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두 명의 대장군
작성일 : 18-12-28 00:01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737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 이후로 궐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두 명의 대장군.

 

  근범은 기류왕의 침소에서 나와 인상을 찌푸렸다.

  오 가문의 무사가 자연스럽게 근범의 뒤를 따랐다.

 

  “괜찮으십니까?”

 

  기류왕의 호통 소리가 침소 바깥까지 들렸다.

  근범이 뒤를 돌아 자신의 무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근범이 멈춰 서자 함께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숙였다.

 

  “그날 전쟁에 참여한 무사 중, 살아남은 무사는 소수라고 해도 여럿이야. 그런데 왕을 지키기 위해 따라나선 대장군은 한 놈이잖아.”

 

  무사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근범이 턱을 쓰다듬었다.

 

  “가짜 대장군을 본 많은 무사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게 좋을까, 기류왕을 미쳤다고 하는 게 좋을까?”

 

  “상장군.”

 

  “기류왕의 체면도 있는데···, 그렇지?”

 

  무사들은 섬뜩함을 느꼈다.

 

  “그래도 말이야, 입이 가벼운 무사들이 한둘이 아닌데, 이미 퍼진 소문을 막을 방도가 있나. 답은 정해졌는데 내가 괜한 걸 물었네.”

 

  근범이 움직일 준비를 했다.

  힘없는 기류왕을 병풍으로 세운 것도 이제 끝이었다.

  더는 체면 차릴 필요가 없었다.

  어중간한 자리에서 두려워할 바에 기류왕의 자리를 뺏으면 그만이었다.

  언제든 뺏을 수 있도록 힘없는 기류왕을 계속 받든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근범은 위에도, 아래에도 언제나 피신처를 둔 계략가였다.

  예상치 못한 늘의 반항?

  그것 때문에 그냥 왕이 될 날이 조금 빨리 온 것뿐이다.

  문제 될 건 없다.

 

 

 

  “김혜성.”

 

  겨레는 기현당ㅡ문관들의 집무실, 혜성이 공부하기 위해 자주 들르는 곳ㅡ을 지나치는 혜성의 앞길을 칼집으로 막아섰다.

  혜성이 고개를 숙인 채 겨레를 올려다봤다.

 

  “잠깐 보자.”

 

  겨레가 기현당 뒤쪽으로 사라지니 혜성은 들고 있던 책을 덮고 그를 따랐다.

 

  “왜?”

 

  겨레는 인적이 없는 나무 아래에서 멈춰 섰다.

  겨레가 뒷짐을 진 채 뒤돌아 혜성과 마주 봤다.

 

  “천룡도에서 가장 똑똑한 네가 궁 돌아가는 꼴을 모를 리가 없지.”

 

  “돌려 말하지 마.”

 

  “두 명의 대장군말이야.”

 

  혜성이 고개를 추켜들었다.

 

  “그게 왜?”

 

  “스승님은 일주일이 넘게 천룡관에 못 돌아오고 계셔. 구룡성에 있는 모든 무사가 모든 임무를 뒤로하고 궁에 묶여 있다는 거!”

 

  겨레는 소리를 지르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심호흡을 했다.

  천룡 모두가 불만을 품고 불안에 떨고 있는데 혜성만이 아무 일 없다는 모습으로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겨레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맞잖아. 실제로 두 명의 대장군이 있고 기류왕이 본 건 헛것이 아니고 상장군이 왕을 미친자로 몰기 위해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말이라고 해?”

 

  “기류왕은 더 헛소문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장군들의 임무를 모두 중지시켰고 그래서 이석곤 장군이 천룡관으로 못 돌아오고 있다는 거.”

 

  “두 명의 대장군 사실을 밝히든지 상장군을 따라 왕을 내쫓든지!”

 

  겨레가 소리를 낮추고 혜성에게 바짝 붙었다.

 

  “둘 중의 하나는 선택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너 이렇게 태평하게 뭐 하는 거야?”

 

  “선택?”

