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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비님의 알바일지
작가 : 박티티
작품등록일 : 2018.12.7

만년 배우 지망생 희우는 오늘도 오디션에서 탈락하고 낙담한다. 그러던 와중 왕비역을 구한다는 알바 공고에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하는데, 뭐? 진짜 마왕이 왕비를 구하는 거였다고? 1년의 계약기간동안 마왕성에서 벌어지는 왕비님의 흔한 알바일지

 
#14-전 그냥 알바일뿐인데요?
작성일 : 18-12-27 00:04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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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한 쇠사슬처럼 감겨있던 팔이 느슨해지고 나서야 볼 수 있었던 디노의 뒷모습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참혹했다. 살이 타고 흘러내려 시커멓게 변한 등은 마치 너덜너덜한 걸레짝같다. 말도 안돼, 이정도였다니. 이걸 어떻게 참은거지?

 ​

 "디... 디노?"

 ​

 설마 죽은걸까? 조심스럽고도 다급한 목소리가 그를 부르지만 야속하게도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떨리는 손으로 그를 흔들어도 봤지만 푹 감긴 눈꺼풀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급속도로 창백해지는 안색이 마치 시체같다. 희우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

 "그건 맹독이다. 여태까지 버틴게 기적이야."

 ​

 죽는다고? 진짜? 말도 안돼. 희우는 생전 처음 맛보는 생경함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운이 좋은 거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평범한 것이라 해야할지, 그녀는 여태껏 스스로는 물론 가끼운 누군가의 죽음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희우가 죽음이 이런 오싹하고 기분나쁜 것임을 알리가 없다. 아니, 안다고 해도 죽음은 선뜻 기꺼이 받아들일수 있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싫어. 이런건 싫어. 희우는 바싹 다가온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

 그러나 그 틈에 어린 알로시네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고 체로니 곁으로 다가온다. 아까 디노의 공격을 받고 기절해 있던 그들은 체로니와 디노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체로니가 희우에게 최후통첩을 날린다.

 ​

 "그 아이의 반려라고 했으니 둘이 함께 보내주마."

 ​

 체로니의 말이 끝나자 알로시네들이 슬금슬금 거미줄을 타고 넘어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희우는 의식없는 디노를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이봐, 제발 눈 좀 떠 봐요. 이러면 꼭 나 떄문에 죽은 것 같잖아. 아냐, 이런 건 싫어. 죽지 마. 제발 죽지 말라니까!

 ​

 "싫어..."

 ​

 거미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그들의 흥분한 입은 양 옆으로 철컥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희우는 눈을 질끈 감으며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른다.

 ​

 "싫어어어어-!"

 ​

 그 때 갑자기 희우의 주위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고, 알로시네들은 그 빛에 눌려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유일하게 빛을 보지 못하는 체로니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무언가를 느꼈는지 입을 벌린채 보이지 않는 앞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이, 이건..."

 

 뭔가 이상한 낌새에 슬며시 눈을 뜨자 희우는 방금 전까지만해도 없었던 낯선 무언가를 발견한다. 둥근 모양을 가진 작고 투명한 보호막. 예전에 디노가 히로칸들과 싸울때 그를 보호했던 그것과 똑같은 모양이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쉴드? 희우는 그 쉴드 덕분에 알로시네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건 그 방패의 힘..."

 ​

 어두운 숲을 은은히 밝히며 빛나는 쉴드는 견고하고 빈틈없이 완벽하게 둘을 감싸고 있다. 희우는 어안이 벙벙해져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품안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

 "으윽..."

 

 디노가 정신을 차렸는지 작은 신음소리를 흘린다. 희우가 깜짝 놀라서 디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를 부른다.

 

 "디노!"

 

 다행이야, 살아있어! 희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반가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디노는 여전히 괴로운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희우씨...?"

 "괘, 괜찮아요? 죽은거 아니죠?"

