. 아이린이 고개를 떨구고 시온이 굳은 얼굴로 아이린의 얼굴을 들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어머니."

 

  시온의 부드러운 부름에도 아이린은 대답이 없었다. 그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어르고 달랬다.

 

  "승마는 그 누가 되었든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리 오세요."

 

  시온이 조심스럽게 그녀와 백마를 끌었다. 시온은 저 멀리서 아이린의 하인들이 헉헉거리며 승마복을 들고 오는 것을 보고는 마구간지기에게 백마를 건네주어 안장을 채우게 했다.

 

  카우라의 예상대로, 레베카가 황비일 적 입었던 승마복들 중 가장 깔끔한 것을 선별해 가져온 시녀들은 아이린을 근처 궁에 모셔가서 옷을 갈아입히고자 하였지만, 아이린은 그냥 목장 탈의실에서 갈아입겠노라 하였다.

 

  그것은 순전히 시온을 기다리는 페오와 딘슨을 위한 발언이었으나 시녀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목이 빠져라 도리질 쳤다.

 

  "아니 되옵니다, 마마!"

  "마마, 이런 곳에서 마마를 보필하였다간 저희 목이 날아갑니다!"

 

  왠지 아이린이 잘 설득하면 들어줄 것 같았던 시녀들은 생각 외로 완고하게 버텼다. 이러나저러나, 황족의 시중을 드는 시녀, 시종들은 대귀족들의 차남, 차녀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들의 언니나 어머니가 승마를 하기 위해 목장에 있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물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만에 하나 발생한다고 해도 그들은 아마 치맛자락이라도 붙잡고 절대 안 된다고, 혹시 미친 거 아니냐며 뜯어말렸을 것이다.

 

  결국 아이린은 시온의 시종들까지 동원하여 탈의실 근처 10걸음 내의 모든 창문에 천을 덧대어 막고, 큰 창마다 남자시종들이 바깥쪽을 향해 서서 망을 보는 것으로 협상한 후에야 시녀들의 도움으로 승마복을 차려입을 수 있었다.

 

 

  "황자님."

 

  밖에서 기다리던 시온이 뒤돌았다. 그의 뒤에선 아이린이 민망한 얼굴로 탈의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레베카 전 황비님의 옷이라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린이 공손히 인사하자 시온이 손사래 쳤다.

 

  "제게 감사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그 옷은 황궁의 재산이니까요."

 

  그의 손사래가, 아이린은 더없이 미안했다. 괜히 '그녀'의 이름을 꺼내서…….

 

  아이린의 자책을 읽은 시온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내밀었다. 그는 자신의 팔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린 아이린을 아까 골라왔던 백마에게로 에스코트했다.

 

  황비가 말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 시온은 그녀가 자리를 잡고 안정감 있게 앉자, 자신이 쥐고 있던 말의 고삐를 건네주었다.

 

  "고삐 잘 잡으세요."

  "제가 직접 몰아요?"

 

  아이린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조금 두려운 듯, 당황함이 서린 눈빛이었다. 시온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어린 황자들도 곧잘 따라하니까요. 게다가 이 말도 굉장히 순한 아이이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시온의 친절한 미소와 설명에 아이린은 없던 용기도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외양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차분한 표정과 부드러운 눈빛이 레이를 많이 닮은 시온은 아이린에게 언제나 믿음과 희망을 주는 버팀목이었다.

 

  아이린은 그가 건네는 고삐를 받아 쥐었다. 튼튼하고 새것인, 가죽으로 된 끈이었다. 아이린은 고삐를 놓칠세라 꼭 잡고, 시온의 설명을 단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듣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거리를 두고 잡으세요."

 

  시온이 아이린의 손등을 잡아 거리를 벌렸다. 조심스러운 그의 손길이 승마용 가죽장갑 위로 느껴졌다.

 

  "무슨 명령을 하든, 고삐를 너무 세게 당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말이 알아차릴 정도로만 당기세요. 살짝 당겨 보시겠어요?"

 

  시온이 고삐를 놓고 두어 걸음 물러서자, 아이린은 시온이 알려준 대로 살짝 고삐를 당겼다.

 

  "이, 이렇게요?"

 

  자신의 등허리에 앉은 사람이 고삐를 잡아당기자, 흔들거리던 말이 똑바로 멈춰 섰다. 시온이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딱 그 정도만. 내리치면 앞으로 갈 거고, 두 번 당기면 멈춰 설 겁니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싶으시면 고삐의 왼쪽을,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시면 오른쪽을 당기시면 돼요. 아직은 해 보시지 마시고 제가 말을 타면 같이 하시죠."

 

  시온이 아이린이 탄 백마의 고삐를 다시 받아서 가까이 잡고 끌었다. 시온이 백마를 끌며 평원으로 나오자, 근처에서 수업 중이던 페오와 딘슨이 아이린을 반겼다.

 

  "어머니, 백마를 타셨네요!"

  "아름다우세요, 어머니."

 

  아이린은 황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감사합니다, 황자님들."

 

  페오와 딘슨은 눈치가 빠른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아이린을 꽤 잘 따랐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것은 막내 황자인 테디처럼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아이린을 좋아라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지만, 적어도 한평생 자신들을 귀찮아했던 친어머니보다 아이린쪽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했다.

