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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20. 아가, 이것을 삼키련 (7)
작성일 : 18-12-27 22:30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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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보육원을 나왔다. 인선은 역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했지만, 둘은 온 김에 사천 여행을 하고 싶어 호의를 거절했다. 다행히 저녁 무렵이라 불볕더위는 어느 정도 가신 상태였다.

 

  “이번 이야기는 조금 무섭네.”

 

  보육원을 나오자마자 찬기는 짧게 중얼거렸다. 효정은 그 말을 듣자 곧장 대꾸했다.

 

  “무서워? 난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거창댁이 보육원 원장님을 진심으로 아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잖아.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흐르지 않았다면, 분명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을 텐데.”

 

  찬기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꿋꿋하게 저런 위인으로 성장했다는 건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지. 그래도 사람이 죽어나갔잖아. 그자 아름다운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대체 거창댁은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찬기의 물음에 효정은 잠시 고민하더니, 의미심장한 어조로 답했다.

  “미친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거창댁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뭐?”

 

  찬기가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되묻자 효정은 잽싸게 미완성 원고를 꺼냈다. 그녀는 그 중 한 부분을 내밀어 보였다.

 

  “이것 좀 봐.”

 

  효정이 내민 원고는 정종균 작가가 채집해 놓은 전설들이었는데, 죄다 한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여우에 관한 것들 뿐이었다.

 

  “삼촌이 정리해 놓은 거야. 한국에는 이런 저런 여우 전설이 많이 내려오는데, 그 중에는 원장님이 겪은 일과 비슷한 이야기도 있어.”

 

  효정은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표시된 부분을 낭송했다.

  “‘유이태는 조선 숙종 시절에 활동하던 명의다. 주로 거창과 산청 일대에서 향의로 활약했는데,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어 명성이 자자했다. 그 소문을 듣고 궁전에 직접 올라가 숙종의 병을 치료했을 정도다.

 

  그는 기억력이 비상하고, 총기가 남달랐다. 이에 재밌는 이야기 하나가 전해 내려온다. 어렸을 적, 유이태가 밤늦게 글공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미인이 나타났다.

 

  미인은 홀연히 다가와 유이태와 입맞춤을 했다. 미인은 그 상태에서 구슬 하나를 내뱉었는데, 이 구슬은 유이태의 입을 들락거리다가 도로 미안의 입에 들어갔다.

 

  이후 미인은 밤마다 유이태를 찾아왔다. 입맞춤을 하면 할수록 유이태는 야위어갔다. 이상함을 눈치 챈 그의 스승이 캐묻자, 유이태는 고민하다가 이실직고했다. 그러자 스승은 혹시 그 미인을 만나거든, 이번에는 구슬을 꿀꺽 삼키라고 충고했다.

 

  그날 밤, 미인은 또 다시 유이태를 찾아와 입맞춤을 했다. 이번에도 구슬은 그의 입 안에 굴러 들어왔다. 유이태는 스승의 충고대로 이번에는 구슬을 삼켜버렸다. 그러자 미인은 여우로 변해 달아났다. 이후 신기하게도 유이태는 뛰어난 머리를 가지게 됐다.’”

 

  “설마 너는 거창댁이 여우라고 생각하는 거야?”

  찬기는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효정은 이미 확신을 굳힌 것 같았다.

 

  “원장님이 삼킨 구슬은 여우 구슬이 분명해. 여우 구슬은 여우의 몸에서 나오는 건데, 그걸 삼키고 하늘을 보면 천문학에 능통하고, 땅을 보면 풍수지리에 능통해진다는 전설이 있어.”

 

  그녀는 계속해서 추리를 이어갔다.

  “거창댁은 아마 사람으로 둔갑해서 시집을 왔을 거야. 오래 산만큼 아는 것도 많아서 어려운 외국어도 척척 했겠지. 하지만 덕구는 거창댁이 여우라는 걸 눈치 채고 그렇게 맹렬히 짖어 댔던 거야. 원래 개는 둔갑한 짐승을 간파하는 힘이 있다고 하잖아.”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 간사한 능력으로 그 집안을 삽시간에 휘어잡는다. 하지만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같은 짐승인 개는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여우는 즉시 개를 해치운다.

 

  “갑자기 가축이 죽어나간 것도 분명 거창댁 짓일 거야. 갑자기 찾아왔다는 서울 아저씨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퇴마사 비스무리 한 존재였겠지. 여우가 사람 꼴을 하고 부잣집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분명 큰 문제라고 생각해서 나섰던 걸 거야. 그러다 결국은 오히려 자신이 죽어버렸지만 말이야.”

 

  죽어나가는 가축. 그리고 동시에 퍼져가는 흉흉한 소문. 오랜 기간 수련한 아무개는 필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그 집을 찾아온다. 그는 아리따운 미망인에게 달려들어 그 정체가 꼬리 아홉 달린 여우라는 것을 밝혀낸다.

 

  아뿔싸, 하지만 그 요괴는 독종 중에 독종이었다. 퇴치하기 전에 날카로운 이빨로 빠르게 역공하고,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효정은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렸다.

 

  “거창댁은 자신의 정체를 간파한 인간을 죽이고 나서 조급해졌을 거야. 안 그래도 의심을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잖아. 사람이 또 죽었으니 아무래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겠지. 하지만 어린 원장님을 그냥 두고 가기에는 눈이 밟히니까 자신의 보물인 여우 구슬을 주고 간 걸 거야. 그것만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대성할 테니까.”

