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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19화_바보의 날에 다시 만난 우리
작성일 : 18-12-26 09:55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7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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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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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우 3월인데 왜 이렇게 춥냐"

 "그래도 이번 주가 꽃샘추위 마지막 이래"

 "옷 새로 샀는데 입지도 못하고 있다. 나 어제는 패딩 입고 왔잖아"

 "지혜 네가 추위를 좀 많이 타는 거 아냐? 난 괜찮은데?"

 얇은 재킷을 입고 나온 나는 으쓱하며 손을 들어 보였다.

 

 "야 너 콧물"

 "훌쩍.. 춥다~춥다하면 더 추운 법이야... 아 잘못 입고 나왔어.

 집에서 나와서 5분 만에 후회 했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지각이라“

 몸을 잔뜩 웅크리며 걷고 있는 나와 지혜 옆으로 살이 비치는 얇은 스타킹을 신고,

 봄 색깔 가디건을 입은 여자애들이 까르륵 거리며 지나간다.

 

 "와.. 씨 쟤네 안 추운가 봐"

 "리스펙트..."

 지혜가 엄지손가락을 든다.

 

 "옷차림이 딱 신입생이네... 좋을 때지"

 "스무 살.. 부럽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4학년이라니.."

 "내년에 졸업이라니! 으아아아... 어! 저기 윤 교수님이다!! 교수니임~~"

 지혜가 활짝 웃으며 교수님에게로 뛰어간다.

 

 방학 때 부인과 정리했다는 윤 교수님은.. 지혜와 다시 정식으로 만나고 있다고 한다.

 윤 교수님이 다른 교수님들에 비하면 확실히 젊은 거긴 한데...

 그래도 나이 차이가 무려 12살이다. 띠 동갑...

 완전 아저씨 같은 데 뭐가 좋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수님과 인사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지혜의 표정이 상기되어 있다.

 학교에는 소문 안 나게 한다더니,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다 티 나겠다. 으이그~

 아영이도 요즘은 상현이와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봄이구나~ 다들 연애 하네

 

 나도 연애 중이긴 한데... 옆구리 시리다. 어우 추워.

 남친이 있는데도 외롭다니 고무신은 고달프다. 이따 수업 시간에 편지 써야지~

 요즘 재혁이의 연락이 뜸하다. 바쁜가?

 

 .

 .

 

 "좋아 이걸로 해야겠다"

 나는 한 달 정도 남은 700일 선물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남들 다 연애하는데.. 이런 거라도 해야 내가 연애 중인 걸 잊지 않을 것 같다.

 

 "송이나 또 뭐해"

 "음.. 이번에는.. 짜잔~ 사랑의 구급상자!"

 나는 연습장에 스케치 중인 계획표를 보여 줬다.

 

 "약봉지 도안이 있더라고~ 여기다가 사탕 같은 거 넣고~ 그리고 군인들 뿌리는 파스라던가,

 버물리도 하나 넣고, 파덕은 잘 먹으니까 소화제도 넣고...“

 엎드려서 생각나는 물건들을 연습장에 쭉 적었다.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듣기 좋다.

 

 "아! 젤리도 좋아하니까 이것도 넣고~“

 "..역시 송이나 너는 병무청에서 상 줘야 할 것 같아.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높여 주는.."

 "헤헤 이거 다 되면 귀엽겠지?!! 파덕이 좋아하겠지?"

 종이가 빽빽 해지고 계획표가 완성되었다. 좋았어.. 완벽해..!

 

 "먹을래?"

 아영이 츄파츕스를 내민다. 화이트 데이에 상현에게 받았다는 사탕 한 통은 우리 집

 냉장고 위에 자리를 딱 잡고 앉아 있다. 아무리 먹어도 줄지가 않는다.

 

 "으으.. 커플들 다 꺼졌으면..."

 "뭐래 너도 커플이잖아"

 "흑흑 난 커플 같지도 않잖아...."

