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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4화
작성일 : 18-12-25 20:09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3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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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건 또 뭐야……?”

 

 악귀라고 부르기에는 감히 존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아득한 우주를 바라보듯 무척이나 짙고, 끝을 알 수 없을 정도 깊고 어두웠다.

 잔뜩 녹이 슨 쇠사슬 갑옷이 그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먼지더미인지 뭔지 모를 퀴퀴한 것들을 뱉어댔고, 족히 3m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체구는 빠르진 않아도 부드럽게 움직여 악귀답지 않은 고급스러운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기사들은 코앞에 마주하고 있는 녹슨 기사에게 기세가 짓눌려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동안 당당하게 기사들을 이끌던 하렐도 까끌까끌하게 말라비틀어진 입안을 혀로 쓸어낼 뿐이었다.

 까드득거리는 오래 된 쇠사슬이 으스스한 비명소리를 내었다.

 석상마냥 굳어버린 기사들을 잠잠히 내려다보던 녹슨 기사는 썩어 너덜거리는 목청에서 대기마저 짓눌러 버릴 낮은 음성을 토했다.

 

 “내 이름은 폴리세. 창조주께서 자른 엄지손가락에서 뿌리를 내린 자이며, 너희들의 욕심이 거름이 되어 자라난 권위이다. 내 힘은 절대적이며, 나에게 반(反)한다면 거스를 수 없는 힘에 뭉개져 썩은 대지로 되돌아갈 것이다. 목숨을 부지할 기회를 얻고 싶다면 내게 머리를 조아려라.”

 

 마치 패배한 적군의 졸개들을 향해 배려를 베푸는 왕의 말이었다.

 엄중하고 살벌한 배려에는 거절은 곧 죽음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어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보호를 목적으로 두른 쇳덩이들에 이슬이 맺힐 정도에 차디찬 압박으로 인해 주저하는 기사들은 본능과 이성 사이를 자명종의 시계추가 그러하듯 멈추지 못하고 갈팡질팡 중이었다.

 기사의 본질은 주인에 대한 충성이다. 그들은 모두 그들이 섬기는 주인에게 무릎을 꿇고 영원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 맹세를 포기한다는 것은 둘째 치고, 새로이 섬겨야 할 대상이 악귀라니…….

 평소 때라면 있는 힘껏 혀를 찰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하지만 살을 에는 공포가 사지(四肢)와 더불어 사고(思考)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살고 싶다는 본능이 너무나도 강해지고 있어, 날붙이를 쥔 손가락의 아귀힘이 저절로 빠져나가 손잡이를 잡고 있는 것이 겨우였다.

 

 파사르는 가슴이 부풀 때까지 숨을 깊게 마시고, 바늘구멍의 크기로 숨을 뱉는다 생각하고 최대한 천천히 내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악귀가 인간을 웃도는 지성을 가지고 이름을 밝히는 행동을 하다니…….

 매일이 실낱의 희망도 없이 지독하기만 한 악의적 새로움을 맞이하는 날들의 연속 속에서도 특히나 지독하고 악독한 날이었다.

 본인을 ‘폴리세’라 소개한 기사의 외관은 비록 녹이 슬고 세월에 헤져있었지만 기사라면 누구나가 동경하는 기백을 풍기고 있었다.

 강인함을 곧이곧대로 드러내는 성난 호랑이의 이빨, 패배란 스스로에게 허용치 않음이 아니라 절대 불가하단 것을 깨달은 자만이 내보낼 수 있는 자신감…….

 육각을 이루고 모서리마다 뾰족하게 솟아있는 길쭉한 메이스와 잔가지가 수도 없이 뻗친 갈색 나무가 그려진 라운드형의 방패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물방울 모양의 철제 투구와 이어진 안경모양의 가리개 안에서 어둡게 빛을 빨아들이고 있는 색을 잃은 눈알의 섬뜩함까지…….

