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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틸던
작가 : Indignation
작품등록일 : 2018.11.4

동이 트기 전까지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미스터리 sf)

 
6. 기만
작성일 : 18-12-28 00:13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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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방에 들어온 페리는 친구들이 침대에 앉아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들이었기에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 둘이 자신이 들어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을 알고 페리는 타이니의 뒤로 슬쩍 돌아가서 왁! 하고 소리를 냈다.

  “끼앗!”

  타이니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펄쩍 뛰었다. 사라도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다가 금세 미간을 좁혔다.

  “야! 진짜 놀랐잖아!”

  “미안.”

  페리는 장난스럽게 사과를 하며 그녀들의 옆에 앉았다. 좁은 침대였지만 타이니의 작은 체구와 셋의 공간 활용 능력 덕분에 어떻게든 앉을 수 있었다. 페리는 사라를 돌아보며 물었다.

  “뭐하고 있었어?”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있었지. 주로 먹을 것도 다 챙겼으니 이제 집주인마냥 나가라고 독촉할 너에 대해서. 정확히는, 케인인가?”

  사라의 대답에 페리는 배시시 미소 지었다. 그러다가 둘을 한 번 쓱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방금 들어오는데 케인을 만났어. 우리가 날짜를 정하기로 했으니까 걘 재촉하진 못할 거야.”

  어때? 하는 표정의 그녀를 보고 사라는 허탈하게 웃었다. 타이니는 동공을 이쪽저쪽으로 굴리며 둘을 지켜보았다.

  “그것 참 다행이네. 아무튼 나가긴 한다는 거지?”

  “응. 여기까지 왔으니까. 해봐야지.”

  “돌이킬 수 있는 타이밍인 것 같은데?”

  “말도 마. 지난번에 케인한테 한 번 말 꺼냈다가 하루 종일 무시당했다니까.”

  페리가 진저리를 쳤다.

  “역시... 가는 거지?”

  타이니가 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침대보 위를 휘젓고 있었다. 그 손가락을 보며 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

  “좋아.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보자구.”

  “고마워.”

  사라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마침 기억났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나가는 방법은 생각했겠지?”

  사라의 물음에 페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머리끝을 매만졌다.

  “사실... 지난번에 이미 케인이 혼자서 탈출하려고 했었어.”

  “뭐?”

  “정말? 언제?”

  사라와 타이니가 동시에 놀람을 표시했다. 충분히 놀랄 것이라 예상했기에 페리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너희들한테 처음 이 일을 제안했을 때 있잖아? 그 날 아침에 혼자 나가려고 했어.”

  “혼자서? 무슨 수로 그랬대? 먹을 것도 없이? 도대체 걔는 왜 그러는 거야?”

  사라가 흥분해서 마구 소리쳤다.

  “진정해. 나도 왜 그렇게까지 하는 지는 잘 모르겠어. 아침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나가보니까 주먹만 한 돌멩이를 들고 벽을 부수고 있더라고. 약한 부분을 부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많이 부서져있었어. 조금만 더했으면 타이니 정도는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을걸.”

  페리는 사라의 붉어진 얼굴에서 하얗게 변한 타이니로 시선을 이동하여 말했다. 타이니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밤색 머리가 흘러내려 침대 위로 작은 화폭을 이뤘다.

  “그래서, 거기로 나가겠다는 거야? 더 부시고? 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네. 야만적이고, 터프해. 케인답지 않은걸?”

  사라가 이죽거렸다. 페리도 이 방법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을 찾기에는 케인의 마음이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시무룩하게 엄지와 검지 손톱을 서로 마찰시켰다. 잠시 동안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작은 소녀가 입을 열기 전까진.

  “그냥... 가게 두지 그랬어?”

  타이니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페리는 머리에 벌침을 쏘인 것 같은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건 그녀가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을 모두 부정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페리는 가녀린 어깨를 떨고 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타이니...”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라도 안타까운 눈초리로 타이니를 보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낼 수 있다면 그녀에겐 어디든지 상관없을 터였다. 하지만 정든 곳을, 익숙한 곳을 떠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페리도 사라도 겪고 있는 현상이었다.

  페리는 밤색 머리로 손을 뻗었다. 움찔 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페리는 조용히 어떤 노래를 불렀다. 이걸 그녀가 언제 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친구들이 이 노래를 들을 때면 항상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라는 입을 약간 벌리고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타이니의 떨리던 어깨도 점차 진정되더니 근육이 이완되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가볍게 그녀를 받은 페리는 계속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녀가 잠에 들 때까지 그리고 그녀가 쉴 수 있을 때까지 불러주었다. 페리는 허벅지에서 물기를 느끼며 여리디 여린 자신의 친구를 안아주었다.

  누군가가 방을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열고 들어오면서 이 평화로운 분위기는 일순간에 깨져버렸다.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사람은 토트였다. 그 큰 덩치가 문지방 위에 서서 문 앞을 가득 채웠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여자 기숙사에 남자가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어느새 일어나서 침대를 벗어난 사라가 얼굴을 붉히며 따졌다. 토트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 미간을 오므리며 앞으로 나섰다.

  “난...”

  “됐다. 비켜라.”

  뒤에서 들리는 한 마디에 토트가 매 맞은 강아지 마냥 깨깽 하고 물러섰다.

  “원장...”

  토트보다 더 거대한 체격의 원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사라가 움찔하며 발을 약간 뒤로 움직였다. 페리는 겁먹은 타이니를 껴안은 채 상황을 지켜봤다.