 "궁상떨지 말고 이거나 먹어"

 아영이 사탕 포장을 벗겨서 내 입에 쏙 넣어 준다.

 

 "칫.. 야 그나저나 다음 주 만우절이잖아"

 "알아 근데 일요일이더라"

 아영이 사탕을 우물거리면서 대꾸한다.

 

 "우리 교복 입고 영화 보러 갈래? 마지막으로 미친 짓 한 번 해야 하지 않겠냐?

 내년에 졸업인데"

 "...콜..!"

 "지혜랑 수연이도 불러서 넷이 놀자!“

 "이번 주말에 집에 가서 교복 가지고 와야겠네. 아직 있으려나"

 "나는 아직 집에 있어! 아 근데 맞을까?"

 "에이 맞겠지~ 재밌겠다! 애들 시간 다 맞으려나?"

 

 .

 .

 

 만우절 당일

 

 수연이는...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 약속이 있다고 안 된다고 하고,

 보려던 영화는 아영이 예매를 깜빡하는 바람에 연극을 보기로 일정을 바꿨다.

 우리는 4월 1일 오후 1시 대학로, 교복 필수 착용! 으로

 약속을 잡았다. 제일 먼저 도착한 나는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서 나머지 애들을 기다렸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는 맑았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활짝 핀 개나리와, 분홍빛 꽃봉오리가 맺힌 나무 아래에서

 노래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어? 지혜다.

 

 "지..혜.. 킄킄 너..교복.."

 "야 아오 교복 누구 아이디어냐?"

 "앜 미친 교복 봐, 왜 이렇게 촌스러워? 교복이 왜 초록색 이야?"

 "..그래도 이게 제일 나아.. 동복 마이 완전 구려.. 이나 너희 교복은 무난하네"

 "그치? 그냥 남색 플레어에 흰색 블라우스~ 헤헤 성숙한 여고생 같아?"

 "아니.. 만우절이라 대학생이 교복 입은 것 같아.."

 

 "아!"

 "왜? 뭐 놓고 왔어?"

 "그러고 보니.. 아영이.. 교복 세일러복이라고 했는데..."

 

 마침 가디건을 입고 아영이 나타났다.

 철벽 방어를 하는 아영의 가디건을 지혜가 강제로 벗겨냈다.

 나와 신지는 공원이 떠나가도록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 강아영 교복 대박 네가 우승"

 "인정 큭큭큭 아 나 배아팤"

 너무 웃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지혜가 숨이 차서 헉헉댄다.

 

 아영의 얼굴이 시뻘게진다.

 

 "아 우리 학교 교복이 이 꼴인 걸 깜빡 했어..."

 "우리 네컷사진 찍을까?"

 "좋아 좋아 가자~!"

 

 .

 

 대학로에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셋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우리.. 고등학생으로 보이려나? 요즘 애들은 나보다 화장 더 진하게 하고 다니던데 뭘~

 진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사진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흠흠 민망하네 하지만 개의치 않고 우리는 인생 사진을 남겼다.

 

 “봐봐 잘 나왔다. 역시 흑백으로 하길 잘 했어”

 “줘 봐, 찍어서 페북에 올려야지~”

 우리는 연극도 보고, 길거리에서 간식도 사 먹고, 해가 저물 때까지 놀았다.

 

 "으아~ 피곤하다 예전 몸이 아닌가봐. 지혜야 우리 학교로 가서 더 놀자“

 “그럴 줄 알고 내일 입을 옷도 가지고 왔지~”

 지혜가 종이 가방을 들어 보인다.

 

 "역시! 내 친구다. 실망시키지 않는군! 학교 도착하면 바로 깡통 가자! 맥주 먹고 싶다~“

 "근데 진짜로 교복 입고 술집 들어갈 수 있어?"

