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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5화
작성일 : 18-12-26 19:33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3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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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로운 경악스러움이었다.

 주문의 힘이 무지막지할 정도로 강한 건 아니지만 인간들 또한 마법 따위의 것들을 접하고, 태생적으로 맞물리는 능력이 있으면 부릴 수도 있는 사회였다.

 맹목적이진 않지만 그것들을 신앙하고 숭배하는 자─여러 다른 교단이나 국인 및 사설마법단체 등─들도 적지 않은 시대이긴 했다.

 하지만 폴리세라고 밝힌 악귀의 힘은 차원이 다른, 인간이 여태 이룩한 마법의 역사가 고작 발걸음이라 느껴질 만큼 강력했다.

 아마 왕실 최고 마법고관직에 있는 고상한 노인네들이 봤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였다.

 

 여기저기로 부서지고 쪼개져, 박살나는 기사들의 육체를 멍하니 관찰하던 파사르는 코를 찌르는 옅은 악취가 공기를 오염시키며 다가오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아챘다.

 파사르는 그제야 사나운 짐승의 눈매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마도 하렐에게 경고를 보낸 순간에 감추고 있던 기척이 잠시나마 드러났을 터였다.

 후회는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지금은 짧은 시간에 방어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바람이 정확히 어디를 노리고 날아올지는 눈으로 알아챌 수 없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단 한가지였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마차를 들이 받은 정도의 강렬한 충격이 전해지고, 부서진 뼈의 조각이 육체 안을 헤집고 있다는 감각이 아찔하게 정신을 관통했다.

 그 후로는 온전하게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몽롱한 정신으로 바닥을 나뒹굴었다는 것과 비릿한 풀 비린내가 잃어가는 정신을 간지럽혔다는 것, 그리고 방패를 들고 막아섰던 왼팔로 이어지는 모든 근육과 신경다발이 끊어졌다는 허무함을 제외하고는.

 

 

 “어이, 검은 장미. 정신 차려. 공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라고. 청백색 신호탄이 피어올랐었어. 제기랄, 거의 1년 만인가. 뭐가 나타난 건진 몰라도 인형귀들의 습격이 있을 때까지 헤치우지 못한다면 아주 골치 아파질 거야.”

 

 우주를 집어 삼킬 회상의 블랙홀에 영혼의 대부분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릴 무렵, 파사르는 귀를 괴롭히는 사마귀의 고음의 목소리에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추억에 뒤덮였던 눈을 되찾았다.

 어두컴컴한 대기를 가득 채운 텁텁한 공기와 춤을 추는 불꽃으로 일대를 밝히는 거인의 손가락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전과 달라진 것은 자신을 노려다보고 있는 사마귀의 초조한 눈이었다.

 

 신호탄은 학살자들이 멀리 떨어진 이들과 간단한 의사소통을 위해 가지고 다니는 폭죽의 일종이었다.

 색은 대체로 백색, 청백색, 청색을 띄고 있고, 각각의 색은 도움 요청, 위급 사태, 위기를 나타냈다.

 도움 요청을 뜻하는 백색은 대게 학살자의 세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들이 쏘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도 그닥 위험한 악귀들에 의해 벌어지는 사태가 아니었기에 신호탄 근방으로 해서 발길이 가까운 자들이 도우러 간다는 것이 암묵적 규칙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위급을 나타나는 청백색은 한 단계 차이이긴 해도 격이 다른 사태였다.

 위급은 대형류에 속하는 악귀들이 나타나거나,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형종(異形種)이나 변종(變種)을 발견했을 때가 주된 상황이었다.

 이때는 소수의 인원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악귀인 경우이므로 근방 뿐 아니라 촉박한 시간 내에 당도할 수 있는 학살자 모두가 해당 위치로 집결해야 한다는 것이 규칙이었다.

 단, 함부로 맞설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숙련자들이 아닌 초행 학살자들은 가급적이면 전투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위기.

 그것은 아형종이나 변종으로 보이는 악귀가 인간을 웃도는 지성을 가지고 스스로의 이름을 칭했을 경우, 즉 취명귀가 나타났음을 뜻했다.

