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러블리, 바가지 (부제: 초지대교에서 만나요.)
작가 : 국화언니
작품등록일 : 2018.12.13

박하지; 유독 진상 고객들만 보면 치가 떨린다.
서비스는, 서비스를 받아 마땅한 인성의 소유자들에게만 행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도 싸웠다. 비록 그들이 갑이고, 그들에게 고개숙여 '고객님' 소리를 해야 하지만, 그게 뭐.
그래서 더 악착같이 싸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상고객들을 개조시기는 게 하지의 목표다. 지금은 비록,
작은 바다, 대명항에서 새우를 튀기고 있을지언정.

강도연;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 여자와 얽힌 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어린 동생 이연이가 자꾸 그 여자를 닮아 가는 것도 점점 두려워 진다. 안되겠다. 이연이를 위해서라도 저 여자의 성질머리를 고쳐놔야겠다. 불가능은 없다, UDT 대원 출신이자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해경특공대 명예를 걸고 반드시. 자꾸 말려들지만, 자꾸 유치해 지지만,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불가능은 없다. 그게 도연의 새로운 목표다.

 
17. 콜라엔, 새우 튀김
작성일 : 18-12-26 23:34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40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으레 이런 날은 바람도 잠잠해 해상 훈련하기엔 딱이었다. 제법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해 가뜩이나 거친 피부가 더 형편 없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장갑에 헬맷에 특수안경, 그리고 마스크. 몸에는 두툼하고 답답한 방탄조끼까지 갖춰 입은 터라 바닷가의 때 이른 찬바람이 퍽 감사했다.

 

 한 여름이었다면,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어쩌지 못해 치솟는 짜증게이지를 다스리느라 고역이었을 것이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그 차가운 길목에도 한낮의 태양은 제법 눈이 부셔 도연은 햇살을 등지고 섰다.

 

 "햐. 어디론가 떠나기 딱 좋은 계절 아닙니까?"

 

 "팔자 좋은 소리 한다."

 

 검정 선그라스 너머로 중헌을 넘겨다 본 도연이 혀를 끌끌 찼다.

 

 "비상 떠서 긴급 출항 나온 거 잊었냐?"

 

 "비상 떠서 긴급출항 나온 특공대원은 떠나고 싶으면 안됩니까? 원래 아픈 현실은 사람을 좀 감상적으로 만드는 법입니다."

 

 "그게 아니라 아직 고생을 덜 한 거 같은데? 한 한달 쯤 더 배에 있어 봐야 집이 최곱니다, 하지."

 

 도연의 살벌한 말에 중헌이 손사레를 쳤다.

 

 농담이지만, 아무리 농담이어도 그런 살벌한 농담은 사양이었다.

 

 직업 특성 상 비상걸리는 일은 일상이었고, 배에서 먹고 자는 일도 익숙했지만 그래도 늘 적응하기 힘든 건 사실이었다.

 

 바다가 좋아 선택한 길이지만 이렇게 바다에 나와있으면 늘 육지가 그리워지곤 했다. 특히 비상이 걸려 긴급출항했을 땐 더 그랬다. 다시 저 먼 육지에 두 발을 디디고 설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만큼 고되고 또 혹독한 일상이었다.

 

 "시원한 맥주에 싱싱한 회 땡기지 않습니까?"

 

 두려움과 외로움을 지워내는 데에는 중헌의 가벼운 입놀림만한 게 없다.

 

 "회에는 소주지."

 

 피식 웃으며 도연이 대꾸했다.

 

 "회에 맥주도 괜찮습니다."

 

 "아니다, 회에는 콜라다."

 

 "아닙니다. 뭐니뭐니해도,"

 

 "새우튀김."

 

 "빙고."

 

 태양을 등진 두 남자가 킥킥대며 웃었다. SSAT, 보기만 해도 늠름한 글자가 도연과 중헌의 웃음에 한없이 가벼워졌다.

 

 해상근무가 끝나 육지로 돌아가면 무조건 대명항으로 내달릴만 한 가벼움이었다.

 .

 .

 .

 .

 "민증 내놓으라고 했다."

 

 한없이 무거운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딱 봐도 엣되어 보이는 여자 넷이 테이블에 앉아 하지와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안 가져왔다니까?"

 

 "넷 다?"

 

 "몇 번을 말해? 넷 다 없어. 없음 어쩔건데?"

 

 "어쩔거냐고? 그럼 나가. 너네한테 술 못팔아."

 

 팔짱을 끼고 서서 내려다 보던 하지가 손가락끝으로 출입문을 가리켰다.

 

 "나가라고."

