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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BL] 경계에 서다
작가 : 퍼플캣
작품등록일 : 2018.11.1

친구와 연인 사이, 경계에 서 있었던 두 소년이 10년 후 다시 만났다.
우린 과연 우정일까? 사랑일까?

 
27. 조마조마, 아슬아슬
작성일 : 18-12-26 11:11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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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탈의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다른 부원들이 올 거예요.”

 

 은혁이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고 얇은 점퍼를 벗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렇구나. 그럼 난 나가 있을게.”

 

 은혁의 말에 주현이 급하게 일어났고, 선준이 그런 주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주현아. 고마워. 나 이제 괜찮아졌어.”

 “응. 오늘 경기 잘해. 은혁아. 너도.”

 

 많이 나아진 선준의 얼굴에 안심한 주현이 옅은 미소지으며 선준과 은혁에게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갔다.

 

 “선배, 여유로워 보이네요?”

 

 주현이 밖으로 나가자 옷을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은혁이 사물함을 닫고 선준에게 다가와 물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응. 주현일 위해서라도 오늘 꼭 이길 거야.”

 

 승부욕이 가득한 반짝이는 선준의 눈빛에 오싹- 소름이 돋는 은혁이었다.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기대할게요. 선배.”

 

 자신의 말을 받아치는 은혁의 말에 선준이 입꼬리를 한껏 올려 씩 웃었다.

 

 “그래. 나도 기대할게.”

 “선배님. 안녕하세요.”

 

 곧이어 은혁의 말대로 부원들이 들어와 두 사람을 보며 인사를 했다. 선준이 수영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고,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에 눈을 감고 손바닥으로 빛을 가렸다. 천천히 눈을 떠 빛에 적응했고, 손가락 틈새로 보이는 많은 관중 사이에서 주현을 찾았다.

 

 ‘저기 있네.’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은 주현이 선준을 보고 방긋 웃었고, 선준도 생긋 웃으며 화답했다.

 

 “100m 자유형 경기 시작합니다. 선수들 준비하세요.”

 

 코치의 말에 레인 끝에 선 선준과 은혁, 다른 부원들이 준비 자세를 취했다. 삑-. 호루라기 소리에 일제히 아치를 그리며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튀어 오른 하얀 물보라가 장관을 이루었다.

 

 선두는 역시 선준과 은혁이었다. 쭉쭉 뻗어 나가는 속도와 힘이 비등했고, 눈으로 보기에는 차이도 없어 보였다. 관중들은 과연 누가 이길까 긴장을 하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탁.

 

 두 사람이 동시에 보더를 찍었다. 은혁과 선준이 물에서 나와 수경을 벗고 코치를 보았다. 결과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 코치는 은혁을 보았다. 이번에도 은혁이 선준을 이겼다. 선준은 아쉽지만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축하해. 정말 훌륭한 경기였어.”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많이 아쉽네요. 계속 같이 수영하고 싶어요.”

 “종종 어울려줄게. 네가 원한다면.”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은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선준이었다.

 

 “제가 거부할 리가 없잖아요.”

 

 자신을 후배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선준을 보며 은혁이 단념한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에서 나온 선준이 고개를 돌려 주현을 보았다. 선준은 자신을 보며 손을 흔드는 주현에게 양팔을 들어 크게 흔들었다. 덕분에 주현의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 모습에 놀란 주현이 손 흔드는 걸 멈추었지만 선준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흔들며 벤치에 앉았다.

 

 그 후 접영, 배영, 평영 경기까지 마친 선준이 탈의실로 들어갔고, 주현은 탈의실 앞에서 선준을 기다렸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선준을 본 주현이 선준에게 다가갔다.

 

 “자유형은 정말 아까웠어.”

 

 경기의 여운이 남았는지 상기된 얼굴의 주현이 선준을 보며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뒤에서 들린 여학생의 목소리에 주현과 선준이 그녀를 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긴장한 여학생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보고 있는 그녀의 친구들이 보였다. 주현은 앞에 선 여학생이 곧 선준에게 고백할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선준아. 나 먼저 체육관에 갈게.”

 “응? 주현아. 잠깐...”

