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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15. 아가, 이것을 삼키련 (2)
작성일 : 18-12-25 01:25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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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그거에요, 그거!”

 

  효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좋아라했다. 하지만 인선은 효정의 눈을 슬쩍 피한 채 조금은 가라앉은 어투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괴상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데다 허무맹랑한 구석도 없지 않아서 믿을지는 모르겠네요.”

  말을 하려는 본인 스스로도 이야기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방금 전에 보여준 어딘가 불안한 기색은 그것에서부터 비롯된 걸까. 찬기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요. 괴상한 이야기는 이미 몇 번이나 들었거든요.”

 

  “좀 조용히 해.”

 

  효정은 찬기의 옆구리를 쿡 찌렀다. 그리고는 인선에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희는 그저 삼촌이 남긴 원고를 정리하고 싶을 뿐이거든요. 어떤 이야기든 들려주시기만 하면, 잠자코 기록하기만 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인선은 그 말을 듣고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러면 원장님의 마지막 부탁이기도 하니, 제가 들은 이야기를 말씀 드릴게요.”

 

  그녀는 몇 번 목을 가다듬고는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 *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원장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원장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원장님은 정신이 오락가락 하셨어요. 이상한 말씀도 많이 하셨죠. 그래서 저는 솔직히 이 이야기를 믿지 않아요.

 

  정작가님은 원장님이 살아 계셨을 때 많은 후원을 해주신 분인데다, 약속까지 되어 있으니 예의상 이야기를 전해드리지만, 이왕이면 어디 가서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평생 좋은 일만 하다가 가신 원장님의 명성에 누를 끼치긴 싫거든요. 원고를 작성하실 때도 이왕이면 익명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정도는 지켜 주실 수 있죠?

 

  저희 원장님은 사천에 있는 한 부잣집에서 태어나셨어요. 으리으리한 기와집이었대요. 원장님의 아버지는 6.25 당시 미군 쪽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 한 생선 가공 공장을 인수해 운영했다고 해요.

 

  지금은 그 공장이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아주 잘나갔다고 합니다. 근방에 있는 돈이란 돈은 저 사람에게 다 쓸려 들어간다, 란 말까지 들었을 정도라니까요.

 

  안타깝게도 원장님의 어머님은 원장님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욕열로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 시대에는 나름 흔한 일이었죠. 아무튼 원장님은 부잣집 무남독녀라 기어 다닐 때부터 귀한 공주님 대접을 받으셨대요.

 

  한글도 유치원이 아닌 가정교사에게 직접 배웠다고 하셨어요.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원장님은 예외였어요. 항상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장난감이 끊이질 않았다고 말씀 하셨죠.

  원장님의 아버지는 명성이 자자하던 애처가였어요.

 

  그래서 재혼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으셨다고 해요. 원장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몇 번인가 재혼 권유가 들어왔지만 모조리 물리쳤죠. 살다 살다 사내놈이 수절을 하는 건 처음 본다고 당시 사람들이 손가락질 했을 정도였대요. 대신 아내 분에게 드리지 못한 사랑을 외동딸인 원장님에게 쏟았죠.

 

  이처럼 아버지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원장님은 조금씩 어머니의 부재를 느끼셨어요. 그 부재는 점차 커져서 원장님을 힘들게 할 정도였죠.

 

  주위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집요하게 캐묻거나,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사진을 부여잡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하세요. 이쯤 되니 원장님의 아버지도 슬슬 재혼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원장님의 아버지는 몇 번인가 맞선을 보고, 새 아내를 집에 데리고 왔어요. 원장님은 자신의 새어머니와 처음 만났던 순간이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하셨어요. 옥색 치마에 노란색 저고리를 입고 양산까지 쓴 채 산들산들 와서는, ‘네가 순옥이구나?’하고 물어보는데 어찌나 예쁜지 천사인 줄 알았다나요.

