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막장의 전설
작가 : 망아지
작품등록일 : 2018.12.20

[오늘 저...언니 남편이랑 헤어졌어요ㅋ] 남편의 내연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적어도 C컵은 돼 보이는 여자에게 안겨 있는 남편의 사진. 막장에 막장을 더하는 현실 속에 시작된 이혼 소송. 지수의 인생에도 사이다 전개, 로맨스가 찾아올까?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 최악의 인연
작성일 : 18-12-27 17:15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52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날, 직원들 사이에서 어김없이 엘리베이터 남자가 화제에 올랐다.

 

 "그 남자 유부남이에요!"

 지원은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단호하게 말했다.

 

 "응?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창틀에 기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연수가 말했다.

 

 "그게 우연히 아이랑 있는 걸 봤어."

 "자자, 여기서 정확한 정보 들어갑니다."

 연수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층 로펌에 비서가 나랑 동문이잖아. 걔한테 들었는데 그 남자 돌싱이래. 아들 하나 있고, 아내랑은 사별했대. 최근에 헤드헌터가 거금들여서 물어온 변호사라던데?"

 

 '사별...'

 지원은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던 그를 떠올리며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오후, 지원은 외부미팅을 갔다가 회사에 복귀 중이었다. 한 손에는 1층 카페테리아에서 산 아이스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들고, 다른 손에는 외부업체에서 받아온 자료를 두둑하게 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가 밖에서 열림 버튼을 눌렀는지 다시 열렸다. 그 남자였다.

 

 "선생님, 매번 죄송해요. 오늘은 많이 안 늦고 한 시간 정도만 부탁드릴게요."

 그는 통화 중이었고, 지원은 그가 유치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한 손에 가까스로 들고 있던 자료 중 몇 개가 바닥에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들고 있는 손으로 짐을 나눠들려고 했지만 그만 커피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뚜껑과 컵이 분리되면서 얼음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오...마이...'

 요란하게 떨어진 커피는 그가 들고 있던 가방, 구두, 그리고 바지밑단에까지 미쳤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원은 플라스틱 컵에 얼음을 황급히 주어 담았다. 그는 가방에서 휴대용 티슈를 꺼내더니 엘리베이터 바닥을 닫기 시작했다.

 

 "두세요! 제가 할게요. 제가."

 "아니에요. 이걸로 닦으세요."

 그는 지원의 하얀 블라우스에 튄 커피자국을 가르치며 휴지를 건넸다. 엘리베이터는 그가 바닥에 커피를 다 닦을 때쯤 지원의 회사가 있는 층에 도착했다.

 

 "쓰레기 저 주세요. 그나저나 옷이랑 가방이랑 젖었는데..."

 "괜찮아요. 닦으면 되죠."

 그가 미소를 지으며 목을 까딱하고 인사를 했다.

 

 지원이 생각했던 것만큼 냉랭한 사람은 아니었다. 날카로워 보였던 그의 눈매도 웃으니 사막여우처럼 귀여워 보였다.

 *

 *

 "잠깐만! 너 그럼 그 남자랑 사귀어?"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수가 지원의 말을 끊고 물었다.

 "아니, 사귀고 그런 건 아니고...나 혼자 관심 있게 보는 정도?"

 "수아 친구의 아빠라니..."

 "왜? 돌싱이라 싫어? 언니가 내 보호자잖아. 언니가 싫다면 나도 이쯤에서 접구..."

 "아니, 그런 거 아냐."

 

 지수는 지원이 평범한 남자를 만나 평범한 행복을 누리길 바랐다. 그 평범이라는 것의 무게를 알기에.

 

 "네가 나보다 훨씬 똑똑하잖아. 나는 네 선택을 믿어. 네가 마음 가는 대로 해."

 지수는 지원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호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지원은 술에 취해 소파에서 곯아떨어지고, 지수는 찬물로 세수하고 챙겨온 노트북을 켰다. 글을 쓰려는데 시린 새벽 공기 때문이었을까. 막 태어난 수아의 울음소리가 불현 듯 지수의 귀에 맴돌았다.

