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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4. 인생의 2막 (2)
작성일 : 18-12-25 23:00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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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파편들이 내 머릿속을 후벼 판다.

 별관에서의 폭발. 날 흔들던 한아린인 남자 아이. 죽은 붉은 수염 군인의 모습. 파티장에서 춤을 추던 유진이. 유진이.

 유진이는 어떻게 된 거지? 폭발이 일어났을 때 다 별관에 있었을 텐데… 그럼 파티장 안에 있던 한아린인 애들은 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안 돼, 안 돼…

 “안 돼!”

 

 몸이 벌떡 일어나진다. 정신이 돌아오면서 내가 낯선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를 잘 살펴보니 군용 천막 안에 있는 듯 했다. 예전에 아빠와 놀러 다닐 때 아빠가 항상 부대에서 휴대용 군용 천막을 챙겨와서 캠핑을 하곤 했는데, 그 천막과 같은 짙은 초록색인 게, 군용 천막이 확실했다.

 나는 팔에 링거가 꽂힌 채 침대 위에 눕혀져 있다. 주사도 몇 번 놨는지 침대 옆에 빈 주사기들도 조금 보인다.

 그때 천막 한 쪽의 벽이 스르륵 갈라지더니, 옆 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황토색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가 이쪽 방으로 들어온다. 얼굴에 자잘한 주름들이 자리 잡힌 40세쯤 되어 보이는 울랜인 군인이다.

 그는 일어나 있는 나를 보고 싱긋 웃는다. 또 다른 낯선 남자의 등장에 나는 일단 뒤로 물러나며 옆에 있던 주사기를 하나 손에 몰래 쥔다. 남자는 그 알 수 없는 온화한 미소를 유지한 채 내게 걸어오더니 침대에 걸터앉는다.

 “[안녕, 해일아. 몸은 좀 괜찮니?]” 그가 묻는다.

 주사기를 쥔 주먹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그.. 그쪽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죠?]”

 남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여기 학생 명부에 다 나오던데, 뭘.]” 그가 침대 옆의 파일 하나를 톡톡 건드리며 말한다. 그곳엔 다른 학생들의 사진들과 함께 내 입학 사진과 이름이 떡하니 프린트 되어 있었다. “[사실 이걸 봤을 때 꽤 놀랐단다. 난 처음에 너가 울랜인인 줄 알았거든.]”

 “[다.. 당신 누구예요? 내가 왜 여기 있어요?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자, 자. 우선 진정해. 한 번에 하나씩 다 대답해 줄게.]” 그가 두 손을 들어올리며 말한다.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치지만, 나는 애써 가쁜 숨을 진정시킨다. 일단은 이 상황을 어느 정도 해야 나도 앞으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테니까.

 군인은 씩 웃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내민다. “[일단 나는 필립 윌라드라고 한다. 메리니아의 국방부 장관이지. 그냥 편하게 필립이라고 부르렴.]”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필립의 손을 잡아 흔들고는 재빨리 놓는다.

 “[국방부 장관? 그런 높은 직급의 사람이 왜 여기에 와 있는 거죠?]” 내가 묻는다.

 그 말에 필립은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한다.

 “[나도 이런 소식을 전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메리니아가 한아린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단다. 크럼스가 한아린을 아예 정복해버릴 생각이야.]”

 전쟁? 정복? 뇌가 물로 차기라도 한 듯이 머리가 멍멍해졌다.

 “[지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필립은 또 다시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다. “[오늘 베인 크럼스 연설은 들었니?]”

 오전에 드레스 가게에서 봤던 연설이 떠올려본다. 남의 사형 영상, 광기에 빠져있던 관중들, 좋지 않은 예감.. 왜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리지 않는지.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연설이 끝나자 마자 베인 크럼스가 자기 군사들에게 한아린을 에워싸라고 명령했다. 남의 후손자를 찾을 때까지 한아린인들을 전부 가둬놓을 생각이야.]”

