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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12. 쌓여가는 의문
작성일 : 18-12-26 00:58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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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무니없는 상황을 중재해 준건 그래스트 형이었다.

 

  “다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저분. 보시다시피 꽤 중환자거든? 치료해야 하니까 다들 딴 방 가 있어. 환자분은 다시 침실로 가시죠.”

  “어머. 의사가 제법 잘생긴 오빠네?”

  “그렇게 봐주신다면 영광입니다. 가시죠.”

  “신사적이기까지.”

 

  그렇게 마리와 그래스트 형은 침실로 들어갔고 나머지 넷은 부엌의 식탁에 둘러앉았다.

 

  “이건 오빠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시로아의 말에 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어.”

 

  난 지금까지 마리와 있던 일을 전부 설명했다. 처음 만날 날부터 가끔씩 내 집에 놀러 온 것. 석판을 건네준 장본인이라는 것. 근래엔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갑자기 저런 꼴로 찾아왔다는 것.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중이라 타인을 경계하고 있고 때문에 너희를 집에 못 들어오게 했다는 것.

  긴 이야기를 듣고 먼저 입을 연건 식탁 위 올라있는 샤머니였다.

 

  “저 여인이 내 제단의 조각을 들고 있었단 말이지? 흥미롭군. 치료가 끝나면 어떻게 입수한 건지 직접 물어봐야겠어.”

  “샤머니 아저씨. 괜찮아 그래도? 그럼 아저씨의 존재가 알려지잖아.”

  “저 여인이 그 조각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결과를 알 권리도 있다.”

  “아저씨가 괜찮다면 뭐. 근데 내가 말하고도 진짜 소설 같은 이야기네.”

 

  생각해보면 산 위에서 겪었던 환상적인 현상, 샤머니와의 만남의 계기가 마리인 셈이다.

 

  “......난 다른 것보다 저 사람이 쫒기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베니가 말했다.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렇지. 또 추적이 붙을까 봐 조심하는 눈치였고.”

 

  내 말에 베니가 고개를 저었다.

 

  “마렌. 나는 저 사람의 위험을 말하는 게 아니야.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뭐가?”

  “한 사람을 끈질기게 추적해서 저렇게 만들 정도의 사람들이야. 숨겨준 네가 안전할 거란 보장은 없어. ......아니, 오히려 위험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베니의 말이 맞았다. 백번 맞는 말이다. ‘내가 엄청난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좀 오싹했다.

  시로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언니. 걱정이 너무 심하다. 설마 그렇겠어?”

  “목숨이 위험한 일은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안 하는 게 당연해.”

 

  평소의 나른한 말투가 아닌 단호한 말투로 대답한 베니는 투명한 녹색 눈으로 내 눈을 똑바로 마주 봤다.

 

  “이젠 어쩔 거야? 저 사람.”

  “뭘?”

  “......계속 이 집에 있게 할 거야?”

 

  내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자 베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꽤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위험한 일인 건 알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다친 사람을 그냥 내보낼 수도 없잖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그건.......”

 

  베니는 골치 아프단 듯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때,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그래스트 형이 부엌으로 들어왔다.

 

  “일단 소독이랑 약 먹이는 건 끝났다. 덧나거나 그런 데는 없어. 눈은 진짜로 작살나버린 것 같지만.”

  “고생했어. 형.”

  “그래스트 씨.”

 

  베니가 그래스트에게 질문했다.

 

  “지금 저 사람이랑 얘기할 수 있나요?”

  “응. 큰상처가 있는 것뿐 다른데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베니는 의자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그에 맞춰 샤머니도 폴짝 뛰어 바닥으로 내려갔다.

 

  “오호. 이게 시장에 소문이 자자한 시로아의 고양이인가. 다들 귀엽다고 난리던데.”

 

  그래스트 형은 샤머니를 보더니 쪼그려 앉아 손을 뻗었다. 폭신해 보이는 둥근 두상에 손이 얹어지기 직전. 샤머니가 말했다.

 

  “만지지 마라. 난 베니 처자와 함께 도둑에게 가 물어볼 게 있다.”

  “......뭐?”

 

  순간 깜짝 놀란 그래스트 형이 기겁을 하며 손을 거뒀다.

 

  “뭐, 뭐야. 고, 고양이가 마, 말을 해?!”

 

  형이 자기 볼을 꼬집었다.

 

  “아픈데.......”

  “형. 진짜 말하는 거 맞아요.”