  “내가 이 멍청이들을 데리고 왔다. 뭘 좀 찾으려고 하는데 혼자 찾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말이지. 너희도 내가 오랫동안 이 방을 차지하고 있으면 싫잖니?”

  “도대체 뭘 찾는데요?”

  사라가 표독스럽게 쏘아붙였다. 원장은 미소를 잃지 않고 뒤쪽으로 손짓을 했다.

  “코비, 이리 와라.”

  리틀 샤크라나 다름없는 코비가 어기적거리며 안쪽으로 들어왔다. 페리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쭈뼛거리며 들어와서 사라의 분노한 얼굴을 슬쩍 보고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곧이라도 화산처럼 터질 것 같았다.

  “네가 본 것을 이야기해줘라.”

  “그, 그게... 저기... 제가... 지난번에, 케인이랑 페리를 봤어요... 걔네가 뭔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까이 가봤는데... 케인은 눈을 시뻘겋게 하고서 돌을 들고 있더라고요. 그 돌로 정말 저를 쳐죽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건 아니었고...”

  “좀 빨리 이야기할 수 없겠니?”

  듣다 못한 샤크라가 말했다. 답답하기는 페리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그걸 기어코 얘기해버린 건가?

  “네, 네. 뭐,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정확힌 못 봤어요. 그 뒤에 바로 페리랑 케인이 덮쳐서... 아, 아무튼 그 뒤로 둘의 행동을 관찰했는데... 케인은 맨날 책방만 들락날락 거리고... 페리는 여, 여자애들이랑 식당에 오래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이야기를 하느라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몰래 으, 음식을 가져가고 있었어요. 이,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랬어요. 확실히요.”

  코비는 그 말을 끝으로 뒤로 쏙 사라져버렸다. 뒤에 몇 명이 더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토트, 데이비드, 그레고리, 그리고 방금 도망친 코비가 있을 것이었다. 사라는 도망치는 코비의 꽁무니를 노려보다가 원장을 흘겨봤다.

  “그래. 코비의 말만 믿고 너희를 의심하면 안 되겠지만 음식을 훔치는 건 나쁜 짓이잖니?”

  “...마음대로 하세요.”

  “좋아. 넌 똑똑하니 금방 수긍할 줄 알았다. 애들아, 들어와라.”

  원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방안으로 쳐들어왔다. 토트는 신나서 방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고 그레고리는 무심한 얼굴로 토트가 헤집은 곳을 다시 살폈다. 데이비드는 건성건성 찾으면서 간간히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참을 샅샅이 훑고 지나다녔지만 성과가 없었는지 끝내는 여기저기를 걷어차면서 돌아다녔다. 옷들이 허공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서 페리는 다시 떨기 시작하는 타이니의 어깨를 더욱 세게 당겨 안았다. 사라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려고 할 때쯤 토트가 신나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찾았어요!”

  원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토트는 묵직한 자루를 끌고 자랑스럽게 원장의 앞에 내려놓았다.

  페리는 얼굴을 떨궜다. 원장에게도, 케인에게도 변명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원장의 눈썹이 곡선을 그렸다.

  “아무래도 코비의 말이 맞았던 것 같구나.”

  “그런가 보죠. 한 번 확인이라도 해보시죠?”

  사라는 아직까지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짝다리를 짚고 서서 원장을 노려보았다. 잠깐 열린 뒤 닫힌 입술은 앙 다문 채로 있었다.

  “그래. 그러마.”

  그 태도를 질책하거나 하지 않고 원장이 순순히 자루를 열었다. 자루 안을 들여다보던 원장의 표정이 별안간 아주 찌푸려졌다. 눈코입이 한 번에 얼굴의 중앙으로 쏠린 것 같았다. 정말 웃긴 표정이었지만 페리는 그것보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사라를 제외한 나머지 애들이 원장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루 가까이로 다가갔다. 자루 안을 본 다른 아이들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때 페리는 시큼하게 상한 냄새를 맡았다. 도대체 무슨 냄새지?

  “...아무래도, 코비가 잘못 안 것 같구나.”

  “네. 그렇죠? 저희는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버리려고 모아둔 것뿐이라고요. 원래라면 주방에 뒀어야지만 금방 버리려고 생각해서 가져왔어요. 근데 냄새가 좀 심하네요?”

  승리의 깃발을 쟁취한 사라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원장은 그녀를 쏘아보다가 큰 손으로 자루의 입구를 꽉 잡아 냄새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한 뒤 토트에게 던져버렸다. 멍하니 둘을 지켜보던 토트는 자루가 다리 밑에 소리를 내며 떨어지자 재빨리 자루를 묶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미안하구나. 함부로 너희를 의심한 코비는 내가 잘 타이르도록 하마.”

  원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 바로 옆에 토실토실한 팔만 보이게 숨어있는 코비를 돌아보았다. 사라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자 원장이 앞장서서 토트 패거리를 이끌고 방을 나갔다. 방밖에서 코비의 애처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아니에요! 진짜 봤다고요! 아니에요!’ 하는 외침이 들렸다.

  그들이 나가자마자 페리는 어리둥절해 하는 타이니의 마음을 대변하고 자기도 알고자 사라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상쾌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침에 코비가 이쪽을 유심히 지켜보더라고. 그래서 그 자리에서 음식물쓰레기랑 식량 주머니랑 바꿔쳤지. 너희도 속일 생각은 없었어. 얘기하려고 했는데 코비가 바로 들이닥쳐서 못 말한 거야. 나도 이것까진 예상 못했는데. 정말 기가 막히더라고.”

  마지막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는지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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