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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18
작성일 : 18-12-25 23:56     조회 : 270     추천 : 1     분량 : 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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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 고아 씨, 강승아 (23)

 

  고아 씨는 양손으로 큰 머그잔을 잡곤 홀짝인다. 승아는 곤란한 표정으로 자기 앞의 작은 잔을 보고 있다. 주문할 때 몰래 설탕을 넣어 달라고 말했었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저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잊어버렸을 것 같다.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둘은 한동안 말이 없다. 노인의 코 고는 소리 사이로 서로 다른 생각이 이리저리 떠다닌다. 승아는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아 씨는 우연히 생긴 커피 기름의 모양이 팬더 같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작가님."

 

  "네, 팬.. 님."

 

  팬 님은 또 뭐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멍한 표정이다.

 

  "무슨 생각 하세요?"

 

  고아 씨는 머그잔에 뜬 그림을 보여줄지 고민한다. 이걸 직접 보여주면 과연 좋아할까 상처받을까.

 

  그때,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크고 괴상한 소리가 울린다. 분명 들어 본 적 있는 고양이 울음소리다. 고아 씨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저 이상한 소리를 4년이나 바꾸지도 않고 사용하다니. 고아 씨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리듯 변명한다. 진동으로 바꿔놓는 걸 깜빡했다며, 연신 목을 가다듬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친구 전화라면서 일어나려는 고아 씨를 괜찮다며 다독여 도로 앉혔다. 조금 주저했지만, 결국엔 전화를 받는다.

 

  "응, 왜. 응. 아니. 응."

 

  원래 친구에게도 늘 저렇게 딱딱한 반응일까, 아니면 자신이 앞에 있어서 자제하는 걸까. 작은 의문이 풀리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씨바.. 아니, 그러니까. 그런 게 어딨어. 응. 아니 혼자가 아니라서."

 

  습관적으로 튀어 나온 찰진 욕설, 뒤늦게 본성을 막는 체면. 양쪽 다였다. 역시 고아 씨답다. 무심결에 한 입 크게 털어 넣은 에스프레소가 입안을 꽉 채운다. 체면이고 뭐고 다 쏟아버릴 뻔했다. 한 번 마셔봤으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 아무래도 쓴 것과는 연이 없는 모양이다. 혀를 살짝 내밀고 눈을 찌푸린다. 그리곤 고아 씨와 눈이 맞자 도로 쏙 집어넣는다. 설마 들키진 않았겠지 하며.

 

  전화에 신경 쓰느라 아쉽게도 재밌는 표정을 놓쳤다. 한 모금 만에 반이 사라진 걸 보니 꽤나 마신 모양이다. 에스프레소야 원래 한두 입 만에 마시는 게 보통이지만, 승아 에겐 그 정도면 치사량이란 걸 저번 주에 확인했다. 승아가 사소하게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은 건 변태 같은 욕심일까. 무심한 듯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면서도 정면을 흘끗거리는 걸 잊지 않는다. 커피는 아직 남았으니, 절대 놓치지 말아야지.

 

  "어, 어, 그래 끊어."

 

  승아가 자기 친구에게 대하는 것과 그리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여자 동기들은 서로 칭찬하고 애정표현 하는 것에 스스럼없었는데, 모든 여자가 다 그렇지는 않나 보다.

 

  "좀 걸렸네요. 워낙에 말이 많은 친구라."

 

  "괜찮아요. 그 친구랑 되게 친한가 봐요. 제가 동기랑 대화할 때랑 비슷하네요."

 

  "대학 동기요?"

 

  "대학 동기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다들 워낙에 편해서."

 

  "발이 넓네요 승아 님은."

 

  음정의 변화가 없어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한다. 그냥 별생각 없이 뱉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뇨 저는.. 평범해요. 작가님이야말로 인기 많으시잖아요."

 

  "저 친구 없어요."

 

  아차. 저도 모르게 딱딱한 어조로 대답해버렸다. 당연하게도 승아는 본인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는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사실 전혀 신경 안 쓰는 부분인데, 어떻게 이해시켜 줘야 할지.

 

  "제 말은, 아까 전화 온 친구만 빼고요. 제가 인기 많은 건 당연하죠."

 

  딱 티만 날 정도로 으쓱거리는 어깨. 웃고 있진 않지만 저건 분명 장난식으로 말한 것이다. 승아는 기대에 부응해 어색한 웃음을 터뜨려준다. 그러고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다. 줄곧 물어보고 싶었지만, 여태 타이밍을 못 잡은 그 질문.

