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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서글픈 여인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4

바른 말만 하는 국민, 바른 말만 하는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나라, 바람직하지 않은 국민
강자만이 사는 나라, 약자가 설 자리 없는 나라.

가장 힘 없는 사람.
돈 없는 사람.

더 힘없는 사람.

돈 없는 여자.

 
39. 시작(4)
작성일 : 18-12-25 04:41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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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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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요즘 힘듭니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서로 목례를 하고 출하 실로 들어가는 동안 우근이 출하 장으로 차를 몰고 간다.

 

 “지혜야! 할만해?”

 

 “응! 오빠! 여긴 왠 일이야?”

 

 얼른 일어나 커피를 주며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킨 주인처럼 반갑게 맞이한다. 그 모습에 안심이 되고 왠지 찡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 지혜가 잘 하고 있나 궁금해서 감시하러 왔다. 오늘은 몇 대 나갔어?”

 

 가물치가 두텁게 쌓인 계량 표를 힐끔 쳐다 보며 묻는다. 지혜가 이젠 능숙하게 엑셀을 다루고 있다.

 

 “응! 지금까지 30대 나갔네”

 

 “그럼! 555톤! 이 회사만 장사가 잘 되네. 허!”

 

 “어! 어떻게 알았어? 555톤보다 조금 많은데… 오빠! 여기 감시 카메라 설치 해놨지?”

 

 지혜가 눈이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쳐다 본다.

 

 이상하게 지혜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가물치 뇌리는 그날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가슴이 심하게 요동친 후에야 정신을 차린다. 그런 가물치와 달리 지혜에겐 가물치는 단지 갑자기 태어난 오빠에 불과했다. 그 놈의 술의 위력이 사람의 마음을 극과 극으로 양극화시켜 버렸다.

 

 ‘앞으로 나도 기억 안 난다’을 이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지혜야! 저 차는 왜 그냥 가?”

 

 잠시 지혜와의 그날 밤에 젖어가는 사이 탱크로리 한대가 계량 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밖으로 나간다. 얼른 밖으로 쫓아가 차 번호를 확인하고는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 저 차 번호가 입력되어 있지 않네! 지혜야! 저 차 공차 기록 좀 보자”

 

 가물치가 지혜 옆에 바짝 다가가 컴퓨터에 저장된 공차 기록을 찾는 사이 재동이 들어 왔다.

 

 “어! 여긴 왠 일이세요?”

 

 조금 놀라는 표정으로 가물치를 잠시 쳐다 보더니 지혜 옆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힐끗 다시 쳐다 보고는 출하 장으로 간다. 이런 업무에 익숙해졌는지 지혜는 잠시 비켜준 제자리를 찾아 방금 계량을 마친 다른 탱크로리의 계량 표를 출력해 기사에게 전달한다.

 

 “지혜야! 잠시 봐! 방금 자동으로 입력되잖아! 그런데 앞에 기사는 왜 그냥 가고 저 차 계량 수량을 저 놈이 입력시켜?”

 

 다그치면 놀랄 것 같아 조용히 차근차근하게 묻는다.지혜가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히 쳐다 보다 입을 삐죽하며 대답을 한다.

 

 “늘 그러던데….”

 

 ‘아차!’

 

 얼마 전에 선장이 한 말이 떠 올랐다.

 

 ‘야! 너는 그 회사에 검정을 안 해! 새끼들! 항상 0.36% 적게 줘! 야! 5,000톤에 0.36%면 거의 18톤이야. 네가 좋아하는 18년, 18홀이 아닌 18톤! 우리 이렇게 실어가면 하역 지에서 자칫하면 우리가 다 물려야 해!”

 가물치는 그 말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계량실을 나가서 벌써 출하 실 근처를 얼쩡거리고 있었다.

 

 “어이! 이 봐요! 안전모도 안 쓰고 거기서 뭐해요?”