 태양과 함께 집어삼켜진 신의 가호가 한 줌이라도 남아있어 은혜를 베푼다면 도망칠 수야 있겠지만 그 대가로 무엇을 치러야할지는 미지수였다.

 어쩌면 숨통만 간당간당하게 붙어 영영 움직일 수 없는 육체에 갇혀 무언의 비명을 질러야 할 신세가 될지도 몰랐다.

 

 “내 이름은 하렐 버르센. 기사의 충성은 오직 한 명을 위해 다짐할 뿐.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거짓된 충성의 맹약은 혓바닥을 잘라서라도 거부하겠다.”

 

 하렐은 이마와 관자놀이를 타고 턱밑까지 얼굴 전체를 적신 식은땀에도 용기를 쥐어 짜내어 소리쳤다.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곤 하나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기사의 고고한 맹약을 스스로가 져버릴 수는 없었다.

 

 “훌륭하군. 훌륭해! 기사란 자고로 기사의 바탕이 되는 굳건한 맹세가 그 어떠한 것에도 흠집이 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참혹한 죽음일지라도, 그것이 끝을 모르는 고통일지라도, 마음을 부수고 절망에 빠트리려 드는 수 만개의 망치질이 심장을 향해도! 모든 것을 이겨내게 만드는 것은 기사만이 가질 수 있는 순백의 충직한 명예다. 그리고 너의 명예는 참으로 훌륭하구나. 뒤에 서있는 하찮은 놈들과는 다르다. 저 놈들의 명예는 이미 금이 가다 못해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하렐의 당당한 포부에 만족스럽다는 듯 호탕하게 웃음을 지어보인 폴리세는 천천히 오른손에 쥐고 있는 얼음장 같이 차디찬 메이스를 그의 뒤에 숨은 기사들을 향해 겨눴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가시가 뒤꿈치를 찔러대는 것 마냥 몸을 움찔거렸다. 악귀의 왕이라 칭하기에도 아깝지 않은 폴리세의 직언은 저항도 하지 못할 진실로 양심을 가차 없이 찔려댔다.

 그랬다.

 그의 말대로 기사들의 무릎은 이미 절반은 땅에 닿아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었다.

 

 “자네들은 기사라고 칭하기 민망하군. 즉살이다.”

 

 사슬 갑옷이 또 다시 육중한 무게를 찰랑이며 녹이 슨 가루를 사방으로 털어냈다.

 그리고 그 기괴하도록 무서운 모습은 여태 보았었던 악귀들은 그저 잔챙이에 불과하다고, ‘진정한 악귀’는 뇌리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을 만큼 강인하고 두려운 존재라는 것을 뇌 속에 문신처럼 각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녹슨 기사의 메이스는 육중한 몸체에 어울리는 날붙이의 무게감을 가지고 맹렬하게 공기를 갈랐다.

 그러나 분명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는, 평범한 인간의 메이스보다는 몇 배는 더 긴 길이였으나 목표로 삼은 대상까지와 거리는 누가 보기에도 너무나도 멀었다.

 기사들 역시 피하고 할 것도 없이 의미를 모를 동작으로 허공을 때리는 녹슨 기사의 모습을 바라볼 뿐, 그러니 그의 공격을 눈으로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세상에…….”

 

 곧이어 펼쳐진 믿지 못할 광경에 파사르는 놀라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분명 눈으로 보고 피하기에 충분하다 못해 고개를 까닥거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허공을 때렸을 녹슨 기사의 메이스의 끝에서는 북소리와 같은 낮고 깊은 타격음이 울렸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던 공간에는 갑작스레 거센 칼바람이 일순간에 불어 닥쳐 주변 일대를 휩쓸고 지났다.

 아니, 지났다고 표현하기 보단 녹슨 기사의 의도대로 맹렬하게 부딪쳤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말 그대로 하렐 뒤로 머뭇거리고 서있던 일부 기사들의 갑옷이 육중한 메이스를 정통으로 맞아낸 듯 종잇장처럼 구겨졌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말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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