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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전쟁의 불씨
작성일 : 18-12-27 00:01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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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괜찮은 것입니까?”

 

  “너야말로 괜찮은 것이냐.”

 

  둘은 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다.

 

  “그날 정리되었습니다.”

 

  그날이란, 혜성의 형 해찬과의 다툼이 있었던 날이었다.

 

  “핏줄이라 깨끗이 비워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대장군께서 깨끗하게 비워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너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겠구나.”

 

  “압니다.”

 

  “네 부모를, 형님을 죽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할 수 있습니다.”

 

  단호한 혜성의 목소리였다.

  일말의 떨림도 주저도 없었다.

  그의 마음은 이제 근범이 바라는 신조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설령 제 핏줄을 밟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전부였다.

  그의 마음만은 대장군인 내일보다도 강했다.

  늘은 더는 그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이곳에 온 순간부터 역사와 달라질 일이었다.

  나는 역사 속 인물이 아니니까.

 

  멀리서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룡전 앞마당을 지키던 무사들이 칼을 뽑아들고 몸을 숨겼다.

  늘 역시 칼집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너도.”

 

  늘이 앞마당 한가운데를 걸어나갔다.

 

  대문 쪽에서 함성이 들렸다.

  사천 명이 넘는 대규모 침입이었다.

 

  “외벽 담을 넘어옵니다!”

 

  외벽 담은 궁을 가장 넓게 둘러싼 벽이었다.

  궐내로 불화살이 날아들었다.

 

  “대문 돌파! 내벽 담을 뚫렸습니다!”

 

  담을 막기에는 전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들을 최대한 궐내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침입 이후엔 그 누구도 내보내지 마라!”

 

  “문호와 병조입니다!”

 

  늘의 생각이 맞았다.

  이건 문호정변이었다.

  역사대로라면 문호가 승리를 거둔다.

  그건 역사 속에 오 가문의 무사들이 한 줄도 기록되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근범과 내일, 모레가 각자의 자리에서 멀쩡히 살아 있고 구룡성엔 늘이 있었다.

 

  이 전쟁이 끝난 뒤, 만약 한라가 승리한다면 문호의 모든 백성이 말살당할 수도 있었다.

  문호는 이미 한라의 땅이었는데 내전을 일으킨 것이니까.

  상장군과 왕의 입장에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호는 한라와 완전히 어울리지 못한 채 땅과 역사를 빼앗길 것이다.

 

  “안쪽으로 유인하라.”

 

  무사들은 구룡전을 기준으로 구룡성 가운데 쪽으로 몰려 있었다.

  일부를 안쪽으로 몰아넣고 뒤에선 소수의 활잡이가 활을 쏘며 뒤를 칠 작전이었다.

  제집이라는 강점을 살려 더욱더 좁은 곳으로 몰아넣은 후 인원수가 많은 것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안쪽엔 대장군이 기다리고 있다.

  늘은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내일 대장군의 목을 쳐라!”

 

  그들의 목적은 기류왕이 아니었다.

  불화살이 날아드는 것을 시작으로. 앞마당에 문호와 병조 무사들이 쏟아졌다.

  늘이 선두의 목을 치고 검을 돌려 잡았다.

  몸과 완전히 동화되었다.

  뒤에서 뛰어오던 무사와 눈이 마주치고 그대로 그의 눈을 파냈다.

 

  갖가지 비명으로 찬 구룡성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

  늘은 빠른 몸놀림으로 뒤돌아 상대를 발로 차고 반동으로 그 뒤의 적까지 쓰러뜨렸다.

 

  앞마당에 숨어 있던 구룡성 무사들이 등을 보인 상대 무사들을 쳤다.

 

  아수라장이 된 건 순식간이었다.

  검과 활이 전장을 오가며 신음을 뽑아냈다.

  그들에게서 흐르는 것이 땀인지 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뒤섞였다.

  달빛에 그을린 그림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때 늘의 등을 향한 살의가 포착됐다.

  뒤돌 틈도 없이 적에게 둘러싸인 늘 대신, 순식간에 튀어나온 무사 하나가 빠르게 활을 쳐냈다.

  늘은 팔꿈치로 적군의 얼굴을 친 뒤 뒤돌아봤다.