 

 "씨발, 여기 아니면 술 못먹는 줄 아나. 야, 나가자."

 

 테이블의 여자 하나가 일어서자 나머지도 우르르 일어서 가게 밖으로 떠밀리듯 나갔다.

 

 재수없어, 퉤.

 

 하지를 쏘아보며 가게 바닥에 뱉는 침은 애교로 느껴질만큼 엣된 얼굴들이었다.

 

 많아봐야 열일곱?

 

 아무리 얼굴에 화장을 떡칠했어도 고 나이의 보송보송한 솜털은 숨길 수 없는 법이었다.

 

 "잘했어, 하지야. 저 밑에 집도 이번에 미성년한테 술 줬다가 단속 걸렸잖아. 한 달 정지먹은지 벌써 일주일됐어."

 

 "어, 이모. 요즘 애새끼들은 왜 그렇게 점점 싸가지가 없어지나 몰라."

 

 주방에 있던 직원 하나가 나와 하지의 등을 두드렸다. 하지의 엄마 다음으로 이 가게에서 제일 오래된 배테랑이자 하지에겐 친 이모같은 분이었다.

 

 "쟤네는 그래도 덜 싸가지 없는 거야. 나가라니까 곱게 나가잖아. 너 붙잡고 싸움이라도 걸까봐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데."

 

 "이모! 나 박하지야. 내가 어디 싸움 걸고 싶게 생겼어, 죽을라구? 저 애송이들도 보는 눈이 있을텐데?"

 

 "그것도 옛날얘기다, 하지야. 요즘에 어린애들이 얼마나 겁대가리없고 파릇파릇한데. 암튼 몸 좀 사려. 네 엄마 걱정해."

 

 너도 벌써 나이가...

 

 듣기 싫은 뒷말에 하지가 얼른 자리를 피했다. 마침 3번 테이블에서 띵동, 하고 하지를 부르는 벨소리가 울린 덕이었다.

 

 "언니, 여기 치킨새우세트 A랑 맥주 추가해주세요."

 

 "맥주는 생맥주랑 병맥주, 캔맥주 세종류 있는데 어떤걸로 추가해드릴까요?"

 

 "병맥주. 병맥주 주세요, 언니."

 

 "네. 치킨새우세트 A랑 병맥주,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고마워요, 언니."

 

 딱봐도 하지보다 열 살은 더 먹었을 법한 손님에게 듣는 '언니'소리는 이질감이라곤 하나도 없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생글생글 웃으며 주문을 받은 하지가 계산대에 서서 포스기를 두드리자 지잉, 하고 주문서가 뽑혔다.

 

 병원이나 서빙이나 진상 손님들만 없으면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일인데. 어딜가나 진상들이 문제다.

 

 진상. 진상들. 남한테 피해는 잔뜩 끼치면서 정작 본인들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어휴.

 

 남의 얼굴에 두번이나 콜라를 들이 붓고 소식 한 통 없는 인간도 진상이라면 진상인데. 이 와중에 그 사람 생각은 왜 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하지였다.

 

 "그 때 내가 너무 쿨하게 넘어갔나?"

 

 도와준 건 도와준 거고 콜라를 들이부은 건 들이부은 거니 보상을 톡톡히 하라고 좀 세게 나갔어야 했나 싶다. 그거야 말로 진상짓 중의 제일가는 진상이겠지만 이렇게 몇 날 몇일을 괘씸함에 잠도 못 이루는 것보단 나았다.

 

 '홀가분할 것 같은데.'

 

 지난 밤 술을 잔뜩 마신 하지의 귀에 화살처럼 박힌 건식의 말이 귓가에 맴맴 돌게 될 줄도 몰랐다.

 

 "나는 괘씸해 죽겠는데 지는 홀가분해서 두 발 뻗고 잔다는 거지? 잘됐네! 내가 어디 있는지도 알았으니 여기만 안 오면 평생 마주칠 일도 없을 거고! 아주 운 좋다, 개진상!"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말아쥐느라 손에 들린 주문서가 꼬깃꼬깃 구겨지는줄도 몰랐다.

 

 "하지야! 이거 다시 손님 테이블로 가져다 놔야 하는데 이래 놓으면 어째!"

 

 이모의 말에 화들짝 놀라 주문서 밑에 딸려 올라온 계산서를 황급히 펼친 하지가 얼른 두 손으로 꾹꾹 눌렀다.

 

 옛날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놈의 인간이 콜라만 들이붓고 나면 일상이 아주 엉망이 되는 기분이다.

 

 "괘씸해 죽겠네!"

 

 계산서는 내려놓은 채 다시 두 주먹을 말아쥔 하지의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

 

 **

 

 "후회되냐?"

