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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17. 아가, 이것을 삼키련 (4)
작성일 : 18-12-26 00:17     조회 : 321     추천 : 0     분량 : 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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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럼 설마 거창댁이 도영 아저씨란 사람을 죽이기라도 한 건가요?”

 

  인선의 이야기를 듣던 효정은 깜짝 놀라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인선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저도 이 부분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상황만 보면 거창댁이 뭘 하긴 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듣기로는 도영 아저씨는 다부지고 힘도 아주 셌다는데, 거창댁은 그런 남자에게 대체 무슨 짓을 어떻게 한 걸까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물에 빠져 죽은 시체로 발견 됐다. 심증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방법이 짐작가지 않는다. 갑자기 기습이라도 한 다음에 그 한 밤 중에 시체를 가지고 근처 바닷가까지 왕복 마라톤이라도 했던 걸까. 효정은 이런 저런 추측을 해봤지만 마땅한 해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렵게 생각할 게 뭐 있어?”

 

  찬기는 너스레를 떨며 자신 있게 말했다.

 

  “아마 거창댁은 그 날 밤 도영 아저씨을 무섭게 협박했을 거야. 감히 내가 누구인데 함부로 구느냐, 남편이 돌아오면 널 어떻게든 이 집에서 쫓아내겠다,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도영 아저씨는 화가 나도 단단히 났겠지. 완전히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꼴이잖아.

 

  그래서 분도 삭힐 겸 바닷가에 술을 마시러 갔는데, 그만 술기운에 발을 헛디뎌서 불귀의 객이 된 거야. 거창댁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도영 아저씨가 보이지 않자, 자신의 협박을 듣고 도영 아저씨가 그냥 집을 나간 줄로만 짐작했겠지.”

 

  “사실 그 뒤에 다른 일이 있긴 있었대요.”

 

  인선은 찬기의 추리를 듣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도영 아저씨가 시체로 발견 된 후에 그 사람이 머물던 행랑채를 정리했어요. 가족도 뭣도 없던 사람이라 남은 짐을 처리하는 건 온전히 집안 일꾼들의 몫이었죠.”

 

  인선은 거기까지 말하고서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글쎄, 도영 아저씨의 짐 중에 원장님의 속옷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은 효정은 깜짝 놀라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면 혹시……?”

 

  “이미 죽은 사람이라 확신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원장님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도영 아저씨가 자신을 보는 시선이 조금 이상하긴 이상했대요.”

 

  친하게 지내는 아저씨,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에게 하는 불손한 스킨십, 밤에 몰래 찾아가겠다는 수상쩍은 약속까지. 찬기는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 모든 것을 딱 한 마디로 정리했다.

 

  “죽어 마땅한 놈이었네요.”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인선도 찬기의 말에 긍정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 일로 집안에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다고 해요.”

 

 

 

 * * * * *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죽어나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그날 이후로 거창댁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더래요. 도영 아저씨는 결국 실족사로 결론이 나긴 났지만, 거창댁과 싸운 뒤로 갑자기 그 꼴이 됐으니 의심이 들긴 들었나 봐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거창댁이 무슨 술수를 썼을 것이라며 다들 수근 거렸대요.

 

  하지만 거창댁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대요. 오히려 별 일 없었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했죠. 이건 제 생각인데, 본인이 담담하게 행동하면 사람들도 더 캐묻지 않고 이 일도 금세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상황은 정 반대로 흘렀어요. 거창댁이 딱히 해명하지 않자, 사람들은 신이 나서 입방아를 찍어 댔죠. 거창댁의 아름다운 외모도 이에 한몫했대요. 소문은 점점 심해져서 거창댁이 여시, 그러니까 여우라서 그런 짓을 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는 거예요.

 

  여우가 아닌 이상 저렇게 예쁠 리가 없다나요? 심지어 술에 취한 남자 몇몇이 ‘그 예쁘다는 여시 얼굴 좀 봅시다.’라면서 밤중에 찾아오기까지 했대요.

 

 

 

  * * * * *

 

 

 

  “고작 그런 이유로 여시라고 불러요?”

 

  효정은 그 말을 듣자 자기가 일을 당한 것처럼 화를 냈다. 인선은 그 말에 힘없이 답했다.

  “그 시절에는 그랬어요. 여자가 성폭행을 당해도 여자 탓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잖아요.”

 

  “그래도 그렇죠! 얼굴이 예쁘다고 여우면 이 세상에 여우가 아닌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찬기는 길길이 화를 내는 효정을 물끄러미 보다가 차분히 달랬다.

  “걱정 마. 나는 자기를 한 번도 여우라고 의심해 본 적 없어.”

 

  그 말을 들은 효정은 곧장 찬기의 옆구리에 힘껏 주먹을 박아 넣었다.

  “죽을래?”

 

  “윽!”

 

  난대 없이 공격당한 찬기는 신음을 내질렀다. 인선은 그런 찬기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거기까지 갔다면 소문이 그저 소문으로 끝났겠지만, 또 일이 터졌대요. 이번에는 원장님이 직접 보신 일이에요.”

 

 

 

  * * * * *

 

 

 지금은 부위별로 딱딱 잘라 먹지만, 옛날에는 고기를 잡으려면 동물 한 마리를 통째로 잡기도 했어요. 소 잡았다, 돼지 잡았다, 이런 말들 들어보셨죠? 원장님 댁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날은 무척 더운 날이었어요. 원장님의 아버지가 고민하다가 집안사람들 몸보신도 할 겸 소 한 마리를 잡기로 했나 봐요. 푸짐하게 찌운 소를 잡은 덕에 온 집안사람들이 다 먹고도 고기가 남았죠. 당시에는 냉장고라는 것이 무척 귀했기 때문에 남은 고기는 그냥 염장하거나 서늘한데 두는 게 보통이었죠.

