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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21. 아가, 이것을 삼키련 (8)
작성일 : 18-12-27 22:33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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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정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원장님댁은 나름 잘살던 부잣집이었어. 밥 세끼 먹는 데는 문제없던 곳이야. 그런데 구태여 거짓말 하면서 그런 일을 저지를 이유가 있었을까?”

 

  “고기를 억지로 빼돌려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을지도 몰라. 바깥에 딸린 식구들이 있었을 수도 있어. 그러다 욕심이 나서 성급한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지.”

 

  처음에는 맛 좀 보려는 마음에 거창댁에게 고기를 빼돌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훔친 고기를 받고 나니 마음이 달라진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가축을 대놓고 훔쳐 갔다간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가축을 죽이고, 고기로 해체에 가로 채는 걸 택한다. 어쩌면 그걸 팔고 돈을 만졌을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욕심을 주체 못해 결국 일이 커지고, 이는 곧 안 좋은 소문으로 이어진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거창댁은 잠자코 있었겠어? 안 좋은 소문에 시달리기까지 했잖아.”

 

  효정은 이번에도 바로 지적했다. 찬기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협조하다가 나중에는 도리어 그쪽에서 협박했을 수도 있지. 만약 이대로 안주인 행세를 하고 싶다면, 잠자코 자신들의 말을 따르라고 말이야. 그래서 집 안의 가축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야.”

 

  거창댁에게 협조하던 사람들은 살인에 절도까지 저질렀다. 만약 거창댁이 여기서 어긋나게 나와 버리면 그들은 지금까지의 일을 폭로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편이 되어주던 남편까지 사고로 죽은 마당에 범죄 이력까지 알려 지면 거창댁의 삶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왔다는 서울 아저씨는 거창댁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 그는 거창댁을 추궁하면서 협박했을 거야. 그 소리를 들은 집안사람들 몇몇이 나섰을 거고, 결국 그는 처참한 시체가 됐겠지. 그걸 본 거창댁은 이제 여기에 더 있을 수 없단 생각에 즉시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을 거야.”

 

  아마 서울 아저씨라는 사람은 집 안에 같은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두어 마디 쏘아 뱉으면, 거창댁이 알아서 설설 길거라고 생각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집 안에는 험한 일까지 해주는 이들이 몇몇 있었고, 그들은 예전에도 그러했듯 귀찮은 사람을 그 자리에서 해치웠을 것이 틀림없다.

 

  “그럼 떠나기 전에 주고 갔다는 그 구슬은 대체 뭐야?”

 

  효정은 끝내 거창댁 여우 설을 주장하고 싶은지 은근히 볼멘 어조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찬기는 가볍게 타박했다.

 

  “자기는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는 사람 말을 믿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보통 입 안에 우물거릴 정도로 큰 구슬은 삼키기 어려워. 만약 잘못 먹으면 그대로 기도가 질식해 죽을걸. 그게 구슬이 아닌 사탕이라면 모를까.”

 

  “거창댁이 준 게 구슬이 아니라 사탕이란 소리야?”

 

  효정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되묻자 찬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거창댁은 도망칠 마음을 굳히고 작별 인사를 하면서 입에 사탕을 물려줬겠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기억이 왜곡 돼서 원장님은 그걸 구슬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부모를 잃은 아이는 커서 외로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주었다. 타인을 향한 애정이 고작 새엄마가 주고 간 신비한 구슬 때문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구슬은 웬만해선 삼키기 어렵다. 아니, 자칫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딸을 생각했던 새엄마가 과연 아이의 입에 구슬을 물릴 리 없었다.

 

  “원장님의 능력은 여우 구슬 덕 뿐만은 아니었을 거야.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었던 불우한 환경 그 자체가 공감의 원동력이 되었겠지. 동병상련이라는 말도 있잖아.”

 

  거기까지 들은 효정은 곧장 반박했다.

 

  “자기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사탕을 구슬로 착각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어. 아무리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고 해도 설마 구슬과 사탕을 분간 못했겠어?”

 

  “그러면 넌 거창댁이 진짜 여우라고 믿는 거야?”

 

  효정은 더 고민할 것도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혹시 모르잖아. 경남에는 여우에 관한 전설이 전해 내려올 만큼 여우가 많이 살았어.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토종 여우는 사라졌지. 그 많던 여우가 어디 갔겠어? 아마 살기 위해 둔갑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갔을 거야.”

