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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19
작성일 : 18-12-27 23:15     조회 : 299     추천 : 1     분량 : 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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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9.

 

 

  - 고아 씨, 강승아 (24)

 

  ".. 준비하고 하신 말 같지는 않네요."

 

  부들거리는 저 주먹을 보고 하는 말이다. 어찌나 꽉 쥐었는지 피라도 흐를 것 같다. 그 위에 고아 씨의 작은 손끝이 닿았다. 가련한 저 손을 이리저리 찔러보다가, 아예 덮어버린다. 그제야 떨림이 멎었다. 시선 끝이 손을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손목, 어깨, 목을 걸쳐 의외로 변함없는 저 얼굴까지. 새빨개져서는 소녀처럼 부끄러워할 줄 알았더니 표정만은 의연하다. 설마 눈 뜬 채로 실신한 건 아니겠지.

 

  무슨 말을 한 건지 자각이나 하는 걸까. 앞으로 한참이나 밀고 당기기 위해 준비해뒀던 경우의 수가 많았는데, 이제 다 못 쓰게 됐다. 결승선을 향해 천천히 걷고 있었더니, 느닷없이 결승선이 이쪽으로 뛰어왔다.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는데. 우리는 아직 서로 더 알아가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 고백하실 거라곤 예상 못 했어요."

 

  "네, 저도.. 몰랐어요.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에요."

 

  뭐라고 대답하진 않았다. 큰 한숨 뒤에 덮인 손을 슬슬 쓰다듬을 뿐이다. 충동적인 면이 있다는 건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이미 내뱉은 말을 철회할 순 없겠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좀 더 신중했었으면 싶었다. 가볍거나 딱딱한 말 속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천천히 느껴가길 바랐다. 이제 와선 어쩔 수 없다. 무시하지 못할 거면 존중해 줄 수 밖에.

 

  "언제부터였어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굳이 되물어 볼 필요는 없다. 승아는 눈을 감고 곰곰이 떠올린다.

 

  "헷갈린 지는 4년이 넘었고, 마음을 정한 건 10일 정도 됐네요."

 

  1460일이 넘게 바뀌지 않은 관계. 그리곤 고작 10일. 고아 씨가 저지른 실수부터 지금까지, 고작 10일.

 

  너무 길고, 너무 짧다. 감당 못 할 정도로 길고, 받아들이기엔 부족하다.

 

  복잡한 심경이다. 눈앞의 승아를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평가를 위해서는 아니다. 앞에 앉은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하고 싶었다.

 

  폭신한 느낌의 반 곱슬머리. 하얀 얼굴. 순둥한 눈매. 포근한 목폴라 니트. 이도 저도 아닌 보통의 체형. 맹목적인 내 편. 나의 팬.

 

  "우선.. 사과부터 해야겠네요. 4년 동안 맘 고생한 거, 알고 있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도 안 썼고요. 그렇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마세요. 대부분의 사람한테 다 그러니까."

 

  내심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직접 들으니 순간적으로 찌릿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뒤따라오는 말에 위안이 된다. 그래, 작가님은 그런 사람이지.

 

  "승아 님이랑 이런 사이가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제 이상형하곤 닮은 부분이라곤 없으시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잠시 숨을 고른다. 지금 보낸 양해의 눈빛을 승아가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목소리는 높고, 남자답지도 않고, 연하인데다 얼마나 순진한지 속이기도 쉽고. 덩치도 안 크신데 까놓고 말해서 돈도 없잖아요. 그런 승아 님이 제 맘에 들겠어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발언이다. 승아는 고아 씨의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준비도 없이 현실과 마주한 충격은 어지러울 만치 크다. 눌러 담아뒀던 열등감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 고아 씨의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승아의 주먹을 쓰다듬던 손을 슬쩍 빼냈다. 하다못해 지금만이라도 남자답게 굴어 줬다면 좋았을 텐데. 하기야, 답기는 답다.

 

  "네. 맘에 들었네요. 저도 이해는 잘 안 가는데, 싫지는 않네요."

 

  일부러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이젠 저 얼굴을 보며 주먹을 들긴 쉬워도, 이런 말을 꺼내기는 힘들었다.

 

  "목소리 부드럽고, 친절하고, 연하에 순진한 것도 나름 귀엽고. 덩치가 없어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돈이야 뭐.. 원래 있는 쪽이 더 쓰는 거죠."

 

  손발이 오글거려서 참을 수가 없다. 다리 사이에 손을 꽉 끼웠는데도 근질거림이 느껴진다. 여태껏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하면서 상대를 칭찬해본 적은 거의 없다. 그 중엔 굳이 칭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건 연애가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러니 아무리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장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지 아직 보름도 채 안 됐어요. 승아 님. 절 얼마나 알고 계세요? 전 승아 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절 강 고아로 보고 계시긴 한가요? '작가님'이 아니고요?"

 

  비단 승아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다. 스스로를 향한 확인이기도 했다. 말로 정리하고 드러냄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아직은 제가 좋으실 수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생각지도 못한,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전 확인 받고 싶어요. 정말로 제 전부를 좋아하시는 게 맞는지. 답답하다고 생각하셔도 상관없어요. 연애하면서 서로 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셔도 틀린 말은 아니고요. 하지만 저도.."

 

  언제까지 창 밖을 보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쭉 이렇게 대화하고 싶다. 승아가 앞에 없다고 생각해야 그나마 술술 나오는 말이니까.

 

  ".. 승아 님이 싫지 않으니까. 더 정 들고 나서 헤어지는 건 싫거든요."