 "에이 깡통포차 사장님이 우리 얼굴 아는데 뭘, 그리고 민증도 있잖아"

 "그런가? 그래 가자~~ 아 후배들 만나면 어쩌지?"

 "만나면 만나는 거지 뭐, 만우절인데 뭐 어때~ 가자~~"

 

 .

 

 딱 술집 들어가는 1분 정도는 민망했는데, 자리에 앉으니 술집 내부도 어둡고,

 가디건을 입고 있었더니 교복이 잘 보이지도 않아서 어느새 신경도 안 쓰고 신나게 마셨다.

 알코올이 들어가서 알딸딸해지니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긴다.

 

 "야 나 진짜 고등학생 같지 않냐?"

 "뭐래 송이나 미쳤나"

 "아냐 좀 고등학생 같아, 그리고 좀 귀여운 것 같아 오늘, 머리를 이렇게.. 해 볼까?"

 나는 양 손으로 머리를 양 갈래 포니테일로 잡아 보였다.

 

 “야, 너 팔자주름에 비비크림 꼈다”

 “헉...”

 “아영아 쟤 술 그만 먹여라. 쏭 너 나가서 술도 깰 겸 아이스크림 좀 사와. 난 메로나”

 "이이잉 왜애~ 언니들 저 밤길 무셔워요"

 

 "...난 탱크보이“

 지혜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안주를 집어 먹느라 바빴고, 아영인 정색하며

 아이스크림 이름을 말한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구나.. 금방 갔다 올게"

 

 나는 쭈글쭈글 일어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계속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지,

 오늘 기분이 좋아서 많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서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술이 좀 깨는 것도 같다.

 

 후......

 히히.. 그래도 교복 입고 있으니까 뭔가 기분이 새롭네.

 고등학생 돼서 일탈하는 느낌도 들고. 히히..

 

 벤치 뒤로 고개를 쭉 기대어 어질어질한 채로 잠깐 눈을 감았다. 후.. 힘들다.

 

 "누나"

 

 ?

 

 누구래.. 눈을 가늘게 살짝 떴더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ㅈ.. 주나.."

 혀가 꼬였다.

 

 "? 이 누나 취했네"

 "아.. 아니.."

 나는 자세를 고쳐 바로 앉았다.

 

 "뭐해"

 "나.. 잠깐 아이스크림 사러.. 복학.. 했나 봐?"

 "응"

 "아~ ..잘 지냈어?"

 "아니 누나가 나 차서 못 지냈지"

 "야 네가 헤어지자고 했잖아"

 "그 다음에 누나가 다시 나 찼잖아"

 "아오.."

 "그나저나 꼴은 그게 뭐야 만우절이라서 입은 거?"

 나는 내가 교복차림이란 걸 깨닫고 순간 창피해졌다.

 

 "뭔 상관? 넌 왜 여기 있냐?"

 "나 여기 사는데"

 민준이 편의점 건물을 가리킨다. 아.. 여기 편의점 위도 원룸이었지..

 

 "그 웃기지도 않은 반지 계속 끼고 다니는 거 보면 아직도 걔 만나나 봐?"

 민준이 내 손을 내려 보며 말했다.

 

 "이게 뭐가 어때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감쌌다.

 

 “..누나 번호 바꿨어?"

 “어.. 휴대폰 새로 사서.."

 "번호 알려 줘"

 나는 뭐에 홀린 듯이 민준이 내민 휴대폰에 내 번호를 찍었다.

 

 "연락해도 되지? 톡 할게. 나 간다"

 민준은 내 번호만 받고 돌아 섰다.

 

 “..이나 누나"

 "응?"

 몇 걸음 안 간 민준이 돌아보면서 다시 나를 부른다.

 

 "...술 냄새 나. 얼른 집에 들어가"

 민준은 한마디 더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 근데 의외로 괜찮네..?

 대화 좀 자연스럽지 않았나?

 내가 번호를 왜 알려줬지? 으으..