 

  혜성이 눈을 좁히고 겨레에게 한 발짝 다가가자 겨레가 한 발짝 물러섰다.

 

  “선택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선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너는 그래서 손 놓고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너는 어느 쪽인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겨레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뻐끔거렸다.

 

  “왜 머뭇거려? 설마 선택도 안 하고 날 이렇게 몰아붙인 거야?”

 

  “나는 두 명의 대장군.”

 

  겨레가 지기 싫은 표정으로 대뜸 내뱉었다.

  혜성이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

 

  “뭘 그렇게 봐? 두 명의 대장군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늘 대장군도 같이 모실 거야.”

 

  “나도.”

 

  혜성이 다시 책을 펴자 겨레가 웩! 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던 무사 두 명이 그들을 쳐다봤다.

 

  “그런데 왜 가만히 있어?”

 

  “그럼 어떡할 건데? 상장군에게 네 목이라도 바칠 거야?”

 

  겨레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진실을 고한다는 것은 상장군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었다.

 

  “상장군에게 대들면, 두 명의 대장군은 또 무사할 거 같고?”

 

  “그렇군.”

 

  겨레는 쉽게 수긍하며 혜성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서 너처럼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는 거야?”

 

  “최선은 없어, 최악만 피하는 거지.”

 

  “나도 너처럼 태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처럼 너무 날뛰는 건 체력 낭비야.”

 

  겨레는 자신의 몸보다 두 배는 굵은 나무에 쓸데없이 주먹을 번갈아 치며 다리를 휘둘렀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껍질이 혜성의 볼에 튀었다.

 

  “아, 이 진짜.”

 

  “답답해 죽겠다고! 스승님은 물론이고 대장군도 못 만나잖아!”

 

  “너라도 천룡관에 안 갇힌 걸 다행으로 생각해. 스승님께서 우리는 관련 없다 손을 쓰셨겠지.”

 

  겨레가 정신 사납게 혜성의 책을 툭툭 치다 혜성이 휙, 하고 책을 치우니 번뜩 검지를 내밀었다.

 

  “늘 대장군은 만날 수 있을까?”

 

  늘의 이름에 혜성은 멈칫하며 같은 종이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우리가 그분을 어떻게 만나.”

 

  “하담이 용왕각을 갈 때 쓰던 샛길이 있어.”

 

  “하담이 용왕각을 가?”

 

  “내일 대장군이랑 몰래 자주 나갔었거든. 내가 궁금해서 석 달이나 캐물었어.”

 

  “남몰래 내일 대장군에게 총애를 받고 있었네.”

 

  혜성은 씁쓸함을 지우고 책을 덮었다.

 

  “갈 수 있다면 갈 거야?”

 

  “네가 샛길을 아는데 안 가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혜성은 늘을 당장 보고 싶었다.

  겨레가 미소를 지으며 혜성의 등을 툭 쳤다.

  힘을 빼고 있던 혜성이 휘청거렸다.

 

  “근데 내가 이미 한 번 들켰어. 미안하다.”

 

  “무슨 소리야?”

 

  “샛길을 넘다가 몸이 끼었거든. 지나가던 무사한테 들켰어.”

 

  혜성이 이마를 짚었다.

  겨레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서 샛길이 막혔다는 거야?”

 

  “그 후로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너는 넘을 수 있으려나?”

 

  “가. 거기로 안내해.”

 

  혜성이 겨레의 가슴팍을 쳤다.

 

  겨레는 앞장서 천룡관으로 돌아왔다.

  혜성과 겨레가 천룡관으로 들어오자 수련을 하던 청소년부 천룡이 인사를 올렸다.

  겨레는 손을 저으며 그들을 재빠르게 지나쳤다.

 

  “어, 계속 수련해. 우리 못 본 거다?”

 

  겨레의 의미심장한 말에 되레 청소년부 천룡들이 시선을 집중했다.

  혜성이 입술에 검지를 대니 눈이 마주친 청년부 천룡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집중.”

