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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블리, 바가지 (부제: 초지대교에서 만나요.)
작가 : 국화언니
작품등록일 : 2018.12.13

박하지; 유독 진상 고객들만 보면 치가 떨린다.
서비스는, 서비스를 받아 마땅한 인성의 소유자들에게만 행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도 싸웠다. 비록 그들이 갑이고, 그들에게 고개숙여 '고객님' 소리를 해야 하지만, 그게 뭐.
그래서 더 악착같이 싸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상고객들을 개조시기는 게 하지의 목표다. 지금은 비록,
작은 바다, 대명항에서 새우를 튀기고 있을지언정.

강도연;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 여자와 얽힌 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어린 동생 이연이가 자꾸 그 여자를 닮아 가는 것도 점점 두려워 진다. 안되겠다. 이연이를 위해서라도 저 여자의 성질머리를 고쳐놔야겠다. 불가능은 없다, UDT 대원 출신이자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해경특공대 명예를 걸고 반드시. 자꾸 말려들지만, 자꾸 유치해 지지만,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불가능은 없다. 그게 도연의 새로운 목표다.

 
18. 사고뭉치
작성일 : 18-12-26 23:35     조회 : 221     추천 : 1     분량 : 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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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개새끼들, 니들도 다 똑같애! 의경? 웃기고 있네! 씨발 어리고 창창한 애들 데려다가 지들 쳐 하기 싫은 일이나 시키고 퉤! 군대 씨발 조까라 그래!"

 

 "학생, 학생 맞죠? 알았으니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행 없어요? 정신 좀 차려봐요, 집이 어디냐고."

 

 "집? 집이 어딨어! 내가 집이 어딨냐고! 다음주에 군대, 씨발! 끌려가는데!!"

 

 "군입대 앞두고 문제 일으키면 학생한테도 안좋아요. 속상한 거 알았으니까 정신 차리고 가족 연락처 없어요? 이봐, 정신 좀 차리라고!"

 

 "뭐? 정신 차리라고? 이 개새끼가!"

 

 퍽.

 

 어린 애송이가 힘차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취한 주먹을 상대하기란 건식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몇 번을 헛스윙을 하며 약이 오를대로 오른 애송이의 손이 눈 깜짝 할 새에 건식의 멱살을 잡았고, 그대로 애송이의 이마가 건식의 머리를 들이받았다.

 

 "우웨에에엑!"

 

 뇌를 울리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박치기 직후 오바이트를 잔뜩 해버린 그 애송이가 철푸덕, 파출소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고작 출근한지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자랑스런 건식의 경찰복엔 토사물이 범벅이었다.

 

 이 새끼를 깨워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대만, 진짜 딱 한 대만 때리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게 밀려왔다.

 

 제복을 입고, 그것도 파출소에서, 그것도 술에 취해 잠든 시민을 다른 사람도 아닌 경찰이 때린다면.. 뉴스는 뭐라고 떠들어 댈까.

 

 지구대 천장 구석에 조그맣게 달린 CCTV를 뚫어지게 노려보던 건식이 후, 한숨을 쉬었다.

 

 "참아, 참아. 고생했어, 한순경. 이 자식 술 깨면 그 때 따끔하게 혼내 주고 지금은 일단 저기 의자에 눕히자. 오늘따라 또라이들이 왜 이리 많아, 이거. 한순경은 이 자식만 눕혀 놓고 일단 숙직실 들어 가서 씻고 나와. 거기 옷 남는 거 맞는 걸로 찾아서 갈아 입고. 한순경도 여벌 옷 항상 갖다 놔. 봐, 우리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니까."

 

 "예."

 

 최경장의 말에 이글이글 타오르던 분노를 가까스로 잠재운 건식이 숙직실로 향했다.

 그 애송이는 잠들었지만 여전히 지구대 안은 다른 애송이들로 시끌벅적이었다.

 

 지구대가 아니라 밖에서 만났으면 정의의 이름으로 한 대 보기 좋게 패주는 건데, 지구대 안에서의 정의는 그저 참고 또 참는 일 뿐이었다.