 

 아, 전화 온다.

 

 "여보세요?"

 "야 송이나 아이스크림 사러 간 애가 왜 안 와?!!!"

 "아 맞다! 미안!! 지금 들어갈게"

 아이스크림이 담긴 봉지를 만져 보니 조금 흐물한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

 .

 

 지혜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서 곯아 떨어졌다.

 나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엎드려서 민준에게서 온 톡을 보고 있었다.

 

 [010-1136-1218 이거 내 번호야 저장해 놔] 오후 11:32

 

 준이도 번호 바꿨나 보네.. 나는 '서민준'이라고 주소록에 새로 등록했다.

 카톡에 새로 뜬 민준의 프사를 보니 민준의 사진이 보인다.

 아직 짧은 머리가 귀엽다. 흠... 역시 잘 생겼군, 더 잘 생겨진 것 같은데.. 헤헤..

 

 "뭐 보냐..?"

 씻고 나온 아영의 얼굴이 슥 휴대폰 화면을 가린다.

 

 "뭐야 이거 서민준 아니야? 뭐야"

 "아니.."

 "얘 만났어?"

 "아까 아이스크림 사러 나갔을 때 우연히..."

 

 "그래서 내가 배 즙을 마셔야 했던 거냐...?"

 "야 탱크보이 원래 그래"

 "원래 그렇긴 뭐가 그래! 이놈의 기집애 너 김재혁은 또 어쩌려고“

 "내가 한 거 아니야! 서민준이 연락 한 거거든?“

 “그거나 그거나!!! 어휴... 그러다 너 또 사고 친다?”

 "나.. 음.. 별 일 없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잠이나 자~ 너 내일 2교시라며"

 "응.."

 "불 끈다"

 

 .

 .

 

 그 날 이후로 별 다른 사건은 없었다. 민준과 나는 가끔 톡을 주고받았는데,

 그냥 평범한 얘기만 나눴다. 오늘 일출관 점심 메뉴가 뭐냐던가, 내가 들었던 교양을

 민준이 신청 했는데, 수업이 어떻냐든가... 그 동안 내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길, 벚꽃 나무에 등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벚꽃이 유명한 우리 학교는 매년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이렇게 밤에도 등을 밝혀 둔다.

 이 때는 노점상들도 많이 들어 와서 야시장 분위기도 나고, 말 그대로 벚꽃 축제다.

 

 나는 괜히 지름길이 아닌 길로 돌아서 내려 왔다. 좀 멀지만 분수대가 있는 길이다.

 사람들이 다들 벚꽃 길에 몰려 있어서 분수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누나 벚꽃 보러 갈래?] 오후 5:40

 

 나는 2시간 전에 온 톡을 내려 봤다.

 선뜻 그러자고는 답을 못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보러 가고 싶다.

 작년 벚꽃 아래에서 민준과 이별을 한 이후 벚꽃을 보면 그 때가 생각나 마냥 좋은 기분만 들진

 않았기 때문이다. 민준과 다시 벚꽃을 보면 새로운 기억을 덮어 쓸 수 있지 않을까.

 

 [나 지금 분수대에 있는데.. 올래?] 오후 7:52

 

 1은 없어 졌는데 답장이 없다.

 

 "이렇게 늦게 보냈는데, 올 리가 없지..."

 10분 정도 기다리다,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멀리서 민준이 보인다.

 

 "안 올 줄 알았는데.."

 "오라며"

 내가 오라고 하긴 했지.. 까칠하기는

 

 "아까 네가 먼저 벚꽃 보자고 했잖아"

 "가자“

 나는 어정쩡하게 민준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뛰어 올라 왔는지 민준이 조용히 숨을 몰아쉰다.

 

 "우와 예쁘다"

 벚꽃 길 한가운데서 하늘을 올려 보니 까만 밤하늘에 벚꽃이 가득 차 있다.

