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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4. 인생의 2막
작성일 : 18-12-25 20:45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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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이상한 굉음이 울린다. 내 의식을 끊임없이 헤집어 놓는 그런 굉음이다. 고막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아프다. 그런 와중에 바닥과 닿아진 혀에서는 아까 마신 달콤한 탄산음료 맛이 느껴진다. 흙 맛과 함께. 그리고 피 맛과 함께.

 어떻게라도 일어나보려 했지만 택도 없다. 피가 용암으로 바뀌어 몸 안에서 들끓고 있는 것 같다. 혈관을 타고 몸 구석구석을 지지면서. 결국 난 그 용암에 조금씩 잡아 먹히다가 죽고 말겠지. 이왕 그럴 거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때 어디선가 머릿속의 굉음과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발소리.. 사람 소리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내 앞에서 멈춘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서 그 쪽을 본다. 흐린 시야 사이로 내 머리 앞에 사람 발 같은 형체가 두 쌍 있는 게 보인다.

 사람, 사람이다.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그 사람들을 올려본다. 황토색 유니폼에 얼굴의 반을 가리는 불투명한 검은 고글… 울랜인 군인들이다. 하, 살았다.

 나는 남은 기력을 다 짜내어 목소리를 꺼낸다. “도.. 도와주세요..”

 그러나 그런 나에게 그들이 내민 것은 손이 아니라 총구였다. 그 총구는 내 턱 아래로 쑥 들어오더니, 목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내 턱을 들어올린다.

 “[이건 뭐야?]” 그 총을 쥔 군인이 말한다. 붉은 수염을 가진 군인이었다. “[한아린인인가?]”

 옆에 있던 군인이 손을 들어 붉은 수염 군인의 뒤통수를 친다. 그와 함께 총구도 흔들리면서 내 목이 더 쑤셔온다. “[뭔 소리 하는 거야. 좀 제대로 봐봐! 울랜인이잖아!]”

 그는 발로 내 머리칼을 치워서 내 얼굴을 드러내었다. 그제서야 붉은 수염 군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외국인 학생들은 다 저 건물에 있는 거 아니었어?]” 붉은 수염이 본관을 가리키며 묻는다. “[심지어 방금 전에 인원 검사했는데 전원 모였다고 연락 왔잖아. 게다가 방금 얘 한아린어로 말한 거 같았는데..]”

 “[뭔 소리야. 그건 또. 딱 봐도 울랜인인데.]” 그 옆의 군인이 말한다. “[인원을 잘못 셌나 보지. 일단 내가 한번 데려가 볼-]”

 “[아니, 아니. 우선 본인한테 한 번 물어보자고. 울랜인인지 한아린인인지.]” 붉은 수염 군인이 말을 자른다. 그러곤 총구로 내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묻는다. “[이봐, 너. 저가 한 번 대답해봐. 너 울랜인이야, 한아린인이야? 둘 중에 뭐야?]”

 불길한 기운이 온몸을 감돈다. 한아린인이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본능이 입을 열지 말라고 지시한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붉은 수염 군인의 입술이 일그러진다. “[이 자식 대답을 안 하네. 뭐, 대답을 안 한다는 건..]”

 턱 아래에서 총구가 빠진다. 그와 함께 내 머리도 땅으로 떨어진다. 얼얼함에 정신마저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파할 틈도 없이, ‘철컥’하는 총의 장전 소리가 들리더니 내 관자놀이에 차가운 쇠의 감촉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찝찝한 쪽이라는 거겠지?]”

 고개를 돌려 총을 잡은 붉은 수염의 총 쪽을 본다. 방아쇠를 잡은 손가락은 이미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당겨지고 있었다. 눈이 질끈 감긴다.

 탕!

 뜨거운 피가 쏟아져 내린다. 소리를 지르며 피로 흥건해진 머리를 싸맨다. 오만 생각이 머리에 들어찬다. 곧 두개골을 뚫는 고통이 찾아오겠지. 정신이 점점 아득해지면서 죽고 말 거야. 유진이랑 카를한테 인사도 못 했는데.

 그러나 그때 누군가의 손이 내 입을 틀어막는다.

 “조용히 해!”

 순간 나의 모든 행동이 멈춘다. 한아린어. 분명히 한아린어다.

 눈이 번쩍 떠진다. 그 순간 입에서 주체할 수 없는 비명이 다시 쏟아져 나온다. 내 바로 코 앞에 붉은 수염 군인이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눈은 반만 떠진 채 흰자만 보였고, 사방이 그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심지어 나까지...

 목구멍에서 구토가 밀려 올라온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비명도 계속해서 흘러 넘친다.

 내 입을 틀어막은 손이 더 거세게 힘을 준다. 그러나 내 의식에는 아무것도 들어올 여유가 없었다. 그저 발버둥을 치면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마치 소리를 질러서 내 안의 모든 것을 빼내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질 것처럼.

 나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는 미친 듯이 반항한다. 뭐라고 하는 소리들이 들렸지만, 이해할 수 없는 환청 같기만 하다. 내가 현재 의식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 머릿속을 장악해버린 눈 앞의 저 죽은 이의 이미지 뿐이다.

 그때 갑자기 그 이미지가 바뀐다. 내 시야 속으로 불쑥 다른 이의 얼굴이 들어온다. 황토색 모자에 검은 고글. 붉은 수염 군인 옆에 있던 울랜인 군인이었다. 그는 들리지 않는 말들만 소리쳐 대면서 나를 흔들었다.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친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울랜인 군인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보인다. 내 어깨를 잡은 손 한쪽이 풀어지더니 그가 자신의 고글을 벗어 던진다.

 내 비명이 멈춘 것이 느껴진다. 울랜인이 아니다. 군인도 아니다. 고글 아래의 그의 모습은 그저 또 다른 내 또래의 한아린인 남자 아이였다. 그제서야 의미 없었던 그의 말들이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

 “정신 차려, 좀! 총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곧 올 거라고! 빨리 가야 돼!”

 나는 내게 소리를 지르는 그 남자 아이를 그냥 멍하게 바라본다. 아까부터 왜 이렇게 새로운 얼굴들이 내 인생에 나타는 건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정말 감이 안 왔다. 더 이상 남아 있는 힘도 없었다.

 다급해졌는지 그 애가 날 더 세게 흔들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내 시야는 점점 아득해져만 간다. 그냥 이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그냥..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암흑으로 변한다. 그리고 난 그대로 다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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