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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Exodus: 탈출기
작가 : 즐펜
작품등록일 : 2018.12.27

꿈으로 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연결된다.
친밀한 사람들과 친근한 공간의 낯선 변화, 그리고 사투.

 
1-3 실험실[기억(1)]
작성일 : 18-12-27 09:08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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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수의 집]

 

 진수는 눈을 떴다. 온 몸에 땀이 흘렀다.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앞선 세 번의 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기분 나쁜 꿈이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았다. 뭔가 너무도 생생한 꿈을 꿀 때는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은, 그런 기분이었다.

 

 ‘아, 또 이렇게 일어나 버렸네. 씻고 출근할 준비나 해야겠다’

 

 진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들어갔다. 작은 자취집 화장실은 세면대도 없는 좁은 공간이었다. 단지 벽에 애매모호한 높이로 달려있는 수도꼭지를 틀어 대야에 물을 받아 씻는 그런 화장실.

 

 좁디 좁은 화장실이었으나, 나름의 애착은 가는 공간이었다. 진수의 집은 가난했고, 잘 사는 친구들처럼 부모님이 취업 선물로 차를 사준다던가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학을 갈 나이가 되었으니 대학에 간 것이고, 졸업을 했으니 일자리를 찾은 것일 뿐. 솔직히 말해 요즘 세상에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에서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래도 진수의 부모님은 그 누구보다도 진수가 첫 취업을 했을 때 함께 기뻐해주고 대견해 하셨다. 갑자기 부모님 얼굴이 그리웠다.

 

 - 끼릭. 끼리릭 -

 

 오래되어 잘 돌아가지도 않는 수도꼭지를 돌렸는데 물이 나오지를 않는다. 건물이 워낙 오래되어 가끔씩 이런 일이 있기는 했으나, 간밤에 꾼 꿈도 있고 뭔가 기분이 찝찝했다. 평소라면 밤을 새며 일을 했을 때라도 이 좁디좁은 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나오면 기분이 좀 개운해졌을 텐데 이날은 물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 가서 대충 씻어야 하나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겪었던 일이기에, 아예 일찍 학교에 출근하여 씻으면 되는 일이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이르기에 진수는 침대에 다시 누워 휴대폰으로 간밤에 뜬 새로운 뉴스들을 쭉 살펴봤다.

 

 “[속보]중부지역, 밤새 비. 서울, 경기지역 호우주의보 발령”

 “잇따른 공항테러, 우리나라는 과연 안전한가”

 “가수K군, 음주운전 혐의 인정”

 “장마 후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 대처방법”

 “한반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흥미를 끌만한 기사는 없었다. 가끔씩 자다 일어나서 뉴스를 보면 보통 사람들이 자는 시간에도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해외 뉴스야 시차로 인해 그쪽은 낮이니 이런 저런 사건들이 많이 일어날지라도, 다들 잠을 잘 시간에 무슨 사건 사고가 그리도 많이 터지는지. 그나마 마지막으로 본 뉴스제목에 눈길이 잠시 갔다.

 

 전날 낮에 본 개미들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직접 볼 때는 기분도 찝찝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막상 기억조차 많이 희뿌연 해졌다. 꿈이 더 현실 같고, 현실이 더 꿈처럼 바뀌는 것은 아마도 시간이 끊임없이 흐르며 모든 것을 기억 뒤편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렷다.

 

 이제 출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방금 꾼 꿈의 마지막 부분에 내가 뭘 봤던 거지?’

 

 

 [학교]

 

 씻고 나오니 좀 개운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자다 깬 상태 그대로 출근한 것은 아니었다. 작은 자취방이었지만 나름 싱크대도 있었고, 이날처럼 화장실 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세면대를 이용해 간단히 씻을 수도 있었다. 딱 출근할 수 있을 상태까지는.

 

 복도 저편에서 교감선생님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나와 계셨다.

 

 “안녕하세요, 교감선생님”

 “좋은 아침~ 일찍 나왔네?”

 “네. 집 화장실이 오래되서 물이 안 나오길래 씻고 준비 좀 하려고 나왔습니다”

 “고생이네. 얼른 시험 붙어서 좀 안정적으로 지내야 하는데~ 안쓰럽고 미안하네”

 “아닙니다. 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요즘 별 일 있는 건 아니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얼굴이 피곤해 보여서”

 “아... 아닙니다. 그냥 조금 날씨 때문에 잠을 잘 못 자서요”

 “화이팅!”

 

 박병준 교감은 뭔가 학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같은 모습이었다. 원래 사람이 살다보면 오랫동안 해 온 일에 따라 외모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딱 교감선생님의 외모를 가졌다. 가끔씩 진수가 초임이라 실수를 할 때면 무섭게 혼을 내기도 하지만 화를 내거나 한 적은 없었다. 학교에서 교감이란 보직이 결코 일을 남에게 맡겨두고 편히 쉴 수 없는 것이라 항상 바빴지만 그런 와중에도 신규 선생님들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사실 박병준 교감 또한 대략 30년 전 신규일 때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일들을 기억하기 때문에 신규인 진수가 걱정됐던 것이었다. 교사란 비슷한 수준의 다른 직업보다 사회적 대우가 좋기에 나쁜 직업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 외에 다른 문제가 끼어들면, 예를 들어 교사 간 갈등이나 선후배 갈등과 같은 문제가 끼어들면 일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어 지는지 알고 있었다.

