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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11. 수라장
작성일 : 18-12-25 19:04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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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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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닭고기 볶음과 깨끗하게 씻은 양식 산삼을 쟁반에 담아 침실로 가져갔다. 누워있던 마리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상처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을 흘렸다.

 

  “아야야야야......”

  “괜찮아?”

  “죽진 않을 만큼.......”

 

  쓴웃음을 짓는 그녀. 난 어깨를 으쓱이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일단 해달라고 해서 해주긴 했는데, 진짜 고기 먹어도 돼? 아직은 죽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배 속은 안 다쳤거든? 오히려 도망 다니면서 이것저것 다 퍼먹어서 더 강해졌어. 빨리 먹여주기나 하세요.”

 

  ‘도망 다니면서.’ 라는 말이 엄청나게 신경 쓰였지만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 밥부터 먹이기로 했다.

  포크로 잘게 찢은 닭고기 한 점을 집어 마리의 입가로 내밀었다. 그녀는 잽싸게 받아먹었다. 그리곤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여유롭고 맛있는 밥.......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행복해.”

 

  과장스러운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났다.

  밥을 다 먹고 써서 먹기 싫다는 양식 산삼을 억지로 먹일 때쯤, 문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순간 마리에 표정이 굳었다. 난 쟁반을 바닥에 두고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그래스트 형일 거야. 너 치료해준 의사. 내가 불렀어. 상처 봐야 할 것 아니야?”

 

  마리는 한숨을 쉬며 경계의 눈빛을 거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오빠~. 놀러 왔어~. 베니 언니도 왔어~.”

 

  ......시로아? 베니? 그래스트 형이 아니라? 두 명이 갑자기 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자 마리가 말했다

 

  “아무리 들어도 형의 목소리 같지는 않은데? 게다가 베니면 그 사람이지? 네가 나 묵었을 때 왔던 자경단원.”

  “아니, 쟤들이 갑자기 왜?”

  “오빠? 오~빠?”

 

  시로아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내 마음을 급하게 했다.

 

  “일단 나가볼게. 최대한 돌아가게 할 거지만 혹시 모르니까 쥐 죽은 듯이 있어.”

 

  그렇게 당부하고 현관으로 나갔다. 문을 열기 직전, 베니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없는 거 아니야?”

 

  나는 문고리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숨도 참았다. 이대로 없는 척하면 그냥 가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면서.

  하지만 내 여동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방구석 지박령인 오빠가 이 시간에 집 밖에 나간다는 건 말도 안 돼. 책보다가 잠든 거 아니야? 오빠! 오빠!”

 

  쾅쾅 문을 두들기는 시로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넌 진짜 이제 용돈 없다’라고 다짐하며 문을 열었다.

  베니와 시로아, 그리고 시로아의 뒤에 숨어있는 샤머니가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안주 좀 해달라고 왔지. 이 오빠야. 다른 사람들만 요리해주지 말고 우리나 좀 해줘.”

 

  시로아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베니의 손에는 커다란 술병이 들려있었다. 술 마시자고 온 거구만. 난 노골적으로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나 오늘은 좀 바쁜데.”

  “오빠가 뭐가 바빠.”

  “저번 성과보고 망해서 이번 거 열심히 해야돼.”

  “성과보고 삼월에 한 번씩 이지? 벌써 준비할 필요 없잖아.”

  “미리 하려고.”

  “뭐야. 그럼 바쁜 거 아니네.”

 

  집요하게 늘어지는 시로아에게 살짝 짜증이 났다. 하지만 화내면 수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화를 참으며 차분히 말했다.

 

  “미안해. 그래도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시로아. 그렇다니까 돌아가자. 요리는 내 집에서 해도 되잖아.”

 

  때마침 베니가 협력해주었다. 역시 베니다.

  하지만 시로아는 못마땅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이내 묘안이 생각났단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부엌만 빌려줘.”

  “......뭐?”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기도 귀찮아. 부엌만 빌려줘. 일 방해하지 않을 게. 일하다 힘들면 오빠도 껴서 한잔하고.”

 

  확실히 시로아가 낸 방안은 내가 말한 ‘연구에 방해되니 돌아가라.’라는 거부사유를 빗겨가는 명안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왜냐? 거부사유가 지어낸 변명이니까!

  나는 머리를 빠르게 돌려 다른 이유를 찾아냈다.

 

  “그럼 집중 안 돼.”

  “조용히 마실게.”

  “아. 안 된다고.”

 

  나도 모르게 살짝 짜증을 내버렸다. 아차 했을 땐 이미 늦었다. 시로아의 눈이 찌릿하고 나를 노려봤다.

 

  “......수상해.”

 

  그 한마디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난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뭐, 뭐가?”

  “아니, 뭔가 집에 못 들어오게 하려는 것 같아서 말이야....... 집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기에 이러실까?”

  “야. 내가 집에서 딱히 뭘 하겠냐. 생사람 잡지 마.”

  “......그러고 보니 오빠. 오늘 산삼 받아갔지? 생각해보면 그것도 이상해. 오빠가 자기 건강을 신경 쓸 사람이 아닌데. 혹시 집안에 못 들어오게 하는 거랑 연관이 있으려나?”

