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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15. 무투대회 예선
작성일 : 18-12-26 03:39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4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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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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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32명이 참가한 베로아 무투대회는 승자 진출전으로 방식으로 치러진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 기간의 첫째 날과 둘째 날에 거쳐 진행되며, 오늘은 16강까지 진행되고 내일은 8강부터 결승까지 진행된다. ......라고 진행위원에게 받은 종이에 쓰여 있었다.

  경기 수준은 선수 간의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진 몇몇 경기를 제외하고는 흥미진진해서 재밌었다. 마리는 “어설프네.”라고 작게 속삭이기도 했지만 그건 이 여자가 특이한 거고. 다른 관객들은 다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대회는 신속히 진행되어 베니의 순서가 되었다.

 

  “자! 드디어 왔다! 우리 마을 사람이라면 이 여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베로아 마을 최고의 검사! 자경단원! 베니!”

 

  진행자의 우렁찬 목소리로 소개된 베니는 경기장 위에 올랐다. 마을 사람이라 그런지 다른 참가자보다 환호가 더 컸다. 가벼워 휘두르기 편해 보이는 목검을 손에 쥔 그녀의 굳은 얼굴에서 이 시합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상대는! 아니 이럴 수가?! 옆 마을인 타곤 마을에서 온! 참가자 중 최고의 거구를 자랑하는! 자린!”

 

  경기장에 올라가는 상대를 보고 나는 숨을 삼켰다. 저게 사람인가? 사람 턱이 저렇게 각질 수가 있나? 몸집은 왜 저렇게 커? 고릴라가 아니야? 선택한 무기도 길고 두꺼운 봉이라 그런지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두 명이 마주 서자 체급 차이는 더 확연히 비교되었다. 여성의 평균치인 베니에 반해 자린이란 사람은 인간으로서 규격 외였다.

  그는 실실 웃으면서 베니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니는 눈을 감은 채 대꾸하지 않았다.

 

  “한 대 맞으면 부러질 것 같은데요?”

 

  마리의 말은 맞았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마을에서 온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베로아 마을 사람이어도 ‘베니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저건 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는 부디 크게 다치지 않고 경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으리라.

  하지만 난 그 대부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넌 베니 검 쓰는 거 본 적 없지?”

  “네? 아 그렇죠. 마을에서 검 휘두를 일이 많지 않으니까.”

  “그럼 잠자코 봐바. 한 대 맞으면 부러진다....... 부러지겠지. 맞으면 말이지..”

  “자 그럼 시합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시작!”

 

  두 명 사이를 손으로 가로막고 있던 진행자가 빠져나가고, 자린은 큰 키를 이용해 마치 작살을 꽂듯 베니를 향해 봉을 찔렀다.

  직후, 승자가 결정됐다.

  한순간이었다. 베니는 몸을 오른쪽으로 회전시키며 자린의 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발뒤꿈치로 그의 발을 찍어 밟고 원심력을 이용해 배에 팔꿈치를 쑤셔 박았다. 그리곤 그대로 다시 몸을 정면으로 돌리며 옆으로 빠져나왔다. 남아있는 원심력으로 휘둘러진 목검의 끝은 어느새 그의 턱밑에 닿아있었다. 자린이 발과 배에 고통으로 부들부들 떨며 쓰러지는 동안에도 베니는 검 끝을 턱밑에서 거두지 않았다. 상대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경기장에 정적이 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들 상황파악을 못 하는 듯 했다.

 

  “겨, 경기 종료! 승자 베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승자 선고를 하며 황급히 경기장으로 올라가 둘을 때어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직후,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박수가 쏟아졌다.

  대부분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어 버린 여검사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절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린에게 돈을 걸었던 도박꾼들이었다. 그대로 거품을 물고 쓰러진 아저씨도 있었다. 샘통이다.

  박수와 환성 속, 마리는 ‘아리스’의 얼굴을 유지하는 것도 잊고 입꼬리를 경박하게 찢어 올린 마리의 웃음을 지었다.

 

  “재밌네! 재밌어! 베니 저거 보통내기가 아니네! 아하하하!”

  “그치?”

 

  친구의 선전에 왠지 모를 자랑스러움이 느끼고 있을 때, 경기장을 내려오던 베니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나는 축하와 응원의 의미로 주먹을 들어보였다. 베니는 미소 지으며 나와 똑같이 주먹을 쥐어 보였다. 주먹의 의미를 착각한 관객들에게서 더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깜짝 놀라 주먹을 거두고 쏜살같이 경기장을 내려가는 그녀에게서 방금 전까지 뿜어내던 엄청난 기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렇게 잘난 실력을 가졌다면 좀 더 드세도 될 텐데.

  ......뭐, 그게 쉬울 린 없나.

 

 

  * * *

 

  이후 펼쳐진 32강과 16강에서도 베니는 속전속결의 압승을 거뒀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참가자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베니인 듯했다. 하긴 남정네들만 있는 대회에서 유일한 여성참가자이며 출중한 실력까지 갖췄으니 안 그럴 수가 없다.