  모레였다.

 

  “오모레!”

 

  “조심해.”

 

  모레는 늘과 마주 선 모습으로 늘의 등 뒤에 있던 자의 가슴을 뚫었다.

  늘의 볼에 피가 튀었다.

  청소년부 천룡은 백성의 피난을 도우러 구룡성을 떠났지만, 모레는 청년부의 틈에 섞여 구룡성에 남아 있었다.

 

  늘과 모레가 등을 맞댄 채 상대 무사들을 처리했다.

  늘의 푸른 검은 그 빛을 유지한 채 붉게 변한 지 오래였다.

  검은 피를 흡수하며 점차 붉은 빛을 띠었다.

  검을 휘두르며 무사들 사이로 질주하는 늘의 모습은 유연한 용 같았다.

  그 모습이 전장을 질주하며 홀로 몇 백을 무찌른 내일과 지독히도 비슷했다.

 

  물속에 붉은 염료를 풀은 듯 허공에 피칠을 하던 늘이 거친 숨을 뱉었다.

  구룡성의 뒤쪽에 있던 겨레가 적군을 제압하고 구룡전 앞마당으로 합류했다.

  그렇게 시체로 땅이 보이지 않게 될 즈음, 구룡성에 남은 무사 절반이 구룡전 앞마당으로 모이게 되었다.

  상대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시체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그들은 능력껏 시체를 밟거나 밀어 발 디딜 곳을 찾았다.

 

  “대장군!”

 

  대장군을 외치는 굵직한 목소리.

  곧이어 기다란 창이 수직으로 날아왔다.

  늘은 두 손으로 검 끝을 잡아 창을 막아냈다.

 

  다른 모양의 날이 맞부딪치며 서로의 힘을 견주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늘을 향해 달려든 그는 병조의 상장군이었다.

  늘은 그를 알지 못했지만, 늘을 누르는 힘으로 그의 위치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둘은 서로의 무기를 튕겨내며 물러섰다가 다시 달려들었다.

  고작 두 명이 움직이는 몸짓에 주변의 무사들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말없이 몸을 부딪치기를 한참이었다.

 

  “역시 항설이 사실인가 보군. 구룡성의 대장군.”

 

  병조의 상장군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늘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발로 그의 가슴팍을 찼다.

  살짝 물러난 상장군이 창을 지지대 삼아 잡고 늘을 노려봤다.

 

  “기류왕이다!”

 

  “잡아라!”

 

  늘 때문에 구룡전으로 가지 못했던 무사들이 병조의 상장군이 그를 잡은 틈을 타 구룡전을 돌파했다.

  혜성은 구룡전이 아니라 그 샛길에서 모습을 들켰다.

  전장에 선 늘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혜성은 무사에게 호위 당하는 흉내를 내다 곧바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적을 보며 검을 뽑아들었다.

 

  상장군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늘에게 순식간에 돌진했다.

  그는 뒤로 밀려난 늘에게 창을 꽂았다.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창을 피한 늘의 투구가 벗겨졌다.

  순간 보인 천오의 얼굴에 늘은 정신을 바짝 붙잡았다.

  지금 저승으로 소환당하면 끝장이다.

  늘은 그를 밀치고 혜성 쪽으로 뛰었다.

 

  “감히 나를 앞에 두고 여유를 보이는가! 너는 기류왕에게 갈 수 없다!”

 

  병조의 상장군은 늘을 놓치지 않았다.

  금세 따라붙어 늘을 발로 찼다.

  늘이 신음을 내뱉으며 그에게서 밀려났다.

  상장군은 늘의 싸늘한 눈과 마주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산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내 너를 죽여야 놓을 것이냐.”

 

  “무사는 목숨으로 대화한다.”

 

  늘은 자세를 잡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고통이 금방 아무는 느낌이었다.

  창과 검의 날이 다시 한 번 부딪쳤다.

  둘은 무기를 겨누며 자연스럽게 점점 구룡전 쪽으로 이동했다.

  늘이 이동하고 이동하는 늘을 상장군이 막았다.

 

  왕이 있던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혜성이 직접 자신을 공격한 자들을 베고 있었다.