 “[남의 후손자? 하지만 그걸 왜 이렇게까지..]”

 “[정확한 의도는 나도 잘 모른다. 표면적으로는 판게아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내세우고 있다는 것 외에는. 분명한 건 너희 학교를 폭파시키는 게 크럼스의 작전의 첫 단계라는 거야. 한아린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인 한영고를 폭파시켜서, 말을 듣지 않으면 나머지도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고 경고하는 거지.]”

 손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오늘 왜 그렇게 울랜인 군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지가 이해되었다. 부시러 온 거였구나. 우리 학교를 쳐 부시러 온 거였어.

 눈을 치켜 올려 필립을 쳐다본다. 그의 모자에 박힌 메리니아 군인 표식이 빛을 받으며 번쩍인다.

 “[당신도 그거 때문에 여기 있는 거구나.]”

 “[뭐라고?]”

 “모르는 척 하지마!”

 순식간에 튀어올라 필립의 팔을 잡아 당겨 그의 멱살을 쥔다. 그러곤 손에 쥐고 있던 주사기를 그의 목에 가져다 댄다.

 “체육관에 있던 애들 어떻게 했어? 어? 니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그러고도 사람이야? 빨리 우리 유진이 살려내. 우리 유진이 살려내라고!”

 주사기를 쥔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간다. 아이들이, 아니, 유진이가 당했을 고통을 그대로 갚아주고 싶었다.

 그때 천막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에 이어 뛰는 듯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나는 뭘 해볼 틈도 없이 침대 뒤로 곤두박질 쳐진다. 손에서 주사기가 뺏겨지는 게 느껴진다. 그 손은 내 주사기를 바닥으로 내팽겨치더니, 내 목을 감싸 쥐고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목 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숨통이 막혀온다. 눈을 떠서 내 목을 조르는 이를 본다. 낯 익은 얼굴이다.

 쫙 빼 입은 수트에, 어딘가 죽어있는 듯한 저 알 수 없는 눈빛. 아까 댄스 파티에선 서로 돕자던 그 한아린인 남자 아이가 이제는 죽자고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목 주위의 손을 떼어내려고 햘퀴어도 보고, 꼬집어도 보고 별 짓을 다했지만 남자 아이는 오히려 더 울그락불그락 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목을 조여오기만 한다.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그리고 짜증이 난다. 나는 빨리 저 필립이라는 인간을 죽여버려야 하는데. 내가 뭐가 되든 우리 유진이의 복수만은 꼭 해야 하는데. 얘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와서 나를 방해 하는 거냐고.

 그러나 오히려 그 인간은 옆에서 남자 아이를 말리고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이해가 안 갔다.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나를 왜 싸고 도는 건지. 그래도 그게 효과는 있었나 보다. 필립이라는 인간이 말리자 내 목을 쥔 손아귀가 서서히 풀어졌으니까 말이다.

 나는 켁켁거리며 쓰라린 목을 매만진다. 남자 아이는 필립에 의해 뒤로 물러나면서도 경멸스럽단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필립만 아니었더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들어서 내 목을 비틀어놓을 추세다.

 남자 아이가 조금 떨어지자, 필립은 내게 다가와서 상태를 살핀다. “[괜찮니, 해일아?]”

 소름 끼치는 인간 같으니라고. 나는 바로 침대 옆에 남아있는 주사기를 하나 더 집어 들고 그에게 다시 달려든다.

 하지만 역시 내가 주사 바늘을 꽂기 전에 그 남자 아이가 다시 나를 뒤로 밀쳐 낸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도 그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남자 아이의 손이 다시 내 목을 조르려고 돌진해오자, 그의 손바닥에 그대로 주사 바늘을 꽂는다. 붉은 핏줄기가 솟아오른다.

