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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10. 장보기
작성일 : 18-12-25 18:19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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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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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에게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내주고 몸을 닦으라고 시킨 뒤 시장으로 향했다. 나보고 닦아 달라며 장난치는 걸 보니 이젠 좀 살만한가 보다. 내쫓아 버릴까?

  진열되어있는 재료들을 보며 무슨 음식을 해줄지 고민했다. 고기를 원하니까....... 원기회복엔 역시 닭고기지.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닭고기 볶음이었다. 최대한 순하고 담백하게 맛을 내고 고기 크기를 잘게 하면 환자도 먹기 편할 것이다. 발라낸 뼈는 푹 고아서 국물을 내주면 되겠다.

  갖가지 채소를 사고 고기가게에서 닭고기를 샀다. 여기서 고기를 살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고기를 해체하는 기술자의 칼질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고기가게 아저씨는 종이로 감싼 닭고기와 닭 뼈를 건네주며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오늘 뭔 날이야? 네가 스스로 고기를 다 사 가고.”

  “그냥요.”

  “오늘 조리대행 좀 부탁해도 되냐? 술이랑 고기 좀 들고 갈게.”

  “오늘은 힘들 것 같아요. 좀 바빠서.”

  “그래? 흠. 아쉽네. 좋은 술을 사놨는데.”

 

  아저씨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조리대행을 거절하는 법이 거의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평소가 아니다. 침실에 환자가 누워있고 그 환자는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걸 경계하고 있다. 집에 누굴 들일 수 있을 리가 없다.

 

  “다음에 와주세요.”

  “그래. 잘 가라!”

 

  필요한 재료들을 다 샀는지 머릿속으로 확인하며 걷던 중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냄새가 풍겨오는 쪽을 보니 즉석 토스트를 파는 노점과 그 앞에 서 있는 베니가 보였다.

  베니는 평소보다 들뜬 표정으로 토스트를 베어 물었다. 평소엔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신선했다. 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

 

  양 볼이 가득 차 말을 할 수 없었던 베니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당황한 듯 급하게 입을 오물거렸다. ......뭔가 다람쥐 같다.

  빵을 삼킨 베니가 말했다.

 

  “......장 보러 온 거야?”

  “응. 토스트 좋아하나봐? 맛있게 먹더라.”

  “......계속 본 거야?”

 

  째릿하고 쏘아진 베니의 눈빛에 고개를 저었다. 역시 예리하다.

 

  “그냥 오면서 봤는데 맛있게 먹는 거 같아서.”

  “......빵을 좋아하니까.”

  “그래? 의외네.”

  “......뭐가?”

  “넌 예전부터 먹을 거에 관심 없었잖아.”

  “빵은 좋아해.”

 

  베니의 손에 쥐어진 토스트를 봤다. 노릇하게 구워진 긴 빵 사이로 껴있는 양상추와 햄이 먹음직해 보였다. 내 시선을 눈치챈 베니는 입을 대지 않은 부분을 절반 정도 뜯어내 나에게 건넸다.

 

  “먹어봐.”

  “그렇게 많이 줄 필요 없어.”

  “괜찮아. 점심 먹고 먹는 거라 그렇게 많이 안 먹어도 돼.”

  “흠, 그렇다면.”

 

  받은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평범하게 맛있다. 토스트라는 음식의 표준이랄까, 하긴 구운 빵, 햄, 양상추라는 조합으로 맛없게 만들기도 힘들다.

 

  “맛있네. 이거.”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돼?”

 

  갑자기 베니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했다. 뭐, 뭐야 공짜로 준 게 아니었나?

 

  “뭔데?”

  “저번에 마을 순찰을 하던 중 네가 어디로 뛰어가는 걸 봤는데, 옷이 피투성이더라고. 표정도 엄청 다급했고. ......무슨 일 있었어?”

  “......어어.”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기 위해 애쓰며 머리를 굴렸다. 이런 젠장. 내가 그래스트 형을 데리러 간 걸 아무도 못 봤길 그렇게 바랐건만. 하필 베니가 보다니.