 

  아이린은 그들의 눈치로 확신하건대, 단 한 순간도 그들을 귀찮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아이린의 방에 보드게임을 들고 찾아갔을 때, -대부분의 귀부인들이 그러하듯- 성가시게 하지 말라며 쫓아낼 것을 감안하고 큰 기대 없이 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밝은 얼굴로 자신들을 맞아준 아이린은 '어머니의 애정'에 목말라있던 그들에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후 딘슨은 페오 몰래 시온에게 와서 이런 말을 했다.

 

  '아이린 황비 마마가 저희랑 놀아주셨을 때, 진짜 황비 마마의 아들이 된 것 같았어요.'

 

  꽤 가슴 아픈 이야기였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시온은 황자들이 분열하지 않은 동시에 아이린이라는 '새어머니'에게 불만을 갖지도 않는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고 여겼다. 비록 카우라 황태자가 아이린을 그따위로 대한다고 해도, 못된 아들이 둘 이상 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카우라 황태자는 아픈 어머니를 찾아갈 때마다 얼마나 대단한 환대를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아이린의 '열심히 보드게임을 배우는 모습'은 폐비소생의 황자들이 그녀를 새어머니로 받아들이고자 마음먹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카우라는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를 어머니 삼는 미친놈들'이라고만 여겼다.

 

  어찌 그리 어린것들만도 못한지. 시온은 카우라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볼 때 마다 프라이팬 따위로 뒤통수를 세게 후려쳐 주고 싶었다.

 

  시온은 기특한 페오와 딘슨에게 웃어주며 자신의 말에 올라탔고, 곧 아이린이 탄 백마 옆에 그의 말을 나란히 세웠다.

 

  "자, 잘 보고 따라하세요, 어머니. 허리 펴시고요."

 

  시온의 조언에 아이린이 허리를 펴고 가만히 그의 제스처를 눈에 담았다.

 

  "이렇게 치면 앞으로 나갑니다."

 

  시온의 말이 살짝 튕기듯 앞으로 걷기 시작하자 아이린이 따라했다.

 

  "어- 어어-"

  "잘하고 계세요."

 

  뒤를 돌아본 시온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통통 튀는 걸음으로 조금 빠르게 걸어 시온을 앞지르자 시온이 급하게 말했다.

 

  "아까 말씀드린 것, 두 번 당기세요."

  "네? 두 번-"

 

  아이린은 곧바로 고삐를 두 번 당겼다. 하지만 말은 멈추긴 커녕 걷는 속도를 더욱 빨리했다. 아이린이 당황하자 시온이 뒤에서 소리쳤다.

 

  "좀 더 세게 당기세요!"

  "앗-!"

 

  백마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아이린이 제대로 당황했다고 느꼈을 때, 시온이 급히 자신의 말을 몰았다. 하지만 시온보다 먼저 그녀의 백마를 막아선 것은 카우라의 거대한 흑마였다.

 

  덩치 큰 니게르가 막아서자 백마는 급하게 걸음을 멈추곤 푸르릉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아이린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알아본 카우라는 불같이 화를 냈다.

 

  "탈 줄도 모르면서 막 타지 마! 말이 지 맘대로 뛰면 너만 다쳐? 주변 사람들 다 다치잖아!"

 

  늘 무서워하던 목소리에 화가 실리자 아이린이 얼어붙었다.

 

  "화, 황태자님……."

  "출발, 정지도 제대로 못 하는데 승마는 무슨 승마야?! 말 타고 돌아다니는 게 그냥 재밌어 보여?!"

 

  카우라의 노기가 심해지자 아이린이 벌을 받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 고삐를 잡은 그녀의 작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2막;정상회담_20화 2018 / 12 / 31 271 0 6271   
18 2막;정상회담_19화 2018 / 12 / 31 267 0 8262   
17 2막;정상회담_18화 2018 / 12 / 31 255 0 8795   
16 2막;정상회담_17화 2018 / 12 / 31 276 0 10178   
15 2막;정상회담_15화 2018 / 12 / 28 243 0 8437   
14 2막;정상회담_14화 2018 / 12 / 28 236 0 7755   
13 2막;정상회담_13화 2018 / 12 / 28 241 0 7345   
12 2막;정상회담_12화 2018 / 12 / 28 254 0 7729   
11 1막;궁전_11화 2018 / 12 / 28 243 0 8284   
10 1막;궁전_10화 2018 / 12 / 28 253 0 8019   
9 1막;궁전_9화 2018 / 12 / 28 234 0 7931   
8 1막;궁전_8화 2018 / 12 / 28 247 0 8095   
7 1막;궁전_7화 2018 / 12 / 19 241 0 8131   
6 1막;궁전_6화 2018 / 12 / 19 259 0 9008   
5 1막;궁전_5화 2018 / 12 / 16 231 0 6929   
4 1막;궁전_4화 2018 / 12 / 14 256 0 9642   
3 1막;궁전_3화 2018 / 12 / 12 239 0 8478   
2 1막;궁전_2화 2018 / 12 / 11 250 0 11021   
1 1막;궁전_1화(프롤로그) 2018 / 12 / 10 419 0 120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