 

 선준의 말을 듣지 않고 주현이 뒤돌아 체육관으로 뛰어갔다. 우두커니 남겨진 선준이 눈을 껌뻑이며 주현의 뒷모습을 보았다.

 

 “전 미화여고 수영부인데요. 오늘 수영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용기를 낸 여학생의 말에 선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선준의 말에 고개 숙여 사과한 여학생이 돌아서서 친구들에게로 달려갔고, 선준은 주현을 쫓아 체육관으로 뛰어갔다. 선준이 전력 질주를 하듯 빠르게 뛰자 학생들이 선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은 이제 두렵지 않은 선준이었다. 다만 주현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선준이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체육관을 가득 채운 열기와 환호성이 선준을 맞이했다. 재찬의 말대로 배구 경기를 관람하는 학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선준은 힘들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주현을 찾았다.

 

 익숙한 밤색 곱슬머리가 보였다. 선준이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주현아.”

 “선준아....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눈앞에 선 선준이를 보고 놀란 주현이었다.

 

 “고백받았는데... 난 아직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아.”

 “하지만...”

 “여긴 너무 시끄러운데 우리 기숙사로 가자.”

 

 선준이 한 손으로 귀를 막으며 주현의 손을 끌었고, 주현이 못 이기는 척 선준을 따라갔다.

 

 “아까는 정말 아쉬웠지?”

 

 기숙사에 돌아와 주현의 침대에 앉은 선준이 옷을 벗어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주현을 보며 경기 결과에 대해 물었다.

 

 “그래도 수영하는 선준인 정말 멋있었어.”

 

 자신을 향해 눈을 반짝이는 주현을 보며 선준은 흐뭇하게 웃었다. 옷을 다 갈아입은 주현이 선준의 옆에 앉았고, 선준이 손을 뻗어 주현의 옆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귀 뒤로 넘겼다.

 

 “그렇게 멋있었어?”

 

 주현의 귓바퀴가 붉게 번져갔다. 주현은 머리카락을 넘기는 선준의 손가락의 열기에 녹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준을 본 주현은 탈의실에서의 키스가 떠올랐고, 욕망 어린 선준의 눈빛에 주현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얘들아, 오늘 우리 경기 봤어? 진짜 최고였...”

 

 문을 열고 들어온 재찬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말을 멈추었다.

 

 “아... 미안해...”

 

 급히 침대에서 일어난 주현이 재찬에게 다가가 경기를 못 본 것을 미안해하며 말했다.

 

 “못 봤을 수도 있지 뭐.... 아. 지운아. 나 유니폼 놓고 왔다.”

 

 자신들의 등장에 두 사람의 분위기를 깨지 않게 하려는 재찬이 뒤돌아 지운의 등을 밀며 말했고, 재찬의 행동에 지운이 뭔지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밖으로 나갔다.

 

 “아. 피곤해. 졸려.”

 

 재찬이 나가자 선준이 재찬의 의도를 눈치채고 큭 웃으며 주현의 침대에 스르륵 누웠다. 주현이 천천히 선준에게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여기서 잘 거야?”

 

 선준을 보며 주현이 옅은 미소로 물었다.

 

 “주현아. 너도 누워.”

 

 선준이 주현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얼떨결에 선준의 품에 안긴 주현이 몸을 일어나려고 했는데 선준이 주현을 껴안았다. 쿵쾅쿵쾅. 서로의 가슴을 타고 울리는 심장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조금만... 조금만 이렇게 있자.”

 

 선준의 말에 주현이 버둥거림을 멈추었다. 주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 뻐근하게 아파왔지만 그 통증보다 선준의 따스한 품에 안긴 것이 기뻤다. 조금 더 닿고 싶다고 생각하자 몸속 깊숙이 열이 올랐다.

 

 선준 역시 심장이 요동치는 건 마찬가지였다. 코끝에 닿는 주현의 향기에 아랫배가 묵직해졌지만 젊은 혈기로 무작정 주현을 안을 수는 없었다.

 

 각자의 번뇌를 억누른 선준과 주현은 서로의 따스한 온기에 눈을 감았고, 이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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