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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13. 비일상들이 녹아든 일상
작성일 : 18-12-26 01:47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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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가 베로아 마을에 눌러앉은 지도 2개월 정도가 흘렀다. 그녀의 근황을 말하자면 완치되어(외눈이 된 건 별수 없지만.) 마을의 주민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처음 그녀가 한동안 이 마을에 눌러앉겠다고 했을 때. 난 “마을에 공개 수배서가 쫙 깔렸던 주제에 어떻게 살 건데?”라고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들었다.

  기가 차는 신기함에 어떻게 한 거냐고 묻자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사람이란 자기랑 관련 없는 건 싹 잊어버리는 동물이거든. 거기다 내가 조금만 분위기를 바꿔주면 수배지를 만들었던 자경단원들과 피해자 본인도 못 알아보지.”

 

  그 답변에 반박하고 싶은 것이...... 물론 사람은 망각을 밥먹듯이 하는 존재이긴 하다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마리가 바꾼 ‘분위기’가 더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자신의 외견을 대단하게 바꾼 건 결코 아니었다. 안대를 쓰고, 상한 머리카락을 어깨높이까지 자르고, 최대한 소박한 복장을 하며, 여러모로 미친 성격 대신 밝고 싹싹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누가 봐도 지명수배됐던 도둑이 아닌 어느 날 마을에 정착한 애꾸눈 여성이었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정착한 것을 의심받지 위해 그래스트 형과 작당해 설정도 만들었다고 한다.

  마을 밖에서 약재를 사 돌아오던 의사 그래스트. 산길을 걷고 있는 그의 눈에 산적에게 포박당해 끌려가는 한 여인이 보였다. 그래스트는 불타는 정의감에 그들을 향해 돌진. 다 때려눕히고 여인을 구출해낸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며 다시 길을 가려 하지만 여인은 그에게 달려와 옷소매를 붙잡고 말했다.

 

  “저를 도와주신 분을 따라가겠어요.”

 

  ......이하 생략. 무슨 삼류 연애 소설이냐. 퉤.

  놀랍게도 이 설정은 기가막히게 먹혔다. 마을 사람들은 “남자를 좋아하는 거 아니냔 소문이 돌던 그래스트가 드디어 짝을 찾았구나. 경사구먼 껄껄껄.”, “운명적 사랑이라니...... 꺄아! 부러워!”, “둘이 잘 어울리지? 부럽다~.”, “아리스. 단둘이 있을 때 그래스트 씨는 어때?”라며 둘을 축복했다. 하긴 외견만 보면 둘 다 미남, 미녀니 엮으면 좋은 그림이 된다. 덤으로 아리스는 마리의 가명이다. 덤으로 ‘아리스’는 마을의 여인들 사이에서 귀엽고 챙겨주고 싶어지는 철부지 동생 같은 존재로 통한다고 한다. 아니 그게 대체 누군데?

  그래서 그 정의의 사도와 동생 같은 여인은 뭘 하고 있느냐면.......

 

  “그래스트으? 벌써 지친거야아? 약하네에~?”

  “나를 뭐로 보고! 이딴 것쯤은 한 번에 다 마시지!”

  “잘한다. 잘해~. 푸하하하하!”

 

  우리 거실에서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는 중이다. 그들의 주위엔 빈 술병들이 무질서하게 깔려 있었다. 뭐가 운명의 짝이야. 서로 작당하고 내 집 거실을 어지럽히는 흉악범죄자집단이지. 밖에서는 설정 때문에 마음껏 못 마신다는 이유로 3일에 한 번은 내 집에 쳐들어와 술판을 벌여댄다. 진짜 나잇값 못하는 사람들.......

  내일 아침 정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해 한숨이 나왔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는 베니가 나를 동정하듯 한숨을 쉬었다.

 

  “......둘 다 정말 지치지도 않는구나.”

  “도대체 어떻게 저게 다 들어가는 거지? 배 누르면 그대로 입으로 뿜어져 나올 것 같은데.”

 

  베니는 내 말을 상상하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런 말하지 마.”

  “미안.”

  “으베.......”

 

  베니의 무릎에 누워 잠든 시로아가 잠꼬대로 입맛을 다셨다.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있는지 얼굴이 시뻘겠다.

 

  “얘는 잘 마시는 것도 아니면서 왜 저 인간들한테 맞춰 먹느냐고.”

  “마리 씨의 이야기를 듣다 무심코 마신 거 아닐까?”

 

  처음엔 ‘미친 것 같아.’라며 마리를 피하던 시로아 였지만 요즘에 와선 마리와 꽤 친하다. 굳이 따지자면 마리라는 인간 자체를 좋아 한다 기보단 마리가 해주는 절도담과 모험담을 좋아한다. 마리가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 할 때 마다 시로아는 눈을 초롱거리며 경청한다. 우리 5명의 술자리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베니는 미소 띤 얼굴로 시로아를 내려 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양을 보살피는 자애로운 마난다 여신 같아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요즘 축제준비 때문에 바쁘기도 할 거고. 그래서 폭주한 거 아닐까?”

  “......뭐? 아, 미안 못 들었어. 나도 취했나 보네.”

 

  멍한 정신을 겨우 다잡았다. 베니는 낮게 웃었다. 그녀도 술기운 때문이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축제준비 때문에 바쁘기도 할 거고. 그래서 폭주한 것 같다고.”

  “시로아 같은 애도 할 게 많나?

  “시로아 인기 많고 청년단이랑 상인단에 둘 다 속해있으니까, 여기저기서 불릴 거야.”