 

 짧은 침묵 끝에 건식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후회는 아닌데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긴 하네요."

 

 "네가 생각한 건 뭔데? 순경 달자 마자 파출소에서 영웅처럼 짜잔, 뭐 그런 거 생각한거야?"

 

 "그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이 어린 취객, 나이가 어리다 못해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취객에게 멱살잡이를 당할 거라곤 예상치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것도 이틀이 멀다 하고 수시로.

 

 건식의 근무지는 서울 근교의 한 소도시, 그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동네 한복판이었다. 서울 홍대만 하겠냐만 막 상권이 들어선 서울 근교 소도시의 먹자골목에는 술집이 많았다. 유동인구도 많았다.

 

 덧붙이자면, 그 유동인구중의 80%정도는 취객, 그 취객의 또 80%정도는 건식보다 어리디 어린 사람들이었고 또 그 중의 50%정도는 술에 취해 공권력을 무시하는 애송이들이었다.

 

 그러니 말 다했다.

 

 술기운에 앞뒤 가리지 않고 멍멍대는 어린 취객들을 상대하느라 밤이 깊고 새벽이 깊을수록 파출소는 골머리를 앓아댔다.

 

 "그래서 야간근무가 힘든 거야. 기운내. 볼 꼴 못 볼 꼴 다 봐야 시간도 가고 연륜도 생기고 그러는 거다."

 

 건식보다 두 해 먼저 경찰이 된 선배의 조언에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깊은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영웅을 꿈 꾼 건 아니었다.

 

 마냥 깨끗하고 깔끔한 하루하루, 매일매일 깨끗한 제복, 자랑스럽기만 한 출퇴근 길- 을 예상한 것도 아니었다.

 

 선배나 동료들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제 일이 되자 심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절로 한숨이 폭폭 새어 나오니 건식 스스로도 미칠 노릇이었다.

 

 다짜고짜 "야!" 로 시작되는 고성 방가는 그나마 나았다.

 실연을 당했다며 지구대 바닥에 아이처럼 앉아 꺼이꺼이 울어대는 것도 양반이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술 좀 더 사오라며 꾸깃한 천 원짜리를 들이미는 것도, 그래, 뭐 견딜만 했다.

 불법개조된 요란벅적한 오토바이들을 끌고 와 음주운전을 할 수 없으니 아침까지 맡아 달라거나 집까지 가는 길을 잊었으니 경찰차로 데려다 달라고 놓는 땡깡은 차라리 애교였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던, 더 솔직히는 창창한 20대 초반의 나이에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끌려 가야하는 군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며 징병제의 폐지를 부르짖던 어제 그 청년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다 견딜만 한 일이었던 거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2. 동기부여 2018 / 12 / 29 209 1 5013   
21 21. 대명항, 바다가 보이는 방 2018 / 12 / 29 249 1 4402   
20 20. 소주의 맛 2018 / 12 / 29 219 1 5146   
19 19. 세 번의 사과, 그리고 2018 / 12 / 29 230 1 5542   
18 18. 사고뭉치 2018 / 12 / 26 221 1 4131   
17 17. 콜라엔, 새우 튀김 2018 / 12 / 26 240 0 4052   
16 16.자꾸 생각이 나서 2018 / 12 / 24 236 1 5052   
15 15.재회 2018 / 12 / 24 230 1 5179   
14 14. 그 날, 그 때의 기억 2018 / 12 / 21 218 1 5254   
13 13.고요한 초지대교를 보는 시간 2018 / 12 / 21 243 1 3937   
12 12. 내 방 창가에서 초지대교를 2018 / 12 / 18 224 1 4372   
11 11. 집돌이 강도연 2018 / 12 / 18 230 1 5148   
10 10. 동생 바보 2018 / 12 / 17 209 1 4996   
9 9. 3년 후 2018 / 12 / 17 207 1 4667   
8 8.새하얗게 반짝이는 흰 봉투를 2018 / 12 / 16 238 1 6087   
7 7. 일주일 후, 저녁 8시 2018 / 12 / 16 224 1 5137   
6 6.압구정 콜라남 2018 / 12 / 15 219 0 5635   
5 5.정의로운 사기꾼 2018 / 12 / 15 230 0 5928   
4 4. 사기꾼 2018 / 12 / 14 230 1 3994   
3 3. 압구정, 콜라에 빠진 생쥐 2018 / 12 / 14 247 1 5525   
2 2. 오빠가 창피해 2018 / 12 / 13 261 0 5837   
1 1.밖에서 새는 바가지와 강한 남자 강도연 2018 / 12 / 13 370 0 620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