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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7
작성일 : 18-12-27 11:17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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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7

 

 

 

 “어라. 레오. 미니는요?”

 

 게스트하우스의 로비에 들어선 파비의 손에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붉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눈치 채지 못하게 힐끔 시선을 내린 레오는 서둘러 고개를 들어 올렸다.

 

 “심부름 갔어.”

 “퇴근 시간 지나지 않았어요?”

 “넘긴 했지만 급한 심부름이라 어쩔 수 없었어.”

 “아무리 임시라지만, 계약 외의 일들을 너무 시키는 건 아닌지.......”

 “내가 고용했는데. 그리고 파비, 네가 대신 해줄 건 아니지 않아?”

 

 타닥타닥 맞붙은 시선에 불똥이 튀었다. 할 말이 있어도 더 이상 말하지 말란 뜻으로 레오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니, 눈빛으로 내리찍었다. 이럴 땐 키 차이가 도움이 되긴 하네. 유치하고 우스워보여도 뭔가 밀리고 싶지가 않았다.

 

 정작 떡 줄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 채 해맑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두 사람은 김칫국부터 사발로 드링킹하며 으르렁거렸다.

 

 “내일 일 지장 생기지 않도록 너무 늦게 들여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파비.”

 

 레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민희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나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키친으로 향하던 파비는 그 말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레오.”

 “왜?”

 “그 말, 본인이 하고도 좀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니의 남자친구도, 남편도. 그렇다고 아빠도 아닌데.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언제 들어가든 그건 미니가 결정할 일이지, 레오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레오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말하면서 동시에 실수했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미 시작한 말, 제 멋대로 내뱉는 입을 틀어막을 수가 없었다.

 

 “지금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게스트하우스 일에 피해주는 거, 그 사람도 원하지 않을 테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얼렁뚱땅 생각나는 대로 레오는 핑계를 둘러댔다.

 

 늘 무뚝뚝하고, 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레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 것을 본 순간 파비는 물어볼까, 말까 망설여졌다. 그 제스처의 의미를 민희에게 왜 사실대로 알려주지 않았냐고. 지금 이렇게 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레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그 순간 민희가 헉헉 숨을 몰아쉬며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왔다.

 

 “후. 이거 맞죠? 이 치즈. 시킨 심부름도 다 했고, 나 이제 나가봐도 되죠? 파비. 조금만 기다려줘.”

 

 테이블 위에 덜렁 치즈 봉지를 올려놓은 후 다시 후다닥 로비를 빠져나가는 민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레오는 파비에게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파비. 아까 하던 말 뭐야?”

 “아뇨. 아니에요. 주말에 봐요. 레오.”

 

 등 뒤로 꽃다발을 숨기며 로비를 벗어나던 파비가 나가다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 레오. 작업은...... 계속 멈춰있는 상태죠?”

 

 물은 이도, 들은 이도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을 깨듯 타다닥 계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니. 그러다 또 넘어져. 서두르지 않아도 돼.”

 “미안. 파비. 약속 시간을 어겼네.”

 “아냐. 덕분에 기다리면서 설레기도 하고 좋았어.”

 

 얘가, 얘가. 자꾸만 느끼한 말들을 쏟아내네. 그러면서도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가는지 민희가 해사하게 웃었다.

 

 “뭐야, 파비. 이 꽃은 다 뭐야?”

 

 파비가 내민 꽃다발을 의아한 듯 바라보다 민희는 이내 코를 대고 킁킁 향기를 맡았다.

 

 “피렌체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많고 많은 나라와 도시 중에서 이 곳을 선택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야. 그리고.”

 “그리고?”

 

 꽃다발 속에 파묻힌 고개를 들어 올린 민희는 이어진 말에 꽃으로 두들겨 맞은 듯 두 뺨을 붉게 물들였다.

 

 “이탈리아 남자들에게 있어 여자는 꽃과 같거든. 너 오늘 꽃 같다. 꽃처럼 예뻐.”

 “와........ 피렌체가 괜히 낭만의 도시, 꽃의 도시가 아니었어. 너처럼 로맨틱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봐.”