 

 "응애 응애"

 지수는 수아가 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영준은 야근을 하거나 회식을 하고 와서도 수아가 우는 소리에는 지수보다도 먼저 깨서 아이를 안았다.

 

 "여보, 모유 수유 말인데...당신이 너무 힘든 거 같아. 그냥 분유로 먹이자. 그럼 내가 새벽에 젖병으로 먹이면 되니까 당신도 좀 잘 수 있고..."

 무조건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던 시어머니의 고집을 꺾은 것도 영준이었다.

 

 어느 날 새벽, 수아가 이유를 모르게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지수와 영준은 식은땀을 흘리며 달래보려 했지만, 수아는 몇 시간 째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 맞다! 비닐 소리가 애기가 엄마 자궁 안에 있을 때 들리는 소리랑 비슷해서 아기가 좋아한대."

 수아가 태어나기 전부터 육아 서적을 독파했던 영준은 부엌에서 비닐봉지를 가져오더니 팔에 쥐가 나도록 비벼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수아는 비닐 소리를 듣고 울음을 그쳤고, 수아와 영준을 향해 싱긋이 웃어주었다. 그 순간 그들은 오직 둘만이 공유하는 행복을 느꼈다.

 

 "야! 애기는 너만 키우냐? 너만 좋은 아빠냐고. 유난을 떨어도 작작 떨어야지. 요즘 6시만 땡 치면 퇴근하고, 회식도 다 빠지고. 지금 회사 생활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상사의 고성에 영준은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앞으론 더 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수는 막말을 하는 상사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그저 당하고만 있는 영준을 바라봤다.

 

 수아가 돌 무렵, 새벽에 열이 39.5도까지 치솟았다. 영준은 수아를 안고 급히 응급실로 향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수아야, 아빠가 미안해. 미안해."

 그녀는 그때 어쩌면 남은 생을 영준과 행복하게 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수는 새벽공기와 함께 밀려오는 옛 생각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글을 쓰자, 글을.'

 지수는 글을 쓰기 전에 자신을 도와준 블로거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바로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잘 됐네요. 기죽지 말고 힘내세요! 그리고 웹소설을 쓴다니 멋지네요! 어디에서 연재하나요? 제목은요?]

 [이제 막 시작인 걸요. 많이 부족해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녀는 블로그 이웃만 6만 명이 넘는 자신의 페이지에 지수의 소설을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이 소설이 실화 바탕이라고 소개해도 될까요? 사람들은 실화에 더 열광하니까요.]

 [네, 이제와 숨길 것도 없어요. 도움을 받기만 해서 고맙고 미안해요.]

 [저도 남편이 바람 피우고 이혼 결심했을 때 너무 무섭고 괴로웠거든요. 지수 씨처럼 그렇게 극복하고 용기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도 덩달아 용기를 얻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거죠.^^]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고, 이제 작품 홍보까지 해주니 지수는 든든한 백이 생긴 기분이었다.

 

 다음날, 블로그의 홍보 효과 때문인지 조회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가 되자 지수의 소설은 '주목받는 신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묻힐 뻔 했던 지수의 글이 다시한번 기회를 얻은 것이다. 지수는 하루 종일 자신이 올린 글의 조회수와 댓글을 보고 또 봤다. 글 쓰는 설렘은 가정이 파탄에 이른 끔찍한 상황을 잊게 하는 환각제였다. 조회수가 높아지면서 악플도 달리기 시작했지만 누군가 자신의 글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제발!'

 지수는 뛰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다시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녀에게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막장 로맨스> 작가님께.]

 '뭐지? 독자에게서 온 메일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그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푸른풀결 출판사 박미래 대리입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작가님 작품에 관심이 있어서 연락 드렸어요. (중략) 편한 시간에 연락주세요. 박미래 010-5****-7****]

 

 '나한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혹시 사기 아니야?'

 그녀에겐 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인터넷에 해당 출판사를 검색해보니 제법 규모가 큰 출판사였고, 위치도 집에서 가까웠다. 지수는 옷을 대충 걸치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약도를 보니까 대충 이쯤이던데...?'

 아기자기한 카페들 사이에 조경이 멋진 큰 건물이 눈에 띄었다. <푸른물결 출판사>라고 새겨진 목판이 보였다.

