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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24화] 핑크빛 모드
작성일 : 18-12-25 00:48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7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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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이런. 손님이 와계셨군요. 서 변호사님 의뢰인이십니까?”

 

 엄기동의 등장으로 장내는 일순간 적막이 흘렀다. 서유림 또한 그의 샤방샤방한 변화 아니, 변신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어깨를 톡톡 건드린다. 옆을 돌아보자 조한나가 ‘누구?’라는 입모양을 하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이 남자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좀처럼 생각이 떠오르지 않나보다.

 “어? 어, 그게 그러니까…….”라고 얼버무리는 사이, 엄기동이 끼어들어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민간조사원 엄기동입니다. 건물주죠.”

 

 으응? 평소에는 “탐정이죠.”라고 하지 않았던가? 뭐, 지금 이 순간만큼은 ‘탐정’보다는 ‘건물주’라는 존재를 더 어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연북동 목조건물 401호는 실로 오랜만에 즐겁고, 화기애애하며, 웃음꽃이 만발하는 그런 분위기로 떠들썩해져 있었다. 꺄르르 웃는 소리, 혹은 웬일이니, 웬일이니……라는 다소 방정맞은 추임새가 귓가를 맴돌고 있다. 응접실에 앉아있는 귀부인과 신사, 그리고 그저 그런 평범한 여성, 이렇게 세 명은 고급스러운 찻잔을 들고 영롱한 빛깔의 홍차를 음미하며 테이블 중앙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영양만점의 쿠키를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찻잔이 너무 예뻐요. 음~ 향도 좋고.”

 “제가 영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들입니다. 역시 홍차는 이런 찻잔에 이렇게 얼그레이로 즐겨야 영국 본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아주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만 제가 특별히 선보이는 겁니다. 아, 이 쿠키도 물론.”

 “영국에 계셨었어요? 어디요?”

 “……?”

 

 주워들은데 라고는 런던 밖에 없다. 분위기로 보아 이 여자는 분명 런던이란 곳엘 가봤을 것이다. 만약 동선이 겹친다면 꼬치꼬치 캐물을 게 틀림없다. 사전에 막아야 한다. 어떻게?…….

 고심 끝에 지어낸 말은 “보안상 함부로 발설하기가 어렵군요.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였다. 초등학생에게조차 통할 것 같지 않은 이 우스꽝스러운 거짓말이 과연 변호사 조한나에게 먹힐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지만 글쎄, 표정으로 봐서는 이미 먹히고도 남은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 "어머나, 비밀첩보원 같으셔."라는 뜬금없는 얘기까지 꺼낸다. 아니, 도대체 어딜 봐서!

 

 “그러시구나. 민간조사원이 특수한 직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동 씨는 훨씬 더 특별하신 것 같아요. 재력도 있으시고.”

 “그런가요? 아하하하!”

 

 조한나는 ‘아이, 몰라’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흥! 좀 전까지만 해도 흥신소가 어쩌고저쩌고 무식한 소리만 해댔으면서……. 꼬리치는 강아지마냥 살랑대는 조한나를 서유림은 그저 심드렁하게 쳐다볼 뿐이다.

 그건 그렇고 조한나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었나? 웃음도 헤프고 말이다. 어째 우리가 알고 있던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림이가 아주 땡 잡았…… 어머, 죄송해요. 복 받았네요. 기동 씨 같은 친구 분을 만나서 이렇게 투자도 받고.”

 “적적하던 참에 잘된 일이지요. 너무 넓지 않습니까? 혼자 쓰기에는……. 어려운 이웃도 돕고, 선행을 베풀면서 사는 게 저한테는 오히려 낙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게 덕이 되어서 나중에라도 저에게 돌아온다면 그만한 행복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하! 우리 서 변호사님, 혹시 잘 되시더라도 저 모르는 척 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서로 죽이 척척 잘 맞는 모습에 서유림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특히나 능청스럽게 구는 엄기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살벌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늘게 뜬 실눈이 분명 이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죽을래?……라고.