 “바람둥이처럼 아무에게나 그러는 건 아니야. 오해는 하지 마.”

 

 살다 살다 이런 칭찬은 처음인 듯 민희는 마땅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과거의 남자친구들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들이었다.

 

 “아, 아무튼 고마워. 파비. 진짜 목적은 다른 거지만 피렌체에 온 이후로 처음 놀러나가는 거라서, 그래서 그냥 입어봤어.”

 “그냥 입은 것치고 너무 잘 어울린다.”

 

 한껏 들떠있는 두 사람과 달리 레오는 머리가 지끈거리고, 괜히 짜증이 밀려왔다.

 

 ‘처음이라고? 중앙 시장에 같이 가고, 베키오 다리 선셋 보여준 건 다 새카맣게 잊었나, 이 여자가.’

 

 혼자 가도 충분한 곳을 데려가고, 애써 게스트하우스에서 더 떨어져 있는 다리를 거쳐 돌아온 지도 모르는 건지 레오는 마주보고 웃는 두 사람의 모양새에 속이 콱 막힌 듯 답답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시간 내도 괜찮아? 레오가 너 주중에는 엄청 바쁠 거라고 했는데.”

 “그럼. 괜찮지. 널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시간 낼 수 있어.”

 

 뭐지. 자꾸 헷갈리게 만드는 이런 말들은. 민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처음 본 여자들에게도 워낙 친절하다고 하니, 이 정도는 다들 보통이겠지. 한국이라면 100% 작업 멘트라고 생각했겠지만 여긴 이탈리아니까.’

 

 “있지, 파비. 소매치기를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네 덕에 잃어버리고 나서 속상했던 마음도 다 풀린 것 같아.”

 “그래? 그럼 나야 영광이지! 그래도 일단 가보자.”

 “응.”

 

 여전히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서 있는 레오를 향해 파비가 눈인사를 건넸다. 옆에 서 있던 민희는 상사에게 하듯 꾸벅 고개를 숙여 한국식 인사를 했다. 문을 나서는 두 사람을 보며 레오는 괜히 심사가 뒤틀렸다.

 

 ‘소매치기를 찾는다고?’

 

 이 어두운 저녁에 두오모 주변을 돌면서 소매치지를 찾는다고? 빤히 보이는 파비의 허접한 핑계에 피식 실소가 절로 나왔다.

 

 로비에 들어서니 테이블 위, 덩그러니 놓인 치즈 봉지가 괜히 초라해 보였다.

 

 “이미 냉장고에 가득 있는데, 쓸데없이 양만 늘렸네.”

 

 집어든 봉지를 들고 키친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전화벨 소리에 이내 방향을 틀었다.

 

 

 

 ***

 

 

 

 겨울의 유럽은 해가 몹시 일찍 진다. 여름이면 밤 9시가 넘도록 환한 도시가 겨울에는 저녁 5시가 되기도 전에 금세 어두워진다.

 

 그리고 겨울의 유럽은 우기다. 때를 잘못 잡으면 일주일 내내 혹은 한 달 내내 비구름과 함께 여행을 해야 하기도 한다.

 

 그런 겨울의 유럽답지 않게 며칠 내내 쨍하던 하늘이 해가 다 진 이 저녁에 추적추적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나기처럼 세차게 쏟아 붓는 것도 아닌, 분무기로 뿜어대는 것 마냥 오는 그런 비가. 그래서 우산을 쓴다 해도 아무런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비가.

 

 “파비. 날도 어둡고, 비도 오는데 식당이나 가자.”

 

 두오모 주변을 한 바퀴 정도 돌고난 민희는 양 손으로 연신 두 팔을 쓸어내렸다. 해가 저물며 떨어진 기온에, 옷 사이로 스며드는 빗줄기까지, 그녀는 덜덜 떨리는 이빨을 애써 감쳐물었다.

 

 “그럴까? 많이 춥지?”

 “응. 좀 춥네.”

 

 이 날씨에 예약한 식당까지 걸어가는 건 무리였다. 두오모 근처,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간 민희는 그제야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 살 것 같다.”

