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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포텐셜 월드
작가 : 아비스
작품등록일 : 2018.12.27

주인공, 김철수는 평범한 23세기 청년이다. 미래의 세계에선 인공 지능의 발달로 누구나 게임 속에서 자아를 찾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포텐셜 월드’에서 게임 생활을 시작하게 된 철수는 전략가로 성장하며 전투/전쟁에서 활약하게 된다. 그러나, 게임 속 사회생활에서는 여러 길드에 속하게 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암투와 정치의 세계를 겪게 된다.
철수는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성장하고 인생을 알아가게 된다.

 
새로운 날
작성일 : 18-12-27 22:55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1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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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구, 철수야. 그대로 잠들어 버렸나 보네. 어서 일어나서 게임 해야지! 벌써 아침이야!”

 

 철수는 엄마의 잔소리에 깨어났다. 어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오늘 또 오늘의 태양이 떠오르듯 게임의 시계는 흐르고 있다.

 

 철수는 아직 머리가 무거웠지만 분명 첫 날은 큰 행운이 따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누가 게임 첫 날부터 18렙을 달성했겠나? 힘을 내자!’

 

 철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루 만에 18레벨에 도달한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았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많은 행운이 따르길 기도하며 철수는 게임에 로그인한다.

 

 철수의 눈 앞에 다시 중앙 시청의 풍경이 펼쳐졌다. 철수는 왕탱커님과 핑크엔젤님에게 메세지를 넣으려다 망설이고 있다.

 

 ‘뭐라고 써야할까?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기엔 억울하고, 그렇지만 나 때문에 진형이 무너진 것은 또 사실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철수에게 영수의 메세지가 들어왔다.

 

 “여! 힘1짜리 김기사! 어제 레벨업은 확실히 했나? 아직도 1렙인 것은 아니겠지? 하하. 나는 이제 무려 10레벨에 도달했다. 하하하하. 대단하지?”

 

 “뭐냐. 너 나보다 1주일은 먼저 시작하지 않았냐? 근데 이제 10레벨이야?”

 

 “무슨 소리야. 여기 레벨업하기가 얼마나 빡센데. 하루에 2업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레벨이 점점 높아질수록 이조차 쉽지 않은 일인데.. 헉.. 너 설마? 너 레벨 몇이야?”

 

 철수는 솔직히 레벨을 말하기가 뭐해서 일단은 적당히 절반 정도로 이야기했다.

 

 “응. 이제 9되었다.”

 

 “헉! 하루만에 9?? 대단하다. 너 초기 스텟도 잘 나왔지만, 레벨업도 축캐인가보다. 그게 더 부럽다 인마.”

 

 “레벨업 축캐? 그건 또 모냐?”

 

 “아놔... 이 자식이! 자랑하는 거야 뭐야! 이 게임은 레벨업 속도도 플레이어 마다 전부 다르자나. 너 캐릭터가 그렇게 빨리 레벨업 되었다면 아마 네 케릭터는 레벨업 속도도 빠른 케릭터 인가보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재의 내 레벨을 사실대로 말했으면 영수 이 놈, 심장마비로 쓰러졌겠군. 후후.’

 

 “아냐. 우연히 퀘스트를 잘 만나서 그래. 너도 곧 행운이 따를 거야. 그리고 이 게임 레벨업 속도만 빠르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자나. 그럼 굿럭!”

 

 우월감에 우쭐해진 철수는 황급히 끝인사를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사과 메세지 보내기는 좀더 생각해보고, 우선 다시 정비를 하고 퀘스트나 받으러 가자.’

 

 ------------------

 

 철수는 퀘스트를 받으러 가는 길에 급한 대로 가벼운 마법용 지팡이 하나와 남는 돈으로 방어구를 하나 샀다.

 

 돈이 되는 대로 사다보니, 마법사용 로브는 사지 못하고, 투박한 초보자용 갑옷을 사게 되었다.