 

  새어머니는 거창이 고향이라 모두가 거창댁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물론 본명이 있기야 하겠지만 원장님은 거기까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거창댁은 예쁜 얼굴과 특유의 사근사근한 성격으로 금세 그 집안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했죠.

 

  원장님은 당시만 해도 자신에게 엄마가 생겨서 누구보다 기뻐했다고 하세요. 거창댁은 정말 모두가 이상적인 현모양처라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다정다감했죠.

 

  원장님은 거창댁에게 금방 푹 빠졌대요. 더 이상 돌아가신 친 엄마 사진을 붙잡고 울지도 않았죠. 거창댁 역시 처음에는 그런 원장님을 친 딸처럼 아꼈어요. 원장님도 거창댁을 금방 엄마라고 불렀고요.

 

  거창댁에게 빠진 것은 원장님뿐만이 아니었어요. 원장님의 아버지 역시 아리따운 자신의 새 아내에게 푹 빠졌죠. 퇴근 할 때 마다 매일 같이 값비싼 옷과 장신구를 몇 꾸러미씩 사와서 가져다 바쳤대요. 거창댁은 그럴 때 항상 활짝 웃으면서 남편이 가지고 온 사치품들을 날름날름 받아 챙겼죠.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그걸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대요. 그도 그럴 것이, 거창댁은 뭘 입어도 정말 잘 어울렸거든요. 세상에 있는 모든 화려한 옷과 반짝이는 금붙이들은 오직 거창댁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였대요.

 

  퇴근한 아버지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거창댁이 새로 사온 옷을 입고 패션쇼를 하듯이 걸어 나왔다고 해요. 한복이든, 양장이든 일단 입기만 하면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두 부녀 모두 넋을 잃을 정도였답니다.

 

  거기다 거창댁은 기묘할 정도로 향수에 집착했다고 해요. 틈만 나면 온 몸에 향수를 발랐대요. 그래서 거창댁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꽃향기가 흘러 넘쳤다죠.

 

  거창댁에는 자신의 몸뿐만이 아니라 옷에도 향수를 항상 발랐는데, 꼭 끌어안을수록 옷에 베인 향이 물씬 풍겨 나와서 원장님은 새어머니에게 안기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셨대요.

  거창댁은 그저 외모만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었어요.

 

  학식 또한 굉장히 높았죠. 영자 신문을 줄줄 읽는데다, 남편을 도와 외국에서 건너온 서류들을 번역하는 일도 도맡았다고 해요. 무엇이든 맡기면 척척 해내서 모르는 게 있긴 할까 싶을 정도 였다나요.

 

  원장님은 거창댁에게 일본어와 영어를 배웠다고 했어요. 더 나아가 러시아어와 한자까지 배웠다죠. 여자가 많이 아는 것은 흠이 되던 시절이었지만, 거창댁은 장차 세상이 바뀌고 여자도 큰일을 할 때가 올 테니, 무엇이든 익혀두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대요. 원장님은 거기까지 생각은 하지 않으셨지만, 새어머니에게 칭찬을 받는 게 기뻐서 죽어라고 익혔대요.

 

  아무튼 거창댁이 집에 들어온 뒤로 아버지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대요.

 

  거기다 집안 분위기까지 화목해졌죠. 집안에서 일하던 일꾼들도 거창댁을 안주인으로 모시고 의지했어요.

 

  오직 단 하나, 집에서 키우던 덕구라는 개만 빼고 말이죠.

 

  덕구는 원장님의 아버지가 아는 사람에게서 데리고 온 진돗개 잡종이었어요. 털이 하얀 대다 생긴 것도 귀여워서 예쁨을 많이 받았죠. 원장님이 어렸을 때부터 길렀기 때문에 거즘 형제나 다름없었다고 하셨어요.