 

  "작가님 혹시 그럼.. 그때 기억하세요? 저희 처음 만난 날에."

 

  팬 미팅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이다. 벌써 4년이나 지났는데다 당시엔 승아에게 특별한 감정도 없었다. 거의 다 잊어버렸다고 대답하면 풀 죽으려나. 꽤 보고 싶은 모습이지만 나중을 위해 좀 더 아껴두기로 한다.

 

  "네. 팬 미팅 때요. 그게 왜요?"

 

  "그때 저한테 번호 주시기 전에 그.. 먼저 번호 교환한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이랑 혹시.."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저렇게 질질 끄는 건지. 기억이 하도 흐릿해서 잘 떠오르지 않는다. 번호교환 한 사람이 누구더라. 아저씨, 뚱뚱한 사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리고.. 아, 그 기집애 같이 생겨먹은 걔. 그렇다고 또렷하게 기억나는 얼굴은 아니다.

 

  "네 있었죠. 그 사람이 왜요?"

 

  "그냥 여쭤보는 건데 혹시나, 뭐.. 연락하셨나 궁금해서요.. 그냥요."

 

  연락이라. 하기야 했었다. 시도 때도 없이 귀찮게 연락하길래 딱 승아에게 하는 만큼 대해줬더니, 한 달도 안 돼 연락이 끊겼다. 그리곤 계정도 지웠었지 그놈. 그렇게 생각하면 승아가 4년이나 삐질 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게 대단하긴 하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텐데, 어떻게 매번 밝은 척했는지 모르겠다.

 

  "아뇨. 연락 안 했어요. 재수 없어서."

 

  과장 조금 섞어 시원스럽게 대답해주니 만족스러워하는 눈치다. 단순한 놈. 얼마나 신경 쓰고 있었길래 4년이나 묵혀두고 있었는지. 예쁘게 생긴 놈이라 질투라도 났던 걸까. 그런 걸 좋아하는 타입도 분명 있겠지만 고아 씨는 그런 타입은 딱 질색이다. 이참에 다른 궁금점도 풀어줄까 싶어 말을 잇는다.

 

  "그런 타입 싫어요. 전 헐크처럼 덩치 좋은 사람이 좋아요."

 

  헐크. 승아는 사색이 된 채 엉겁결에 자기 몸을 더듬는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다.

 

  "목소리도 좀 굵고, 어깨 넓고, 연상이면 더 좋겠네요."

 

  보기 좋은 표정이다. 조금만 더 하면 울 것 같다. 고아 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떨리는 숨을 짙게 뱉는다. 이상형 중에 승아가 해당하는 건 하나도 없다. 사실 그런 사람이 접근한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앞에 앉아 있는 건 이상형과 정반대 사람이니, 참 신기한 일이다.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신기한 일.

 

  "저.. 는, 저도, 연상이 좋아요."

 

  하. 본인도 한 방 먹여 볼 셈인가. 흥미진진하게 눈을 마주친다. 뭐가 자꾸 울컥하는지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키는 좀 작고.. 머리는 좀 짧고, 멋있는 사람이면.. 예. 그래요."

 

  저도 작가님이 꼭 제 이상형은 아니에요 라고 할 셈이었는데, 입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이전엔 착하고 나긋나긋한 사람이 좋았다. 배려심 넘치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장장 4년 동안을 마음에 담아두니 어느새 이쪽에 맞춰졌다. 결국엔 본전도 못 건지고 밑천만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이 되려 관계 진전의 씨앗이 된다.

 

  "그럼, 이상형이 저네요."

 

  말을 뱉은 본인이 먼저 확 붉어진다. 무슨 말을 한 건지. 순간적으로 이렇게 말하면 재밌는 표정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뒤를 생각 못 했다. 물론 아무리 붉어졌대도 승아 만큼은 아니다. 저 얼굴 전체에 걸쳐 예? 라고 쓰여있는 것 같다.

 

  아무리 함께 별 이상한 상황을 겪었더라도, 이 정도로 인정하듯이 말한 적은 없었다. 긴장이 과도하게 풀린 모양이다. 아직 승아에게 상을 주긴 일렀는데.

 

  어색한 분위기가 카페 안에 가득 찬다. 침 하나 제대로 삼키기 힘든 압박감이다. 그 와중에 눈을 마주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애꿎은 창문만 뚫어지도록 바라본다. 저 거리는 카페에 들어올 때보다 조금 더 하얗게 덮여있다.

 

  ".. 눈 오네요."