 눈치를 보던 엄기동이 “저, 잠시만 실례.”라며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조한나는 기다렸다는 듯 서유림에게 몸을 밀착시켰다.

 

 “둘이 혹시, 무슨 사이야?”

 “무, 무슨 사이라니……. 아무 사이도 아니야.”

 “정말? 확실해?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말고.”

 

 아무래도 이 여자, 엄기동에게 흑심 아니, 연모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너 만나는 사람 있잖아. 결혼할 거 아니었어?”

 “헤어졌어.”

 “언제?”

 “방금, 방금 그렇게 마음먹었어.”

 

 잘나가는 사업가면 뭐하냐. 앞뒤가 너무 꽉 막혔다. 그 사람 혼자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는 거다. 그래서 몇 번 만나준 것뿐이다. 모발 상태를 보니 곧 대머리가 될 것 같다. 키만 멀대 같이 큰 대머리는 싫다. 옷을 못 입는 대머리는 싫다. 대머리는 그냥 싫다…… 라는 게 조한나의 설명이다. 대머리라는 것만 빼면 1시간 전의 엄기동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게 서유림의 생각이었다.

 

 “저 정도 외모에 이 정도 능력, 성격도 시원시원하잖아. 나쁘지 않아.”

 “그, 그건 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사람이 키만 컸지 얼마나 싱거운 줄 알아? 그리고 잘 씻지도 않는 것 같단 말이야. 지저분하지, 게으르지, 얍삽하지, 남 등쳐먹을 생각만 하고……. 어디 그것뿐이게?”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서유림은 쉴 새 없이 엄기동의 단점을 끄집어 말했다. 말하는 속도도 빠르다. 엄기동이 들었다면 분명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게 틀림없다.

 

 “제일 중요한건……, 방귀소리가 엄청 더러워. 막 토할 것 같다니까. 절대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 뭐 더 없나?”

 

 그런 그녀를 조한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아니, 저 사람에 대해서 너무 자세히 알고 있는 거 같아서. 15년 만에 만난 거라며. 정말 아무사이도 아니야? 너 지금 질투하는 거 같은데?”

 

 서유림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 그러면서 ‘그러게. 왜 내가 이렇게까지 열을 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기동조사반의 문이 열리며 엄기동이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다.

 

 “네, 고객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는 저한테 의뢰할 것이 아니라 경찰서에 신고를 하시는 게……. 네? 뭐라고요? 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허, 이를 어쩐다.”

 

 왜 이런 통화를 굳이 밖에까지 나와서, 그것도 아주 큰소리로 떠들면서 하는지 모르겠다.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의 변호사를 의식한 그는 “아, 그럼 제가 다시 연락을 하겠습니다.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누가 사채 빚을 진 모양이야. 아아, 그런 거 함부로 빌리면 안 되는 건데……. 가뜩이나 이자율도 높은데 선이자에 수수료까지.”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서유림은 어리둥절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엄기동은 재빨리 한쪽 눈을 깜빡였다. 그제야 뭔가를 눈치 챈 서유림. ‘이 자식, 미리 얘기라도 하든가.’라는 속마음을 숨기며 딱딱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아, 저, 저런……. 그, 그거 참 큰일이로구나.”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는 거야. 중도상환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날 바로 찾아갔는데…… 안 맞고 쫓겨난 게 다행이라나?”

 “처, 천하에 나쁜 놈들 같으니라고. 그, 그런 놈들은 따, 따끔하게.”

 “그런데 왜 기동 씨한테 전화한 거죠? 뭐 어쩌라고……. 아니, 기동 씨 말대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잖아요.”

 

 조한나까지 가세하니 답답하던 대화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엄기동은 오호! 하는 반응을 보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신고를 했답니다. 그런데 아, 글쎄 이놈들이 발뺌을 하더라는 겁니다. 자기들은 돈 빌려준 적이 없다면서 말이죠.”