 

  덕구는 참 영리한 개라 집에 들어온 손님과 도둑을 귀신 같이 알아봤다고 해요. 나름 잘 사는 집이었던 지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중요한 손님들이 찾아오곤 했는데, 덕구는 그때 단 한 번도 짖은 적이 없었대요. 보통 개란 동물은 낯선 얼굴이 나타나면 으레 짖기 마련인데, 참 신기하죠?

 

  언젠가는 도둑이 집에 들어온 적이 있었대요. 그 좀도둑은 머리를 써서 양복을 입은 채 손님 행세를 하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깜빡 속을 정도였죠. 헌데, 이 덕구는 어떻게 알아 봤는지 아주 맹렬하게 짖더랍니다.

 

  생전에 안 짖던 개가 갑자기 놀라 짖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놀라서 우르르 몰려나왔대요. 그 덕에 손님인 척 집에서 귀한 물건을 쓸어 가려던 좀도둑을 그 자리에서 잡을 수 있었죠.

 

  원장님은 거창댁이 집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의미로 덕구를 소개시켜주려고 했나 봐요. 겸사겸사 덕구에게 새 식구 얼굴을 익히게도 할 겸 말이지요. 그런데 그 착하던 개가 거창댁을 보자마자 무슨 원수라도 만난 것 마냥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대요. 생전 안 하던 짓을 해서 원장님도 깜짝 놀랄 정도였죠.

 

  하지만 놀라운 건 더 있었어요. 바로 거창댁의 태도였죠. 사근사근하던 사람이 덕구를 보자마자 히스테릭하게 비명을 지르더랍니다. 원장님은 깜짝 놀라 물었죠.

 

  “엄마, 괜찮으세요?”

 

  “난 개가 싫어. 흰 개는 더더욱!”

 

  그러면서 온갖 화를 다 내더랍니다. 얼마나 덕구를 보면서 성질을 내던지 보는 자신이 다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다고 했어요. 아무튼 그 일로 인해 덕구는 뒷마당 창고에 묶인 신세가 됐죠. 오래 기른 개이긴 하지만 그래도 새어머니보다는 못한 법이니까요.

 

  그 다음 날, 거창댁이 덕구 밥을 챙겨주겠다고 나섰대요.

 

  흰 개라면 질색한다는 사람이 밥을 챙겨준다니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죠. 거창댁은 덕구가 내 얼굴을 익히지 못해서 난리를 친 게 분명하다면서, 자신이 밥을 주면서 길들일 거리고 말했대요.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 다들 수락했죠. 원장님은 어린 마음에 덕구가 새어머니와 잘 지냈으면 하고 바랐대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덕구의 모습이 이상해지더랍니다. 눈에 띌수록 야위기 시작하더니, 그 영리한 개가 사람들 눈을 슬슬 피하기까지 했다 네요. 특히 거창댁을 그렇게 무서워했대요. 거창댁이 근처에 나타나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낑낑 대기까지 했다 네요. 처음에는 그렇게 짖어 대더니, 참 이상하죠?

 

  그러다가 덕구는 쥐약이 든 음식을 잘못 먹고 어느 날 그냥 죽어버렸대요. 거창댁은 쥐를 잡으려고 음식에 쥐약을 섞어 뿌려뒀는데, 덕구가 그걸 아무래도 잘못 주어 먹은 것 같다며 자책했다고 해요. 하지만 원장님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덕구는 정말 똑똑한 개였거든요. 그 똑똑한 개가 쥐약 섞인 음식을 모르고 먹었을 리가 있겠어요?

 

  하지만 그런다고 그 착한 새어머니가 덕구를 일부러 죽였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으셨다고 해요. 정확히는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으셨겠죠.

 

  이상한 것은 그 뿐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거창댁이 들어온 후로 집에 들끓던 쥐가 싹 사라졌다고 해요. 당시만 해도 쥐가 없는 집이 없어요. 부잣집일수록 오히려 쥐가 많았죠. 헌데 거창댁이 들어오자마자 그 많던 쥐가 모습을 감추다니.

 

  누가 봐도 뭔가 있구나, 싶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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