 

  “걱정이 돼서 순찰이 끝나고 바로 네 집으로 찾아갔는데. 네 집에서 나온 그래스트 씨가 한동안은 그냥 놔두라고 해서. ......정말 괜찮은 거야?”

 

  베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게 고맙기도 해서 사실대로 말해주고 싶지만 그럴 순 없었다. 난 최대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3일 전 말하는 건가? 그래스트 형이랑 약속에 늦어서 뛰어가긴 했는데...... 옷은 잘 모르겠네. 잘 못 본거 아니야?”

 

  베니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정말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다행이고.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럼 난 슬슬 가볼게. 빵 고마워.”

  “응. 잘 가.”

 

  베니와 인사를 주고받은 뒤 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 어휴.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시장을 벗어나기 직전 시장 입구에 돗자리를 깔고 장사하는 시로아가 보였다. 어깨에 샤머니를 올리고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에게서 세상과 동떨어진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몸에 좋은 약초를 같은 걸 받을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 시로아.”

  “오. 안녕 오빠. 어쩐 일?”

 

  샤머니는 꼬리를 살랑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하긴, 고양이가 갑자기 말을 한다면 마을 전체가 난리가 나겠지.

 

  “웬 일야?”

  “혹시 몸에 좋은 약초 같은 거 있어?”

  “약초? 있기는 한데 오빠가 왜? 내가 생각해서 챙겨줘도 다 썩히는 인간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나쁜 놈 같잖아.”

  “나쁜 놈 같은 걸 실제로 하고 있으니 나쁜 놈이지.”

  “까먹는 거라니까.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야.”

  “어련 하시겠어요~.”

 

  빈정거리는 시로아가 짜증났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니 숙이고 들어가기로 했다.

 

  “알았어. 잘못했다 내가. 어쨌든 몸에 좋은 약초 있어? 체력회복에 좋은 거로.”

  “흠.......”

 

  시로아는 돗자리에 깔아둔 약초와 산나물들을 살펴보다 하나를 집어 들었다. 삼(蔘) 종류의 약초 같았다. 인삼, 산삼 할 때 그 삼. 튼실한 원뿌리를 중심으로 잔뿌리 잔뜩 나있고 길쭉하게 뻗은 줄기 위엔 여러 개의 잎과 하나의 빨간 열매가 맺혀있었다.

  시로아는 귀 좀 대보라 손짓하고 속삭였다.

 

  “산 안에 있는 마린 아저씨의 양식 삼밭에서 슬쩍한 거야.”

  “야, 도둑질.......”

  “자연산삼이라고 속여 파는 양심 없는 사람이니까 괜찮아.”

 

  꼴좋다는 듯 낄낄대는 시로아. 역시 범상치 않은 동생이다. 그녀는 삼을 앞으로 내밀며 장사꾼같이 싹싹한 말투로 말했다.

 

  “이 양식 산삼으로 말할 것 같으면 죽었던 사람도 살린다는 100년 묵은 산삼! ...만큼은 못 하지만 좋을 만큼은 좋답니다! 지금 사가시면 남매 할인으로 반의반 값만 받기로 하지요!”

  “훔친 거라면서 무슨 돈을 받아. 너도 똑같은 놈 되는 거야.”

  “저번에 용돈 주기로 했잖아.”

  “언제?”

  “산 위에서 내가 나무구멍에 손 넣기 직전에. ‘왕. 창’ 얹어줄 거라고 했잖아.”

  “성과금 나오면 이라고도 말했잖아. 그딴 걸 보고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샤머니를 가리키자 그는 태연하게 뒷발로 자기 얼굴을 빗었다. 이제 아주 고양이 다 되셨네.

  시로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투덜댔다.

 

  “오빠가 돼서 여동생을 위험에 빠트린 주제에 그대로 팽 하려고 하는 거야? 진짜 쓰레기.......”

  “야. 나보다 네가 더 적극적이었잖아.”

  “악덕 오빠에게 착취당한 가련한 여동생은 너무 슬픕니다. 흑흑.”