  오늘 예정되어 있던 모든 경기가 끝나고, 객석에 앉아있는 우리에게 다가오던 베니는 몇 번이나 사람들에게 붙잡혀 칭찬과 응원세례를 반강제로 받았다. 우리에게 도착한 베니는 수십 경기는 치른 듯 지쳐 보였다. 경기는 하나도 힘들어 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상대하는 걸 피곤해하다니. 너무 그녀다워 피식 웃음이 났다.

 

  “......힘들어.”

  “유명인의 숙명이지.”

  “역시 나오는 게 아니었어. 귀찮아.”

  “너 그 말 너한테 진 참가자들에겐 하지 마라? 안 그래도 아예 박살이 나서 자존심도 박살 났을 텐데 그런 말까지 들으면 무예의 길을 접어버릴지도 몰라.”

  “안 해. 대련자 간의 예의는 지켜야 하니까.”

  “이미 예의는 박살난 것 같은데요?”

 

  갑자기 마리가 끼어들었다.

 

  “무슨 소리죠? 마, ......리스.”

 

  마리스는 누구야. 마리와 아리스의 혼종인가?

  마리는 앞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청년이 서있었다. 베니의 16강 상대였다. 거리는 우리의 대화가 들렸을 만큼 가까웠다.

 

  “......아.”

 

  베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청년의 얼굴엔 경박한 미소 대신 씁쓸한 미소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마음에 상처를 입은 표정이었다. 베니는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했다.

 

  “아, 아니 저, 그게 아니고. 제 말은 경기가 힘들어서.......”

  “......정말 실력이 좋으시던 데요! 감사했습니다!”

 

  베니의 말을 끊고 외친 그는 몸을 획 돌려 빠른 걸음으로 달아났다. 뒷모습에서 ‘나 토라졌어요.’하는 기운이 팍팍 뿜어져 나왔다. 멀어지는 그에게 손을 뻗은 베니는 “아... 아.......” 하고 탄식하더니 이내 고개와 팔을 축 늘어트렸다.

 

  “심한 짓 해버렸다.......”

  “그렇게 자책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미안하잖아.”

  “애초에 이 정도로 마음이 꺾이면 그냥 거기서 끝인 거야. 신경 안 써도 돼. 진짜 될 놈이라면 ”내가 저런 진지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지다니!“라며 이를 갈고 수련할 테니까 오히려 은인인 샘이지.”

  “마렌. 너무 베니 편드는 거 아니에요?”

  “사실이니까.”

  “후후후. 역시 두 분은 사이가 좋네요.”

 

  마리는 나와 베니를 번갈아 보며 얄밉게 웃었다. 아, 저건 분명 일부러 저러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베니가 반응했다.

 

  “......왜 그렇게 웃죠?”

  “제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나요? 너무해요 베니.”

 

  둘은 서로를 노려봤다. 베니는 대놓고 언짢은 표정이고 마리는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빈정거리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둘은 사이가 좋지 않다. 막 싫어하는 것 아닌 듯하지만....... 극도로 궁합이 안 맞는다고 할까. 마리가 베니의 신경을 건드리면 베니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모습을 마리는 즐긴다. 둘이 만나면 항상 일어나는 흐름이다. 둘을 보고 있으면 얄미운 쥐가 나른한 고양이의 주위를 맴돌며 귀찮게 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만 좀 싸워. 둘 다 질리지도 않아?”

  “어머 마렌. 저희가 언제 싸웠다고 그러세요? 저랑 베니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요.”

 

  금세 표정이 풀어진 마리와 달리 베니는 아직도 뾰로통했다. 그리고 말했다.

 

  “......난 이만 갈게.”

  “갑자기? 화나서 그래?”

  “아니야. 시합도 끝났고, 아까 보니까 내일 상대하게 되는 사람들은 좀 강한 것 같아서 준비하고 싶어.”

  “......그렇담 뭐.”

  “응. 내일 봐.”

  “잘 가요. 베니. 내일은 시로아랑 그래스트 씨까지 다 같이 응원할게요.”

 

  베니는 대답 없이 등을 돌리고 걸었다. 그녀가 멀어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쟤 좀 그만 건드려라. 안 그래도 놀림 같은 거에 내성 없는 애한테 왜 그러냐?”

  “재밌는 걸 어떻게요. 저를 보고 낑낑대는 게.”

  “그건 또 무슨 변태 같은 소리야?”

  “못 느끼셨어요? 전 너무 잘 보이는 데.”

 

  마리는 오른 주먹을 내밀더니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옛날 어느 마을에 남매와”

 

  잠시 말을 멈추고 엄지를 폈다.

 

  “여자 한 명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주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너무나 견고해서 마치 하나의 성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마리는 왼손 검지를 오른손에 갖다 댔다.

 

  “갑자기 웬 불청객이 이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네요. 남매는 괜찮아하는 것 같은데...... 이 여자는 상당히 불편해하네요? 왜 그럴까요? 혹시 아세요?”

 

  난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마리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거는 긍정을 우회적으로 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죠. 알려주면 안 되나요? 너무 궁금한데?”

  “......그런 거 내가 알 리가 있겠냐.”

 

  마리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거북했다. 파란색 외눈이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녀는 한참이나 나를 응시하더니 이내 밝은 어조로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럼 저도 슬슬 갈게요. 오늘 고마웠어요 마렌.”

  “......그래. 잘 가.”

 

  콧노래를 부르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진짜 저 미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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