 

  청년부 천룡들은 능숙하게 청소년부를 집중시켰다.

  그러는 동안 겨레와 혜성이 빠르게 사라졌다.

 

 

  “여기야?”

 

  겨레와 혜성은 높게 솟은 담을 올려다봤다.

  담의 무너진 일부분이 나무에 가려져 있었다.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아 오랫동안 그 형태가 유지된 것이었다.

  무너져 내린 샛길 부분이 굉장히 좁아 언뜻 보기에도 어린아이나 지나갈 수 있을 법했다.

 

  “저걸 넘으려고 한 거야?”

 

  “하담이 넘었다고 하니까···.”

 

  오기가 생겨서. 겨레가 중얼거렸다.

 

  “끼어서 나온 게 신기하네.”

 

  혜성이 겨레에게 책을 넘긴 뒤 기둥을 발판 삼아 나뭇가지로 훌쩍 뛰어올랐다.

  틈으로 들기 전에 언뜻 크기를 가늠해보니 아슬아슬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담 자체를 넘기에는 맨손으론 불가능할 것 같았다.

  혜성은 몸 반쪽을 끼워 놓고선 겨레를 내려다봤다.

  겨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도 안 될 것 같다.”

 

  혜성이 담 아래로 뛰어내려왔다.

 

  “너랑 나는 불가능해.”

 

  겨레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젓는 사이, 혜성이 다시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혜성은 재빠르게 나무를 밟아 틈 사이로 몸을 던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혜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겨레는 사라진 혜성의 모습에 주위를 둘러봤다.

 

  “됐지? 난 너랑은 다르다.”

 

  담 너머에서 작게 혜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겨레가 나무를 올라 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좁고 굵은 담의 틈에서 바깥 풍경은 쉽게 담기 힘들었다.

 

  “어디 있어? 나 두고 가는 건 아니지?”

 

  “너는 나오지 못하잖아?”

 

  “나도 한다면 하는 사내다.”

 

  “너 때문에 길이 막히면 곤란하니 그냥 거기 있거라.”

 

  “배신자!”

 

  혜성은 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겨레의 목소리를 들으며 웃음을 흘렸다.

 

  “이건 복수다.”

 

  틈에서 툭하고 책이 튀어나왔다.

  혜성은 떨어진 책을 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건너편, 겨레가 땅으로 착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한 손에 책을 쥐고도 돌아올 수 있나 보자. 책을 버린다면 네놈이 담을 넘었다는 사실이 들키고 말겠지.”

 

  “다른 건 몰라도 네 얕은 마음 하나는 알겠다.”

 

  “시끄럽다.”

 

  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곳을 벗어났다.

 

  용왕각으로 직접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궐을 벗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궐을 벗어나니 용왕각은 금방 찾을 순 있었다.

  겉보기에도 으리으리한 가옥이었다.

  혜성은 궐 담과 비교해서 그리 높지 않은 용왕각의 담을 보며 주변을 살폈다.

 

  무사들이 궐에 갇혀 있으니 주변은 매우 조용한 편이었다.

  담 너머로 보이는 용왕각 내부 분위기도 제법 삼엄했다.

  오 가문의 무사들이 진을 친 모양새가 궐을 축소해놓은 듯했다.

  굳이 늘이 갇혀 있는 처소가 어디인지 찾으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무사가 한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저곳이다.

 

  늘은 전쟁 이후로 가옥이 아니라 침소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혜성은 주위를 둘러보는 무사의 눈을 피해 몸을 숙였다.

 

  “얘! 뭘 잘했다고 울어? 아씨의 총애를 받으니 뭐라도 된 것 같니? 옷이나 똑바로 널어.”

 

  혜성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라 담에 바짝 몸을 붙였다.

  담 너머에 바로 사람이 있었다.

 

  “아닙니다···.”

 

  “재수 없긴···.”

 

  “제가 나머지는 정리할 테니 먼저 들어가세요.”

