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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막장의 전설
작가 : 망아지
작품등록일 : 2018.12.20

[오늘 저...언니 남편이랑 헤어졌어요ㅋ] 남편의 내연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적어도 C컵은 돼 보이는 여자에게 안겨 있는 남편의 사진. 막장에 막장을 더하는 현실 속에 시작된 이혼 소송. 지수의 인생에도 사이다 전개, 로맨스가 찾아올까?

 
바보의 반격
작성일 : 18-12-27 17:02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5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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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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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수 씨, 이런 놈이랑 무슨 결혼을 해! 당장 파토 내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길길이 날뛰는 이모의 손가락 끝에는 '이것이 현실일 리가 없어.'라며 사색이 된 영준이 서 있었다.

 

 "지...지수야. 오해하지 마. 혜경이랑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영준이 바닥에 주저앉은 지수에게 좀비처럼 비틀비틀 다가오며 말했다.

 

 "갑자기 혜경이가 어제 저녁에 만나자고 하더니 날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더라고."

 "..."

 "하아...그때 이미 친구들이랑 술 한 잔 해서 취해있어서 순간적으로 실수할 뻔 했는데...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맹세코 혜경이한테 마음 없어."

 

 영준은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듯 지수의 어깨를 꽉 잡았다.

 

 "미안해.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나 너 정말 사랑해. 믿어줘."

 그는 무릎을 꿇고 울먹거렸고, 그 옆에서 이모는 큰소리로 윽박을 질렀다. 밖에선 결혼식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결혼식 5분 전입니다. 하객 여러분들은 모두 자리에 착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지수의 귀에는

 -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오늘의 주인공 신랑 신부 입장!"

 버진로드에서 조명을 받은 두 사람은 유난히 반짝거렸다. 나란히 입장하는 영준과 지수를 보면서 사회자가 말했다.

 

 "신랑과 신부 모두 눈물을 글썽이고 있네요. 두 사람 인생의 가장 멋진 시작을 큰 박수로 축하해 주세요."

 순백의 그 길을 지수는 영준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지수는 눈 뜬 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눈 먼 나를 영준은 어디로 인도하고 있을까.'

 

 그녀는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막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았다. 영준의 대학 교수이자 전 검찰총장을 역임했다던 주례 선생님이 거들었다.

 

 "제가 주례를 20년 간 많이 봐왔지만, 이 두 사람처럼 걸어 들어오면서부터 눈물을 보이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하하하하

 그의 말에 하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이 정말 잘~ 살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제가 또 그런 건 잘 맞춥니다. 하하하!"

 사람들은 우리가 감동해서 우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지수가 글을 쓰다말고 시계를 봤다.

 

 7:10 AM

 어느새 아침식사를 차리고, 수아를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전에도 글을 이렇게 빨리 썼었나?'

 

 지수는 직접 겪었던 길을 떠올리며 글을 쓰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내 소설 속 주인공은 그래도 나보다 더 똑똑하고, 또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잠시 옛 생각에 잠겨있는데 영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수야...지수야...]

 [지수야, 너무 보고 싶다. 너 마음 아프게 해서...상처 줘서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에 잠도 안 온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문자를 보냈다.

 

 [당신이 집에 오면 나는 수아 데리고 동생네 집으로 갈 거야. 지원이도 사정을 알면 당장 나오라고 하겠지.]

 [하아...알겠어. 당분간 안 갈게. 근데 우리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몰랐구나. 우리 늘 이렇게 살아왔어.]

 

 이후로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

 

 며칠 뒤 영준으로부터 택배가 도착했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선물 안에는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정갈하고 곱게 쓴 글씨가 한 자 한자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있었다.

 

 [오랜만에 당신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어. 늘 수아 것, 내 것만 챙기는 당신이었는데...나라도 당신을 챙겨야 했어. 후회가 너무 늦다.]

 

 지수는 감동은커녕 이런 식으로 다른 여자들의 마음도 얻었나 싶어 더 배알이 꼴렸다. 지수는 늘 인터넷 쇼핑몰에서 2만 원, 3만 원 저렴한 옷을 사 입으며 생활비를 아꼈다. 포장을 뜯어보니 베이지색 원피스였다. 지수는 옷을 팽개쳐 놓으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 옷은 죄가 없지.'