 그가 고통에 신음을 내뱉는 틈을 타서 발로 그를 뒤로 밀친다. 다리로 몸을 제압하고 두 손으로 그의 양 팔을 붙든다. 힘에서 내가 조금 밀리는 게 느껴지자, 나는 그가 집중을 하지 못하도록 있는 힘껏 박치기를 해댄다. 내 머리도 띵 했지만 그래도 네다섯 번 정도하자 남자 아이의 힘이 풀어졌다.

 “너는 같은 한아린인이면서 왜 저 인간을 도와주는 거야?” 내가 그 애의 얼굴에 대고 소리친다. “지금 니 또래의 한아린 애들이 몇 십 명은 죽었어! 그런데도 넌 저 인간 편에 서고 싶어? 넌 양심도 없어? 어?”

 남자 아이는 진이 빠져 숨을 몰아쉬면서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그러곤 맞서서 소리친다. “너야말로 사람이 말하면 좀 끝까지 들어! 그 애들 안 죽었어! 살아있다고!”

 뭐라? 정신이 멍해진다. 그 틈을 타서 남자 아이는 나를 다시 밀쳐낸다. 뒤로 내쳐지면서 뒤통수가 침대 머리에 세게 부딪힌다. 그러나 내 머리엔 더 이상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살아있다고? 애들이? 유진이가?

 남자 아이는 일어나서 내 멱살을 끌어올리더니 있는 힘껏 주먹에 힘을 주어 날릴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 주먹은 또 다른 이에 의해서 막아진다. 언제 들어왔는지 메리니아 군인 복장을 한 또 다른 이가 남자 아이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황토색 군복에 검은 고글을 썼지만, 울랜인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 나를 붉은 수염 군인에게서 구해준 그 남자 아이였다.

 “그만해, 남하제. 이러다 애 진짜 다쳐.” 군복을 입은 애가 말한다.

 “넌 끼어들지마-”

 수트를 입은 애가 다시 내게 주먹을 날리려는데, 필립이 그의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제 됐다, 하제야. 여기서부터는 내가 이 아이에게 잘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너는 가서 상처 치료부터 해라.]”

 정말 내키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남자 아이는 분노에 차 온몸이 떨리면서도 서서히 주먹을 내린다. 그러곤 여전히 나를 노려보며 침대에서 내려온다.

 “[알았어요.]” 그 애가 말한다. “[그래도 이 방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그는 내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조금 더 노려보다가 홱 뒤돌아서 의약품이 들어있는 듯한 찬장으로 향한다. 내가 주사기로 찔렀던 오른손은 이미 피 범벅이 되어, 그가 걸음을 내딛을때 마다 피가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 모습을 그저 멍하게 바라본다. 그런 내게 필립이 다시 슬그머니 다가온다.

 “[이제 좀 진정됐니?]”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사실이에요? 걔네가 안 죽었다는 게? 걔네가 살아있다는 게?]”

 필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별관 전체가 다 터져 버렸는데?]”

 그때 군복을 입은 애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둥그런 무언가를 건네준다. 휴대용 홀로그램 볼이었다.

 “이게 뭔데?” 내가 묻는다.

 “별관 내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거야. 별관이 폭파되기 전에 미리 카메라를 설치해뒀었거든.”

 볼을 집어들어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볼에서 영상 하나가 홀로그램으로 띄워져 나온다.

 눈살을 찌푸리며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완전히 작살나버린 별관의 내부가 보인다. 그러나 완벽히 붕괴되어버린 별관의 벽과 창문과는 달리, 파티장 내부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파티장의 통로 부분만 폭파시킨 것 처럼.

 “크럼스의 가장 주된 목표는 남의 후손을 생포하는 거야.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군복을 입은 남자 애가 말한다. “현재 가장 마지막 후손의 나이가 10살에서 20살 정도 사이의 청소년으로 짐작되는 마당에 크럼스가 이 많은 애들을 죽일 리가 없지. 이 중에 남의 후손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폭파는 그냥 한아린 전체에 겁을 주려는 목적이었지, 이 애들을 죽이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파티장 가운데에 겁에 질린 채 모여선 한아린 애들이 보였다. 그 주위로는 울랜인 군인들이 총을 겨눈 채 서서 아이들을 줄 세우고 있었다. 주먹이 미친듯이 떨린다.