  “너희는 왜 안 놀라는 거야? 요즘 것들에게 고양이가 말하는 건 당연한 거냐?”

  “저희는 지금 형이랑 똑같은 반응을 이미 며칠 전에 했으니까요.”

  “며칠 만에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는 동물이 됐냐?”

  “말하려면 좀 많이 복잡해요.”

 

  대충 대답하고 나도 의자에서 일어났다.

 

  “저도 마리한테 가볼게요. 물어볼 게 있어서.”

  “아. 오빠. 나도 같이 가.”

  “나도 궁금해서 가봐야겠다. 너희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거냐?”

  “오시면 알아요.”

 

  우리 셋은 식탁의 의자를 하나씩 들고 침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리 온 베니와 샤머니가 각각 의자와 침대 모서리에 앉아 마리와 마주보고 있었다. 마리는 우리를 보고 미소 지었다.

 

  “다들 우르르 몰려오네?”

  “묻고 싶은 것도 말해줄 것도 있어서.”

  “말해줄 게 뭔데?”

  “석판 연구에 진척이 있었거든.”

  “......그건 좀 많이 듣고 싶네.”

 

  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방에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이건 역시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겠다 싶어 입을 열려는 순간, 샤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가씨. 뭐 좀 물어봐도 되겠나?”

 

  언제나 장난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는 마리도 이건 좀 놀라운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곤 씩 웃었다.

 

  “마렌. 이게 그 석판에 연구의 진척이야?”

  “일단 맞아.”

  “재밌네?”

 

  킥킥대는 마리에게 샤머니가 말했다.

 

  “내 질문에 대답해주면 더 재밌는 것도 알려주지. 해도 되겠나?”

  “응. 얼마든지 해. 고양이 씨.”

  “자네가 비석의 조각을 학자 양반에게 줬다고 하던데. 맞나?”

  “석판 말하는 거지? 응.”

  “아가씨는 대체 그 석판을 어디서 났지?”

  “훔쳤어.”

  “누구에게서?”

  “나 이렇게 만든 사람들.”

 

  자신에 눈을 가리킨 마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섬뜩할 만큼 무감정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시로아도 느꼈는지 질겁하며 몸을 뒤로 뺐다.

 

  “자세히 말해 줄 수 있나?”

 

  마리는 과거를 떠올리듯 골똘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내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였어. 문득 구석에 모자를 푹 눌러쓴 두 명이 보이더라고? 뭔가 소곤소곤 얘기하면서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에서 직감했지. 저건 뭔가 작당하는 녀석들이구나. 심심하기도 했고 슬쩍 미행했어. 예상대로 뒷골목에서 다른 무리에게 보자기로 단단히 싸인 무언가를 받더라고.

  흥미가 돋아서 그들이 마을에서 나가 산길에 접어들었을 때 덮쳐 뺐었어. 까보니까 듣도 보도 못한 문자가 그려진 석판이었어.

  암암리에 다니는 물건엔 재밌는 사정이 있기 마련이고 어떤 문자인지도 궁금해서 좀 조사해봤어. 하지만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 그때 마렌이 떠오른 거야. 약은 약사에게, 궁금한 건 학자에게. 그래서 마렌에게 가져다주고 다시 돌아다니는 데...... 갑자기 웬 무리가 나에게 달라붙더라고? 아주 죽일 듯이.”

 

  마지막문장을 강조하는 그녀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그녀의 몸에 난 상처가 그것이 말 그대로의 의미라는 걸 알려주었다.

 

  “진짜 이렇게 지독한 놈들은 처음이었어. 보통 그런 놈들은 번화가의 인파에 숨어들면 못 쫓아오기 마련인데 마을광장 한복판에서도 날 죽이려고 접근하더라니까. 밥도 못 먹고, 상처 좀 어떻게 해보겠다고 약 창고에 숨어들어 달이지도 않은 약재를 씹어 먹고. 진짜 별꼴을 다 봤지.”

  “그런 녀석들을 용케 따돌렸군.”

  “날 닮은 창녀에게 돈 쥐여주고 나랑 똑같이 위장시킨 다음 반대방향으로 보냈어. 진짜 최후의 최후의 발악이었는데 잘 먹힌 거 같아.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니었던 거지.”

 

  ‘그럼 그 창녀는?’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안 봐도 뻔하다.

 

  “그럼 아가씨도 조각이 어디서 발견된 건진 모른다는 얘기군?”