 

  시로아의 정확한 추리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시로아는 이미 확신한 듯했다. 베니도 궁금한지 내 어깨너머로 집안을 슬쩍슬쩍 보려했다. 이 녀석은 왜 이런 쪽에만 대가리가 비상한 거야!

 

  “오빠가 급하게 체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고 우리에게 숨겨야 하는 일......”

 

  중얼거리며 골똘히 생각하던 시로아가 결론을 낸 듯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자?”

  “......뭐?”

 

  황당무계한 발언에 귀를 의심했다. 그 와중에 베니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가리며 “......어머나.” 하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니. 뭐가 어머나야 어머나는.

  시로아는 대놓고 킥킥대며 말했다.

 

  “그런 건가 그런 건가. 오빠도 드디어.”

  “야 그만해라?”

  “누구일까? 오빠의 여자는? 나이로 잘 맞는 건 빵집 딸 코란 언니? 아니면 대장간 딸 비셸씨? 설마...... 촌장님 네 딸인 오리아나? 흐음... 그건 너무 어리다 싶긴 하지만 허용 범위이려나? 혹시! 왕립대학에서 사귀었던 연인이 따라왔다거나?! 그럼 둘은 이제부터어.......”

 

  신나서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걸 보니 시로아는 나를 놀려 먹을 생각이 가득한듯했다.

 

  “이, 이제부터 뭐를...?”

 

  베니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흥미를 보였다. 그 모습에 절망감을 느꼈다.

 

  “베니...... 너까지 그러지 말아줘. 그러면 나 너무 힘들다.......”

  “뭐긴 뭐야 언니. 산삼 먹은 오빠랑 여자 분의 진득한.....꺄!”

  “그런 소리 할 거면 가!”

 

  귀를 뚫고 들어오는 시로아의 비명에 관자놀이에 핏줄이 올랐다. 현관문을 세게 닫았다. 하지만 닫히기 직전 밖에서 문고리를 잡은 시로아에 의해 막혔다.

 

  “야! 놔!”

  “예비 시누이로서 새언니를 봐야겠어! 보여줘!”

  “아니 그딴 사람 없다고! 베니! 시로아 좀 말려!”

  “아, 응.”

  “베니 언니는 보고 싶지 않아?!”

 

  대답이 없었다.

 

  “그치?! 궁금하지?! 그럼 날도와!”

  “베니! 넌 상식을 무시 하지 말아 줘! 제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젠 마리를 숨긴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건 남매간의 자존심 싸움이다.

  나도 시로아도 각자의 방향으로 문을 당겼다. 시로아는 비명까지 지르며 안간 힘을 썼지만 기본적인 근력 차 덕분에 어떻게든 닫을 수 있었다. 자물쇠를 잠그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밖에서 시로아의 불평과 그런 그녀를 다래는 베니의 대화가 들려왔다. 머리가 식고 보니 뒤늦게 좀 너무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찝찝했다.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들어오게 해.”

 

  마리가 벽을 잡고 서 있었다. 몰골이 몰골인지라 섬뜩했다.

 

  “그래도 돼?”

  “대화를 들어보니까 적어도 나를 해칠 것 같지는 않네. 그럼 괜찮아. 소개라도 해줘. 나 한동안은 이 마을에 있을 거니까.”

 

  본인이 이렇게 말하니 두 명이 들어오는 걸 막을 이유는 없었다. 뭔가 시로아에게 진 것 같아 찝찝하지만 상관없나.

 

  “게다가 이미 한 마리는 들어온 것 같고.”

 

  마리가 턱짓으로 내 발아래를 가리켰다. 뭔가 싶어 아래를 보니 발 옆에 샤머니가 앉아있었다.

 

  “......넌 어느새 언제 들어왔냐.”

 

  샤머니는 대답 대신 마리를 나를 번갈아 봤다. ‘저 여자는 뭐지?’ 라고 묻는 것 같았다. 말을 안 하는 걸 보아 마리에게 정체를 밝히고 싶진 않은 것 같았기에 대답은 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였다.

  자물쇠를 다시 풀어 문을 열자 시무룩해 하는 시로아와 그녀를 위로하던 베니가 나를 쳐다봤다.

 

  “들어와.”

  “안 된다며?”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던 사람이 그냥 들어오게 하란다.”

  “그게 누군데? 설마 진짜 여자야?”

  “......일단 들어와.”

 

  두 명은 들어오자마자 마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자기 처참한 몰골의 사람이 튀어나오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 둘에게 마리 왼손을 흔들었다.

 

  “안녕. 네가 마렌의 동생? 자, 네가 원하던 여자야.”

  “아....... 예.”

 

  아무리 성격 좋은 시로아라 해도 저런 몰골의 사람에게 밝게 대할 수는 없는지 어색하게 대답했다. 베니는 아예 대놓고 노려봤다.

 

  “......당신. 몇 개 월 전에 도망간 도둑맞지?”

  “기억력 좋구나. 꼴이 이래서 알아보기 힘들었을 텐데.”

  “자세히 봤으니까. 그보다 당신이 여기 왜 있어? 그런 꼴로?”

  “다 말하면 너무 복잡하니까 위기에 빠진 나를 마렌이 거둬줬다고만 해둘게.”

 

  우리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뭔데 이 분위기.

  그때 누군가 열린 문 사이로 어깨를 빼꼼 내밀었다. 그래스트 형이었다. 형은 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뭐냐? 이 상황은?”

  “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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