 

  우리가 말하는 축제란 해마다 이 시기에 열리는 ‘베로아 마을 과일 꿀 절임 축제.’다. 어느 마을에나 흔히 있는 마을 축제지만 베로아 마을의 경우 조금 경우가 달랐다. 과일 꿀 절임이란 확실한 특산품이 있는 탓에 변두리 지역의 마을치곤 상당히 규모가 컸다. 다른 마을의 귀족과 거상들도 꽤 많이 오기에 마을의 명예 적으로도 돈벌이 적으로도 허투루 할 수 없는 행사다. 촌장님을 주축으로 청년단, 상인단, 자경단으로 구성된 축제준비위원회가 축제를 준비하는 태도의 진지함은 ‘우리끼리 노는 거 좀 대충하면 어떠냐~.’라는 식의 다른 마을 축제와는 궤를 달리했다.

 

  “자경단은 뭐해?”

  “힘쓰는 일 지원. 축제 땐 순찰 및 경비.”

  “힘들겠네.”

  “......그리고 몇 명은 무투대회 참가.”

  “무투대회? 그런 게 있었나?”

  “이번에 생긴데.”

  “재밌겠네. 넌 참가해?”

  “......응. 아저씨들이 거의 반강제로 시킨 거지만. 상금 타오라고........”

 

  아저씨는 자경단 소속 아저씨들을 말하는 거겠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나가기 싫다 손사래 치는 베니에게 쓸데없이 호쾌한 아저씨들은 “야! 우리는 돕기만 하고 뭐 얻는 게 없잖아! 상금이라도 타와 줘!” 라며 신청서를 들이민다. 베니는 받은 신청서를 곤란하게 쳐다보다 결국 체념하고 작성한다.

 

  “너 정도면 그냥 1등 아니야?”

 

  베니는 어릴 적부터 검을 익혀온 실력자다. 한 싸움한다 싶은 사람들만 모인 자경단 내에서도 베니를 1대1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근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흘리고 가볍고 날카로운 세검으로 급소를 찌르는 특유의 검술은 그녀의 겉모습을 보고 얕본 상대를 자지러지게 하기 충분하다. 어릴 적 목검 놀이를 하며 호되게 당해봤기에 잘 안다.

 

  “다른 마을 사람도 참가하니까. 쉽게는 못할 거야.”

  “네 급의 실력이 어디 흔치는 않을 거라고 본다만.”

  “그러면 좋겠네.”

  “응원 갈게.”

  “응. 고마워.”

 

  대화가 끊겼다. 하지만 어색하진 않았다. 마리와 그래스트 형의 말소리로 시끌벅적하기도 하고. 애초에 할 말도 없는 데 대화를 억지로 이끌어가야 하는 관계도 아니다. 몇 개월 전 어색했던 관계는 이미 기억도 나지 않았다. 긴 인연은 그 간의 공백을 빠르게 매워주었다.

  멍하니 술기운이 주는 몽롱함을 즐기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입 밖으로 냈다.

 

  “왕립학원 들어간 뒤로 마을 축제 때 마을에 있었던 적이 없으니까 좀 기대되긴 하네. 이번 축제.”

  “......기대해도 될거야. 이번 축제는 촌장님이 특히 더 벼르고 계셔. ‘폭죽’이란 것도 한데.”

  “폭죽?”

 

  순간 귀를 의심했다. 폭죽? 설마 수도에서 축제 때 봤던 그 폭죽? 너무 비싸서 웬만한 도시 축제에서도 겨우겨우 쏜다는 그 폭죽?

 

  “그 비싼 걸 쏜다고? 이 시골 마을에서?”

  “마렌은 본 적 있어? 폭죽이란 거.”

  “수도에 있을 때 봤지. 축제 때마다.”

  “어때?”

  “예뻐. 정말 예뻐.”

 

  왕의 생일이기도 한 대축제가 다가오면 대학의 선배들은 시골 출신 신입생들에게 폭죽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신입생들은 겉으로는 순수한 척 “우와! 꼭 보고 싶어요! 기대 돼요!”라고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그까짓 예뻐 봤자 얼마나 예쁘겠어.’하고 코웃음 친다.

  그리고 축제 당일.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말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1년 뒤. 선배가 된 신입생은 후배에게 폭죽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매년 반복되는 절차다.

  수도에 살기 시작한 첫해, 나도 이 절차를 그대로 밟았다. 하늘에서 터지는 온갖 색깔의 향연은 그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폭죽은 나도 좀 기대돼.”

  “마음껏 기대치 올려. 그만한 가치가 있어.”

  “그럼 마렌을 믿고 기대할게.”

 

  그렇게 말한 베니는 싱긋 웃었다. 평소엔 잘 보여주지 않는 표정이 놀랍기도, 예쁘기도 했다. 나도 그녀를 따라 미소 지었다.

 

  “나만 믿어.”

  “응.”

 

  그렇게 밤은 깊어지고, 베니와 시로아에게 모포를 가져다주고 그대로 책상에 엎어져 잠든 마리와 그래스트 형은 그냥 내버려둔 다음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이불 속으로 들어가니 뭔지 모를 푹신한 덩어리가 느껴졌다. 이불을 들쳐보니 샤머니가 똬리를 틀고 자고 있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내쫓을까 싶다가 그건 또 너무 박정하다싶어 그냥 내버려두기로 하고 잠에 들었다.

 
작가의 말
 

 이 세계관에서 술은 성인식을 하는 13세부터 먹는다는 게 일반적 관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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