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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6
작성일 : 18-12-27 10:57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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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오늘은 일찌감치 체크아웃한.......”

 “싱가포르에서 오셨던 분이랑 미국에서 온 여자 친구들 방이죠? 올라가볼게요!”

 

 레오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 그의 말을 가로채 해야 할 일을 읊은 민희는 청소 도구를 챙겨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레오의 입가에 아침부터 싱거운 미소가 걸렸다.

 

 “오늘은 무조건 2시 안에 다 끝내자!”

 

 3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민희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건넸다. 발코니 창을 열어 청소의 기본인 환기를 하고, 사용된 침구의 커버를 한 번에 벗겨냈다.

 

 레오에게 손쉽게 커버를 갈아 끼우는 방법을 배우고 나자, 알바 첫 날의 모습이 그의 눈에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였을지 지금 생각해도 민희는 낯이 뜨거워졌다.

 

 “후. 금방이네.”

 

 브리또처럼 또르륵 말아 거꾸로 뒤집어 펴주면 끝, 5분도 걸리지 않아 새로운 침구로 교체된 침대를 손으로 팡팡 두드리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청소기로 카펫 위 먼지를 빨아들이고, 손걸레로 테이블과 침대 협탁을 쓱 닦아낸 민희는 고무장갑을 끼고 욕실로 출격했다. 거품을 낸 스펀지로 욕조와 세면대, 거울을 닦아낸 후 샤워기로 시원하게 물을 뿌렸다.

 

 거품으로 뒤덮였던 거울이 말끔하게 드러나자 그 위로 두 뺨이 불그스름하게 물든 여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생기가 넘치는 얼굴, 반짝이는 눈빛. 피렌체에 온 지 약 일주일 만에 레오의 잔소리가 확연히 줄어들 만큼 제법 전문 알바생의 태가 나는 스스로의 모습에 민희는 씩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고작 일주일 만에 달라진 제 모습이 그녀는 낯설기만 했다. 머나먼 객지에서 동사하는 건 아닐까, 결국 엄마 말대로 얌전히 맞선이나 보고 결혼이나 하는 게 정답이었던 걸까. 고민했던 게 무색하도록 어느새 새로운 습관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아침이면 일어나 한 잔의 카푸치노를 마시는 여유를 반드시, 하루에 한두 번 잊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저녁 식사 전 식전주로 와인 한 잔을, 티라미수나 판나코타라 불리는 달달한 푸딩 같은 디저트를 식사 후에 꼬박꼬박 챙겨 먹는 그런 습관들.

 

 “아. 빨리 끝내고 에스프레소나 한 잔 마셔야겠다.”

 

 서둘러 3층의 룸들까지 청소를 마친 민희는 사용된 침구를 한 아름 끌어안고 1층의 세탁실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부지런히 움직이는 민희의 모습을 의아한 듯 바라보다 레오는 그녀를 따라 세탁실로 향했다.

 

 “커피?”

 “아뇨. 이따가 다 끝내고 마실게요.”

 “점심은?”

 “흠. 그것도 괜찮아요. 아침을 많이 먹었더니 크게 생각이 없네요.”

 

 웬일로 이 여자가 먹을 것을 다 마다하지. 만들어주는 음식을 늘 싹싹 비워내는 모습을 알기에 레오는 더욱 이상했다.

 

 “저 로비랑 계단 청소하고 올게요. 세탁기 다 돌아가거든 건조기에만 좀 옮겨주세요.”

 

 이젠 업무지시까지 하고. 민희가 홀연히 세탁실을 빠져나간 후에도 레오는 꽤 오랫동안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내가 일을 너무 많이 시켰나.......”

 

 서둘러 일을 끝내라고 시킨 악덕사장이 된 것만 같아 레오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

 

 

 

 “하. 다했다!”

 

 오후 2시. 퇴근 시간에 맞춰 모든 일을 끝낸 민희가 머리 위로 두 팔을 쭉 뻗어 올렸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로비와 계단, 복도청소까지 끝낸 후 건조기에서 꺼낸 침구들을 탁탁 털어 새 침구 서랍에 넣어놓았다.

 

 방 하나를 청소하는 데 2시간 이상이 걸렸던 처음과 달리 제법 손에 익었는지 이제는 30분이면 처음과 같이 세팅하는 데 충분했다.

 

 서둘러 제 방으로 향한 민희는 꼼꼼히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공들여 화장도 했다. 일주일 내내 캐리어에서 썩고 있던 아이보리 색의 니트 원피스도 꺼내 입었다. 혹시나 멋들어진 레스토랑을 가게 된다면, 좋은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면 입으려 챙겨온 원피스가 이제야 빛을 발하는 참이었다.

 

 “파비가 3시 30분쯤 온다고 했으니까. 충분하다, 충분해.”

 

 머리를 하다말고 시간을 다시 한 번 체크한 민희가 거울 속 제 모습에 심취한 듯 빤히 들여다보았다.

 

 ‘아직 죽지 않았어! 김민희 아직 볼만하다고!’

 

 간만에 후줄근한 청바지와 니트를 벗어던지고, 청소하느라 내내 포니테일 내지는 똥머리로 질끈 말아 올렸던 머리도 풀어 내렸다.

 

 드라이를 끝낸 머리를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빗질을 하고, 화룡점정 붉은 립스틱을 입술 위에 덧발랐다. 옷장 안에 고이 걸려있던 카멜 색의 코트까지 입고 나니 제법 봐줄 만 했다.

 

 “20분 정도 남았으니, 커피 한 잔 할 시간은 있겠네.”