 

  쌓이는 눈보다 더 무거운 적막이 떨어진다. 밖은 어느새 시야가 흐릿해질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지금 건넨 말이 정말 진심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식도 못 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꺼낸 진심 같기도, 격앙된 기분에 취해 내뱉은 헛소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쪽에서 나온 말이건 이미 들은 사람이 있는 이상, 이 사람에게만은 확실한 진실이다. 입을 떠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작가님.."

 

  "전.. 그러니까 저는.."

 

  머리를 싸매고 천천히 심호흡한다. 아직 약한 모습을 드러낼 각오가 서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결국엔 해야 할 말이다.

 

  "버려지는 게 무섭거든요. 그러니까.."

 

  입이 바싹 마르고 이따금 쉰소리가 난다. 정말 이 사람은 다를까.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과, 전 애인과, 규리와는 다를까. 이번엔 무엇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걸까.

 

  양 검지손가락을 아랫입술에 갖다 댄다. 울컥하는 느낌에 눈물이 고였다. 머릿속에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몇 번을 확인해도 결과는 같을 거라며, 어떻게든 손가락을 때어내려 한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눈물이 짙은 자국을 남기며 떨어진다. 이보다 더 추한 꼴이 또 있을까. 승아가 정말 이런 꼴을 좋아해줄 수 있는 남자일까.

 

  이젠 정말 마지막이다. 두 번이나 속고도 저지르는 세 번째 실수. 천천히 입을 벌린다.

 

 

  - 옛날 일 (7)

 

  입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남자. 고아 씨의 짓이다. 고아 씨는 양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글썽거린다. 뒤통수의 아픔 따윈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남자는 배신감에 가까운 당황스러움에 눈에 핏발이 섰다. 바닥에 떨어진 피가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긴다.

 

  "미안해 오빠 미안해.. 너무 놀라서 그랬어. 정말 미안해.."

 

  경계하며 뒷걸음질치던 남자가 자기 발에 걸려 나자빠졌다. 그 바람에 좁은 책상에 올려진 종이 무더기가 휘날린다. 황급히 다가가려는 고아 씨를 손짓 한 번으로 멈춘다. 두어 번 정도 피를 삼키고 으르렁거리듯 쏘아붙였다.

 

  "너.. 아예 사람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벌개진 눈동자에 담기는 건 조금 전의 매력적인 애인이 아니다. 흉기를 가진 정신 나간 여자다. 살면서 족히 몇천 번의 키스를 해봤어도, 온 힘을 다해 혀를 깨무는 여자는 없었다. 밀치는 게 조금만 더 늦었어도 잘렸을 거란 생각에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지금도 혀에 구멍이 난 것 같다.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고통에 정신이 마비된다.

 

  "아니야 오빠, 정말 놀라서 그랬어. 혀가 들어와서 너무 놀라서.."

 

  오늘이 첫 키스는 아니지만, 고아 씨는 항상 남자가 혀를 넣으려 하면 은근히 밀어내곤 했다. 만난 지 1년이 된 오늘만큼은 억지로라도 넣어 보려 했더니, 그 결과가 이 모양이다. 하지만 덕분에 이해가 간다. 그딴 게 있으니 그렇게나 싫어했겠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에게 그런 걸 숨기고 있었으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니, 배신감에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다. 화가 끝도 없이 올라 주체할 수 없었다.

 

  "넌 시x 놀라면 혀를 깨물어? 어쩔거야 이거. 어!?"

 

  손에 묻은 피를 보란 듯이 들이밀고 휘적거렸다. 몇 방울의 피가 고아 씨의 창백한 얼굴에 튀었다. 고아 씨는 잠시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주저앉는다. 자기방어였다는 명분은 진작에 묻어 둔지 오래다. 당장 떠오르는 변명이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난.. 나는 싫다고 했잖아.. 괜찮아? 얼른 병원부터 가자 오빠. 얼른.."

 

  "너 왜 숨겼어."

 

  고아 씨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파래질 지경이다. 저 말이 뭘 뜻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결국엔 들켰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찬다. 언젠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저런 얼굴을 보고 싶진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수도 없이 봤던 저 표정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보여주고 있다.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공포감에 기절할 것 같다.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해주지 않을 거란 걸 직감했다. 그렇다고 놓을 수도 없었다.

 

  "나.. 말하려고 했어. 정말이야. 오빠가 싫어할 것 같아서 얘기 못 했어. 이제, 이제 다 털어놓을게 오빠. 믿어줘. 정말로.. 다 얘기하려고 했어.."

 

  눈물에 뿌예진 시야가 짙은 안갯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제정신이 아닌 양 허겁지겁 기어간다. 그리곤 서로의 얼굴이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서 치부를 드러냈다. 조금, 아니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드러낸다면 용서해 줄지도 모른다. 그렇게나 온화한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리 살이 쪄도, 못생겨져도 사랑해준다며 입버릇처럼 말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야, 저리 꺼져. 징그러운 거 보여주지 말고."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미련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아 씨는 그대로 굳어서는 간신히 눈동자만 올린다. 역광에 진 그림자가 얼굴을 가려놓았다. 그런데도 슬플 정도로 확실하게 보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잔인한 표정이다.

 

  일년이나 받았던 사랑이 거짓말처럼 꺼지고, 여자는 혼자 남았다. 철이 들 무렵부터 늘 곁에 있던 외로움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자는 외로움을 부둥켜안았다. 그리곤 밤이 새도록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가장 오랜 친구 조차, 그녀를 위로해주지 않았다.

 

 .

 
작가의 말
 

 끝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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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8-12-28 03:12
 
쯧쯧! 트라우마가 있었군요. 불쌍한 고아씨. 그럴수록 팬더씨를 잡아야지... 예서 더 큰 인연을 어떻게 만나려고.... 다음 회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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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18-12-28 23:57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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