  혜성의 움직임을 확인한 늘은 상장군의 시야를 가린 채 검을 휘둘렀다.

  허벅지에 날이 쓸린 상장군이 늘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체격 차이가 상당했다.

  늘은 신음 하나 뱉지 않고 상장군 몸 곳곳을 공격했다.

  갑옷이 채 가리지 못한 부분엔 성한 곳이 없었다.

 

  “크윽!”

 

  상장군은 그 작은 대장군이 날뛰는 모습이 괘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창이 좀처럼 늘에게 닿지 않았다.

 

  “나는 병조의 상장군이다!”

 

  늘은 자신의 복부를 향한 창을 맨손으로 잡고선 그대로 당겨 역으로 상장군의 복부를 찔렀다.

  늘은 숨을 기침처럼 뱉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무사는 왜 제 목숨을 버려서라도 무기를 놓지 않는지 모르겠다.”

 

  상장군은 그제야 창을 놓고 늘을 발로 밀었다.

  그는 화가 잔뜩 오른 얼굴로 늘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구룡성의 무사들은 똑똑하지 않다더니 사실이었구나. 강자의 자만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지···.”

 

  늘이 그 미소에서 무언가를 떠올렸다.

  계속 간과해왔던 사실 하나가 문득 생각났다.

 

  “대장군!”

 

  찢어질 듯한 혜성의 외침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바람처럼 달려온 하담이 늘을 껴안았다.

  활이 하담의 등에 꽂힌 건 순식간이었다.

  늘은 반동으로 뒤로 물러서다 하담의 몸을 받쳤다.

  활이 꽂힌 하담의 등에서 피가 흘렀다.

  아니, 이미 하담의 몸은 만신창이었다.

  갑옷 곳곳이 찢어진 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잔뜩 망가진 상태로도 대장군에게 뛰어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늘은 할 말을 잃은 채 떨리는 손으로 하담의 상처를 감쌌다.

  활이 날아온 곳에는 구룡성의 무사가 있었다.

  구룡성의 무사 차림을 하고 문호의 독화살을 쐈다는 것은, 같은 방법에 당했다는 것.

  궐내 무사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큰 실수였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은 격이다.

  웃는 칠칠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늘은 이를 갈았다.

 

  병조의 상장군이 다시 늘에게 달려들었다.

  늘은 한 손으로 하담을 받들고 한 손으로는 상장군의 목을 쳤다.

  가볍게 절단된 시선 아래로 상장군의 몸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잔뜩 굳은 겨레가 늘을 향해 달렸다.

  겨레는 늘을 붙잡고 하담을 넘겨받았다.

 

  “대장군!”

 

  겨레는 분노하면서도, 대장군이 정신을 잃을까 걱정되었다.

 

  “김혜성에게 데려가. 해약이 있을 거야.”

 

  넋이 나간 것 같았다.

  겨레가 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담을 안고 뛰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늘을 돌아봤다.

  늘이 문호와 병조의 무사들 사이에서 날뛰고 있었다.

  그들은 상장군의 시체처럼 목이 가볍게 잘려나갔다.

  시체 더미 위에 목이 아무렇게나 뒹굴었다.

  그 감상에 공포밖에 남지 않았다.

  늘은 자신의 분노를 먹고 자라 폭주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늘이 지나간 곳에 살아 숨쉬는 무사는 없었다.

  불타오르는 구룡전 주위로 일렁이는 늘의 모습은 불꽃 그 자체였다.

  불도 늘을 잡아먹지는 못했다.

  앞마당으로 얼마의 무사가 쏟아져 나오든, 시체만 늘어갈 뿐이었다.

 

  “김혜성!”

 

  겨레가 혜성의 앞으로 가 쓰러진 하담을 눕혔다.

 

  “당장 의원에게 데려가. 넌 해약이 있는 거지?”

 

  혜성은 피로 범벅된 하담과 늘을 번갈아 바라봤다.

  꽉 문 입술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결국 늘은 전장에서마저도 외로운 무사였다.

  그를 도와 이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하담은 자신만이 살릴 수 있다.

  혜성은 재빨리 늘을 시야에서 지우고 하담을 들어 올린 채 그곳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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