 

 ‘내 외관은 점점 애매모호하게 되어 가는구나.’

 

 철수는 시청에서 새로운 파티 퀘스트를 받았다. 같이 게임하게 된 멤버들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철수는 이번에 참여한 파티는 뭔가 정상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점잖아 보이면서 한 편으론 명석해 보이는 느낌의 아저씨 5명과 같은 파티를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무난하게 게임을 즐기게 되겠군.’

 

 “안녕하세요. 저희 5명은 친구들이에요. 어렸을 적부터 같이 게임해 온 사이라서 팀워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저희 파티에 원딜이 부족해서 사람을 모집했는데 지원하셨네요?”

 

 이번에 합류한 파티의 대장 격으로 보이는 전사가 철수에게 말을 걸었다. 철수의 외관은 아직도 어딜 봐도 전사였다.

 

 철수는 이런 귀찮은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퀘스트가 끝나면 일단 법사용 방어구를 몇 개 더 맞춰야겠다고 생각한다.

 

 “아. 네. 사정이 있어서요. 제가 전사 같아 보이지만 원딜로 뛰는 것이 더 도움이 되실 겁니다. 헤헤.”

 

 철수는 상업성 짙은 미소를 띄우며 대답을 했다. 이 아저씨들은 자신감이 넘쳐서인지 이를 더 문제 삼지는 않았다.

 

 “아무튼 법사시라는 거죠? 그럼 통성명이나 하죠. 저는 에로리안이라고 합니다. 전사이고 렙은 12입니다. 다른 멤버들은 다 동갑내기 친구이고요.

 그리고 김기사님, 현실 나이는 우리보다 5살 어리다고 했으니 앞으로 말은 편하게 할게. 그래도 되죠?”

 

 에로리안이 미묘한 말솜씨로 말을 놓는다.

 

 “나는 불멸의소드, 도적이지. 레벨은 11이다.”

 

 그 옆에 서 있던, 무뚝뚝한 표정의 도적이 말을 받아 바로 이야기한다.

 

 “잘 부탁해. 나는 에드202. 그냥 에드라고 불러줘. 레벨 10의 힐러야.”

 

 “우리 둘은 로난, 에딘 형제. 실제로도 쌍둥이 형제지. 둘 다 11렙인 궁수다.”

 

 “네. 저는...”

 

 철수는 순간적으로 레벨을 말하려다 멈칫했다. 솔직한 레벨을 말하기에는 실력이 받혀주지 못해 아직 부담스럽다.

 

 ‘어느 정도 말하는 것이 좋을까? 너무 높게 말하면 파티원들이 괜한 기대감을 가질 것 같고 너무 적게 말하면 무시당하지 않을까?’

 

 잠시 고민을 하던 철수는 이번에는 적절히 기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파티장과 같은 레벨을 불렀다.

 

 “12렙의 전사.. 아니 마법사 김기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거봐 이름도 김기사잖아. 재밌는 친구네. 그래 말한 대로 우리는 실제로도 친한 사이라 오랫동안 합을 맞춰왔다고! 스겜 & 즐겜합시다.”

 

 “네!”

 

 모두가 화이팅을 외치고 있을 때, 담당 NPC가 들어왔다. 이번 NPC는 예쁜 여자 엘프였다.

 

 “와!!”

 

 철수는 NPC를 바라보고 있다보니, 뭔가 자신의 전투력이 더 올라간 것 같다고 느껴졌지만 착각이다. NPC가 빠르게 퀘스트 설명을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퀘스트를 의뢰한 엘프 안다리스에요. 저는 이번에 이웃 마을인 레이 마을로 물자를 나르는 상단을 호위하는 일을 맡았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상단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는 첩보를 접수하곤, 저 혼자서 가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서 여러분께 도움을 청합니다.”

 

 안다리스가 씽끗 미소를 짓자 에로리안의 파티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아.... 아저씨들.... 설마 5덕후?’