 “차용증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게, 그냥 이면지 반 잘라놓은 거에 휘갈겨 쓴 거라 출처가 없답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돈을 빌린 건지……. 지금도 계속해서 협박문자가 날라 오고 있다는데,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저를 붙잡고 무조건 살려달라는군요. 안 그러면 콱 죽어버리겠다나? 그놈들 손에 붙잡혀서 험한 꼴 당하느니 차라리 그 방법이 낫겠다, 싶은 거겠죠.”

 

 실제로 조용한은 찜질방에서 수십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문자내용은 거의가 “야, 이 XX야.”로 시작해서 “XX해버릴 거야.”라는 욕설로 끝나고 있었다.

 마침내 엄기동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안 되겠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봐야 할 것 같군요. ‘태·성·캐·피·탈’이라는 곳에……. 우선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독 태성캐피탈이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강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한나는 그런 거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위험하지 않겠어요? 차라리 기동 씨도 경찰을 대동해서 가는 편이…….”

 “아닙니다. ‘최·태·성’이라는 사람이 설마 아무런 준비도 안했겠습니까? 말로는 어디 건설사를 등에 업고 활개를 친다는데. 그 ‘태·성·캐·피·탈’ 말이에요.”

 

 반복되는 악센트에 조한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누구……라고 하셨어요, 지금?”

 “‘태·성·캐·피·탈’의 ‘최·태·성’이라고 했습니다. 왜요, 혹시 알고 있는 자입니까?”

 

 갑자기 알고 있냐? 라니, 그것도 아주 우렁차게 말한다. 너무 속 보이는 질문 아닌가? 라는 걱정과는 달리 조한나는 “잠시만요.”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멀찍이 떨어져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엄기동을 향해 서유림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속삭이듯 내뱉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은 거냐고!”

 “응? 그걸 굳이 말로 해야 아는 건가? 척하면 척이지. 안 그래?”

 “그게 어떻게 척하면 척이야. 너 지금 나 엿 먹이려고 그래?”

 “그럼 설마, 내가 이런 맛대가리 없는 거나 마시면서 수다나 떨라고 한나 씨를 초대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뭐야, 이제 보니까 머리가 엄청 둔하잖아. 실망인걸.”

 “너 말 다했……”

 “죄송해요. 잠깐 뭐 좀 확인하느라고요.”

 

 그새 용무를 마친 조한나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둘의 대화는 순식간에 끊어졌다. 서유림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여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을 향해 걸어오는 조한나의 표정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밝기만 하다.

 

 “기동 씨, 저한테 크게 한턱 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아요.”

 “네? 왜요? 혹시 그 태성캐피탈과 무슨 관계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놈들이 믿고 까분다는 건설사가 한나 씨가 일하는 고진건설이라도 되냐는 말입니다.”

 

 야, 야, 야……. 너무나도 앞서가는 엄기동의 과장된 연기에 서유림은 ‘적당히 좀 해라.’라는 무언의 암시를 온몸으로 표출했다. 그리고는 불안한 마음에 조한나의 눈치를 살폈는데, 이런 젠장! 역시나 그녀의 놀란 눈이 엄기동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큰 눈이 더욱 동그래지며 눈썹까지 치켜 올리고 있다. 그럼 그렇지, 저 년이 어떤 년인데. 이미 다 들켜버렸다고. 이제 어떡할 거야, 라는 원망과 체념에 서유림이 고개를 숙일 때였다.

 

 “역시……, 명탐정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작은 것 하나에도 이렇게 모든 걸 꿰뚫어 보시는 걸 보면 말이에요.”

 

 뭐라는 거여. 서유림의 얼굴에는 허탈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그려졌다.

 .

 .

 .

 이쯤 되면 태성캐피탈이 왜 뜻하지 않은 대청소에 시달리게 됐는지, 그리고 조한나가 ‘기동 씨’라고 불렀던 남자의 정체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짐작…… 아니, 충분한 설명이 된 것 같다.

 건물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녀 한 쌍이 보인다. 코트 깃에 풍성한 모피를 달고 있는 남자와 그것보다 더 풍성한 모피를 온몸에 휘감고 있는 여자. 멀리서 보면 건물이라도 보러 나온 재력가 부부로 착각할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이게 다 기동 씨 덕분이에요. 정말 큰일 날 뻔했지 뭐에요.”

