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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5
작성일 : 18-12-26 12:57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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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한 쪽 발은 페달 위에 놓고, 다른 발로 땅을 차면서 동시에 페달 쪽 발로 꾹 밟아 봐요.”

 “양발을 어떻게 다 떼요? 이 발을 떼면 넘어질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할 것 같지 않은데, 가타부타 양 쪽 발을 다 떼라니. 안장에 올라탄 민희의 얼굴에 그늘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페달을 돌리는 한 안 넘어져요.”

 “넘어지면 어떻게 해요?”

 “안 넘어진다니까 뭘 넘어질 걸 걱정하고 있어요. 걱정 말고 떼 봐요. 좀. 휴.”

 “한숨 쉬지 마요. 나도 답답하다고요. 내가 더 답답해요.”

 “그러니까 내 말 믿고 발을 올려놔 봐요.”

 “그 쪽 말을 무슨 수로 믿어요!”

 

 발을 떼라, 그렇게는 못 한다 쳇바퀴 돌 듯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민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서워 죽겠는데, 무작정 발부터 떼라고 하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말에 레오 역시 슬슬 화가 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믿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일은 왜 시켜달라고 했어요, 그럼.”

 “.......”

 “하....... 이렇게 해서 오늘 안에 배우긴 하겠습니까?”

 “......죄송해요.”

 

 잔뜩 겁을 먹었는지 핸들을 부서져라 꼭 부여잡고 있는 민희를 바라보며 레오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내가 뒤에서 잡아줄 거니까 땅을 차면서 두 발 다 페달 위에 올려놓는 것만 일단 해봅시다.”

 “......네에. 놓으면 안 돼요. 알았죠?”

 

 평소에는 쓸데없이 대범한 것 같다 싶었는데, 옆에서 느껴질 정도로 덜덜 떠는 모양에 레오는 짜증은 나면서도 실없이 웃음이 새어나왔다.

 

 강렬했던 첫 인상이 떠올랐다. 유명하지도, 전문 화가도 아니지만 자기 그림을 줄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질 않나. 해본 적도 없는 게스트하우스 일을 시켜달라며 나서지를 않나.

 

 소매치기에게 몽땅 털렸다기에 시장에서 마주친 남자에게도 괜히 안 좋은 일 당할까 봐 제스처의 뜻을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인데, 대뜸 손가락부터 들어 올리더니만.......

 

 멀쩡한 척 하더니, 만취 상태로 넘어지고 멋대로 입까지 맞춰버린 여자. 그것을 기억도 못하는 나쁜 여자.

 

 가끔씩 하는 의미심장한 말들을 보면 다 큰 어른 같으면서도 한없이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어린 아이 같은 진짜 이상한 여자였다.

 

 “내 말 듣고 있어요? 왜 불안하게 답을 안 해요. 놓지 마요. 놓으라고 할 때까지는 절대 놓으면 안 돼요. 알았어요?”

 “알았으니 이제 제발 출발 좀 합시다.”

 

 상념에서 빠져나온 레오가 걱정을 한 가득 짊어진 작고 동그란 뒤통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페달 위에 올려놓고 힘을 주어 밟아 봐요. 핸들 꼭 잡고. 시선은 멀리.”

 “하나씩, 하나씩 하면 안 돼요? 그 세 개를 동시에 어떻게 해요?”

 

 그 세 개를 동시에 해야 자전거가 굴러갈 텐데, 그걸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어이가 없고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건 또 뭘까. 레오는 자꾸만 터지려는 웃음을 숨긴 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일단 해 봐요. 우리 출발이나 좀 하고 얘기합시다.”

 “아, 알았어요. 가요, 가.”

 

 탁 소리가 나도록 발을 구른 민희는 페달 위에 발을 올려놓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간신히 갈 곳을 찾아 들어간 두 발로 열심히 페달을 밟자, 느리지만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앞! 앞을 봐야지, 어딜 봐요!”

 

 이러다 사고 나면 큰일 나요! 고개를 들라며 소리치는 레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치지 마요. 나도 노력 중이란 말이에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어지간히 해야지. 이러다 해가 져도 못 배우겠네.”

 “아이가 못하면 부모 탓이고, 제자가 못하면 선생 탓이에요. 그건 알고 하는 말이죠?”

 

 말이나 못하면. 아쉬운 상황에서도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저 얄미운 입술이 어찌나 촉촉하고 부드럽던지....... 고개를 흔들어 지난밤의 기억을 털어낸 레오는 다시 미간을 잔뜩 좁혔다.

 

 “앞을 보고. 핸들 똑바로 잡아요. 술 아직도 안 깼어요?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해요.”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러나. 자꾸만 넘어질 것 같으니까 그렇죠.”

 “그렇게 핸들을 왔다 갔다 하면 잘 가다가도 넘어지는 법입니다.”

 “잔소리는. 잘 잡고 있는 거죠? 손 떼지 마요!”

 “잘 잡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앞만 봐요.”

 

 레오의 호통에 고개를 들다가도 겁이 나서 다시 숙이고, 그러다 보면 또 혼나고.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학습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민희의 자전거 실력이 나아졌다.

 

 “오! 오!!! 간다. 가요!!!”

 

 삐뚤빼뚤 제대로 중심은 잘 잡지 못해도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에 민희는 신이 난 듯 환호를 외쳤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레오가 잡고 있던 자전거를 살포시 놓았다.