 "죽었으면 이렇게 말도 못하겠죠. 아윽..."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핏기없는 안색은 당장이라도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디노가 체로니를 향해 힘겹게 고개를 돌린다.

 

 "할망구야... 대화 좀 하자니까..."

 "다노리스...?"

 "내가 당신을 배신할리가 없잖아... 누구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체로니의 입술이 말을 잃은채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그녀의 손 끝이 파르르 떨려온다. 디노는 핏기 없는 입술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당신이 그랬지... 그 방패는 알로시네 종족을 적으로 돌리는 순간 힘을 잃을거라고..."

 "아..."

 

 체로니가 디노의 말을 듣고 외마디 탄성을 토해낸다. 그녀의 입가가 괴롭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게... 이게 내가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증거야..."

 

 디노가 겨우 말을 마무리지은뒤 힘겨운 숨을 몰아쉬자, 희우는 다시 눈을 들어 체로니를 바라본다. 그녀는 넋이 나간듯 멍하니 서있더니 길고 구부러진 다리를 움직여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어린 알로시네들은 공격할 의지를 잃고 알아서 물러나 체로니를 위해 길을 터준다. 그녀가 하얀 손이 안쓰러운듯 디노의 뺨을 어루만졌다,

 

 "미안... 미안하다 아가야... 내가 널 감히..."

 "아하하..."

 ​

 디노가 그제서야 안심한 듯 힘없는 웃음과 함께 애정섞인 핀잔을 흘린다.

 

 "드디어 할망구 정신차렸네..."

 ​

 ​

 ​

 ​

 **

 ​

 ​

 ​

 ​

 "...이거 마왕 체면이 말이 아닌데..."

 ​

 상체가 거미줄에 칭칭 감긴채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 디노의 모습을 보니 희우는 여태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싶다.

 

 오해가 풀린 뒤 체로니는 디노와 희우를 가뒀던 거미줄을 거두고 다른 거미줄을 뽑아 마치 붕대를 감듯이 디노를 꽁꽁 묶어두었다. 그녀의 말로는 상처를 치료하는 거미줄이라는데, 처음에는 그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혈색이 좋아지는 디노의 모습을 보니 그 효과가 실감이 난다. 그렇지만 디노는 영 불만스러운 얼굴이다.

 ​

 "할망구 센스하고는.. 좀 더 멋있게 해줄수는 없는거야?"

 "빨리 낫고 싶으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렴. 그리고 한번만 더 할망구라고 하면 진짜 죽을줄 알아라."

 ​

 장난스럽지만 상냥한 체로니의 말투는 마치 엄마가 철없는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희우는 마왕성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이런 낯선 분위기가 신기하면서도 놀랍기만 하다. 특히 밉지 않게 툴툴거리는 디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진짜 엄마한테 어리광부리는 아이 같다.

 

 "괜찮니, 아이야?"

 

 체로니가 디노에 이어 희우를 보며 묻는다. 희우 역시 디노와 같은 거미줄을 발목에 돌돌 감고 있었는데, 거미줄을 감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발목의 통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희우가 신기한듯 거미줄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놀랄 것 없단다. 내 거미줄에는 다양한 효능이 있지. 방어, 해독, 치료, 공격의 반사, 결박 등... 네가 가진 방패도 그렇단다."

 

 체로니는 아까의 공격성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다정다감하기만 하다. 그녀는 상냥하게 희우에게 설명해준 뒤 다시 디노를 본다.

 

 "그나저나 방패에 문제가 생겼다는게 귀속을 말하는 거였다니... 다음부터는 제발 정확히 말해주렴. 크게 오해를 하고 말았잖니."

 "말할 틈도 안주고 다짜고짜 공격한게 누군데... 그리고 왜 방패가 귀속된다는걸 미리 말 안해준거야?"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을줄 알았지. 넌 마왕이라면서 그런것도 모르니?"

 

 따끔한 핀잔에 할말이 없어졌는지 디노가 입술을 비죽거리다가 뒤늦게 대답한다.