 만약 청색의 신호탄이 터진다면 테라피노 전체가 비상이라 할 수 있다.

 지하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국민들의 대대적인 피난이 이루어지고, 왕실 및 귀족연합의 기사단들은 즉각적으로 도시 방어에 나선다.

 또한 외부에 있던 학살자들은 빠른 후퇴를 통해 도시 내부에 남아있는 학살자들과 합류, 강제 징병이 아닌 자발적 참여를 통해 원하는 자는 기사단과 함께 수비에 나선다는 것이 시나리오였다─다행스럽게도 청색의 신호탄이 하늘을 번쩍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위치는 어디였습니까?”

 “남서쪽으로 대강 1km정도. 유추해보자면 14번 손가락 쯤 되는 것 같더군. 빨리 달린다면 10분 내외로 닿을 거리야.”

 “알겠습니다. 거리가 꽤 되니 서둘러야 되겠군요. 함께 가시겠습니까?”

 “나는…….”

 

 파사르의 질문에 사마귀는 아직 굴 안에 은둔해 있는 훈련생들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해가 사라진 밤은 아직 절반을 지나지 않았다.

 인형귀의 습격이 금방 이루어질 텐데, 때를 놓쳐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남겨진 녀석들이 자칫 위험해 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지고 이어진 규칙은 학살자 세계에서 반드시 따라야 할 법도였다.

 더군다나 자신과 같이 이런저런 핑계로 한 명, 두 명씩 가길 꺼려한다면 오히려 인명피해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잘 들어. 지금부터 굴의 입구를 흙으로 모두 막아라. 워낙 단단한 흙이라 큰 충격을 받지 않는 이상 너희들이 숨어있단 걸 들키지 않을 거다. 행여 내가 돌아오지 않아도 달이 뜨기 전까지는 절대로 굴밖에 나올 생각은 하지 마. 원래 학살자들은 첫날을 넘겨야 쉽게 죽지 않는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있지. 너희들은 오늘을 반드시 넘겨, 지금처럼 굴속에 숨은 겁쟁이가 아닌 언젠가 당당한 학살자가 되길 바란다.”

 

 사마귀는 평소와 어울리지 않는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는 게 영 께름칙한 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가 벌써 내달리고 있는 검은 장미의 등을 쫒았다.

 신호탄이 쏘아진 장소를 유추해 찾아가는 일은 능숙한 학살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거인의 손가락은 다리와 성문 입구까지의 직경 5km의 평야 내에서도 가로 7km, 세로 3km라는 공간 안에 총 45개가 전투에 유리한 장소들로 선정된 곳들을 위주로 세워져 있었다.

 손가락은 불을 뿜어 시야를 밝힌다는 이점 외에도 각각의 고유번호가 적혀 있어 위치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때문에 학살자들이 가급적이면 빨리 익히려 용을 쓰는 부분이 지도를 통해 주요한 지형과 더불어 손가락들의 위치를 기억하는 일이었다.

 

 방금 있었던 18번 손가락에서부터 14번 손가락까지 달리는 순간에 사마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은 자기보다 현저히 무거운 철판 갑옷을 입은 검은 장미의 몸놀림이 너무나 날쌨다.

 겉을 회색으로 덧칠한 가죽옷이 아닐까 의구심을 품을 정도였으니, 어떻게 보면 방어보다는 민첩성을 우선으로 해 가죽 갑옷을 걸친 자신이 한 없이 어리석게 보였다.

 또한 그가 뚫고 나가는 길이 범인(凡人)이라면 누구나 꺼려하는 음습하고 퀴퀴하단 것이었다.

 거인의 손가락이 베푸는 주황색 불꽃이 닿지도 않아 암흑으로 뒤덮인, 사람이나 악귀나 선호하는 길이 아닌지라 어깨높이까지 우뚝 솟은 회갈색 풀들이 가득했다.

 사마귀는 발목을 잡아끄는 늪지가 어디에 있을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죽은 땅을 거름삼아 피어오른 수정란풀이 은은하게 발하는 빛을 이정표 삼아 검은 장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수풀을 헤쳐 달렸다.

 
작가의 말
 

 다들 2019년 계획은 세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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