 

  마리가 끄덕이자 샤머니는 실망한 듯 꼬리를 내리고 입을 다셨다.

  이번엔 베니가 질문했다.

 

  “당신, ...마리 씨를 죽이려 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아니. 전혀. 도망치기에도 바빴거든.”

  “......그럼 여기에 숨어있다는 걸 알 가능성은?”

  “나와 마렌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걸 보면 적지 않을까? 광장 한복판에서도 죽이려 했던 놈들이 알면서도 시간을 끈다는 건 말도 안 되지.”

 

  합당한 추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니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어쭙잖은 생각이에요.”

  “마렌을 상당히 걱정하네? 무슨 사이?”

  “친구요.”

  “......친구라.”

 

  마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무례한 반응에 베니는 표정을 찡그렸다.

 

  “......갑자기 왜 웃죠?”

  “아, 미안해. 남자와 여자 사이에 단순한 친구 사이는 없다가 내 신조라서. 안 그래 마렌?”

  “......시답잖은 소리를 하지마. 장난칠 분위기 아니야.”

  “그런가? 미안. 아하하.”

 

  마리는 혼자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던 시로아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 저거 완전 미친년.......”

 

  누가 아니래냐. 백번 맞는 말에 한숨으로 긍정을 표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사람이랑 엮였을까.

  웃음을 멈춘 마리가 베니에게 말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맞아. 어쭙잖은 생각일 수도 있어. 그런데 어쩌지? 그 추론 이상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는데.”

  “......그럼 앞으로 어쩔 생각이죠? 다 나을 때까지 마렌의 집에 있을 생각인가요?”

  “글쎄? 아직 어느 집에서 머물진 생각 안 해봤네. 마렌 어쩔까?”

  “그걸 나에게 묻는 거야?”

  “집주인이잖아. 네가 날 내쫓고 싶다면 따라야지. 네가 이런 꼴로 찾아온 식객을 내쫓는 냉정한 사람이여도 따라야지. 아아, 내 가련한 운명.......”

 

  마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니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저런 말에 현혹되지 말고 제대로 생각해줘. 이건 장난이 아니야.”

 

  나에게 몰리는 두 명의 시선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둘 다 나한테 왜 그래.......”

  “오빠를 두고 두 여자가 싸우고 있어......!”

 

  머릿속으로 마리의 말과 베니의 말을 곱씹어봤다.

  솔직히, 베니의 걱정은 너무 비약적인 면이 있다. 물론 마리의 상황이 나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목숨이 위험한 일은 가능성 적더라도 피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누가 그런 걸 다 신경 쓰며 살겠는가? 게다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려 드는 집단 같은 건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리가 아무런 친분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벌써 내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집으로 놀러 온 몇 개월 동안 미운 정이 들었다. 대책없이 내쳐버리는 건 좀 꺼려졌다.

  하지만 이 생각을 말하자니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베니를 무시하는 것 같아 또 꺼려졌다.

  즉, 나도 모르겠다.

  거둬질 줄을 모르는 두 명의 시선에서 눈을 돌리며 끙끙거리고 있을 때, 나를 구해준 건 그래스트 형이었다.

 

  “그럼 내 병원에 입원시켜. 그럼 되겠네.”

 

  우물에 빠졌을 때 동아줄이 내려온다면 이런 심정이리라. 냉큼 형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내 대답에 베니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고 마리는 “재미없네.”하고 고개를 저었다. 베니가 그래스트 형에게 물었다.

 

  “그래스트 씨. 그래도 괜찮아요?”

  “애초에 마리 씨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무조건 입원시켰어. 환자의 모든 건 의사가 관리하는 하는 게 당연한 거야.”

  “하지만.......”

  “설마 나보고 위험하다고 말하는 거냐?”

 

  그래스트 형이 주먹을 쥐어 보였다. 굵은 팔뚝 위로 쥐어진 주먹이 다부졌다. 사람 한 명 쳐 죽이는 것 따윈 일도 아닐듯했다. 실제로 그렇겠지. 전직(前職)이긴 해도 현상금 사냥꾼이란 거칠기엔 둘째가라면 일을 했던 사람이니까 말이다.

 

  “의사 오빠가 날 맞아주는 거야?”

  “환자이신 동안은 그러는 게 도리에 맞다고 봅니다. 괜찮은가요?”

  “당연하지~. 오히려 환영이야.”