 “천만에요, 운이 좋았던 거지요. 덕분에 저도 일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지 뭡니까. 하하하하! 아, 시간 되시면 제가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머나, 하는 얼굴로 조한나는 “그럴까요? 그럼 오늘 저녁은 어떠세요?”라며 구체적인 시간을 잡는다. 그렇게 핑크빛(?)모드로 전환한 ‘모피 커플’은 좋아하는 메뉴와 즐겨 가는 곳, 그리고 각자가 선호하는 와인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엄기동의 은색 세단에 올라탔다.

 

 “저 그냥 회사 차 타고 갈 걸 그랬나 봐요.”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모셔야지요. 어디보자, 어느 쪽으로 가야 차가 막힐까?”

 “……차가 막히는 쪽이요? 왜요?”

 “그래야 우리 한나 씨가 그만큼 더 쉴 수 있으니까요. 피곤하지 않으세요? 오늘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하하, 하하하하!”

 “아이, 기동 씨도 참……. 오호호호!”

 

 이날, 조한나는 분명 일부러 자신의 차가 아닌 회사 봉고차로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또 분명 일부러 회사 봉고차를 먼저 출발시켰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달콤함을 실은 차량은 큰길로 나가기 위해 골목 여기저기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대로변을 앞둔 마지막 골목에서 시커먼 SUV 차량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다. 급하게 돌진하다 급하게 정지한 시커먼 차량은 다짜고짜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려댔다.

 

 “어허, 이것 참. 도대체 일방통행 길에서 이 무슨 몰상식한 행동인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것들 면허나 있는 거야?”

 “안되겠군요. 제가 내려서 자초지동 설명을……”

 

 여기까지 말한 엄기동은 곧 입을 다물었다. SUV에서 얼굴을 내민 우락부락한 남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기주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아니, 차에 탑승한 채 편하게 이동 중인 구일구였다.

 차를 빼라며 갖은 욕설을 퍼붓던 구일구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차에서 내려 엄기동 차량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시건방진 태도로 창문을 쾅쾅 두드리며 차를 뒤로 빼라는 수신호를 해댄다.

 차안에 있던 엄기동은 “뭐 급한 일이 있는가 보군요. 이번만큼은 저희가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조한나에게 양해를 구한 뒤 기어를 후진으로 변속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뒤에서 슬금슬금 접근하던 또 다른 차량이 빵빵거리며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꾸물거리고 있는 은색 세단을 쳐다보던 구일구가 “야, 이 답답한 새끼야! 그러게 내가 빼라고 했을 때 뺐으면 됐잖아.”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어머, 무슨 저런 무례한 사람이 다 있어? 안되겠어요.”

 “아닙니다. 일단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계세요. 아니요. 나가시면 안 돼요. 아아, 한나 씨, 제발…….”

 

 엄기동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사도 조한나는 풍성한 모피를 휘날리며 차에서 내렸다.

 

 “아저씨! 여기 일방통행 길인 거 모르세요? 아저씨가 잘못한 걸 갖고 지금 누구한테 화풀이에요, 화풀이가……. 당장 차 빼세요.”

 “뭐? 아니, 이 아줌마가 지금 어디다 대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대?”

 “아, 아줌마? 아줌마라고 그랬어요, 지금?”

 “그래, 이 아줌마야!”

 “어디 오랑우탄 같이 생긴 놈이 지금 누구더러……. 야! 이 원숭이 새끼야! 오늘 한번 죽어볼래?”

 

 명색이 변호사라면서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흑백을 가리지는 못할망정, 어째 그대로 놔뒀다간 개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서유림과 참 많이 닮았다, 라는 생각이 엄기동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윽고, “안 되겠어요. 당장 경찰에 신고하세요.”라며 운전석 문을 벌컥 열어 재끼는 조한나. 안에서는 엄기동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구일구의 반응이 더 재미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운전자를 발견한 구일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 어? 너……, 너는?”

 
작가의 말
 

 그랬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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