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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거의 정의
작가 : 박파제
작품등록일 : 2018.12.15

고등학교 옥상에서 한 남학생이 추락했다.
즉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사고는 목격자의 증언으로 사건이 된다.
살인미수 용의자로 지목된 고등학생의 변호를 맡았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공소 제기한 검사가 내 동거인이다.

 
동거의 정의 11
작성일 : 18-12-27 17:31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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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찾아?”

 

  창문에서 고개를 뺀 박성우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굳어졌다.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다 내가 들고 있는 비닐에 멈췄다.

 

  “그거.”

 

  멍하니 묻는 박성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 창문에 있던 담배.”

 

  박성우는 사색이 돼서 손을 뻗었고 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왜 그래? 혹시 네 거야?”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박성우를 가리키며 물었다.

 

  “쟤, 다리.”

 

  옆에 있는 고준서의 말에 박성우와 내 시선이 동시에 밑으로 향했다. 휠체어를 타지 않았고 깁스도 하지 않은 멀쩡한 박성우의 다리를. 꽉 끼는 청바지가 불편해 보인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박성우가 갑자기 왼쪽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너 깁스한 다리는 오른쪽 아니었나?”

 

  고준서의 말에 다시 오른쪽을 저는 박성우는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아, 왼쪽 맞다.”

 

  덤덤하게 놀리는 목소리 때문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 박성우는 다리를 똑바로 서며 더는 못 해 먹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리는 예전에 어느 정도 회복돼서 깁스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받으러 갈 때도 그 상태였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없었다. 이게 불리할 때 묵비권 행사하는 방법은 어디서 배웠는지, 입 싹 닫을 때마다 얄미워 죽겠다.

 

  “주시죠. 그거 사건과는 아무 상관 없는데.”

  “그건 네가 판단할 게 아니고.”

 

  박성우의 눈썹이 휘어졌다.

 

  “그래서 네가 그런 거라고?”

  “변호사님이 말한 증거가 이겁니까?”

 

  동문서답하는 박성우에게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성우는 담배가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정예찬의 상처를 듣고 걔한테 한 짓으로 이 담배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돌려줄게.”

  “정예찬이 다 말했어요?”

 

  이빨을 신경질적으로 가는 박성우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궁금했다.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박성우가 작게 욕을 뱉었다. 그 새끼 진짜 족쳐버리든가 해야지.

 

  “맞아요, 제가 그랬어요. 담배로 정예찬 몸에 상처 낸 거, 짜증 나서. 근데 그게 증거가 되겠어요?”

  “그것도 네가 판단할 건 아니고.”

  “말했으니까 돌려주시죠.”

  “하나만 더. 언제 어디서?”

  “13일, 옥상이요.”

 

  사건이 일어난 날, 박성우는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당시 주장으로는 시험 때문에 우울해서 올라갔고 이건 그 기분에 연장선일 것이다. 하지만 더욱이 놀라운 건 박성우의 자백이었다. 나는 들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말을 들었다.

 

  그날 박성우와 정예찬이 같이 있었다. 그리고 노랑머리가 들었다는 전화의 목소리는 아마 정예찬일 것이다. 정예찬은 박성우에게 폭력을 당했고 그로 인해 생긴 쇄골 상처는 그날의 흔적이었다. 그렇다면 정예찬이 박성우를 밀어 떨어뜨린 걸까, 하면 그건 또 시간상 불가능했지만. 답답하게 엉켜있던 실타래가 조금 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약속대로 담배가 든 비닐을 박성우에게 넘겼다. 박성우는 신경질적으로 뒤돌아서 가려고 했다.

 

  “아.”

 

  손뼉을 친 나를 우뚝 멈춰 돌아본 박성우가 입을 벙긋거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또 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거 감식반에 넘겼어.”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물론 결과도 나왔지.”

 

  박성우가 천천히 비닐을 내려다봤다. 불안을 감지한 사람처럼 손가락을 떨었다.

 

  “네 거 아니던데?”

 

  아아악 하고 소리쳤다. 바닥에 비닐을 내던진 박성우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실제로 2층 창문에 있던 담배 세 개 모두 박성우의 DNA나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다. 검출됐어도 그 증거를 박성우에게 넘길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진 박성우의 자백은 증거가 됐다. 김지빈의 말대로.