 

  “당연히 그래야지!”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옷을 탈탈 터는 소리 사이로 한숨이 내려앉았다.

  혜성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확인하곤 까치발을 들었다.

 

  “이봐.”

 

  “에구머니.”

 

  옥란이 깜짝 놀라 뒤로 헛걸음질 했다.

  혜성이 재빨리 검지를 입술에 댔다.

 

  “쉬. 내 물을 것이 있다.”

 

  “누, 누구신지요?”

 

  옥란은 이불을 꼭 쥔 채 혜성을 경계했다.

 

  “아씨라 함, 오늘 대장군을 말하는 게냐?”

 

  옥란이 눈을 크게 뜨고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나는 대장군의 벗이다.”

 

  “무, 무슨 소리입니까? 이곳에 아씨는 없습니다.”

 

  혜성이 급한 마음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오 가문의 장녀 오늘 말이다.”

 

  “글쎄 장녀 같은 건 없대도요?”

 

  옥란의 높아진 언성에 혜성이 황급히 몸을 낮췄다.

  멀리서 무사가 옥란을 바라봤다.

 

  “이봐!”

 

  옥란의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랑 얘기하는 게냐.”

 

  무사가 다가오자 혜성은 황급히 그곳에서 벗어났다.

  아무래도 당장 만나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혜성은 속으로 옥란에게 사과를 올리며 샛길로 다시 돌아갔다.

 

 

  “만났어?”

 

  혜성이 별다른 답을 주지 않자 겨레는 답답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쳤다.

 

  “그 맑은 소리를 들으니 천룡제 때 북은 따로 필요 없겠구나.”

 

  “웃기지마, 이 배신자.”

 

  천룡관 숙사에 불이 꺼졌다.

  혜성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겨레에게서 뒤돌았다.

  둘은 같은 침실을 쓰는 동방생이었다.

  겨레가 누운 상태로 이불을 걷어찼다.

  겨레 옆으로 두 개의 빈자리가 허전했다.

 

  “하담의 상태는?”

 

  “궁금하면 네가 찾아갔어야지.”

 

  둘은 서로에게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겨레는 혜성이 자리를 비운 동안 계속 하담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의 우정이 이 정도인 게다.”

 

  혜성이 피식 웃자 겨레가 욕을 읊조렸다.

  그때 조심스럽게 동방 문이 열렸다.

  혜성이 갈아 입은 침소복을 정리하며 문을 돌아봤다.

  문을 연 건 하담이었다.

 

  “서하담!”

 

  혜성이 재빨리 동방으로 들어오는 하담을 부축했다.

  겨레 역시 하담을 보고선 벌떡 일어섰다.

 

  “의원이 돌아가도 된대?”

 

  겨레가 나머지 팔을 붙잡았다.

  하담이 미소를 지으며 눈을 찌푸렸다.

 

  “너무 오래 신세를 지기도 했고 움직일 순 있으니까.”

 

  “신세랄게 뭐가 있어. 아픈 자는 치료 받아 마땅하지.”

 

  “너희와 떠들고 싶기도 했고.”

 

  하담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혜성은 그 웃음을 보며 짐을 하나 던 느낌을 받았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간 그에게 쏟아진 불행은 감히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하담이 살아남은 것은 최악을 피한 것이 아니라 행운이었다.

 

  “너도 양반은 못되겠다. 마침 네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겨레가 하담을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혔다.

 

  “내 얘기?”

 

  “별 얘기 아니야. 우리가 그 정도로 너에게 애정이 있는 건 아니거든. 우정이 얄팍해서.”

 

  겨레는 혜성의 말을 떠올리며 빈정거렸다.

  하담이 눈썹을 들썩이자 혜성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겨레를 발끝으로 밀었다.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치료받는 동안 아무도 내게 궐 상황을 말해주지 않았어.”

 

  하담이 동방으로 내려온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전쟁 이후로 그 어떤 소식도 하담에 귀에 닿지 않았다.

  몸이 망가진 하담에게 정신적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장군은?”