 

  애초에 친 딸도 아니었다. 거기다 자신과 동족도 아니다. 구태여 마음 써가면서 부모 노릇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귀한 보물인 여우 구슬을 주고 간 건 아마 마지막 염치였으리라.

 

  “아마 거창댁은 원장님이 여우 구슬을 이용해서 어떤 방면으로든 성공하길 바랐겠지. 하지만 원장님은 여우 구슬을 삼키면서 하필 거지 아이를 봤어. 그래서 물질적인 풍요는 얻지 못했지만, 대신 어려운 사람들의 상처를 공감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능력을 얻었던 거야. 어때, 그럴 싸 하지?”

 

  거기까지 추리한 효정은 뿌듯한지 어깨까지 으쓱였다. 그 말을 들은 찬기는 나지막이 핀잔을 줬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 아니야? 새엄마가 알고 보니 요괴나 외계인이라는 이야기는 흔해 빠졌잖아. 조금 참신한 거 없어?”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건 복잡할 게 생각할 것도 없는 이야기야. 거창댁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어. 다만 굴곡진 삶을 살아왔을 거야. 경남에 여우 전설 말고 유명한 게 또 뭐가 있는지 알아?"

 

  찬기의 질문에 효정은 고개를 갸우뚱 젖혔다.

 

  “글쎄?"

 

  “기생이야. 내 생각이지만 거창댁 역시 아마 뛰어난 기생이었을 거야.”

 

  찬기는 차분히 설명했다.

  “기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매창불매음(賣唱不賣淫)이라 하여 노래는 팔지언정 몸은 팔지 않는 걸 신조로 여기던 예술가 집단이었어. 시와 노래를 필수적으로 했기 때문에 학문적 소양도 매우 높았지.”

 

  “그럼 자기는 거창댁이 기생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효정의 물음에 찬기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경남은 진주를 중심으로 이름 난 기생을 많이 배출했어. 일제강점기 이후까지 기생 일을 했다는 사람도 있으니, 시대 적으로도 얼추 맞아 떨어져.”

 

  거창댁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저 고향이 거창이라 거창댁 이라고만 불려 졌을 뿐. 과연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어쩌면 의도적으로 거창댁이 자신의 이름을 숨겼던 것은 아닐까.

  그의 추리는 여기서 시작됐다.

 

  “거창댁은 기생 일을 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과거를 청산하고 원장님댁의 후처로 들어갔을거야. 그래서 글은 물론 외국어에 능통했던 거지. 기생들은 사대부 저리가라 할 정도로 학력 수준이 매우 높았거든.”

 

  찬기의 말에 효정은 곧장 반박했다.

  “그러면 덕구가 그렇게 예민하게 굴 리가 없잖아. 도둑을 귀신 같이 잡아 낼 정도로 똑똑했던 개가 고작 기생이라는 이유로 싫어했겠어?”

 

  “개는 우리 사람과 달리 후각이 예민해. 아마 손님과 도둑을 구별했던 것은 그 뛰어난 후각 덕분이었겠지. 아무래도 도둑들은 잘 씻지 않아서 체취가 났을 거고, 옷으로 가린다 해도 그 미묘한 차이를 덕구는 알아챘을 거야.”

 

  그러면서 찬기는 곰곰이 인선의 이야기를 되짚었다.

  “거창댁은 온 몸에 향수를 듬뿍 바르는 버릇이 있다고 했지? 아마 후각이 예민한 개에게 있어 향수는 엄청 독하게 느껴졌겠지. 그러니 싫어 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효정은 그 말에 곧장 반박했다.

  “잠깐! 그래도 설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아. 백보 양보해서 거창댁이 기생이었다고 쳐. 그래도 사람이랑 가축이 죽어나갔던 건 설명이 안 되잖아.”

 

  “아마 원장님 댁에서 일하던 일꾼들 중에는 거창댁에게 협조하는 사람이 있었을 거야. 기생일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연줄이 많이 생기니까. 어쩌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일 수 있어. 그 사람들이 거창댁이 안주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물심양만으로 도왔을 게 분명해.”

 

  거창댁은 빠른 속도로 그 집안에 적응했다. 아무리 뛰어난 내조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새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니꼽게 보는 눈초리에 오히려 텃새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집안에서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사람들과 거창댁은 모종의 협력 상태였을 거야. 거창댁이 집안에 적응하도록 돕는 대신, 이런 저런 은전을 받아 챙겼겠지. 그리고 귀찮은 일도 대신 해결해 줬을 거야. 사람을 몰래 죽여서 내다 버리는 것 역시 가능했을 걸.”

 

  찬기는 거기까지 말하면서 슬쩍 고개를 주억거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효정은 그 대목이 도영 아저씨를 지목 한다는 걸 알아챘다. 찬기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한 밤 중에 고기를 가져다 준 뒤로 가축이 죽어나갔다고 했지? 아마 그건 집 안 사람들 중 누군가가 과하게 욕심을 부렸던 결과일지도 몰라. 처음에는 그냥 고기를 훔치는 선에서 만족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한 번 고기 맛을 보자 욕심이 나서 가축을 죽이기 시작한 거야. 이유 없이 죽은 동물을 먹기는 꺼려지니까 웬만해서는 내다 버릴 거고, 그 과정에서 고기를 독차지 하려고 했던 생각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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