 

  시로아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우는 연기를 했다. 가련은 개뿔. 산을 날아다니는 주제에.

  하지만 동생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건 맞는 소리였다. 게다가 본인은 좋아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론 샤머니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떠 앉게 한 거다. 죄책감이 안든 다면 거짓말이다.

 

  “......얼마면 되냐?”

  “응?”

 

  시로아는 예상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들었다.

 

  “진짜 주게?”

  “맘 바뀌기 전에 말 해.”

  “와! 그럼 10실...”

  “콱.”

  “3실바.”

 

  국수 10그릇 정도 되는 값이다. 지금 지갑사정에선 거금이긴 하지만 최대한 아끼고 다음 성과보고를 최대한 빨리하면......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지갑에서 3실바를 꺼내 건넸다.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돈을 받은 시로아는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

 

  “감사하옵니다. 오라버니.”

  “알면 됐다.”

  “산나물도 같이 넣어드릴 테니 가져가시죠.”

  “양껏 담아 보거라.”

  “예이.”

 

  시로아는 신난 표정으로 종이봉투에 산나물과 양식 산삼을 넣었다. 저렇게 좋아하니 거금을 준 보람이 났다. 지갑은 울고 있지만.

  빵빵해진 봉투를 받고, 시로아와 샤머니와 인사한 다음,(샤머니는 꼬리만 흔들 뿐이었지만.) 시장을 나왔다. 향한 곳은 그래스트 형의 집이었다. 현관문을 두들기자 의사가운을 입은 그래스트 형이 문을 열어줬다.

 

  “안녕하세요.”

  “안녕. 무슨 일이냐?”

  “그 사람 깨어났어요.”

  “다행이네. 언제?”

  “오늘 낮에요. 저녁에 한번 와서 봐줄 수 있어요?”

  “그래. 오늘 저녁에 바로 갈게.”

  “예. 기다릴게요.”

  “그럼 저녁에 보자.”

 

  그렇게 방문 진료 예약까지 마친 나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나왔어. 마리.”

  “어서와~.”

 

  안에서 들려온 마리의 목소리는 환자에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이 밝았다. 하지만 침실로 들어서자 보는 사람이 다 아픈 상처를 수없이 가진 여인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바닥에 놓아둔 몸과 상처를 닦은 수건과 물이 담긴 대야는 피와 고름으로 얼룩져있어 보기 흉했다.

 

  “오래 걸렸네?”

  “맛있는 걸 하려면 준비가 오래 걸리거든.”

 

  묵직한 장바구니를 마리에게 흔들어 보이자 마리가 옅게 웃었다.

 

  “기대할게.”

  “맡겨두셔.”

 

  부엌으로 가기 위해 등을 돌리기 직전, 마리가 손에 쥔 가죽과 가위가 눈에 들어왔다.

 

  “그거 뭐야?”

  “아, 이거 좀 빌렸다?”

  “그건 상관없는 데 그걸 왜 가지고 있어.”

  “미리 안대나 하나 만들어 놓으려고.”

 

  마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른 눈을 가리켰다.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 눈이다.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입이 턱 막혔다. 위로의 말을 해야 할까? 하지만 마리의 표정에 슬퍼하는 기색 따윈 없었다. 오히려 평온했다. 위로는 슬퍼하는 사람에게나 하는 것이다. 의아했다. 시야라는 가장 중요한 감각의 반쪽을 잃어버린 것인데 이 여자는 왜 이렇게 태연할까? 그래서 난 선택한 건 질문을 선택했다.

 

  “괜찮아?”

  “뭐가?”

  “눈 없어도 괜찮냐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흐음.”

 

  마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뭐, 아쉽기는 한데, 이미 이렇게 돼버린 거 어쩔 수 없잖아. 둘 다 잃어서 앞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

  “응.”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마리. 그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기다려. 저녁밥 해줄 테니까.”

  “기대할게요? 요리사님.”

 

  마리의 새침한 말투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방을 나왔다.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큰 한숨이 나왔다.

  역시 저 여자는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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