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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Exodus: 탈출기
작가 : 즐펜
작품등록일 : 2018.12.27

꿈으로 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연결된다.
친밀한 사람들과 친근한 공간의 낯선 변화, 그리고 사투.

 
1-2 실험실[네 번째 꿈]
작성일 : 18-12-27 09:0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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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꿈-학교 뒷문 밖]

 

 “비가 올 것 같은 날씬데, 그냥 습하기만 하네”

 “그러게요. 에어컨도 잘 안틀어주는데 수업이 제대로 될까 모르겠네요”

 “수업은 우리가 하나. 애들이 잘 들어야 하는데, 덥고 꿉꿉하니 원”

 “얼른 들어가야 하겠어요. 종 칠 시간이...”

 

 - 띵동댕동.. -

 

 “내려가자고. 피곤해 보이는데 얼굴이? 잠 못 잤어?”

 “모르겠어요. 요즘 계속 몸이 노곤하네요. 밤에 더워서 그런지 잠도 잘 깨는 것 같고... 일어나보면 잔 것 같지가 않아요”

 “힘들 때지. 그래도 잘 먹고 잘 자야 버틴다. 학교가 편하다 편하다 해도 일은 힘든 거야”

 “네. 고생하세요!”

 “응. 이따 봐”

 

 수업 종이 쳤다. 여느 때와 같은 학교의 모습에 선배 선생님과 학교 뒤에서 흡연을 하고 들어가는 모습이다. 진수는 선영고등학교에서 이제 막 근무를 시작한 신규 교사였다. 그리고 함께 대화를 나누던 사람은 진수의 학교 선배이자 직장 선배인 형준이다.

 

 형준은 피곤해 보이는 진수를 보며 본인이 막내로 이 학교에 막 들어왔을 때를 생각했다. 아무리 젊음이 가장 큰 힘이라고는 하지만 반대로 그 때가 가장 힘이 들던 시기이기도 했다. 본인이 신규였을 때처럼 피곤한데도 여름더위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거라 생각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진수와 형준이 대학에서 선후배로 만났던 것은 근 십오 년 전 일이었다. 진수는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그리고 형준은 군을 막 전역한 모습으로 신입생 오티에서 만났다. 원래 사범대란 곳이 과별로 다르기는 해도 일반적으로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많기에, 역설적으로 남학생들의 대학군기란 것이 센 편이다. 요즘은 여학생이 과대표도 하고 단과대 학생회장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과내 주요 일들은 남학생들이 도맡아서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남학생 숫자는 별로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생겼던 폐단이 아니었을까.

 

 형준의 기억에 진수는 조용했다. 그냥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잘 보이기 위해 가식적으로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오티 술자리가 대략 끝날 때 쯤, 형준은 예비역 막내로 선배들의 잔소리를 듣고, 진수는 새내기로 그 옆에서 서 있었다.

 

 원래 새내기는 잘 건들지 않는 법이지만, 그 날은 학교에서 쓰레기라 불리는 4학년 선배가 새내기까지 괴롭힘의 대상에 올려놨다. 그 때 진수는 항거의 의미로 조용히 자리를 떴고, 그것으로 과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었다.

 

 형준은 진수가 당돌하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본인이 하지 못했던 일, 잘못된 것을 잘못 됐다고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 오티가 끝나고 진수는 학과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항상 지나다니며 인사하는 모습에 형준의 기억에 남았었다.

 

 긴 대화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않는 후배라는 이미지보다는 나름 본인의 가치관에 충실한 이미지가 형준에게 각인되었다.

 

 그 해 여름, 대학본부에서는 장학금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한다. 장학금 금액은 축소하고 수여 규정에 본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사항을 추가한 것이었다. 요즘 대학생들이 그렇듯, 대부분의 학생들은 뭔가 잘못된 사실조차 모른 채, 그리고 아는 소수의 학생들조차 어찌 해 볼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대학교 익명게시판에 누군가가 해당 사안에 대한 내용과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글을 올린다.

 

 보통 때 같으면 단순히 한 사람의 외침으로 끝날 일이었으나, 이 게시판의 글은 각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대자보로 옮겨 붙이며 학교 내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당시 기준으로 근 오년 간 없었던 학내 시위 과정에서 이 게시물의 작성자가 진수라는 것이 드러나고 진수는 징계를 받을 뻔 한다. 다행히 일이 잘 마무리되었지만, 그 일로 형준은 진수라는 후배에 대하여 나름 진중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만 가지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를 내려버린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만, 사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갖게 되는 이미지는 오랜 시간에 걸친 관찰과 그 관찰한 결과에 따른 이성적 판단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서로 전혀 몰랐던 두 남녀가 한 눈에 반하고, 차차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듯, 이미지의 각인은 꽤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다.

