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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처음 죽던 날. 이후
작가 : 그슨대
작품등록일 : 2018.11.20

"나는 죽었는데, 한 시간 동안은 살아 있을 수 있다고...?"
귀신의 한을 푸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6. 내가 처음 죽던 날, 이후 (1)
작성일 : 18-12-26 20:59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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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일. 나는 여느 때처럼 재빨리 현신한 후-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늘은 현신이 잘 안됐어. 마음이 급해서 그랬던 것 같아.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그 사람 앞에 느닷없이 나타났어. 그리고 장대비를 맞으며 새빨갛게 틴트를 칠한 입술로 읊조렸어.

 

  “저를 왜 죽이셨어요?”

 

  박경 씨는 후드를 내려 내 모습을 확인했어. 그리고 예상대로 엄청나게 놀란 모습이 되었어. 나는 예상은 했지만 좀 허무했지.

  ‘바보 같으니. 자기가 죽인 사람이 보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왜 놀라는 거야. 등신, 등신...’ 나는 속으로 나를 마음껏 욕했어.

  박경 씨는 곧 마음을 추스린 것 같았어. 그러더니 애써 침착해진 얼굴로 물었지.

  “네가 대체 어, 어떻게...”

  센 척하는 것 같았어. 그렇지만 센 척해도 말 더듬는 건 가릴 수가 없나 봐.

  “죽은 다음에~ 귀신 되어서~ 당신이 너무 보고 싶은 거 있죠? 그래서 입술도 예쁘게 꾸미고 왔는데, 비 때문에 다 지워지겠네요~”

  내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그 사람에게는 공포로 들리지 않았을까? 실은 그걸 조금 노리기도 했지만. 그런데 오히려 박경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침착해지는 모습이었어. 좀 무서워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나는 참담한 심정이었어. 나를 보고 무서워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이나 죄책감이 있다는 건데, 이 사람은 그런 것도 없단 말인가? 그럼 난...어떻게 해야 할까?

  “설마 살다 살다 귀신이 내 앞으로 찾아올 줄이야...하긴 인생 살다보면 별일이 다 생기는 법이지. 그래, 날 왜 찾아온 거지, 귀신아?”

  “귀신이 존재하는 거 아셨어요?”

  “아니, 몰랐다. 실은 네가 오기 전까진 코로 비웃었지. 하지만 직접 찾아왔으니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군.” 여전히 침착하게 말을 이었어.

  “그럼...왜...저를 죽이셨어요?” 나는 울먹이며 물었어. 허무해서 울었는지, 억울해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박경 씨는 나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만 봤어. 잠시가 아니라 꽤 오랫동안. 우리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마주 보고 서 있었어. 내 한이 해결되는 순간의 직전일까, 더 큰 고난의 시작일까.

  “한 달 전에...네가 나를 보고 웃었지 않느냐.”

  너무나도 의외의 대답이라 나는 내가 잘못 들었는지 한참을 고민했어. 맞아, 그때 나는 걸어다니면서 휴대폰을 보며 ‘아재 개그’를 보면서 웃고 있었지. 근데 그것 갖고 나를 죽였다니? 내가 충격 받은 표정을 짓자 박경 씨가 다시 말했어.

  “한 달 전, 나는 그때 하던 사업이 망했어. 완전히 파산했지. 그리고 사채업자들이 내 아버지부터 하던 정육점을 압류하고 차압 딱지를 여기저기 붙었다. 나는 칼만 가지고 쫓겨났지. 칼도 압수당할 뻔 했지만 어찌어찌 몸에 숨겨서 가지고 나갈 수 있었다. 술이 땡겼지만 그럴 돈도 없었다. 그냥 페인처럼 거리에서 쭈그리고 앉아만 있었지. 몇 시간을 그랬는지 모른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하고 어두운 길이라 내 자신을 책망하기에는 좋은 장소였어. 그런데 갑자기 네가 지나가다가 웃더라고.”

  “잠시만요, 전 당신을 비웃은 게 아니라...”

  “안다.”

  나는 더 놀랐어.

  “휴대폰 보면서 웃고 있더군. 나는 그 꼴이 너무 싫었다. 왠지 세상살이에 치여 사는 나하고 비교되어서. 하지만 제정신이었다면 절대 그러진 않았겠지. 아무튼 거의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던 나는...”

  “저를 죽이셨다고요?”

  박경 씨는 고개를 끄덕였어.

  “자신의 모습과 제 모습이 비교되었다고요? 저는 세상살이에 안 치여 사는 줄 알아요? 치여 사는 게 서러워서, 어떻게든 잊기 위해서 웃는 거예요! 어떻게 그걸 알면서 쉽게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요!?”

  “나를 사이코패스나 그 비슷한 걸로 몰려나 본데, 사실 난 그런 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나는 분노에 치를 떨며 그 사람 얘기를 계속 들었어.

  “난 그날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이 하는 음주운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경찰서에 가기는커녕 신고도 안 해본 사람이다. 단지...충동이었다. 그것도 이성을 상실한 상태에서의 충동. 살다 보면...가끔 그럴 때도 있지 않냐? 왜 너도 순간적으로 충동을 못 이겨 엄마하고 싸워 본 적 있을 거 아니냐. 그거하고 비슷한 거다. 그래그래, 그거하고 이건 다르지. 이건 엄청 중대한 거니까. 하지만...뭐, 그래. 실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바로 잡힐 줄 알았다. 그래서 계속 불안에 떨며 숨어 있었지.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안 나오더군. 그래서 나는 용기를 얻었다. 아, 오해 마. 사람을 죽이는 용기가 아니라 세상을 다시 살아갈 용기. 그 이후로 나는 사업도 재기에 성공했고,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을 거니까 제2의 희생자는 안 나올 거다. 그러니까 너무 원망 말거라. 그냥 희생했다 생각...”