 

 철수는 뭔가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이 파티는 이제 다른 마을로 가실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성장하신 분들로 구성된 파티입니다.

 슬슬 초보 모험자를 벗어나실 때가 되어 다른 지부까지 이동하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따라서, 저는 믿음직스러운 여러분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철수가 하게 된 퀘스트는 호위 퀘스트이다. 호위 퀘스트는 철수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제일 좋아하던 과목이었다. 물론 지금은 마법사 계열이긴 하지만 그래도 철수는 자신이 있었다.

 

 “저희 파티 구성이 탱커 1명, 도적 1명, 원거리 딜러 3명에 힐러가 1명입니다. 아. 저 포함하면 도적이 2명이군요.

 먼저 척후부터 선정하겠습니다. 도적이신 불멸의소드 님이 전방 정찰을 맡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까는 분명 무뚝뚝했던 불멸의소드가 하이톤으로 대답을 하자 철수는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안다리스가 말을 잇는다.

 

 “저는 우측방 쪽 정찰을 맡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수송대 중간에서 적의 침입을 대비해 주세요.

 저희가 가는 길은 중간에 반다치 산을 끼고 도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은 특히 숲이 우거지고, 적이 매복할 만한 요소들이 많아 그 근처에서 적의 습격이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특히 반다치 산 근처에 다다르면 더욱 적의 공격에 주위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띠링. 포진에 대한 지식이 깊어집니다.]

 [띠링. 포진에 대한 지식이 깊어짐에 따라 포진 조언이라는 스킬이 생성됩니다. 포진 조언 스킬은 포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높아지고, 높은 포진 조언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NPC가 제안한 포진을 스스로 바꿀 수 있습니다.]

 

 < 포진 조언 >

 알고 있는 포진 지식을 바탕으로 NPC에게 포진을 제안한다. 랭크가 오를 수록 채용될 확률이 증가한다.

 

 “오, 신기한 기술이 생겼네? 포진 조언?”

 

 “오호, 그래도 아우가 마법사는 맞나보네? 그나저나 포진 조언 스킬이 벌써 생겼어? 그거 약간 레어 스킬이라 얻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렙은 12이지만 빡세게 굴렀나 보네? 아니면 뭔가 히든 직업을 얻은 것인가?”

 

 “네?”

 

 철수의 혼잣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에로리안이 말을 걸었다.

 

 “응? 포진 조언 스킬이 뭔지 몰라? 지능이 100넘는 캐릭터가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한 상태로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얻게 되는 스킬이라는 것 같던데.

 그거 처음 얻은 녀석이 멋도 모르고 떠벌이고 다녀서 존재가 알려졌는데, 꽤나 괜찮은 스킬이라고 하더군. 뭐 겪어봤겠지만 이 게임에서는 전투가 벌어지면 포진이 중요해."

 

 “그렇군요.”

 

 철수가 대답하자 에로리안이 계속 이야기를 해준다.

 

 “맞아. 예를 들어, 적의 포진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는 포진으로 전투를 시작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버프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또, 그런 스킬이 있으면 특수 직업으로 전직하게 되거나 하는 일도 생긴다고 하더군.”

 

 “아 그렇군요.”

 

 “그렇지. 기본적으로 NPC의 포진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기 때문에, 포진이나 진형 별 상성에 의한 버프를 얻기 힘들지만. 뭐 그래서, 포진 조언 스킬이 높은 유저는 좋은 길드에 스카웃되기도 하나봐.”

 

 에로리안씨의 말에 철수는 눈이 크게 떠졌다.

 

 ‘그 동안 한 번 쳐다 보지도 못한 대형 길드에 스카웃을 받을 지도 모른다니...’

 

 “뭐 근데, 그것도 일반적인 스킬 랭크로는 힘들고, 스킬 레벨을 열심히 갈고 닦아야겠지. 그래도, 일단 새 스킬 생긴 것 축하하네. 어디 한 번 이 기세를 몰아 이번 퀘스트도 잘 마무리해 봅시다.”