 

  ".. 내리네요."

 

  참 추운 날이긴 하다. 눈이 온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저 하늘에서 나 몰라라 떨어지는 하얀 눈송이가 제법 굵다. 크리스마스는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도, 군데군데 화려한 장식에 눈에 든다. 저기 보이는 커플은 눈을 맞으며 부둥켜안고 있다. 평소라면 모를까 이 분위기에 보기엔 곤란하기 짝이 없다. 시선을 돌리니 승아도 넋 나간 얼굴로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떨어지는 눈을 보는지 아니면 커플을 보고 있는지. 그런 건 둘째 치고 눈매가 참 부드럽긴 하다.

 

  자꾸만 열이 올라 팔을 걷었다가 아예 벗어버린다. 니트 안에 긴 팔을 입고 있어 벗어도 딱히 노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승아는 깜짝 놀라고는 아예 창문과 눈 씨름을 벌이고 있다. 정신이 혼미해진 고아 씨는 그런 반응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쉼 없이 꼬인 머릿속을 풀어보려 한다. 괜한 말을 던져서 자꾸만 승아를 의식하게 된다. 항상 저 머리 위에 있어야 하는데, 이래서야 서로 을의 처지밖에 안 된다.

 

  아주 대놓고 이상형이 고아 씨란다. 대충 그렇겠거니 하는 것과 직접 듣는 건 차이가 크다. 더군다나 자신이 그걸 인정해버렸으니 피할 도리도 없다. 하지만 괜찮다. 나쁜 상황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냥 가지고 있던 패 하나 들켰을 뿐이다. 여전히 다른 패가 많이 남아있고, 한참은 더 놀려먹을 수 있을 것이다. 놀려 먹을 만큼 놀려 먹으면, 결국엔.. 결국엔 어떻게 할까.

 

  "크리스마스가 오긴 왔나 봐요. 눈이 다 내리고."

 

  얼핏 실없는 소리 같지만, 고아 씨는 그 안에 담긴 다분한 의도성을 느꼈다.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대충은 예상이 간다. 당장은 침착하게 대처하는 게 먼저다.

 

  "네. 얼마 안 남았죠."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그래, 이제 오겠네. 고아 씨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니트를 벗은 상태란 걸 깨닫는다. 의식과 동시에 온몸에서 땀이 훅 오른다. 이마에도 물방울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 더워도 너무 덥다. 창문이라도 열어야 할까.

 

  ".. 24일에 바쁘세요?"

 

  24일,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이브. 그날에 갖는 약속은 의미가 크다. 아직 연인이 아닌 사람들은 연인이 되고, 이미 연애 중인 사람들은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는 그런 날. 물어볼 줄 알았다. 아까야 방심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어림도 없다.

 

  "글쎄요, 스케쥴 있었던 것 같은데."

 

  "중요한 일이에요?"

 

  생각보다 세게 나온다. 뭐라고 대답할까. 분위기를 타고는 무작정 시간 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승아에게 그럴 만한 깡이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지 아닌지가 중요한가요. 선약이 있는데."

 

  승아는 창 쪽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 눈을 마주 본다. 그 눈동자엔 고아 씨마저도 흠칫하게 하는 열기가 담겨있다. 평소 제 목소리보다 한 톤은 더 낮은 목소리가 깔렸다. 진지함마저 느껴진다.

 

  "중요한거 아니면 저랑 만나요."

 

  평소보단 세지만, 예상대로의 말이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타이밍을 잘 못 맞췄다. 고아 씨는 들고 있는 카드 패를 살랑살랑 흔든다. 승아는 줄곧 한 장을 들고 열심히 상대 중이다. 저지른다고 걸어본 게 저것뿐이라면 그리 감탄할 것도 없다. 그저 준비해둔 대로 대응할 뿐이다. 조금 더 안달 나야겠다 꼬마야.

 

  "왜 제 약속을 승아 님이.."

 

  "제가 작가님 좋아해서요."

 

  ".. 맘대로.. 하시는.."

 

  여태 승아가 수 없이 보여주던 그 멍청한 표정이, 이번엔 고아 씨 쪽에서 나왔다.

 

  한 껏 대비해둔 경우의 수 중에 직구는 없었다. 고작 한 장 있던 패를 내던지는 무모함에, 고아 씨는 왠지 모를 패배를 직감한다.

 

  주변은 조용하고, 눈은 내리고, 두 볼은 차가워질 기미가 없다.

 

 .

 
작가의 말
 

 언젠가는 산타 복장을 입고 고아원에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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