 

 그 날의 아침은 평소와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갔다. 1교시에 부장회의가 있었고 다음 주에 있을 2학년 수학여행과 1학년 야영에 관한 내용이 오갔다. 행사가 있더라도 전교생이 참여하고 전 교사가 동원되는 행사가 아닌 한 학교는 열어놓아야 했고, 업무도 바삐 돌아가기에 학교에 남아있을 근무자를 결정했다.

 

 박병준 교감은 신규라 담임을 맡지 않은 진수와 아내의 임신으로 담임업무에서 제외 시켰던 형준을 남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 각 학년별로 한 명의 선생님들은 남아있을 것이었다.

 

 형준은 근무를 시작한 해 여름에 두 살 연하의 미희와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4년 째 선영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이었다.

 

 형준의 아내 미희는 약사였다. 약사의 월급은 일반적으로 교사의 그것보다 훨씬 많기에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으나, 문제는 아이였다. 1남 1녀 가족의 오빠답게 듬직한 성격의 형준과 아직도 2남 1녀 가족의 막내였던 미희의 성격은 정말 잘 맞았다.

 

 다만 결혼을 하고 2년 동안 형준은 아이를 갖기를 원했고, 미희는 일을 더 하고 싶어했다. 갈등이 생기면 원인은 바로 아이를 가지는 문제였고, 이 문제는 작년 중순 해결되었다. 미희가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할 필요가 생겼는데, 이 때 임신이 된 것이었다. 단지 착상상태가 불안정하여 최소한의 운동을 제외하고는 누워있어야 했고, 이는 불편함을 야기하고 둘 사이에 새로운 갈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교 뒷문 밖]

 

 “진수, 너 오늘 피곤해보이네? 또 잘 못 잔거야? 어제도 그렇더만”

 “네. 요즘 좀 피곤하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나아지겠죠. 날씨가 이래서 그런가”

 “나도 요즘 죽겠다. 날씨도 날씬데 뭔가 좀 이상해. 다음 주에 수학여행도 있는데 애들이 분위기가 푹 죽어있어”

 

 드라마로 인해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활기찬 공간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공간이 얼마나 답답하고 기운 빠지는 공간인지. 대규모 학교행사가 있는 날의 근처에는 비교적 활기가 조금 보이기도 하지만 올해에는 유난히 학생들이 기운이 없었다. 사실 고등학교가 배경인 드라마를 믿는 사람들은 고등학교를 가기 전인 중학생과 초등학생 밖에는 없다.

 

 “그러게요. 저 고등학교때 이맘때면 여행가서 무슨 사고 칠까 계획 짜고 그랬는데”

 “쌤도 그랬어? 전혀 안 그럴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대학 들어와서 좀 바뀐 거였죠. 뭐 어찌 보면 대학에서도 나름 사고는 쳤잖아요, 형들한테”

 “그랬었나. 기억이 안 나네. 그나저나 이따가 수업 끝나고 뭐해? 저녁때 오랜만에 한잔 할까?”

 “형수님은요? 일찍 들어가 보셔 야죠”

 “그렇긴 한데, 애 생겨서 예민해. 가끔 늦게 들어가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더라고”

 “에이... 알겠어요. 이따 끝나고 연락할께요”

 “오케이. 이따 봐”

 

 진수의 머릿속에 간밤의 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기분만이 남아있을 뿐. 아침에 맑았던 날씨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릴 적 여름의 장마는 쏟아지는 폭우가 아니라 꾸준히 계속해서 내리는 장맛비였는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도 장맛비가 마치 동남아시아의 열대성 폭우처럼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양의 물을 퍼붓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것도 새로운 현상이 밀어낸 기억이라 그 때 정확히 장맛비가 어땠는지는 모른다.

 

 언젠가 또 날씨가 바뀌면 이것도 기억 저편으로 조금씩 희미해지겠지.

 

 빠르게 어두워진 날씨는 금세라도 비를 쏟아낼 듯 했다. 비가 오면 학교 교실은 정말 습하다. 감각에 둔해진 교사들보다도 아이들이 먼저 그 변화를 알아채고 힘들어한다. 변화에 민감한 것은 빠른 대처를 할 수 있게 만들지만, 대처를 할 수 없는 변화라면 둔감한 것이 어찌 보면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도 싶다. 진수는 수업 종이 치기 전에 교실로 들어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곧 쏟아지겠구나’

 

 비가 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 뒤에 따라오는 습한 기운이 좋지 않은 것이지.

 진수는 잠시 하늘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다가 서둘러 교실로 들어갔다.

 

 - 번쩍 -

 - 우르르릉.... -

 

 멀리서 번개가 친 듯하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모습과 소리였다. 멀리서 아이들이 소리를 쳤다. 아직 비는 오지 않았다.

 

 - 띵동댕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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