 

 “계속 가요. 앞 잘 보고!”

 “오, 오오! 나 잘 가죠?”

 “네.”

 

 5m쯤 떨어졌을까.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건지 민희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레오? 뒤에 있어요?”

 “네. 있어요.”

 

 그런데 왜 아까처럼 목소리가 가깝게 들리지 않는 걸까. 덜컥 겁이 난 민희는 고개를 홱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앞! 앞을 보라니까!”

 “어, 어, 어?”

 

 눈이 마주친 레오의 고함도 들리지 않는 듯 당황한 민희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시선이 부딪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온 레오가 무릎을 굽힌 채, 다친 곳은 없는지 민희의 다리와 팔을 구석구석 살폈다.

 

 “계속 잡고 있겠다고 했잖아요. 놓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미안해요. 많이 아파요? 일어설 수 있겠어요?”

 

 그러게, 앞을 보라니까 왜 뒤돌아봤냐고. 똑바로 잡으라는 말 기억 안 나냐고. 평소처럼 잔소리가 쏟아져 나올 줄 알았는데 대뜸 흘러나온 그의 사과와 걱정이 낯설었다.

 

 달린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릿느릿한 속도라 크게 다친 곳은 없지만 놓아버린 그의 손이 원망스러워 민희는 부러 큰 소리를 냈다.

 

 “놓지 않으면 영영 배울 수 없을 테니까. 놓는다고 미리 말하면 바로 넘어질까 봐 그랬어요.”

 

 왜 그랬는지 그의 의도가 충분히 이해가면서도 불퉁하게 입술을 쭉 내민 채 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있으면 해도 지고, 오늘은 이만하고 갑시다. 주중에 시간 내서 다시 가르쳐줄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가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봐요. 걸을 수 있는지 좀 봅시다.”

 

 쭉 내민 손이 참 큼지막했다.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인 길쭉한 손가락을 멍하니 바라보다 재차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민희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일어나지 못하겠어요?”

 “아니, 아니요. 일어나요.”

 

 고개를 내저은 민희가 조심스레 그의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무뚝뚝하기만 했던 남자의 손이 의외로 따뜻했다.

 

 “걸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그냥 좀 놀랬을 뿐이에요.”

 “갈까요, 그럼?”

 “시간 괜찮으면 오늘 더 배우고 들어가도 돼요?”

 “괜찮겠어요?”

 “네. 빨리 배워서 혼자 장도 보러 가고, 게스트하우스에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래요.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더 이상의 민폐는 끼칠 수가 없던 민희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처럼 땅을 차고, 페달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가봐요. 겁을 먹고 페달을 돌리지 않을수록 균형이 무너지는 법이니까. 말했다시피 페달을 열심히 밟는 한 넘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페달을 밟는 한 넘어지지 않아. 넘어지지 않아.”

 

 주문을 외듯 그의 말을 되뇌며 민희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놓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놀라지 말고, 겁먹지도 말고 앞을 보면서 쭉 가요. 나 어디 가지 않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알겠어요?”

 “네, 네!”

 

 방금 전 넘어진 사실도 잊은 모양인지 우렁찬 대답 소리에 굳어있던 레오의 얼굴이 그제야 편안하게 풀어졌다.

 

 “오, 오, 오오오오오오!”

 

 한참을 투닥거리며 실랑이를 벌였던 처음과 달리, 매끄럽게 차고 나간 자전거가 서툴지만 앞을 향해 나아갔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모양인지 입술 사이로 연신 환호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피식 싱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 대박!”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놓을 수밖에 없어진 자전거를 레오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림은 곧잘 그리더니 운동신경은 더럽게도 없는지 온갖 신경을 돋우던 사람이, 뒤를 잡아줘야만 간신히 비틀거리며 가던 사람이, 제 혼자 힘으로 탁 치고 나가는 그 모습에 레오는 마음이 이상했다.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알 수 없는 묘한 그런 기분이었다.

 

 “왜 이렇게 빨리 놓았냐고 울며불며 할 것 같더니만.......”

 

 어느덧 저 멀리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레오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넘어질까 불안한 것뿐이다. 넘어져 내일 청소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되는 것뿐이다. 답지 않게 중얼거리던 레오의 귓가에 선명한 웃음소리가 꽂히듯 들려왔다.

 

 “이거 봐요! 나 회전도 할 수 있어요!”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제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에 짧은 실소가 뒤따랐다.

 

 “자만하다가 넘어지는 법입니다.”

 “으. 또 잔소리!”

 

 「진짜 곧 죽어도 잔소리는!!!!! 입 좀 다물어요. 시끄러워 죽겠으니까. 머리가 둥둥 울린다고!」

 

 잔소리라는 말에 지난밤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물밀 듯이 다시 밀려들어왔다.

 

 “나 이제 완전히 감 잡았어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 신나 죽겠다는 듯 환하게 웃는 모습이 레오의 눈에 슬로 모션처럼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움직였다.

 

 “혼자 장보러 갈 수 있겠다. 예아!”

 

 빙빙 돌던 자전거를 천천히 세우고 두 발로 땅을 짚은 채 만세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그러라고 애써 시간을 내어 가르쳐준 자전거인데, 혼자 장보러 갈 수 있다고 신나하는 그 모습에 왜 심술이 나는 건지 그는 스스로의 모습에 절로 인상을 잔뜩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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