 “미안해. 예약한 레스토랑은 다음에 다시 가자.”

 “미안하긴. 네가 비를 내려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생긋 웃어 보이며 민희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조명을 밝힌 두오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여기 엄청 멋지다. 시장 가느라 후다닥 지나치기만 했는데, 두오모를 이렇게 찬찬히 바라보는 건 처음이야.”

 “일몰 무렵의 베키오 다리도 아직 가본 적 없지? 다음에 거기도 같이 가볼래?”

 “베키오?”

 “응.”

 

 다음을 제안하는 파비를 바라보며 민희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일몰의 베키오는 이미 간 적이 있었다. 시장에 갔다 돌아오던 길에 레오와 함께.

 

 오늘 진짜 피렌체를 보러 나온다며 그렇게 설렜었는데, 생각해 보니 처음 놀러 나온 건 오늘이 아니었다. 레오 덕분에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시장도,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물든 베키오 다리도, 그토록 걷고 싶었던 아르노 강 주변도 모두 가본 셈이었다.

 

 거기다 자전거를 타고 함께 피렌체 시내 여기저기를 누비기까지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자전거를 배우고, 로망처럼 여기던 영화 속 일을 실제로 해보기도 했다. 모두 다 싹퉁 바가지인 그 레오 덕분에.

 

 ‘저녁은 혼자서 잘 챙겨 먹고 있나.’

 

 일주일 함께 먹은 밥이 뭐라고, 민희는 게스트하우스에 홀로 있을 레오가 신경 쓰였다.

 

 ‘점심도 안 먹는 눈치 같았는데.’

 

 아까 점심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을 때, 그냥 같이 먹을 걸 그랬나. 민희는 괜히 불퉁하게 내뱉은 말이 목구멍에 걸린 가시같이 내려가지 않고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미니? 왜 그래?”

 “어?”

 “다른 생각 하는 것 같아서. 밥 먹자고. 피자랑 파스타 나왔어.”

 “응, 응.”

 

 바삭하게 구워진 화덕 피자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알리오 올리오, 파비가 주문한 앤초비 파스타까지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졌다.

 

 “피렌체에 오자마자 제일 먹고 싶은 거였는데. 백팩을 홀랑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벌써 몇 번은 사먹었을 거야.”

 “하하. 그럼 이탈리아에 온 이후로 먹어보는 첫 파스타인거야?”

 “흠....... 사먹는 건 처음. 게스트하우스에 있을 때 레오가 두 번 정도 만들어줬어. 알리오 올리오랑 봉골레 파스타랑.”

 “그래?”

 

 돌돌 만 알리오 올리오를 한 입 가득 넣은 민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나저나 이거, 보기보다 참 맛이 없네. 은연중에 레오가 만들어준 것과 비교하던 민희는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앞으론 내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줘야겠네.”

 “아냐. 너도 일하는 건 똑같은 걸. 나도 이제 제법 돈이 모이기도 했고.”

 “있지. 미니.”

 “웅?”

 

 한 쪽 볼을 불룩하게 키운 민희가 웅얼거리며 물었다.

 

 “너, 레오 좋아해?”

 

 갑자기 먹던 음식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놀란 민희가 한 손을 들어 컥컥거리는 입을 틀어막았다. 나머지 한 손에 잡히는 대로 들어 올린 와인 잔을 벌컥벌컥 마시고 난 후에야 그녀는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내 느낌이 틀린 적이 별로 없어서.”

 “아냐. 좋아하긴 무슨.”

 

 내가 그 싹퉁 바가지를? 싫어하면 싫어했지. 좋아할 리가 있나. 속으로 혼잣말을 되뇐 민희는 두 손을 과장되게 흔들어 보였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응. 나 배고파. 얼른 먹자. 파비.”

 

 서둘러 말을 둘러댄 민희는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숙인 채 허겁지겁 포크를 움직였다. 쿵쾅거리며 빨라진 심장소리를 감추기 위해 열심히 먹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작가의 말
 

 눈치 빠른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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