 

 "그래. 술이 웬수지, 술이. 아, 술 먹고 싶다."

 

 술 때문에 그 꼴을 당했는데도 술 생각이 간절해지자 건식의 머릿속에 하지가 떠올랐다.

 

 뭐니뭐니해도 술은 박하지랑 먹는 게 제 맛이다.

 그러고 보니 하지의 술주정들은 진짜 애교 축에도 못 드는 거였다.

 

 주정도 아니다.

 그냥 귀여운 투정일 뿐.

 

 [야, 내일 저녁에 술이나 하자. 나 오늘밤만 버티면 비번이야.]

 

 [콜.]

 

 술 약속에 대한 하지의 답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역시 박하지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은 건식이 숙직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박하지와 술 약속은 술 약속이고, 일단 오늘은 지구대를 괴롭히는 저 애송이들과 함께 버텨야했다.

 민중의 지팡이답게 꼿꼿하게.

 

 **

 

 "웅. 웅,웅, 알아 어딘지. 웅. 알았어 내가 준비하고 얼른 갈게! 조금만 기다리구 있엉!"

 

 이연이의 통화하는 소리만 들어도 상대방이 누군지는 불보듯 뻔했다.

 

 '뭐.'

 

 제 오빠의 한숨어린 눈빛을 읽은 이연이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든 채 입을 동그랗게 말았다.

 살살 굴러가듯 예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와는 영 딴 판인 이연의 표정에 도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살벌한 표정을 찍어 이연이의 통화 당사자에게 전한다면 UDT지옥주보다 더 끔찍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겠지.

 

 도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도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고 남을 것이다.

 

 강이연입니다.

 

 "아냐, 통화해."

 

 이연의 살벌한 눈을 피해 방으로 들어온 도연이 괜스레 충전기에 꽂아둔 핸드폰을 뒤적였다. 연락 올 데도 없는데 충전은 해서 뭐하나 싶어 괜한 주소록만 뒤적이던 도연의 입에서 휴우, 한숨이 새어나왔다.

 

 제법 길었던 비상 근무를 끝내고 입항해 삼박 사일의 꿀같은 휴가를 맞아 집에 왔건만 돌아오는 건 어린 여동생의 면박과 부모님의 출타였다.

 

 다들 육지로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그리운 와이프와 새끼들을 만나러 갔으니 연락해서 불러낼 사람도 없었다.

 

 그나마 처지가 비슷한 중헌마저 오랜만에 강원도, 아니 원주 시내 집으로 쉬러 갔으니 도연은 오롯이 혼자인 셈이었다.

 

 "오빠, 나 나갔다 온다."

 

 "응. 늦게 와?"

 

 "아 몰라! 지금 나가는데 어떻게 알아! 나가봐야 알지!"

 

 "너무 늦지 마. 요즘 해 일찍 떨어진다. 늦을 것 같으면 전화 하고. 오빠가 데리러 갈게."

 

 쾅!

 

 도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관문이 부숴질듯 닫히자 문 밖에서 들어온 휑한 바람이 도연의 곁을 파고 들었다.

 

 외롭다.

 

 이제껏 단 한번도 외롭다고 느낀적 없었는데, 굳게 닫힌 현관문을 보니 문득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이나 자자. 잠 자려고 온 건데."

 

 익숙치 않은 감정에 당황스러워 잡생각이 날 때는 그저 자는 게 최고였다.

 

 출항했을 땐 편히 자는 하룻밤의 잠이 그토록 그리웠으니

 입항하고는 무조건 자는 게 옳았다.

 

 집 마루에 대자로 누워서 무조건 편하게.

 

 공허한 집 안 마룻바닥에 머리를 대고 누우니 저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다.

 

 잠을 잘때면 제법 큰 배 안에서도 울렁울렁 흔들거리던 파도의 너울이 느껴지던 게 언제였는지 아득했다. 바로 이틀전에도 그 흔들림을 느끼며 잠을 청했는데, 집이 주는 편안함이 그랬다.

 

 마치 오래 전 옛날처럼, 배 안에서의 생활이 멀게 느껴지고 있었다.

 .