 

 “네!”

 

 철수는 아로리안의 조언에 기분이 좋아졌다. 황금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와 고양감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철수를 보며 아로리안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수송 퀘스트는 초반에는 무난했다. 지루할 만큼 걷기만 하고 주변의 몬스터의 습격도 별로 없었다.

 

  철수를 제외한 파티원들은 자기들끼리 매우 친했기 때문에 낄낄거리며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숲길을 벗어나자 앞에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것이 바로 반다치 산이구먼.”

 

 “네. 맞습니다.”

 

 어느새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안다리스가 말을 잇는다.

 

 “여기서부터 매우 집중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반다치 산을 끼고 오른쪽으로 돕니다.

 따라서 적의 습격이 예상되는 부근은 저희가 산 중간쯤 이르렀을 때라고 예상됩니다.

 반다치 산은 꽤나 경사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적이 산 아래쪽에서 저희에게 습격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여기까지 오케이?”

 

 “네!”

 

 에로리안의 동료들이 명랑하게 업된 톤으로 대답을 한다.

 

 “따라서, 정찰은 제가 왼쪽으로 가서 산 위쪽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진행하고, 불멸의소드님이 전방을 맡아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적의 습격이 앞에서 시작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번에는 에로리안님과 힐러이신 에드202님, 궁수, 로난님이 수송대 전방에 섭니다.

 그리고, 민첩한 지원을 위해 에딘님이 수송대 중간에 서시고, 김기사님은 후방에 계시다가 상황을 봐서 적절하게 대응해 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저... 혹시 지금 진형은 적이 정면 내지 산에서 내려온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많이 위험할 수 있는 극단적인 포진아닌가요?

 예를 들어, 적이 뒤에서 공격을 시도한다거나 하면 저희는 빠르게 도망갈수도 없고 태세를 전환하기에도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철수는 새로 익힌 스킬도 확인해 볼 겸 조심스레 진언을 하였다.

 

 “네. 좋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말씀드린대로 이 반다치 산은 경사가 있는 편이라 만약 적이 산 아래에서 올라온다면, 공격 속도가 느려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산에서의 매복은 더 높은 지대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것이 정석이기 때문에 적이 매복하고 있을 여지가 큰 전방과 산 위 방향을 집중 경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띠링~ 포진 조언의 스킬 레벨이 낮아 조언에 실패합니다.]

 

 익숙한 시스템 알림이 스킬 사용 실패를 알려준다. 나는 약간 실망했지만, 어느 정도 안다리스의 말에 일리가 있기 때문에 수긍한다.

 

 “자... 그럼 경계 수준을 높여주십시오. 출발합니다.”

 

 안다리스의 말대로 반다치 산은 정말 경사가 꽤 가파른 산이었다. 이제 거의 중간까지 올라왔는 데 벌써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러고 한참을 더 올라가다 보니, 널찍한 평지가 나타났다.

 

 “자. 여기서 조금 쉬어가겠습니다.”

 

 수송대 NPC가 휴식을 알린다. 뙤약볕에 지친 사람들이 나무 그늘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철수도 서둘러 그늘로 들어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 땀을 닦아본다.

 

 “모두들 괜찮으신가요? 정말 현실 세계에서 등산하는 것처럼 힘드네요.”

 

 철수는 파티창을 통해 다른 파티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포텐셜 월드에서는 마을에 있을 땐, 특별한 이벤트 중이 아니라면 다른 플레이어와의 채팅이 자유롭다.

 

 하지만, 마을 밖을 나서면, 친구와의 채팅은 차단되고, 파티원만 채팅을 할 수 있고, 그 마저도 실제 플레이어간 물리적 거리나 환경에 따라 제한이 있다.

 

 따라서 이동 중이나 작전 수행 중에는 파티원들을 적절한 거리에 배치해야 만 수월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철수의 채팅에 대해 대열 중간에 위치한 에딘이 답을 보냈다.

