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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3
작성일 : 18-12-25 13:48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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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3

 

 

 

 “여자 친구 아닙니다. 그냥 직원이에요.”

 

 맞는 말인데. 필요한 해명이었는데. 이 찝찝한 기분은 대체 뭐지. 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님 말고’라는 식이었는지 사람들이 이내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그들의 말에 열심히 맞장구를 치며 들어주다보니 어느새 화제는 각자의 여행 이야기로 옮겨갔다.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를 가면 좋은지, 서로 정보 교환을 하느라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조금 전 어색한 상황은 그렇게 금세 잊혀졌다.

 

 “미니.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레오랑 말다툼하는 바람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파비가 북적이는 분위기를 피해 가까이 다가왔다.

 

 “그게 왜 너 때문이야. 아니야.”

 “내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 건 맞거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있어 커피와 와인은 일상과 같아. 자부심도 대단하고. 마치 한국의 김치장인에게 ‘당신 김치는 완벽하지만 맛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레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좀 상했을 거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잘못은 인정했다. 그래도 레오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사과를 하긴 해야겠지, 짧게 한숨을 내쉰 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루떼.”

 “살루떼.”

 

 챙, 하며 맑은 유리 잔 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굳은 표정을 푼 민희는 말랐던 목을 축이려 와인을 쭉 한 입에 들이켰다.

 

 “그런데 나 좀 감동 받았어. 완벽하진 않지만 맛있었다는 그 말.”

 

 ‘한 잔 더 할래?’ 파비의 이어지는 말에 그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에 와서 마시는 술이라 그런가. 뭐가 이리 달콤한지 술이 술술 넘어갔다.

 

 “근데 알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레오랑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

 “한국? 레오가 한국에 있었어?”

 “어? 아, 아니야. 그럼 미니가 일하고 싶다고 직접 찾아온 거야?”

 

 얼버무리는 그의 태도가 이상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장본인도 아닌 남에게, 본인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물어보는 건 정말 기분 나쁜 일이기 때문이었다.

 

 “응.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혹시나 다른 사람이 듣고 곤란한 일이 생길까 싶어 민희는 파비의 귓가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그랬구나. 정말 당황하고 속상했겠다. 그 소매치기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 나랑 다음에 미켈란젤로 언덕 같이 가볼래?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잖아.”

 “흠. 그런가.”

 

 돈과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게 된다면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그저 순수하게 놀고, 먹고, 즐길 수 있을 텐데. 그런데 민희는 이상하게도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찾지 못해도 괜찮다고, 이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고작 3일 만에.

 

 “소매치기들의 활동 반경이 크지 않아서, 미켈란젤로 언덕이나 두오모 성당 근처 가면 다시 마주칠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미니에게 피렌체를 나쁜 기억으로 남겨둘 수 없어. 내가 바꿔줄게. 좋은 추억으로.”

 

 파비. 넌 정말 천사구나. 씩 웃는 파비의 얼굴을 바라보며 민희는 와인 잔을 짠 부딪쳤다.

 

 “미니.”

 “어?”

 “한국말로 ‘정말 예뻐.’를 어떻게 말해?”

 

 왐마. 이 놈 보소. 특급 과외를 받았네, 받았어. 너무 오랜 시간 연애를 쉬었더니 이 간질거리는 기분, 오그라들 것 같은 느낌이 그리웠던 걸까. 민희는 이미 파비의 의도를 눈치 챘으면서도 또박또박 대답해주었다.

 

 “정.말.예.뻐.”

 “종말 예뽀.”

 

 고스란히 되돌아온 어눌한 한국말에 배시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때였다. 얼굴이 뚫어져라, 타오를 듯 시선이 느껴진 것은. 시선의 근원지를 따라 돌린 고개가 아니꼬운 표정의 레오를 발견하자마자 멈춰 섰다.

 

 같은 공간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인간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순간 낯부끄러운 순간을 들킨 듯 온 몸이 화악 달아올랐다.

