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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14. 축제 즐기기
작성일 : 18-12-26 02:36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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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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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첫날. 조용한 평소와 달리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잠에서 깬 시각은 정오쯤 이었다.

  베니가 참가하는 무투대회 예선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늦은 아침도 먹고 여기저기 구경이나 할 겸 집을 나섰다.

  마을의 모든 길거리에 노점과 사람들이 가득했다. 포장마차 앞에 깔린 간이식탁에서 술을 먹는 아저씨, 다트 던지기를 하며 꺅꺅거리는 젊은 연인, 음식재료를 낑낑거리며 나르는 점원 등,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얼굴에 활기가 넘쳤다. 내가 어렸을 적엔 이 정도 규모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없는 동안 상당히 발전한 것 같다.

  그런 감상을 하며 길을 걷다 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슬슬 뭘 먹어야겠다 싶어 뭘 먹을지 고민하다 문득 시로아가 시장에서 아줌마들의 포차장사를 돕는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배도 채우고 매출도 올려줄 겸해서 가보기로 했다.

  시장으로 가는 길. 마을 광장을 가로질러 가던 중 광장 언저리에 설치된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앞엔 ‘의료 지원’이라 써진 표지판이 서 있고 안에는 훌쩍거리는 남자아이와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 그리고 남자아이의 까진 무릎에 약을 발라주고 있는 그래스트 형이 있었다.

  약을 다 바른 형은 호쾌하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모자(母子)는 허리 숙여 인사한 다음 천막을 나갔다. 난 치료도구를 정리하는 형에게 다가갔다.

 

  “형. 뭐해요?”

  “안녕. 뭐하긴 의료지원이지.”

  “축제 날 까지 고생하네요.”

  “누가 아니래. 하아, 술이나 마시고 싶다.”

  “한잔 사다 줘요?”

  “됐어. 일할 땐 안 마신다. 넌 어디 가냐?”

  “밥이나 사 먹고 어슬렁거리다가 무투대회 예선이나 보려고요.”

  “베니가 나간다는 그거?”

  “네. 그런데 형은 왜 안 나가셨어요? 형도 나가면 우승후보 아니에요?”

  “귀찮아. 그런 거에 흥미도 없고.”

  “그 다부진 팔뚝으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시끄러 인마. 바쁘니까 가던 길이나 가.”

  “예. 갈게요. 고생해요.”

  “나중에 같이 한잔하자.”

  “예~.”

 

  다시 시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시장에 도착했다. 평소에도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곳이 오늘은 한 층을 넘어 두세 층은 더 붐볐다. 힘겹게 인파를 가로지르며 시로아가 일하는 포차로 향했다. 포차의 천막 안에 들어서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아....... 사람 진짜 많네.”

  “어. 오빠 왔어?”

 

  앞치마를 두른 시로아가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매상 좀 올려주려고 왔다.”

  “그거 고맙네. 아무 데나 앉아. 주문은 뭐로?”

  “난 아무거나 좋으니까 추천메뉴로 부탁해.”

  “네네. 앉아서 기다리셔. 아, 저기 마ㄹ... 아니, 아리스 언니도 있으니까 같이 먹던가?”

 

  시로아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비싸 보이는 옷을 걸친 청년 두 명과 그 사이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마리가 있었다.

 

  “아가씨. 술 좋아하나 봐?”

  “네에~. 잘 못 마시지만 좋아해요오~.”

 

  누가 술은 잘 못 먹는다고? 그럼 내가 본 그 주당은 죽었나?

  그때 남자 한 명이 음흉한 눈빛으로 식탁 아래의 손을 마리의 허벅지로 천천히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이 목적지에 다다를 일은 없었다.

 

  “어? 마렌? 왔어요오?”

 

  마리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나에게 손을 들며 인사했다. 그 몸짓이며 살짝 꼬부라진 혀이며 살짝 취한 듯 상기된 얼굴에서 피어난 웃음까지. 내가 아는 그 도둑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예쁘고 참한 여인이 흐트러진 모습이겠지만 나에겐 가증스럽게만 보였다. 솔직히 좀 무섭다.

 

  “술 잘 마셨습니다 오빠들. 가볼게요오~.”

 

  마리는 두 청년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곤 나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떠나가는 그녀를 보며 황당하단 표정을 짓는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마렌~. 어디 앉을 거야? 저기 구석에 앉자~.”

  “......네 맘대로 해라.”

 

  마리가 앉자고 한 곳은 두 청년과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들과 등진 채로 앉은 그녀는 씩하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뭣 모르는 귀족 집 자식만큼 갖고 놀기 쉬운 녀석들이 있을까? 난 평생 못 찾을 것 같아.”

  “‘아리스’는 남자 꾀어서 얻어먹는 짓 같은 건 안 하지 않아?”