 

 두툼해진 뱃살을 잘 커버해 전체적으로 슬림해 보이는 정장 원피스였다. 원피스 소매와 밑단에 수를 놓은 듯 하게 마감처리 돼있어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영준에게서 또 택배가 왔다.

 

 [여보, 생각해보니 당신에게 보낸 원피스에 어울릴 만한 가방이 하나도 없겠구나 싶더라고. 그동안 가방 하나 사달라고 할만도 한데 그런 말도 없고. 진즉에 내가 알아서 선물했어야 했는데...당신에게 명품가방 하나 사주고 싶었어. 이거 인터넷에 찾아보면...(중략)]

 

 지수가 인터넷에서 가방을 찾아보니 정말 300만 원 중반 대 고가의 가방이었다. 그녀는 옷장 속 자신의 가방을 떠올렸다. 모두 인조가죽, 그마저도 모서리가 다 벗겨지고 헤진 것들뿐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행사에서 나눠준 공짜 에코 백 몇 개가 전부였다.

 

 [다음 주엔 멋진 구두를 사서 갈까 하는데...나 가도 돼? 어머니가 왜 이렇게 안 오냐고 걱정하시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지수는 바로 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당신 바람 필 때도 몇 달씩 집에 안 들어오는 거 기본이었어. 절대 이상하지 않으니까 들어올 생각하지 마.]

 [휴...기다릴게. 용서해달라고 안 해. 직접 얼굴보고 욕이라도 먹게 해줘.]

 

 지수가 영준의 문자를 받고 얼굴이 벌개져서 냉수를 들이키는데 또 문자가 왔다.

 

 "아씨! 이 인간이 진짜!"

 

 [강진혁 변호사예요. 오늘 법원에 이혼서류 접수했어요.]

 

 강 변호사는 이혼 소송 진행 과정에 대해 종종 지수에게 연락을 해 알려줬다. 지수는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올 때마다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프로보노? 정말 감사인사만 하고 수임료를 안 드려도 될까? 사람이 염치가 있지.'

 

 지수는 인터넷에 로앤루 로펌을 검색하고 수임료도 대충 알아봤다. 워낙 유명한 로펌이라 간단한 이혼 소송에 천만 원까지도 든다고 했다.

 

 '천만 원? 못해도 절반이라도 드려야 할 텐데...'

 

 그녀는 돈 걱정이 늘수록 더욱 글쓰기에 매달렸다.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

 

 웹 소설을 쓴지도 몇 달이 지났다. 지수는 그동안 밤낮없이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수아를 돌보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했다. 집안일은 전보다 훨씬 대충했다. 설거지는 몰아서 했고, 반찬은 사다가 먹었으며 빵이나 국수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오늘부로 38화를 올렸는데 조회수가 겨우 100을 넘겼다.

 

 '역시 꿈과 현실은 다르구나.'

 

 공모전 예선에선 진즉에 탈락했고, 다른 글 사이에서 지수의 글은 깊이 묻쳐 갔다. 맥이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지수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그녀는 우울한 마음에 찬장에 두둑이 쟁여놓았던 핫초코 한봉을 탔다. 돌아가신 엄마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엄마가 입원한 병원을 들락거리며 울적한 얼굴을 한 지수에게 엄마가 말했다.

 

 

 "지수야, 핫초코 마실래?"

 핫초코는 돌아가신 엄마가 그녀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지수는 초콜렛의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혀에 감돌자 문득 이전 일이 떠올랐다.

 

 

 *

 

 

 그녀는 고등학생 때 빠듯한 생활비 때문에 줄곧 아르바이트를 했다. 야간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는데 매일 밤 비슷한 시간에 햄버거를 먹는 덩치가 좋고 뚱뚱한 남학생이 있었다. 그는 늘 피곤한 얼굴을 하고 와선 더블 치즈버거 세트를 시켜 혼자 먹고 가곤 했다.

 

 "주문하시겠어요?"

 "더블 치즈버거 세트 주시고요. 콜라랑 감자튀김은 라지로 주세요."

 

 지수는 속으로 '매일 밤마다 저렇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걱정은 괜한 게 아니었다.