 

  하담은 늘의 상태가 가장 궁금했다.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겨레는 대답을 회피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고 혜성은 코를 만졌다.

 

  “뭐, 그냥 구천전에 계시지.”

 

  “늘 대장군 말이다.”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어림없었다.

 

  “우리도 몰라. 물어보지 마.”

 

  겨레가 애꿎은 이불을 발로 찼다.

 

  “모른다니?”

 

  “지금 궐 상태가 말도 아니야. 대장군이 두 명이라는 소문 때문에 기류왕이 미쳤다는 둥, 무사들과 기류왕 사이에 때아닌 신경전이 벌어져서 무사 모두가 궁에 갇혔어. 임무도 모두 금지돼서 스승님은 천룡관에 오지도 못하셔.”

 

  하담은 입을 반쯤 벌리고 겨레의 얼굴을 살폈다.

  겨레의 얼굴은 침통했다.

 

  “그게 무슨···.”

 

  “그래서 늘 대장군 소식은 알 수 없어. 이 자식이 오늘 샛길은 넘긴 했지만.”

 

  겨레가 혜성에게 진실을 떠넘겼다.

  하담은 미간을 좁힌 채 혜성을 바라봤다.

  혜성이 잠시 하담의 얼굴을 보며 뜸 들였다.

 

  하담은 진정으로 늘을 걱정하고 있었다.

  누구의 걱정이 더 우위에 있는지 잴 수 없을 정도로 혜성과 하담의 머릿속엔 늘로 가득 찼다.

  혜성은 왠지 그에게만큼은 늘의 소식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저보다 먼저 늘의 상태를 확인할 것 같았다.

 

  하담은 혜성을 재촉하듯 눈을 크게 떴다.

 

  “나도 못 봤어.”

 

  “용왕각까지는 간 거야?”

 

  “갔는데 오 가문의 무사들이 침소를 지키고 있었어. 침소 안에 갇혀 계신 거 같아.”

 

  하.

  혜성의 말에 하담이 머리를 힘껏 털었다.

  누워 있었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스승님한테 가야겠어.”

 

  “뭐? 안 돼! 우리는 장군들과 못 만나.”

 

  일어서려는 하담을 붙잡은 건 겨레였다.

 

  “누가 정했는데?”

 

  “기류왕이지!”

 

  “그럼 기류왕의 눈을 피해 만나면 되잖아. 대놓고 만날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

 

  하담의 말에 겨레와 혜성이 눈을 마주쳤다.

  하담은 움직이자마자 큰일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연정 2018 / 12 / 31 246 0 6382   
20 오늘의 삶 2018 / 12 / 30 234 0 6128   
19 전생 기억법 2018 / 12 / 29 235 0 7493   
18 지는 오늘 오는 오늘 2018 / 12 / 29 231 0 5171   
17 두 명의 대장군 2018 / 12 / 28 228 0 7375   
16 불타는 학살자 2018 / 12 / 28 254 0 6660   
15 전쟁의 불씨 2018 / 12 / 27 239 0 5152   
14 태양과 달 2018 / 12 / 27 233 0 6349   
13 복귀 2018 / 12 / 26 236 0 5911   
12 문호 2018 / 12 / 26 225 0 8077   
11 향가 2018 / 12 / 25 232 0 5715   
10 침입자 2018 / 12 / 25 236 0 7152   
9 저승문 2018 / 12 / 24 234 0 4205   
8 풀어진 비밀 2018 / 12 / 24 240 0 5133   
7 김혜성 2018 / 12 / 23 235 0 6909   
6 천룡제 2018 / 12 / 23 223 0 6482   
5 용의 힘 2018 / 12 / 22 227 0 6398   
4 내일을 위한 내일 2018 / 12 / 22 227 0 7900   
3 대리인 2018 / 12 / 21 243 0 7408   
2 타인의 몸 2018 / 12 / 21 241 0 9104   
1 불길을 걷는 망자 2018 / 12 / 21 366 0 319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