 회사 외관에서부터 '여긴 자본도 빵빵하고, 직원복지도 좋은 회사'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기가 아니었어.'

 지수는 뛰는 심장위에 손을 얹고, 메일에 적혀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 메일을 주셔서 전화 드렸는데요. 막장 로맨스 작가..."

 "작가님! 안녕하세요.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요."

 한 톤 밝아지면서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작가님, 계약건으로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언제쯤 시간 되세요?"

 "아...제가 사는 곳이 출판사 근처라...마침 제가 또 거기 근처고..."

 지수는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한 음절씩 꾹꾹 눌어 이야기했지만, 횡설수설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시면 저희 회사에 잠깐 들르시겠어요?"

 "오늘요? 지금요?"

 아무리 급해도 슬리퍼에 동네에서나 입을 법한 XXL사이즈의 티셔츠를 입고 갈 수는 없었다.

 

 "한 시간...아니 두 시간 후에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꿈이 아니었다. 이렇게 멋진 회사가 지수가 쓴 글에 관심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지수는 전화를 끊고 집으로 달려갔다.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전속력으로 뛰어서 그런 건지,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일 때문인지 속이 울렁거렸다. 지수는 서랍에서 족히 2,3년은 묵었을 화장품들로 화장을 시작했다. 건조하고 거친 피부가 싸구려 화장품을 받아줄리 없었다.

 

 "안 돼! 화장이 다 떠!"

 그녀는 다시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섰다. 격렬한 각질제거 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조심스럽게 파운데이션을 찍어 발랐다. 영준이 보내온 원피스를 입고 밖을 나서려는데 마땅히 신을 구두가 없었다.

 

 '어떻게 변변한 구두 한 켤레가 없을까.'

 몇 년동안 지수는 '구두'를 신을 일이 없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서 시누이의 구두를 골라 신고, 명품가방에 운동화를 우겨넣었다.

 

 '이따 집에 올 때 갈아 신으면 모르겠지?'

 차마 원피스에 다 낡은 운동화를 신을 수 없었다. 출판사에 들어서니 지수와 통화했던 박미래 대리와 한 남성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건우 편집장입니다. 여기는 통화하셨던 박미래 대리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권지수라고 합니다."

 

 지수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누구에게 소개하는 게 낯설었지만 싫지 않았다. 이건우 편집장은 넓은 사무실을 가로지르며 회사 내부를 간략히 설명했다.

 

 "일단 회의실 가셔서 같이 차 한 잔 하실까요?"

 그는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에 선한 인상이 호감 가는 남자였다.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겸손함과 배려가 묻어있었다.

 

 "소설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좀 자극적이긴 한데 묘사가 리얼해서 실제 있었던 일 같기도 하고요."

 회의실로 지수를 안내하며 건우가 살갑게 말을 붙였다.

 

 "그거 실화 맞아요."

 지수가 미소를 띠며 답했다.

 "네?"

 

 건우가 지수의 말이 농담인지, 진짜 실화라는 것인지 헷갈려 하던 찰나 한 여자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아나운서같이 단정한 단발머리, 진한 쌍커풀에 큰 눈, 하얗고 고른 치아. 작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목걸이를 차고, 가느라란 벨트로 잘록한 허리라인을 강조한 에이라인 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눈에 띠었다. 그녀였다. 지수의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여자. 지수의 결혼식을 망치고 인생을 망친 그녀.

 

 혜경이었다.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둘만의 추억 2018 / 12 / 27 178 0 5249   
7 그의 첫사랑 2018 / 12 / 27 198 0 5364   
6 두 번째 내연녀의 정체 2018 / 12 / 27 202 0 5363   
5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 최악의 인연 2018 / 12 / 27 196 0 5262   
4 뭐야! 유부남이었어? 2018 / 12 / 27 208 0 5800   
3 바보의 반격 2018 / 12 / 27 191 0 5360   
2 내 인생 최악의 결혼식 2018 / 12 / 20 197 0 5360   
1 인간은 쾌락과 고통을 번개처럼 계산하는 계… 2018 / 12 / 20 366 0 529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