 그는 족히 100킬로그램은 넘어 보였다. 어느날 그 학생이 구석에서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저러다 체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날은 지수도 엄마의 병과가 좋지 않다는 말에 일하는 내내 눈물을 참기 힘든 날이었다. 눈이 빨개져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다가 그 학생이 우는 모습을 보고 지수도 참다 참다 덩달아 울어버렸다.

 

 '저 사람도 슬픈일이 있구나. 나처럼.'

 

 지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핫초코를 타서 그 학생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힘내요."

 물론 기어가는 목소리로, 그 학생이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수는 그때 알았다. 눈물은 눈물을 위로한다고.

 

 *

 

 핫초코를 한 모금 하고 나니 울적한 기분이 나아지는 듯 했다. 다시 글을 쓰려는데 까톡이 왔다.

 

 [언니, 저예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언니, 영준 선배한테 저 말고 또 다른 여자 있는 거 아세요?]

 지수는 또다시 심장이 뛰었다. 놀랬다기보다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 여자. 내가 우습구나.'

 

 영준의 후배라는 여자는 지수가 불행하길, 속이 뒤집어지길 원했다. 지수는 순간 왜 다들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지, 하찮게 보는지 화가 났다.

 

 [바람을 피면서 또 바람을 핀 거예요. 이게 말이 돼요?]

 [그년은 저한테 아주 안주인 행세를 한다니까요?]

 [저만 알기 아까워서 말하는 거예요.]

 

 그녀가 '또 다른 내연녀'라고 주장하는 여자와 나눈 대화내용을 캡처해서 보내왔다.

 

 -영준 오빠랑 무슨 사이에요?

 > 무슨 사이면.

 -저 영준오빠랑 1년 넘게 만나고 있는 사람인데.

 > 그래서. 첩끼리 서열이라도 정리하자는 거야?

 -뭐요? 첩?? 말을 왜 그렇게 천박하게 해요?

 >어린년이. 네가 와이프라도 돼?

 

 끊임없이 주절거리는 문자 메시지.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수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손끝에 힘을 주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내가 바보로 보여요?]

 [앞으로 직장생활이랑 결혼...안 할 생각인가 보죠?]

 

 지수가 문자를 보내고 나니 시끄럽던 대화창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언니...제가 미쳤었나 봐요. 제가 잘못했어요.]

 신나서 기세가 등등하던 여자는 순식간에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다. 지수는 반격을 시작했다.

 

 [내가 당신이 보내온 사진이랑 대화 내용...회사 게시판에 올리면 어떨 거 같아요?]

 [당신 부모가 이것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도 궁금하네요.]

 [내가 당신이 나중에 결혼할 때 그 남자에게 조용히 할 의무라도 있어요?]

 

 지수는 이를 악물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가며 문자를 썼다.

 

 [남편이랑 저 완전히 끝났어요. 이혼할 거예요.]

 [이제 그 사람이 어떻게 되든 난 상관없다는 말이에요.]

 ..

 조용하던 대화창에 그녀의 글이 올라왔다.

 

 [언니...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앞으론 절대 언니에게 연락 안 할게요. 영준 선배와도 완전히 끝난 사이에요. 용서해주세요.]

 

 지수는 문득 어리고 똑똑한 여자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보짓을 했는지 궁금했다.

 

 [당신 사과 받을 생각 없어요.]

 [언니...제가 정말 미쳤었나 봐요. 직접 만나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싶어요. 만나서 저 뺨이라도 치고 마음 푸세요.]

 

 지수는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반격을 가한 게 처음이었다. 늘 당하고 살았지 되갚아줄 생각은 못 했다.

 

 '만나자고? 내가 이 여자를 만난다고?'

 지수는 자신이 남편의 내연녀와 마주볼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일까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겁내!'

 [그래요. 내일 오후에 봐요. 만난다고 용서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사실 지수는 회사나 여자의 부모님께 외도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바보는 아니지만 겁쟁이었다. 아무리자신이 한 짓으로 마땅한 벌을 받는 거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칠정도로 용기가 있진 않았다.

 

 아니, 어쩌면 지수는 바보가 맞을 지도 몰랐다.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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