 

  이야기를 하는 효정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찬기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하. 재밌는 생각이네.”

 

  효정 역시 자신이 말하고도 웃겼는지, 그를 따라 피식 웃었다.

  “아무튼 거창댁이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는 건 자기도 인정하잖아? 그러니까 이왕이면 재밌는 쪽으로 상상하는 것도 나쁠 건 없지.”

 

  “그럴까? 어쩌면 일제강점기 당시에 독립 투사로 활약했을지도 몰라. 아니면 가족 단위 사기꾼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늘 말하는 거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르잖아.”

 

  거기까지 들은 효정은 딱 잘라 말했다.

 

  “좋아. 그러면 나는 새엄마가 알고 보니 여우였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거야. 어차피 쓰는 건 내 마음이니까 이왕이면 재밌는 쪽이 좋겠지.”

 

  찬기는 그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어차피 원고를 완성하는 건 자기니까 마음대로 써.”

 

  효정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서서 뒤를 돌아 봤다. 보육원은 저기 저 멀리, 길 끝에 있었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건물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효정은 가만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 길을 거쳐 보육원으로 갔을지 가늠해봤다. 아마 많겠지. 어쩌면 헤아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 거렸다.

 

  “그래도 원장님이 대단한 분인 건 사실인 것 같아. 한 평생을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헌신하다가 가셨잖아.”

 

  찬기도 효정의 말에 공감했다.

  “맞아. 어떤 의미로는 원장님의 인생 자체가 가장 큰 전설이겠지.”

 

  효정은 살며시 웃고는 찬기에게 팔짱을 꼈다.

  “벌써 해질 무렵이네. 이야기 듣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어. 저녁 먹으로 갈까?”

 

  찬기도 효정에게 다정스레 어깨를 기대며 말했다.

  “사천이 뭐가 맛있더라?”

 

  “온 김에 진득하게 둘러보고 가자.”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어차피 이건 웃고 즐기자고 온 여행. 심각하게 생각할 건 구태여 없었다. 찬기와 효정은 발 맞춰 도심지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효정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와있었다, 효정은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제가 효정인데요.”

 

  곧 효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네? 뭐라고요?”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한 찬기는 즉시 효정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효정은 충격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삼촌이 계룡에 있대.”

 

 

  * * * * *

 

 

  “삼촌은 계룡에서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효정은 기차 좌석에 머리를 묻으며 투덜거렸다. 완사역에서 급하게 계룡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막차를 타고 순천까지 간 다음, 또 새벽 기차를 타야 겨우 올라갈 수 있다. 지금까지 거쳐 왔던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 급하면 차라도 빌릴까? 운전하고 가면 금방인데.”

 

  찬기는 효정의 안색을 살피며 슬쩍 물었다. 효정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뭐 하러 그 아저씨 때문에 자기가 고생을 해? 지금까지 계속 돌아다니느라 쉬지도 못했잖아. 여기서 눈이나 좀 붙여.”

 

  그 말을 들은 찬기는 오히려 효정이 안쓰러웠다. 저 말대로 애초부터 정종균 작가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멀고 먼 계룡까지 가겠다고 나서지는 않았을 터였다. 찬기는 가만히 효정을 위로했다.

 

  “너무 그러지마.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던 거겠지.”

 

  “그래도 그렇지. 무연고 환자가 웬 말이야.”

 

  효정은 기가 차다는 투로 말했다. 아까 걸려온 전화에 의하면 정종균 작가는 지금 계룡의 한 병원에 있다고 했다. 전화를 준 사람은 자신을 간호사라고 밝히며 정종균 작가가 지금 병원에 무연고 환자로 입원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사고로 기억을 잃고 병원에 머문지 한참 됐다나. 신원 확인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우연히 효정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 연락했다고 했다.

 

  “정종균 작가라면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소식을 들은 찬기는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효정은 도끼눈을 하고 일렀다.

  “일단 삼촌을 만나면 몇 대 때려줄 거야. 말리지마.”

 

  효정의 말은 진심이 분명했다. 도준은 머쓱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토를 달았다간 맞는 건 정종균 작가가 아니라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이 탄 기차는 무던히도 앞을 향해서 잘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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