 

 "인간한테도 귀속이 가능한지는 몰랐으니까 그렇지."

 "방패는 말 그대로 보호를 위한 것이야. 그 대상이 누구든지간에 귀속되었다고 해서 뭔가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진 않는단다. 그리고 그런 물건이라면 애초에 네게 주지 않았겠지."

 ​

 단호한 체로니의 대답을 들으니 디노가 그나마 마음이 놓인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아직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

 "방패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쨌든 표면상으로는 마왕의 증표가 필요한데."

 "미안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구나. 이건 그냥 귀속된 것이 아니야."

 "그냥 귀속된 것이 아니라고...?"

 "아주 드문 일이긴 하지만 완전 귀속이라는 것이 일어날 때가 있단다. 이 아이가 방패에 담긴 나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한 것이겠지."

 

 디노는 체로니의 말에 어리둥절한 눈으로 희우를 보았지만, 희우 역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들 중 유일하게 여유로운 체로니가 말을 이어간다.

 

 "쉽게 말하면 이 아이의 널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주 강했던 것이야. 이젠 네 반려가 너를 위한 방패 그 자체라고 봐도 틀릴게 없단다. 그리고 방패는 이전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갖게 되겠지."

 "그런..."

 ​

 평온한 체로니의 모습과는 달리 디노는 뭔가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듯이 얼빠진 표정이다. 놀란 얼굴을 한 것은 희우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체로니는 입가에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

 "좋은 반려를 맞았구나, 아가야. 이런게 바로 진정한 운명의 상대란 것이겠지."

 ​

 진정한 운명의 상대라니. 전 그냥 알바일뿐인데요? 하지만 체로니가 너무 흐뭇하게 웃는 나머지 희우는 물론 디노 역시 그녀에게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디노는 갑자기 큼큼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아까 그 소문이란게 대체 뭐야?"

 

 디노의 질문에 화색이 가득하던 체로니의 얼굴이 금새 어두워진다,

 

 "얼마 전부터 전 마계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더구나. 마족들, 정확히 말하면 새 마왕이 인간과 손을 잡고 다른 종족들을 전부 없애려고 한다는..."

 "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디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그 때 어린 알로시네 하나가 체로니에게 슉슉거리는 소리를 내며 뭔가 속삭인다. 체로니는 그것을 듣더니 디노에게 전달해주었다,

 

 "아이들이 말하기로는 어떤 나비에게 그 소문을 들었다는데..."

 "나비...? 그게 누구지?"

 "글쎄다. 나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체로니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얇은 팔뚝을 고민스럽게 꼬았다가 풀면서 두 사람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네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것같구나... 디노리스, 잠시 귀 좀 보여주렴."

 "귀?"

 

 디노가 어리둥절해서 되물으면서도 체로니의 손길에 따라 순순히 고개를 돌린다. 그녀가 디노의 귓가에 손을 가져다대자 거기서 작은 빛이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곧 사라졌다. 그리고 체로니가 손을 떼고 난 그의 귓볼에는 작은 무언가가 반짝거리고 있다. 피어싱인가? 그 때 체로니가 몸을 돌리자 희우의 궁금한 눈길이 디노에게서 그녀에게로 옮겨간다.

 

 "네게는 다른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구나. 아이야, 잠시 손을 내게 주겠니?"

 

 희우 역시 순순히 손목을 내밀자 체로니는 방금 전 디노에게 한것처럼 손을 뻗어 희우의 손목에 가느다란 빛의 고리를 만든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고 나자 그곳에는 가느다란 은팔찌가 남아 있었는데, 팔찌 가운데에 달린 보석은 디노의 피어싱과 같은 모양이었다.

 

 "이것이 앞으로 서로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미리 알려줄거야. 부디 이것이 조금이나마 너희의 앞날에 도움이 되기를..."

 

 체로니의 간절한 기도가 늪 위로 작은 파장이 되어 건너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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