 

 “그럼! 가상 현실 게임 한 두 번 해보나? 본인의 체력 상태까지 정확하게 모델링해서, 육체의 괴로움마져 재현시켜준다고.”

 

 “정말 힘드네요. 근데 이 장소는 뭐에요? 안다리스 말대로면 이런 평지가 나타나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현재 우리 우측에는 정찰도 없는데.”

 

 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이 장소의 정체를 알려주는 경고음이 터졌다.

 

 “적습이다!!!!”

 

 거의 모든 수송대 인원이 흩어지고, 일부의 경비대만 서성이고 있을 때, 갑자기 수송대 중간 우측의 나무들에서 일렁이는 이펙트가 보이더니 다수의 적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적이 하이드(hide) 스크롤 등으로 우측 나무 지대에 매복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틀린 것 같다. 모두 중앙으로 모여.”

 

 에딘의 다급한 채팅이 전해진다. 철수는 당황하여 바로 중앙으로 뛰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수송 NPC들 사이를 헤치고 중앙에 도달했을 때, 이미 전방에 있던 에로리안, 에드202, 로난씨가 도착해서 적과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처음 채팅을 날린 에딘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지만 다행히 탱, 딜, 힐의 조합은 남아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 같다. 철수는 바로 매직 애로우를 전개하며 파티에 합류했다.

 

 “후후, 가소로운 놈들. 우리 반다치 형제들의 영역을 이 정도의 호위대로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인가?”

 

 적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외쳤다.

 

 “안다리스와 불멸의소드 님은 언제 합류 가능하신가요?”

 

 철수가 다급히 외쳐보지만 적의 공세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때, 철수가 달려 온 수송대 후방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다.

 

 “우리의 별동대도 도착한 모양이군. 일단 수송대 녀석들을 모두 제거해버리면 어차피 너 네의 발목을 여기에 묶일 수밖에 없을 터.”

 

 ‘맞다. 내가 헤치고 온 그 운반 NPC들... 그들을 보호해 줄 인원은 고작 기본 호위 NPC 몇이 전부이다. 습격해 온 도적단 수준이라면 다섯만 있어도 운반 NPC들은 전멸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철수는 적의 양동 작전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자리를 유지했어야 하나? 운반 NPC의 대피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나?’

 

 에로리안이 다급하게 말을 전한다.

 

 “일단, 여기는 저희 셋이 버텨볼테니, 김기사님은 우선 다시 후방으로 가셔서 운반 NPC를 보호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도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저 도적놈 말이 맞다. 운반 NPC가 전멸해버리면,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철수는 가쁜 숨을 내쉬며 다시 전에 온 길을 향해 뛰어간다. 그나마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이라 올 때보단 속도가 빠르다.

 

 ‘어? 근데 왜 그 도적놈이 그 사실을 말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때 쯤 철수는 벌써 후방에 도착했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후방에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기가 치솟는 곳은 후방보다 더 뒤였던 것이다.

 

 “김기사님, 잘 오셨습니다. 뒤로 도망가려 했는데, 저 쪽에서 불길이 치솟아 더 가지 못하고 여기 있었습니다. 저희 좀 보호해 주세요.”

 

 운반 NPC들이 말을 건다.

 

 ‘당했다. 이 도적놈들, 우리를 분산시키기 위해 계책을 사용했구나.’

 

 철수는 급히 파티창에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오지 않았다. 전력의 분산! 바로 그것이 도적들의 진정한 노림수였던 것이다. 그 때, 전방에서 일련의 소란이 발생했다. 철수는 급히 몸을 돌려 매직 애로우를 준비한다.

 

 “김기사님, 무사하십니까?”

 

 소란을 뚫고 나온 것은 안다리스이다.

 

 “안다리스님, 어떻게 된 건가요?”