 “왜.. 왜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거야.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내가 다시 화를 내기 전에 군복을 입은 애가 홀로그램 볼의 버튼을 하나 누른다. 화면이 바뀌면서 또 다른 방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 방 안에도 마찬가지로 드레스와 수트를 입은 한아린인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폭파가 되기 전, 우리가 여차 여차 밖으로 빼낸 애들이야.” 군복을 입은 애가 말한다. “우린 나름 목숨까지 걸며 최선을 다했어. 최근에 메리니아 군인 쪽으로 우리 몽타쥬가 넘어가서, 들키지 않고 빼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수트를 입은 애 쪽으로 향한다. 그는 언짢은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하며 내가 주사기를 찌른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일전에 피할 사람이 있다는 게 메리니아 군인들을 말하는 거였었나. 뒤쪽으로 가는 게 나을 거란 말도 그것 때문이었고.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었다. 다시 홀로그램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서, 화면을 확대하여 그 안의 애들을 훑어본다. 이 안에 유진이가 있어야 한다. 그나마 내가 닿을 수 있는 이곳에.

 하지만 아무리 뚫어져라 보아도 유진이의 얼굴은 없었다. 이 색색의 아이들 사이에 하늘색 원피스는, 아니, 그 흔한 하늘색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넘겨 다시 별관 쪽의 상황을 본다. 그러지 말라고, 내 눈에 보이지 말라고 그렇게도 속으로 빌었건만, 별관에 모인 아이들의 중앙에는 유진이의 하늘색 드레스가 보란듯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숨이 턱 막힌다.

 “그럼...” 내가 애써 입을 연다. “여기 별관에 모인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

 남자 애는 긴 한숨을 내쉰다. “정확히는 우리도 잘 모르지만, 아마 군인들이 메리니아에 있는 한아린 수용소로 데려갈거야. 이 중에 남의 후손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낼 때까지는 계속 그곳에 둘 거고.”

 정신이 혼미하다.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기 싫다. 아니, 이해해서는 안 된다.

 “받아들여.” 수트를 입은, 필립이 남하제라고 불렀던 아이가 말한다. 그는 붕대를 이로 끊어 마저 단단히 묶고는, 그 죽은 눈빛을 하고서 내 쪽으로 걸어온다. “지금 이 상황, 이 사건들, 다 사실이니까 받아들이라고. 부정하지 말고.”

 또 다시 표정을 읽혀버렸나 보다. 저 들여다볼 수 없는 두 눈에. 또 다시 내 속내를 내비춰줬나보다.

 그 애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다시 내 코 앞까지 걸어오더니, 내 어깨를 잡고서 그와 나의 눈높이를 맞춘다. “그리고 싸워, 너가 원하는 걸 되찾기 위해서. 이왕이면 최대한 빨리. 현실은 너가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거든.”

 “내가..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저 많은 군인들을 상대로 뭘 어떻게-!”

 그때 남자애가 픽 웃음을 터뜨린다. “너 꽤 당돌한 줄 알았더니, 그 정도는 아니었나봐?”

 “뭐?”

 “걱정 마. 그런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그 애는 다시 뒤쪽으로 빠지며 필립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정도면 판 잘 깔아줬죠? 이제 얘한테 한 번 말해줘 봐요. 아까 우리한테 계속 말하던 거.”

 “[어.. 그래.. 그게 말이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필립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해일아, 사실 너에게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우선 그 전에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래 줄 수 있니?]”

 무슨 부탁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우선은 한 번 들어보기로 한다. 약속이야 뭐, 일단 해놓고 나중에 지키지 않으면 장땡이니까.

 “[약속할게요.]”

 “[좋아, 그럼 해일아.]” 필립은 긴장한 기색으로 침을 한 번 삼키고서는 말을 잇는다. “[너, 나린에 들어오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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