 .

 .

 짧고 아쉬울수록 더 단 법이다.

 

 꿈도 꾸지 않을 만큼 달고 깊던 도연의 잠을 깨운 건, 울리지도 않을테지만 배터리가 닳는 게 아쉬워 충전기에 꽂아둔 핸드폰의 쩌렁쩌렁한 벨소리였다.

 

 잠이 든지 고작 한 시간이 지나 있었고, 그럼에도 깊은 잠을 잔 덕에 머리는 맑았다.

 

 아니, 쩌렁쩌렁 울려대는 벨소리가 도연의 머리를 헤집어 놓느라 맑아진 걸지도.

 

 귀요미 이연이♡

 

 발신자를 확인한 도연이 두 번 생각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

 

 하준이와 있을테니 용건은 뻔했다.

 밥값을 내러 오라거나, 차를 가지고 하준이와 저를 데리러 오라거나.

 

 오랜만의 단잠을 깨운, 그것도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 전화벨 소리가 도연은 이상하리만치 반가웠다.

 

 "응, 이연아! 어디야?"

 

 "흑. 오빠. 흑흑."

 

 "너 울어? 지금 울어? 여보세요, 이연아? 너 어디야?"

 

 "흑흑. 오빠. 엉엉엉."

 

 "이연아! 지금 어디야! 오빠가 갈게! 울지 말고 어딘지 말해봐! 어딘지 모르겠으면, 그러면 근처 가게 이름이라도 말해봐! 이연아! "

 

 밝아야 할 이연이의 목소리에 서러운 울음이 묻어나오자 도연은 피가 거꾸로 솟았다.

 

 싱글벙글대며 나갈 때 물가에 내놓는 애마냥 어째 불안하고 쎄하더라니. 날씨도 찬 데 데려다 준다고 꼬셔라도 볼 걸, 맛있는 거 사준다고 눈치 없이 붙어라도 볼 걸.

 

 전화기 너머 흑흑대는 이연이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오빠 가슴은 미어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분명 하준이를 만나러 나갔는데, 도대체 얘가 어디서 이렇게 울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

 

 바람을 맞은 걸까? 고백했다 차였나? 그도 아니면..생각도 하기 싫지만 몹쓸 짓이라도 당한 건, 그건 아니겠지..?

 

 어떤 이유가 됐든 하준이란 놈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형, 저기, 저 하준인데요.."

 

 애가 닳아 이연의 이름을 수없이 불러가며 대충 옷을 꿰입고 있는 도연의 귀에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징징대느라 제대로 말을 못하는 이연의 전화를 넘겨 받았는지 하준의 목소리는 제법 침착했다.

 

 "너 이새끼, 지금 어디야. 이연이 왜 울어. 빨리 말해."

 

 "저기 그게요. 하.. 제가 안된다고 그렇게 말렸는데요. 이연이가.."

 

 "이연이가 뭐! 빨리 안 말해?"

 

 "이연이가 여기서 술을.."

 

 "뭐?"

 

 "술을 시켰는데.. 여기 알바 누나가 안된다고.. 민증 달라고.. 그러다 싸움이 났는데... 막 여기 알바 누나가.. 학교 이름대라고.. 엄마 불러오라고.. 안 그러면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근데 그러면..학교에서 알면 진짜 안되서.. 그래서.. 이연이가 오빠 부른댔더니.. 알바누나가.. 서른 넘는 어른이어야 인정해 준다고 해서요.. 이연이가 자기 오빠 서른 넘었으니까 빨리 전화하라고 그래서 전화했어요. 빨리 안 오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학교 교장실 찾아간대요. 이 누나요, 진짜 하고도 남을 것 같이 생겼어요. 형, 제발 빨리 와주세요."

 

 엉엉엉.

 

 전화기 너머로 대성통곡을 하는 이연의 목소리가 들리고, '거기가 어딘데', '여기 지난번 그 새우튀김집이요, 바닷가에 있는'. 하는 하준의 목소리를 끝으로 도연의 맑았던 머리는 진흙탕 범벅이 됐다.

 

 아니, 그냥 진흙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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