 

 “안타깝게도 제가 중앙에 합류했을 때는 이미 중앙을 수비하던 네 분은 전사하셨습니다. 마침, 그 때 도착한 불멸의소드 님과 만나서 중앙을 포기하고 이 곳으로 온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멸의소드 님은 직전에 적의 화살에 의해 사망하셨습니다.”

 

 ‘또, 전멸인가? 나는 저주의 오로라를 풍기고 다니는 것인가?’

 

 철수는 뜨끔했다.

 

 “일단, 이번 퀘스트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운반 인력이라도 살려야 하기에 긴급히 퀘스트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퀘스트 ‘운반 인력의 후퇴 호위’ 임무를 시작합니다.”

 

 [띠링~ 기본 퀘스트 실패로 보상이 대폭 줄어듭니다.]

 [띠링~ 퀘스트가 ‘운반 인력의 후퇴 호위’ 임무로 변환됩니다.]

 

 “일단 제가 함정을 설치하며 적의 추격을 최대한 늦추겠습니다. 김기사님께서는 대열의 선두에 서시어 운송대를 이끌고 산을 내려가세요.”

 

 “알겠습니다.”

 

 철수는 서둘러 남은 운반 NPC들을 모았다. 약 15명 가량의 운송대와 기본 호위 NPC 4명이 남아있는 전부였다.

 

 “그럼 안다리스님, 무사하십시오. 산 아래에서 뵙겠습니다.”

 

 철수는 일행을 통솔하여 산 아래로 달리기 시작했다. 앞쪽의 적의 매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철수는 좌우에서 달려드는 도적들에게 서둘러 매직 애로우를 날렸다.

 

 “저 놈들 사이에 실력 있는 마법사가 섞여있다. 발견하는 즉시 사살하라.”

 

 적진에서의 외침이 들려온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철수의 복장 탓인지, 빠른 캐스팅으로 적을 사살하고 있는 덕인지, 일단 철수는 적의 집중 견제에 걸려들 진 않았다.

 

 ‘일단, 또 나는 사는 것인가?’

 

 철수가 그렇게 안도하는 순간, 돌격해 온 어떤 도적 무리에 의해 피의 향연이 벌어진다.

 순식간에 운반 NPC 네다섯이 쓰러진다. 급하게 호위 NPC들이 대응하여 화살을 날렸다. 이에 도적들도 일부 쓰러졌으나, 남아 있는 도적의 수가 월등히 많다. 그 때, 철수 눈에 적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저 녀석 모지?’

 

 화려한 갑옷과 모자를 쓴 도적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철수의 뇌리에 순간 든 생각은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다.

 

 주변을 둘러싼 도적들은 매우 강해 보였고, 일일이 모든 도적들과 싸우게 되면 100% 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철수는 바로 그 화려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매직 애로우, 매직 애로우 , 매직 애로우 , 매직 애로우~ ”

 

 “네 녀석은 뭐냐?”

 

 철수를 향해 썩소를 날리며, 천천히 거대 전투 도끼를 등에서 느긋하게 꺼내는 도적 지휘관에게 철수는 모든 MP가 다 될 때까지 매직 애로우를 발사했다.

 

 “아앗, 김니스터 대장님!”

 

 또 한 번 인사불성의 단계에서 매직 애로우를 난사하다 보니 적진에서 소요가 일었다. 그 화려한 옷의 멍청이가 쓰러진 것이다.

 

 애매한 철수의 복장에 지능 수치가 100도 넘는 18레벨 마법사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도적들은 지휘관을 잃고 크게 동요하더니,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띠링! 적진 파괴의 묘를 알게 됩니다.]

 [띠링! 적 대장을 저격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리셨습니다. 적진 약점 파악 스킬이 생성됩니다.]

 

 <적진 약점 파악>

 적진을 살펴보고, 내 스킬 레벨보다 낮은 적 포진의 약점을 파악합니다. 적의 약점을 알게 되면, 약점을 파고들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혼란에 빠진 적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살아남은 호위 NPC와 함께 일점사로 도적들을 하나씩 처리했더니 점점 활로가 열렸다. 철수와 남은 NPC들은 그 틈을 이용해 산 밑까지 전력 질주했다.