 

 아마도 우리가 문명을 만들기 이전, 그 때에는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심사숙고할 여유가 없었기에 인간 나름의 촉을 형성한 것일지 모른다. 어쨌든 진수는 그 해 징계 받을 위기를 넘기고, 형준은 그런 진수의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학교에서 만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괜찮은 선생님을 추천해 달라는 상황에서 형준의 머릿속에 진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같이 근무한 3개월 남짓의 시간동안, 그 촉은 틀리지 않았다.

 

 - 번쩍 -

 

 ‘어? 번갠가?’

 

 - 콰광 -

 

 벼락이 꽤나 근처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학교라 벼락에 가끔 맞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지만 형준이 학교에 들어온 이후로는 그런 적은 없었다. 이번엔 번갯불이 보이자마자 거의 바로 천둥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 우.....웅~ -

 

 ‘어? 이건 무슨 소리지? 사이렌 소린데? 학교에 사이렌이 있었나?’

 

 학교에 사이렌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어진 지 꽤나 오래된 학교 건물을 생각하면 옛날 방공사이렌이나 민방위 훈련 때 켜지는 그 스피커가 어딘가에 있을 법도 했다. 바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형준이 서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스피커는 없었다. 사이렌 소리가 상당히 크고 가깝게 들려 주변을 둘러보고 별 문제 없으면 이걸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형준은 수업이 없는 시간이었다.

 

 - 우웅~ -

 

 “무슨 소리에요?”

 

 건물로 들어가는데 진수가 교실에 들어갔다가 소리를 듣고 나왔다.

 

 이쯤에서 진수와 형준이 근무하고 있는 선영고등학교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최근에 지어진 대다수 고등학교들은 한 건물, 하나의 운동장을 가진 비교적 단순한 형태이나, 옛날 지어진 학교들은 높은 지대에 지으려 하다 보니 학교 내에 경사도 심한 편이고 건물도 여러 동으로 나뉜 경우가 많았다. 선영고등학교가 지어진 지도 올해 반백년이 된 상황이라 건물은 총 세 동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3학년들이 수업을 받는 뒷동에서 운동장으로 나가려면 1,2학년들이 수업을 받는 본관동의 4층 입구로 들어가 1층으로 나와야 하는 구조였다. 그 외에는 본관동을 빙 둘러 가는 방법도 있었으나, 지금은 사이렌 소리가 시끄러워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형준은 본관동 4층 입구로 들어가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모르겠어. 처음 듣는데 이 소리는? 운동장 쪽에 옛날 스피커가 있었나봐. 벼락을 맞은게 아닌가 싶어”

 “도와드려요?”

 

 수업 종이 이미 쳤는데 무엇을 도와준다고 하는 것인지. 형준은 수업이 없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내려가는 것이었지만 진수는 단순히 선배 교사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었다. 다만 그 시간에 수업이 있었기에 형준은 진수가 교실에 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냐. 수업 들어가. 무슨 상황인지도 잘 몰라 아직”

 “알겠어요. 뭐 필요하시면 전화 주세요. 시끄럽고 어수선해서 수업이고 뭐고 지금 하나도 안돼요”

 

 맞는 말이기는 했다. 비가 오거나 천둥번개라도 치는 날이면 학교는 정말 소란스러워졌다. 비 때문에 소리가 울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학교 안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는 평소와 다른 날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알겠어. 근데 아까 담배 피러 나오면서 전화기 교무실에 두고 왔어. 혹시 모르니깐 창문 쪽 보고 있어봐”

 “네 알겠습니다”

 

 형준이 본관동 1층 입구로 나와 운동장 쪽을 바라보았을 때...

 

 - 번쩍 - - 쾅 -

 

 다시 한 번 보란 듯이 번개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눈앞에 떨어졌는데 학교 운동장 건너편에 있는 철제 기둥으로 번개가 친 것 같았다. 다행히 비가 쏟아지는 상황이라 운동장은 텅 비어 있어야 했다. 비교적 근거리에서 친 번개로 눈앞이 잠시 어두워졌고, 형준은 눈을 세게 깜빡거렸다.

 

 사이렌 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형준이 운동장을 바라봤다.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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