 

 "그러게, 예쁘네"

 뭔가 가슴이 벅찼다.

 힘들어서 그만하자고 해 놓고, 그리웠던 민준이 다시 나타났다.

 

 "와 준아 저것 봐 솜사탕 엄청 크다"

 벚꽃 나무 아래에서 솜사탕을 팔고 있었다.

 

 "하나 사줄까?"

 "응?"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민준은 이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자"

 "와.. 고마워.."

 나는 내 얼굴보다도 훨씬 큰 솜사탕을 들고 민준이 옆에서 걸었다.

 

 벚꽃을 닮은 솜사탕은 달콤했다.

 혀끝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리는 솜사탕이 달아서 그런 건지 가슴이 콩콩 뛰었다.

 큰일났다.

 

 나는 솜사탕을 먹으며 학교 벚꽃 길을 그와 함께 걸었다. 딱히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분명 대화는 끊기지 않았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안 난다.

 

 "들어 가~ 나 간다"

 "응 바래다줘서 고마워"

 민준은 대답 대신 손만 살짝 흔들고 멀어져 갔다.

 

 후아아

 심장이 쿵쾅대서 혼났다. 그냥 산책만 한 것뿐인데 왜 이러지.. 후.

 

 .

 

 "나 왔어~"

 "다 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아영이 말했다.

 

 "ㅁ..뭘?"

 "너 서민준 하고 있다가 왔지?"

 "어떻게 알았어?"

 "말소리 나길래 창문으로 슬쩍"

 "으으.. 아영아 나 어쩌지..."

 나는 신발도 안 벗고, 현관에 주저앉아서 아영에게 물었다.

 

 "저거 또 서민준한테 홀렸구만"

 "나... 재혁이 정리해야 할 것 같아. 헤어져야 맞는 것 같아“

 “그걸 이제 깨달았냐”

 “서민준한테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게 진정한 사랑 아닐까?"

 

 .

 .

 .

 

 "개똥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치? 사람 뽑아서 인수인계를 두 달 동안 하고 나서 나가래"

 "그게 네가 맨날 욕하던 부장이 한 소리야?"

 "어!! 진짜.. 부장 새끼..."

 지혜가 앞에 놓인 소주를 원샷한다.

 

 "워워.. 천천히 마셔"

 "지혜야 우리 기분 전환 할겸, 내일 교복 입고 놀래? 만우절이잖아“

 “야 우리 내일모레 서른이야 이제”

 "...알아.. 그냥.. 말이라도 꺼내 봤어.. 우리 교복 입고 대학로 갔던 거 생각나서...“

 세월이 야속 해진 나는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여기가 저쪽 집보다 오징어 회는 더 괜찮은 것 같아"

 "응 나 회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징어는 맛있네"

 아영이 상추에 오징어 회를 듬뿍 올리며 말한다.

 

 "하아~ 또 봄이구나~ 마지막 20대네"

 "그러니까.. 서글프다 뭔가"

 "그래도 옛날 얘기 하면 재미있지 않냐?"

 "맞아 그 땐 그랬지.. 아아악 회사 생활 지겹다"

 

 .

 

 봄

 추운 겨울이 있기에 봄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한다.

 겨울이 추웠기에 얼어붙은 뒤에 찾아오는 따뜻한 봄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확실히 매서운 바람만 맞다가 어디선가 따뜻하고 향긋한 봄내음이 느껴지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학교에서 내게 찾아온 마지막 봄은 ‘설렘’이었다.

 이미 나는 예감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내가 그를 다시 만난다면 분명 또 흔들릴 것을.

 

 함박눈이 펑펑 내려도, 살을 에는 추위가 있었어도, 봄은 꼭 찾아온다.

 언제 추웠냐는 듯이 흘러드는 따스한 봄바람처럼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도 같이 흘러 내렸다.

 

 역시, 이번에도 난 주워 담을 수 없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오징어회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밤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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