 

  내 질문에 그녀는 싱긋 웃더니 귀를 가까이하라 손짓했다. 귀를 대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술 못하는 순수한 아리스가 다른 마을에서 온 못된 기생오라비들에게 나쁜 짓을 당할 뻔했다.’가 될 거니까 괜찮아. 이 마을에서 아리스는 무적이거든. ......그리고 설정 같은 거 얘기하지 말아줘?”

 

  담담하게 말한 마지막 부탁에서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졌다.

  멀어진 마리의 얼굴은 ‘아리스’로 돌아가 있었다. 사람의 분위기라는 게 이렇게 휙휙 바뀌는 거였나? 진짜 볼 때마다 놀라울 따름이다.

 

  “......네가 짱해라.”

  “응? 뭔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이윽고, 시로아가 가져온 음식은 산나물을 넣은 돼지고기볶음이었다. 보통 이런 건 야채만 많고 고기는 쥐꼬리만큼 든 게 보통인데 이건 둘 다 많았다. 아니 너무 많은데? 이게 2인분? 4인분 아니야? 맛도 만족스러웠다. 축제음식 특유의 거친 맛은 이때만 즐길 수 있는 별미이리라.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마리와 포차를 나왔다. 인파는 여전했다. 여기선 아무것도 못 하겠다 싶어 일단 시장을 벗어나기로 했다.

  시장을 나오자마자 마리가 내게 물었다.

 

  “이제 어디 갈 거 에요 마렌?”

 

  ‘아리스’행세를 하는 마리의 존댓말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질색하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씩 웃었다. 그 표정에서 가면 뒤에 숨어있는 마리의 본모습이 조금 비춰 보였다.

 

  “......슬슬 무투대회 예선전 시작이니까 거기 가서 구경할 건데.”

  “베니가 나오는 거 말이죠?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맘대로 해라. 네가 싫다고 안 따라올 것도 아니고.”

  “잘 아네요?”

 

  우리는 무투대회 장소로 향했다.

  무투대회장은 이미 왁자지껄했다. 경기장으로 보이는 허리높이의 커다란 정사각형 단상 주위로 사람과 의자가 가득했다. 커다란 천막 아래에서 참가자들의 설명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는 진행위원, 그 종이를 보며 누가 이길 거라 품평하는 청년, 줄을 걸어 목에 걸 수 있게 한 판자 위에 주전부리를 올려놓고 장사하는 소년, 그걸 사 먹으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여인들, 구석에 자그맣게 세워진 도박장엔 한탕 대박을 노리는 어리석은 사람들 까지. 이번년도에 처음 개최한 건데 이정도 대 성황 아니야?

  나와 마리는 적당한 의자에 앉았다. 이윽고 마리가 손을 들어 장사하는 소년을 불렀다. 싹싹한 웃음을 지으며 달려온 소년에게 마리는 눈깔사탕 두 개를 샀다. 하나는 곧장 자기 입으로, 남은 하나는 나에게 건넸다.

 

  “자, 먹어요.”

  “사주는 거야?”

  “아까 곱창볶음 얻어먹었으니까 이건 답례에요.”

  “......그러네. 너무 자연스럽게 먹어서 이상한 걸 못 느꼈네. 시로아도 자연스럽게 2인분을 가져다줬고. ......아니, 잠깐 답례라기엔 가격 차이가 너무 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제가 ‘아~.’해줄게요. 자, 아~.”

 

  마리는 사탕을 내 입으로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뭐야. 왜 이래. 무서워.

 

  “뭐야. 하지 마.”

 

  마리는 그대로 멈춰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나와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찰랑이며 흐르는 금색 머릿결, 영롱하게 빛나는 왼쪽 눈동자, 오똑한 코, 윤기 나는 빨간 입술, 사탕 덕분에 볼록 튀어나온 새하얀 뺨. 남자라면 누구나 아름답다 생각할 외모다.

  말없이 계속 마주 보고 있자니 점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마리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층 더 가까이 사탕을 입술로 내밀었다.

 

  “이런 거 부끄러워하는 성격? 그럼 더해야지. 자, 아~.”

  “너 그래스트 형이랑 알콩달콩한 설ㅈ... 아니 사이 아니었어?! 이래도 되냐?!”

  “남자입장에선 그쪽이 더 불타지 않나요?”

  “뭔 소...!”

 

  내 말은 고함은 끝까지 가지 못했다. 마리는 내 입이 벌려지는 순간에 맞춰 눈깔사탕을 쏙 집어넣었다.

 

  “맛있죠? 제가 먹여주는 달콤한 사탕.”

 

  나를 놀리듯 생긋 웃는 그녀에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사탕만 굴렸다. 그리고 저 모습은 다 꾸며낸 거고 저 머릿속은 나를 놀릴 생각이 가득하다는 걸 알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 버리고 마는 나를 저주했다. 역시 가랑이 사이가 문제다. 가랑이 사이가!

  이윽고, 진행위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단상위로 올라가 외쳤다.

 

  “베로아 마을 무투대회가 시작됩니다! 모두 주목해 주세요! 곧 예선 1전이 시작됩니다!”

 

  관객들이 환성과 함께 무투대회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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