 

 

  *

 

 

  박성우를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재수사 요청했다. 박성우의 자백이 담긴 녹음기를 제출했다. 이젠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

 

 

  거실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커피 냄새가 진동했다. 커피 타다 주려나, 잠결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뒤척였다. 부스스하게 눈을 떠 천장을 바라보다가 침대에서 몸을 조금 일으켰다. 이쯤이면 들어오겠지 싶은 시간이 훨씬 지났을 때 ‘아, 자기 혼자 마시는 거야?’ 하고 깨달았다. 텔레비전을 켰고 영화 소리가 들렸다. 장르는 멜로. 출근 시간이라 중간에 꺼야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 그 찝찝한 행동이 뭐가 좋다고 매일 반복적으로 한다. 어쨌든 결말은 아는지 의문이다. 결말도 모르고 수많은 영화를 봐왔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디 가서 나 이 정도 봤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지 않을까. 그럴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소파에 길게 누워있을 모습이 선명했는데 거실에 나가자 진짜 예상 그대로 있는 김지빈을 보며 웃음이 났다.

 

 

  내 커피는?

 

 

  일부러 뾰로통하게 말하자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나를 올려다봤다. 눈빛이 흐리멍덩했다. 저런 눈으로 영화를 제대로 봤을 리 없다고,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만 듣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알아서 하라고 무심하게 말할 줄 알았던 김지빈이 마시던 커피를 내밀었다. 김이 모락모락 퍼졌다. 아마 무척 달짝지근할 것이다. 얼굴처럼 쓰기만 한 커피를 좋아할 것 같지만 쓴 걸 싫어해서 에스프레소는커녕 아메리카노 한 입도 마시지 못한다. 그렇다고 단 걸 좋아하는 식성도 아니다. 커피로 굳이 따지자면 단 걸 선호했다.

 

 

  마실래?

 

 

  고개를 젓자 두 번 묻지 않고 다시 제 쪽으로 가져갔다. 몸을 일으켜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여전히 감흥 없는 표정으로 영화를 바라봤다. 영화는 지루하게 이어졌다. 늘 그렇듯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장면이었다. 꿀 떨어지는 눈으로 서로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그러다 웃고 점점 내려와 얼굴을 감쌀 때 뒤돌아 포트기 앞으로 갔다. 안에 남은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담았다. 김지빈은 영화를 재밌게 보는 것인가, 아님 분석하듯 보는 것인가, 시간 때우는 용이라면 다른 것도 많은데.

 

 

  우리의 동거는 무언가 이상했다. 애초에 우리가 동거한다는 자체가 이상했지만, 동거가 처음이라서 그런지 원래 이런 건지, 유난한 건지 모르겠다.

 

 

  한날은, 야근하고 10시가 넘어서 들어갔는데 밥이 차려져 있었다. 날 위한 밥상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제 막 인스턴트 국을 데워 식탁 의자에 앉는 김지빈이 “왔어?” 하고 말했다. 나는 메고 있던 가방을 소파에 올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었어? 같이 먹을래?

  그래도 돼?

 

 

  김지빈은 예의상 말한 것 같은데 내가 덥석 물어버리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안 그래도 쫄딱 굶고 일해서 배가 고픈 상태였다. 이 시간에 밥 먹는 김지빈도 어지간히 일만 했나 보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일어선 김지빈이 그릇에 밥을 퍼 담았다. 나는 그제야 후다닥 달려가 내가 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느새 숟가락까지 놓고 있는 김지빈의 행동이 빨랐다.

 

  멋쩍게 자리에 앉아 고맙다고 작게 말했다. 들었는지 머리를 까닥이며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김지빈을 힐끔 바라봤다.

 

  인스턴트 국과 얼마 없는 가짓수의 반찬, 단출한 식사였지만 왜 이렇게 맛있었는지 모른다.

 

  퇴근하고 열 시가 넘은 밤에 같은 공간에서 김지빈과 나란히 앉아 식사한다는 건 역시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랬다. 그게 김지빈이라서 그런지 나라서 그런지 역시 알 수 없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와 내용 또한 모두 낯설었다. 심장 주위가 간질간질한 것도 같았고. 김지빈이 알았다고 대답하는 모습이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아무튼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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