 

 ‘뭐, 어쩌라고. 지도 여자들이랑 노닥거리는 주제에.’

 

 싸워봤자 좋을 거 하나 없지. 참자. 참자. 말없이 쏘아보다 먼저 팩 고개를 돌린 민희는 벌컥벌컥 와인을 들이마셨다.

 

 “미니. 와인 더 할 거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내에 와인만한 게 없었는지 민희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가지고 올게. 잠시만.”

 

 테이블의 맞은편에 놓인 와인을 가지러 간 파비는 그 잠깐의 시간, 미국에서 왔다는 젊은 여자 친구들에게 붙잡혔다. 레오에서 파비까지 타깃의 범위를 늘린 모양이었다. 젊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두 남자의 비주얼이 가히 훌륭하긴 했다.

 

 사르르 녹을 것 같은 눈웃음과 코맹맹이 소리를 장착하는 것은 만국 공통인지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투어 가이드 같은 건 하지 않느냐고, 괜찮은 식당 있으면 소개 겸 같이 가자고.

 

 ‘좋을 때다.’

 

 다 늙은이마냥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남은 와인을 홀짝였다. 예전 같았으면 눈꼴 시리다고 했을 텐데 질투도 같은 세대여야 하는 건지, 서른이 넘고 나니 20대의 젊음 그 자체가 싱그럽고 예뻤다.

 

 ‘술이나 마시자.’

 

 쭉 들이켠 와인 잔을 내려놓다 파비와 눈이 마주쳤다.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이자 갑자기 파비가 달달한 눈웃음을 지은 채 얼굴 근처에서 손가락을 휘휘 돌렸다.

 

 ‘이늠시끼가. 로맨틱 가이라고 해줬더니. 내 웃는 모습이 그렇게도 이상한가? 왜 웃기만 하면 연거푸 다 나한테 미쳤다고 하는 건데!’

 

 곱창버거집 남자도 맛있다고 웃으며 칭찬을 했더니 난데없이 미쳤다고 해서 화딱지가 났는데, 다시금 그 순간이 생각났는지 민희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미니. 왜, 왜 그래?”

 

 무리에서 다급히 빠져나온 파비가 물었다.

 

 “내가 웃는 게 그렇게 이상해? 나 기분 나빠. 직접 말로 하든가.”

 “응? 무슨 말이야, 갑자기?”

 

 황당하기도, 걱정이 되기도 했는지 파비가 두 눈을 휘둥그레 키워가며 미간을 좁혔다.

 

 “나한테 미쳤다고 했잖아. 내가 웃으니까.”

 “내가 왜? 내가 너한테 그런 표현을 왜 해?”

 “아까 나 보면서 손가락 빙빙 돌렸잖아. 그거 미쳤다는 뜻 아냐?”

 “오! 미니. 오해야! 미쳤다니!”

 “그럼 나 보면서 손가락을 왜 빙빙 돌려? 한국에서는 그거 미쳤다거나, 제정신이냐고 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파비는 순간 말을 멈추었다. 간혹 민희가 이탈리어를 쓰기에 간단한 제스처 정도는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녀가 능숙했던 말은 고작 인사말과 고맙다는 말이 전부였다. 웃으면서 말하기에 노련하다 여태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오가 그랬어. 이탈리아에서도 미쳤다고 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뭐? 레오가?”

 “응. 시장 갔을 때 어떤 남자가 그러기에, 그거 나한테 미쳤냐고 한 거니까 레오가 그렇다고 하던데?”

 

 순간 파비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있지. 민희. 그건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럼?”

 

 이따 따로 밖에 나가서 단 둘이 얘기하자고,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을 걸 때 쓰는 제스처였다.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을 하면, 레오가 잘못 가르쳐주었다는 것을 알게 될 텐데. 더군다나 제스처의 뜻을 모를 리 없으면서 잘못 가르쳐준 레오의 의도가 파비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예쁘다는 뜻이야. 너 예쁘다고.”

 “아, 그래?”