 

 순간 깜짝 놀란 가물치가 멈칫하며 뒤 돌아서서 출하 실로 발 걸음을 옮기다 번쩍 떠오르는 뭔가가 있어 다시 돌아서 주변을 빙 둘러보다가 약간 꺼림직한 부분을 보고는 물어 보려다가 멀찌감치 재동이 쳐다 보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멋쩍은 미소만 그 사람에게 전하고 출하 실 입구에 서서 다시 주변을 빙 둘러 본다.

 

 ‘선박에서 들어 오는 입고 라인, 탱크로리로 나가는 출고 라인 그리고 선적을 위한 출고 라인…’

 

 팔짱을 끼고 지혜 옆에 앉아 눈을 지긋이 감고는 도면을 그리고 있다.

 

 “오빠! 무슨 생각해?”

 

 양손을 꼭 낀 채 뒷덜미를 꾹꾹 누리던 가물치가 지혜 말을 듣지 못했는지 엉뚱한 질문을 한다.

 

 “지혜야! 여자는 오줌 구멍과 난자 구멍이 같나?”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지혜를 뚫어지게 쳐다 본다. 갑자기 한대 얻어터진 듯 놀라며 지혜가 멀뚱히 가물치를 쳐다 만 본다.

 

 “먼저 갈게! 통근 버스 불편한 거 없지? ”

 

 “그걸 이제 물어 봐"

 

 “우리가 정자 난자 이야기를 할 일이 언제 있었나?”

 

 같이 퇴근하길 바랬는데 동문서답에 어의가 없어 포기한 듯이 얼른 가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형님!”

 

 오로지 입출고라인에만 정신이 팔려 지나치는 후배도 알아보지 못했다.

 

 “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참! 여기 입출고라인이 같아?”

 

 “예! 그것 때문에 저도 골머리 아파요. 생산을 하는 도중에 선적을 하지 않나.. 입고 중에 출하도 해버리니 수량 확인하는데 엄청 애를 먹어요. 저도 지쳐서 대충 끼워 맞춰버려요”

 “그럴 수밖에 없지 뭐! 그래도 감량 때문에 골머리 아플 일은 없잖아? 그럼 좋지!”

 

 “예! 그건 좋아요”

 

 “그래! 수고하고”

 

 메케한 가스가 머리를 온통 어지럽게 했다. 얼른 시동을 켜고 맑은 공기가 들어 올 무렵 잠시 차를 세웠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다. 고개를 돌려 서쪽으로 본다. 석유화학단지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구름 속으로 파고든다. 구름 아래엔 타 도시와 마찬가지 풍경이 보인다. 그 속에 최근에 만난 사람들이 곧 들어간다.

 

 그들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려면 굳이 입출고라인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입고라인으로 들어가면 같이 따라 들어가고 출고라인으로 나오면 같이 나오기만 하면 된다. 그 라인에 굳이 족쇄를 채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망자격증 2회라는 그럴싸한 홍보만 하고 절대 그 자격증으로 홀로 절대 창업을 할 수 없게 족쇄를 채워버린 치밀한 검토 없는 정부보다 이렇게 치밀한 계획으로 공존공생의 손을 내미는 여기가 더 미래에 비전이 있어 보였다.

 

 철옹성에 채워진 족쇄를 잘못 건드렸다가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전과자가 되느니 도둑놈 소굴에서 ‘나! 도둑놈이오’라며 떳떳하게 쇠고랑을 차는 게 훨씬 현명하다는 확신이 섰다. 터줏대감의 족쇄를 풀 능력이 없으면 그 속에 종놈으로 사는 이 세상.

 가물치는 선택한다.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올랐다.

 

 약간 현기증을 일으키던 메케한 냄새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코도 막지 않고 통근버스정류장을 향해 거의 뛰다시피 헐떡이며 달려가다가 울컥하는 왠지 모를 섭섭한 감정이 밀려 와 다시 종종 걸음으로 통근버스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걷는다.

 

 통근버스 너머에 멀리 보이는 문수산 꼭대기로부터 펼쳐지는 오색찬란한 구름이 오각편대를 이뤄 비행하는 전투기 꽁무니를 기점으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연기처럼 하늘을 오각형으로 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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