  박경 씨는 잠시 말을 멈추었어. 내가 그의 턱에 주먹을 날렸으니까. 아마 내가 살아온 중에서 가장 세게 날린 걸 거야. 건강한 성인 남자도 입에서 피가 나오고 턱을 어루만질 정도더라고.

  “용기?” 나는 비웃었어.

  “용기는 사람을 죽이고 나서 얻는 게 아니야. 용기는 외롭거나 괴로울 때 동기 부여를 하는 거지, 이 등신아...”

  “귀신은 어떤 물체든 통과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하지만 죽은 사람한테 맞아보니까 기분 더럽게 나쁘네...”

  박경 씨는 침을 카악 뱉은 후에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어.

  “쳇. 이제 더 이상 안 그런다 했잖아...나를 또 이 짓을 하게 만들어 버리면 어떡해...”

 

  귀신이 무섭니? 이 사람이 더 무섭니?

  나는 주저 없이 이 사람을 꼽겠어.

  “근데 귀신을 죽이면 어떻게 되나? 또 죽는 건가?”

  박경 씨는 계속 지껄여 댔어. 나는 원래 이 사람의 살인 동기만 들을 생각이었는데, 얘기를 들어 보니 듣는 것만으론 안 되겠더라고. 설령 악귀가 되더라도, 복수하고 싶었어.

  아니, 사실은 별 생각이 없어졌어. 이성을 상실한 것 같아.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아니면 그냥 맥이 빠진 것일지도.

  나는 박경 씨에 눈을 떼지 않으며 주머니에서 긴 물체를 스르륵 꺼냈어.

  “그건 뭐지?”

  “톱.”

  “흥, 무슨 초등학교 애들이 공구 만들 때 쓰는 톱 가지고. 그걸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있다 하더라도, 네가 과연 사람을 죽일 만한 베짱이 있을까?”

  “사람 죽일 때 느끼는 감정 따위, 내가 알 바 아니지만, 당신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는 않아.”

  박경 씨도 나처럼 뭔가를 꺼냈어.

  칼.

  그렇지만 나를 죽일 때 쓰던 칼보단 훨씬 짧았지.

  “아깝네. 두 번 다 똑같은 무기로 죽였다면 볼만했을 텐데. 지금은 가진 무기가 그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군...자, 한 번 겨뤄 볼래? 복수하고 싶은 것 같은데.”

  나는 망설이지 않고 톱을 그에게 휘둘렀어. 싸움 잘 하냐고? 전혀. 그렇지만 저질러 봤어. 두렵지 않았냐고? 귀신은 죽지 않으니까 두려워하지는-

  사실 두려웠어. 참 웃기는 일이지. 절대 죽지 않는데 나를 죽인 사람은 두려워하다니. 이미 죽었는데 죽는 게 무섭다니.

  박경 씨는 몸을 휙 돌려 내 톱(류버들의 집에서 훔쳐 왔어. 참 못났지.)을 가볍게 피하더니 나에게 칼을 휘둘렀어. 나는 톱을 휘두른 다음 재빨리 칼을 피하려고 했지만,

  칼은 내 가슴팍에 정확히 박혔지.

  현신해도 고통은 느낀다고 했지? 엄청 아팠어. 피도 철철 흐르고. 그리고 갑자기 숨이 막히는 바람에 주저앉았지.

  “뭐야, 이게 끝이야?”

  박경 씨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들고 비웃으며 말했어.

  “난 또 복수한다기에 산에서 수련한 줄 알았네. 너, 그냥 홧김에 저지른 일이지? 아, 이해해. 나도 너 죽일 때 그랬으니까.”

  나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그를 노려보다가, 일어나서 다시 톱을 휘둘렀어. 이번에는 꽤 빨라서 그의 얼굴을 맞힐 것 같았는데, 그는 귀 옆을 스치며 피하더라. 그 순간에 내 복부에 칼을 박아 넣었고.

  나는 다시 비 내리는 거리에 크게 나동그라졌어. 박경 씨는 이번엔 크게 비웃으며 뭐라 뭐라 떠들었어. 그렇지만 나는 바로 일어서서 온힘을 짜내 톱을 그에게 던졌지. 생각해 보니 말하고 있을 때가 명중하기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엔 톱이 명중했어. 그는 쓰러졌지. 비척비척 움직이는 걸 보니 죽지는 않았어. 하지만 얼굴에 크게 톱에 찔린 자국이 생겼지. 끔찍했어. 맞아서 다친 상처가 아니라, 그의 얼굴에 드러난 추악함이.

  “피 나네. 아프지? 근데 나를 찔러 죽일 땐 아프다는 것을 못 느꼈을까? 참 이상해. 죽어보니까 알겠는데, 사람은 역시 남의 입장은 생각 못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는 것도 옛날 얘기지. 당해 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지.”

  “지랄한다...설교는 듣고 싶지 않은데?”

  그는 칼을 다시 치켜 올렸어. 생각해 보니 내 톱은 그의 얼굴을 가격하고 튕겨져 나갔더라고. 한마디로 난 싸울 만한 게 없었지. 또한 복부와 심장이 자꾸 아파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어.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죽으면 또 죽을 수 있냐?”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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