 

 흥분했던 민희의 얼굴이 일순간 발갛게 달아올랐다.

 

 “화내서 미안. 그런 뜻인 줄 몰랐어.”

 “아냐. 이탈리아 사람들 제스처를 아는 게 더 신기하지. 그 시장에 있던 남자한테 그래서 어떻게 했어?”

 “뭘 어떻게 해. 그 땐 미쳤다는 뜻인 줄 알고 손가락 들어서 욕하려다가.......”

 

 그 장면이 그려지는지 파비는 풉,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려고 했는데 레오가 억지로 끌고 나왔지. 그러고 보니, 내가 예쁘다는 칭찬 들은 게 싫어서 나한테 거짓말 한 거네?”

 

 이 자식이 진짜. 치사하게. 가라앉힌 속이 다시 울컥 치민 민희는 레오를 노려보며 벌컥 벌컥 와인을 마셨다.

 

 안주도 없이 깡 와인을 연거푸 몇 잔 들이켠 탓일까. 달달한 와인이 도수가 높아봤자 얼마나 하겠냐며 무시한 탓일까. 아니지, 고된 중노동에 피곤한 탓이지....... 걱정스레 바라보는 파비의 얼굴도, 째려본 시선을 느낀 탓인지 다가오는 레오의 얼굴도 빙빙 돌았다.

 

 “따져야 한다고! 따져야 하는데....... 레오 이 시끼....... 지가 다빈치야, 디카프리오야.”

 

 유일하게 그녀의 한국말을 알아들은 레오만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요. 취했으면 올라가서 자요.”

 “누가 보면 엄청 매너 좋은 줄 알겠네. 간다구요. 가요, 가.”

 

 그 와중에도 손님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 민희는 비틀비틀 걸어 나갔다. 로비 밖으로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우당탕 돌바닥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파비와 함께 레오 역시 그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가까이 있으니 가볼게. 마스터키도 어차피 나한테 있고. 뒷정리 좀 부탁해. 파비.”

 

 계단 아래 넘어져 있는 민희를 바라보다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흐응.”

 

 그 단단한 돌바닥 위에 넘어져도 잠이 오긴 한가보네. 피식, 실없는 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봐요. 일어나요.”

 

 간신히 일으켜 세운 상체가 다시 축 늘어졌다. 실랑이를 벌이느니 옮기는 게 낫다 싶었는지, 레오가 넘어진 민희를 번쩍 안아들었다.

 

 계단을 올라가 마스터키로 방문을 열고 들어간 레오는 침대 위에 민희를 내려놓고 그 옆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끄응. 미아네요.”

 “뭐라고요?”

 “커피 맛없다고 한 거, 미안하다고요! 그러니 너도 사과해, 인마. 하라고.......”

 

 누워서 눈도 뜨지 못하면서 미안하다 소리는 빽 내지르는 모양새가 웃겼다.

 

 “뭘 사과하라는 거야. 그리고 인마라니, 이 여자가. 이봐요. 미안하면 내일 늦지 말고 일어나요. 10시 전에 꼭 내려오라고요. 알겠어요?”

 “진짜 곧 죽어도 잔소리는!!!!! 입 좀 다물어요. 시끄러워 죽겠으니까. 머리가 둥둥 울린다고!”

 

 누워 있던 민희가 벌떡 일어나더니 레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순식간에 다가온 입술에 놀라 피할 길도 없이 그대로 쪽, 찰지게도 소리를 내더니 도로 누워 버렸다.

 

 “음....... 이제 좀 조용하네.”

 

 그 말을 끝으로 잠이 든 건지 색색 숨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얼이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던 레오가 그제야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 이, 이 여자가. 나한테 지금? 어?”

 

 제자리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우뚝 멈춘 채 다시 잠든 민희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한 손을 들어 제 입술을 조심히 손끝으로 매만졌다.

 

 “나한테 키스한 거야, 지금?”

 

 단순 사고와 같은 입술 박치기가 키스로 둔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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