 

  그런데 며칠 안 있어서 거창댁이 울먹이면서 원장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더래요.

  “여보, 어쩌죠? 제가 보관을 잘못해서 그새 고기에 구더기가 끓었네요.”

 

  그 귀한 고기에 구더기가 슬다니. 당시에는 한 소리 들을 일이었지만, 새 아내에게 푹 빠져 있던 원장님 아버지는 너그럽게 이렇게 말했대요.

 

  “날이 더우니 어쩔 수 없지. 파리가 더 꾀이기 전에 어서 빨리 내다버리구려.”

 

  당시에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이 그리 없던 시절이라, 행여 상한 음식이 생기면 개한테 주거나 태우는 게 보통이었어요. 하지만 기르던 개도 이제는 없고 고기의 양도 많아서 태우기는 힘들었죠. 자칫 했다간 벌레가 끓기 때문에 치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거창댁도 그걸 알았는지 넌지시 묻더래요.

 

  “여보, 고기는 아무래도 땅에 묻는 게 낫겠죠?”

 

  “그게 좋겠지? 아무나 불러서 산 근처에 구덩이 좀 파달라고 해.”

 

  그런데 그 말을 듣고서 거창댁이 극구 고개를 젓더래요.

  “아니에요. 제 잘못인데 제가 처리할게요.”

 

  “당신이?”

 

  “행여 식탐 많은 사람이 상한 고기 주워 먹고 배앓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마침 오면서 가면서 봐둔 구덩이가 있어요.”

 

  일단 집안 살림은 전적으로 거창댁이 맡아서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뭐라고 토를 달지는 않았대요. 하지만 그 자리에 밥을 먹던 원장님은 뭔가 이상했다는 거예요. 사실 원장님은 낮에 놀다가 배가 고파서 간식거리라도 뭐 없나 주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보관 중인 고기를 봤는데, 핏물이 멀쩡히 남아 있을 정도로 싱싱했대요.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그 멀쩡한 고기가 반나절 만에 상할 리가 없단 생각이 들더래요. 그래도 원장님은 새어머니에게 토를 달고는 싶지 않아서 잠자코 있었죠.

 

  그날 밤, 원장님은 잘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잠에서 깨셨대요. 당시 변소는 뒤에 있었기 때문에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무언가 새하얀 것이 휙 하고 지나가더랍니다. 원장님은 귀신이라도 봤나 싶어서 자지러질 뻔 했대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귀신 뒤태가 어째 눈에 익더랍니다. 네, 맞아요. 거창댁이었죠. 거창댁은 하얀 소복을 입고 헐레벌떡 뒷문이 있는 방향으로 뛰더래요. 원장님은 혹시 거창댁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변소 가는 것도 잊고 슬쩍 뒤따랐어요.

 

  거창댁은 뒷문에서 딱 멈추더랍니다.

 

  헌데 가슴에 뭔가를 품고 있었죠. 가만 보니 그건 꽁꽁 싸맨 고기였어요. 구더기가 슬어서 버린다는 고기를 무슨 신주 단지 품듯 안고 있더랍니다. 거창댁은 뒷문 근처에 도착하더니, 아주 빠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대요.

 

  “나 왔어.”

 

  그러자 갑자기 넘실거리는 두 쌍의 불빛이 담장을 넘어서 하늘하늘 근처에 내려오더래요. 그걸 보고 원장님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답니다.

 

  그 불빛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거창댁 발치 아래 멈추더니, 고기만 쏙 빼서 다시 담을 넘더랍니다. 고기는 불빛 사이에 끼어서 둥실 거리면서 담 너머로 사라졌죠.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 원장님은 그 자리에서 뻣뻣이 서 있다가, 그만 오줌을 싸버리셨대요. 그런데 인기척을 느낀 건지 거창댁에 곧장 자신이 있던 곳으로 오더랍니다.

 

  거창댁은 원장님을 보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다그치더래요.

  “봤구나. 그렇지?”

 

  쏘아 보는 눈빛이 얼마나 살벌하던지 과연 이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는 거예요. 거창댁은 한참이고 원장님을 노려보다가 사정하셨대요.

 

  “미안하구나. 엄마 친정 쪽 사람들이 배가 고프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

 

  그러면서 슬그머니 묻더랍니다.

  “네 아버지한테 말할 거니?”

 

  아주 잠시였지만, 원장님은 이 일을 사실대로 아버지에게 말한다고 했다가는 큰 일이 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셨대요. 단순히 이 소동이 커져서 집안에 안 좋은 소문이 돌거나, 거창댁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정도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른단 느낌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바로 고개를 저었죠.

 

  “고맙다. 얼른 가서 옷 갈아입자.”

 

  그때서야 거창댁은 인상을 풀고 평소의 친절하던 새어머니로 돌아왔대요. 만약 그때 멋모르고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고해 바쳤다면, 과연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지금도 모른다고 하셨어요.

  아무튼 그 일이 일어난 이후로 집안에 뭔가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답니다.

 

  기르던 가축들이 하루아침에 픽픽 죽어 나갔다나요?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라 죽은 가축들은 죄다 먹는 수밖에 없었죠. 처음에는 그냥 포식 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해요.

 

  그런데 죽어 나가는 동물의 숫자가 많아지자 문제가 됐죠. 죽은 가축들이 쌓여서 먹어 치우는 걸로는 어쩌지 못하는 지경까지 됐다는 거예요. 혹시 가축들이 무슨 악독한 병에 걸려 죽은 게 아니냐면서 식솔들이 고기 먹는 걸 피하는 지경이 됐대요. 그러다 보니 죽은 가축들은 죄다 내다 버리는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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