  “감사합니다.”

  “아까부터 그 말투는 뭐야? 원래 그래?”

  “그건 아닙니다. 환자에게 표하는 예의죠.”

  “나한텐 안 그래도 되는데.”

  “이건 제 신조 같은 거라.”

  “흐음. 그럼 환자가 아니게 되면?”

  “평범하게 아는 지인이 되지 않을까요? 친해지면 반말도 하고.”

  “아하하! 재밌네! 마렌 주위에는 왜 이리 재밌는 사람들이 많아?”

 

  마리는 실컷 웃은 다음 나에게 말했다.

 

  “내가 해줄 말을 다 해줬지? 그럼 슬슬 내 연구 의뢰의 진척사항을 듣고 싶은데.”

 

  난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마법에 대한 설명은 샤머니가 해줬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마리는 폭소했다.

 

  “뭐야? 동화야?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아하하하하!!! 아아아...... 아파아아....... 여기저기 다 아파.......”

  “너무 웃지 마세요. 본인이 중환자라는 점을 인지하세요.”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웃기잖아. 세 여신? 마법? 영생? 고양이 씨가 말을 안 했다면 절대 안 믿었을걸?”

  “뭐, 그건 맞는 말입니다만....... 나름대로 세상에 있는 이것저것 많이 봤다고 자부했는데 역시 우물 안의 개구리였네.”

  “누가 아니래요. 저도 나름 이것저것 다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개뿔, 이딴 건 듣도 보도 못했어요.”

  “고양이 씨. 마법이란 거 한 번 보여줘.”

  “어렵지 않지.”

 

  샤머니의 몸에서 파란색 선이 흘러나오더니 그것들은 이내 나비의 형태로 변해 마리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그녀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너무 예쁘잖아!”

  “아쉽군. 내가 치료마법에 능했다면 아가씨의 상처를 났게 해줬을 건데. 치료마법엔 미숙을 넘어 무지해서 말이야.”

  “괜찮아. 이런 게 더 좋으니까.”

  “독특한 취향이군.”

 

  마리가 검지를 뻗자 나비는 다가와 검지 끝에 살포시 앉았다. 이리저리 돌려 관찰하는 마리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 표정은 그녀의 초췌한 몰골과 어우러져 이질적인 느낌을 뿜어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친년 같다. 예쁜 미친년.

  갑자기 시로아가 하품을 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꽤 늦은 시간이다.

 

  “졸리냐?”

  “좀.......”

  “그럼 다들 돌아가죠? 할 말도 다 한 것 같고, 밤도 늦었고.”

  “오빠. 나 오늘 그냥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 집까지 가기 귀찮아.”

  “그래라. 그럼.”

  “마렌. 나도 좀 자고 가자.”

  “형은 왜요?”

  “다시 가기 귀찮아.”

  “......뭐 그러시던가요. 별 상관없으니까.”

 

  그때 베니가 살며시 손을 들며 말했다.

 

  “......나도 그래도 될까?”

  “베니 너까지?”

  “......역시 불안해서.”

 

  베니는 마리를 해치려 한 집단이 이곳에 올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계속하는 듯했다. 이 집에서 자며 감시하겠다는 건가? 고맙긴 하지만 좀 유별나다는 생각도 들었다.

  베니는 예전부터 유독 걱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어릴 적 세 명이서 놀 때도 위험하다 싶으면 하지 말자 만류했다. 나무 타기나 담장 걷기 같은 것들. 물론 그 당시 나와 시로아의 막을 수 없는 괄괄함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같이 어울렸지만.

 

  ......도대체 ‘그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나를 올려다보는 베니와 눈을 마주했다. 초록빛을 띤 눈동자와 살짝 처진 눈매가 어울려 차분한 인상을 줬다. 거기엔 친한 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선함이 서려 있었다.

  왠지 머쓱해진 기분을 감추기 위해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다 자고 가 그냥. 이불은 많으니까.”

 

  그렇게 마리를 제외한 네 명과 한 마리는 남녀로 나뉘어 각각 연구실과 서재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감고 잠에 빠지기 전. 그건 생각이 들었다. 그 집단은 왜 조각을 가지려고 한 걸까? 설마 그 조각에 뭔지 알았던걸까? 안다면 어떡해? 손에 넣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최종적으로, 조각을 손에 넣음으로써 얻으려 했던 최종 목표는 무엇이지?

  대답 없는 질문을 반복하며 나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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