 

 총총총 가벼운 발걸음으로 키친에 들어선 민희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자전거를 배우고 들어온 다음 날, 레오에게 물어물어 배운 방법대로 서툴게나마 내린 한 잔에 어깨가 으쓱거렸다.

 

 “어디 나가요?”

 “아우, 깜짝이야!”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레오의 등장에 놀란 가슴을 움켜쥔 민희가 후 숨을 몰아 내쉬었다.

 

 “네. 어디 나가요.”

 “어디?”

 

 필요 이상의 질문이 이상했다. 내린 커피를 들고 의자에 앉은 민희는 제게 시선을 고정한 레오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파비랑 약속이 있어서요.”

 “누구요?”

 “파비요. 이 곳에서 함께 일하는 파비오요.”

 

 차려 입은 모습을 훑어보듯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그의 시선이 불편한 건지, 간지러운 건지 민희는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왜요?”

 “왜라니요. 질문 되게 이상한 거 알죠? 퇴근 시간 이후는 자유롭게 보내도 된다면서요.”

 “직원들이 따로 밖에서 만난다는 게 이상하니까.”

 “뭐 직원 둘이 사장님 흉이라도 볼까 봐 그런가 봐요?”

 “청소는 다 끝냈습니까?”

 “네. 못미더우면 확인해 보세요.”

 

 트집이라도 잡을까 싶어 더 꼼꼼히 한 청소에 자신만만한 듯 민희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그녀가 못마땅한 듯 레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제 개인 시간을 중요시 여기는 파비오가 주말이면 만날 수 있는 여자와 따로 약속을 잡은 것도, 데이트를 나가는 것 마냥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도, 데이트야 얼마든 할 수 있는데 그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나는 제 마음도.

 

 “복도랑 로비도 다 끝냈어요?”

 “직접 봤을 거 아니에요. 키친 들어오면서.”

 “그럼 오늘 저녁 식사는?”

 

 일주일에 하루 투숙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월요일을 빼곤 대부분 혼자 식사를 했던 일상, 고작 일주일 사이 레오 역시 그녀와 함께 하는 삼시세끼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오늘 저녁에는 연신 맛있다고 외쳐대던 미네스트로네를 만들고, 안심 스테이크를 구울 참이었는데. 드라이 에이징으로 숙성된 토스카나의 품질 좋은 소고기까지 샀는데.

 

 “먹고 들어올 거예요. 오늘은 내 몫까지 만들 필요 없으니 일이 줄었죠?”

 

 그랬는데 먹고 들어온단다. 이런 빌어먹을. 레오는 평소 하지 않던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별로. 1인분이나 2인분이나 어차피 들어가는 수고는 똑같은데.”

 “어색하게 마주 앉아 밥 먹지 않아도 되니 혼자 속 편히 많이많이 먹어요. 내 것까지.”

 

 그렇게 세상 맛있는 사람처럼 먹어놓고, 어색 타령을 하며 실실 웃는 민희의 모습을 보니 레오는 자꾸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심부름 다녀올 거 있어요.”

 “뭔데 지금 말해요! 좀 미리 말하든가. 근무 시간 끝났으니까 내일 다녀올게요.”

 

 왜 또 심술인지. 자유 시간에는 자유롭게 보내도 된다고 하더니 새삼 배가 아픈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민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레오를 노려보았다.

 

 “내일 안 되고, 지금 다녀와야 해요. 지.금.”

 

 곧 있으면 파비가 도착할 텐데. 힐끗 벽시계를 본 민희가 씩씩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여태 뭐하고 있다가, 왜 이제야 말하는 건데요. 왜!”

 “주중에 퇴근 시간을 넘겨 가끔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간단한 심부름 정도. 그 때 그 쪽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나요?”

 

 「아유. 열 번이고, 백 번이고 할게요!」

 

 임시 알바생으로 고용이 되던 날, 제 입으로 뱉은 말을 기억 못할 리가 없었다. 바닷물을 다 퍼내라고 해도 퍼내고, 산을 통째로 파내서 옆 동네로 옮기라고 했어도 옮길 만큼 절박했던 때 했던 말인데.......

 

 망할 입을 꿰매버릴 수도 없고, 민희는 체념한 듯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을 보니까 기억이 나나 보네요. 내일 조식 때 만들 파니니에 쓰는 치즈가 다 떨어졌어요. 시장에 같이 갔던 그 가게에 가서 사오면 돼요.”

 “꼭 지금 사와야 해요?”

 “네.”

 “......하아.......”

 “가기 싫어요? 그럼 내가 갈 테니, 게스트하우스 지키고 있어도 되고.”

 

 그랬다가 레오가 늦게 돌아오면 이보다 더한 낭패가 없었다. 사야할 치즈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홱 낚아채며 민희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 며칠 잠잠하다 싶더라니, 한 대 쥐어박아도 시원찮을 놈. 으득으득 이를 갈며 민희는 후다닥 방으로 뛰어 올라가 다시 청바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파비 도착하면 기다려달라고 말 좀 전해주세요.”

 “알았으니 넘어지지나 말고 다녀와요.”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며 민희는 그나마 찌푸렸던 미간을 폈다. 일요일, 처음으로 레오에게 자전거를 배운 이후로 틈만 나면 혼자 연습을 했고, 제법 붙은 실력을 확인해 볼 기회였다.

 

 이러나저러나 바람을 맞으며 아르노 강가를 달려가는 이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 그 자체였다. 방금 전의 전투는 다 잊은 듯 머리칼이 흩날리도록 속도를 낸 자전거 위로 기분 좋은 콧노래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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