 

 산 밑에 내려와서 철수는 살아남은 인원을 파악하였다. 운송 NPC 6명과 호위 NPC 3명이 남았다. 이제 막 숨을 돌리려고 할 때, 안다리스가 도착했다.

 

 “김기사님, 무사하셨군요. 거기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살리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안다리스는 생각지도 못한 성과에 감동했는지 눈물마저 보이며 말을 하였다.

 

 “김기사님의 훌륭한 무공으로 인해, 무고한 수송대원의 생명을 이렇게 많이 구했습니다.

 김기사님, 제 가문은 파라니스 입니다. 언젠가 파라니스 가문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저희 가문의 사람에게 이 증표를 보이시면 분명 힘을 빌려 줄 것입니다.“

 

 안드리스는 자신의 풀네임 소개와 함께 손수건을 하나 건네준다. 저번 젠카 때와 유사한 전개이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철수는 파티창을 확인하였다. 철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사망했다.

 

 ------------------

 

 다시 시청의 안내 데스크에 도착했다.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쟤야? 쟤?”

 

 “응. 맞아. 쟤랑 파티하면 그 파티원들은 쟤만 남기고 전멸한다던데? 일부러 트롤 짓을 해서 파티원들 전멸시키고 자기만 퀘스트 보상 독식하는 것으로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다더군."

 

 “헐... 완전 천잰데?”

 

 “벌써 저 놈의 마수에 걸려 죽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래. 그 중에는 정나미가 떨어져서 아예 캐릭터 삭제까지 한 사람도 있다던데?”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이다. 심지어 이 말은 가을도 아닌데, 어디서 그렇게 여물을 먹었는지 아주 부풀대로 부풀었다. 철수는 소문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키리시키... 이시키... 어차피 나와 연관있는 사람은 키리시키 한 명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사망 패널티로 아직 로그인하지 못 했을 테니까. 빼박이네. 오늘의 퀘스트 결과도 벌써 알려졌을 리는 없고...’

 

 철수는 씁쓸함을 느꼈다. 거짓이라고 변명을 하려다 관둔다. 어느 정도 사실은 있었으니까... 파티가 철수를 빼고 전멸한 덕에 철수는 모든 보상을 독식하여 급성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오세요. 이번에 완료한 퀘스트는 어디 보자. 랭크 E의 레이 마을로의 수송은 실패하셨군요. 뭐 이 퀘스트를 완료하시는 분들의 평균 레벨은 17이상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오... 대신 그 파생 퀘스트인 랭크 E의 운반 인력의 후퇴 호위 임무는 꽤 괜찮은 성적으로 통과하셨군요.

 파티원 중 홀로 귀환하셨으므로, 이번에도 김기사님께서 보상을 독식하십니다.”

 [보상으로 2000G와 물약을 받았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이름 : 김기사

 *직업 : 전사

 *레벨 : 20

 < 메인 스테이터스 >

 힘 : 20 -> 25

 민첩 : 33 -> 35

 체력 : 24 -> 28

 지능 : 110 -> 120

 행운 : 36 -> 40

 < 서브 스테이터스 >

 HP : 240 -> 280

 MP : 1100 -> 1500

 스테미나 : 180 -> 200

 언변 : 58 -> 66

 손재주 : 33 -> 36

 의지 : 미활성 (50%)

 물리 방어력 : 5%

 마법 방어력 : 2%

 포진 : 25

 적진 파괴의 묘: 10

 

 철수는 또다시 보상 독식으로 인해 빠른 레벨업을 하게 되었다. 포진과 적진 파괴의 묘라는 서브 스테이터스 획득은 철수에게 커다란 부가적 소득이다. 그러나 철수는 또다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나 잘하고 있는 것 맞겠지??’

 

 어느새 현실 시간으로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 것이다. 철수는 서둘러서 로그아웃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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